2002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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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방언·사회언어학
이 정 복 / 대 구 대
  1. 머리말

  방언학 및 사회언어학 분야에서 나온 2002년도 연구 업적은 모두 170여 편으로 지난해와 거의 같다. 이들을 크게 ‘방언학’과 ‘사회언어학’으로 나누고 l, 방언학 분야는 다시 ‘전반적 연구’와 ‘음운’ , ‘문법 l, ’ 어휘 ’ 등의 ‘세부적 연구 ’ 로 나누어 연구 동향을 살펴본다. 사회언어학 분야는 ‘ 언어 사용과 변이 ’ , ‘ 언어 태도 ’ , ‘ 언어 정책 및 교육 ’ 등으로 나누고 필요한 부분에서 세부 주제로 하위 분류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다.
  연구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가능한 주요 업적을 중심으로 연구 의의와 문제점 등을 비판적으로 기술하겠다. 요즘은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누구나 특정 연구 업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단순히 소개할 필요가 없다. 이런 자리를 통하여 연구 성과들의 공과(功過)를 파악해 봄으로써 국어학 연구의 바탕을 튼튼히 하고 새로운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필자의 능력과 관심 분야의 한계 때문에 중요한 업적을 논의 대상으로 삼지 못했거나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까 하여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 관련 연구자들의 넓은 이해를 구하며, 또 필자의 부족함에서 나온 잘못된 판단이 있다면 그에 대한 공개적이고 활발한 대화와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2. 방언학

  2.1. 전반적 연구

  음운, 문법, 어휘 등 방언의 전반적 특성을 다룬 연구 가운데서 최명옥·곽충구·배주채·전학석 선생의 ≪함북 북부지역어 연구≫ 가 단연 주목된다. 이 책은 두만강 북쪽의 연변 지역에서 수집한 자료를 대상으로 함경북도 북부 방언의 공시적 언어 사실을 음운, 문법, 어휘 분야로 나누어 고찰한 것이다. 중국 조선족 마을의 제보자를 대상으로 『한국방언조사질문지』에 따라 기본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 지역의 방언 실태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를 몇 가지 보면, 먼저 음운 면에서 ‘ㄷ, ㄸ, ㅌ, ㄴ, ㄹ, ㅅ, ㅆ’ 과 ‘ㅈ, ㅉ, ㅊ’이 각각 ‘치음’ 과 ‘치조음’ 이라는 점, 문법 면에서 주격 조사는 ‘이’ 만 쓰이고 ‘가’ 는 쓰이지 않으며 청자 경어법에서 며느리나 결혼한 큰아들에게 하오체를 쓰는 점, 어휘 면에서 중부 방언에 비해 어휘가 매우 이질적이고 중세 국어 어휘의 잔재형이 많이 남아 있는 점이 조사 대상 방언의 특징으로 두드러진다. 중국에 이주하여 몇 십 년 동안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 북한의 제보자를 직접 조사하지 못한 제한점은 있지만 이러한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은 전체 국어 방언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병근·김봉국 선생의 <강원도 정선 지역의 언어 연구>는 2차례의 현지 조사를 통하여 수집한 자료를 음운, 문법, 어휘의 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독립된 언어 체계로서의 정선 방언을 자세히 다루었다. 아직도 국어의 개별 핵방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의의가 있다. 이 연구에서 더 욕심을 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각종 교체형의 쓰임이나 경어법에 대해서 다수의 화자들을 대상으로 세대별, 성별, 계층별 쓰임을 조사·분석하여 정선 방언 안에서의 사회언어학적 분포를 심층적으로 밝히는 작업이다. 이른바 ‘전통 방언학적 방법’ 으로 2명의 제보자에게서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정선 방언의 전모를 드러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주행 선생의 <서울 방언에 대한 연구>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발간한 ≪서울 토박이말 자료집≫을 이용하여 서울 방언의 전반적 특징을 분석한 2차적 연구이다. 그런데 이 연구는 방언에 대한 태도에서 상당한 문제가 보인다. 머리말에서 “오늘날 서울이 대도시화로 인하여 각 지역 방언의 집합지가 되어 서울 방언은 크게 오염되어 있다.” 고 하였고, 맺음말에서는 “이상의 고찰을 통해 볼 때 서울 방언은 전국 방언의 집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른 지역에서 실현되는 언어의 여러 현상이 실현되고 있다.” 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은, 서울 방언의 구체적 형식들이 어떤 방언에서 온 것이라는 설명이 없기 때문에 본론의 자료 분석과 동떨어져 있다. 더욱이 다른 방언 형식이 서울 방언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방언으로부터 오염된 결과라 단정지을 근거가 없거니와 서울 방언만 순수하고 다른 방언은 그것을 더럽히는 오염원이라는 시각은 국어 연구자의 합리적 태도라 하기 어렵다. 방언과 방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인데 서울 방언은 다른 방언의 영향을 받으면 왜 안 되는 것인지, ‘순수한 서울 방언’ 이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그것이 존재할 수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서울 방언은 곧 표준어와 같은 수준의 단정하고 체계적이며 순수한 모습일 것이라는 희망 섞인, 강한 선입견을 버려야 ‘살아 있는’ 서울 방언의 제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 방언의 관계에 초점을 둔 연구도 있다. 위평량 선생의 <『토지』의 방언적 성격>은 대하 소설 『토지』의 방언이 하동 방언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연구자가 직접 조사한 자료와 간행된 구비 문학 자료를 이용하여 확인한 것이다. 하동 방언은 인접한 전남 동부 방언과 공통점이 많은데 통영이 고향인 작가가 자신의 방언이나 경남 동부 방언을 섞어 쓴 부분이 상당히 있음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에서는 소설 작품의 내용까지 파악하는 정밀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하동 지역에서도 화자의 세대, 성별, 학력, 다른 지역과의 교류 정도 면에서 언어 차이가 있으며, 소설 작품에서도 인물의 구체적인 배경에 따라 언어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비교 대상 화자들이 차지하는 지위 등의 요인에 대한 정확한 대응 관계를 따져 본 후 비교 작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
  최전승 선생의 <19세기 후기 전라방언의 특질 몇 가지에 대한 대조적 고찰>은 1907년 전남 고흥에서 간행된 『여사서언해』를 중심으로 19세기 후기 이 지역 방언의 음운론과 형태론, 어휘 특질을 다루었다. 그 결과를 19세기 전라 방언의 다른 자료인 완판본 고소설 자료 등과 대조하여 자료의 성격과 언어의 차이를 관련지어 설명하려 하였다. 문헌 자료를 통하여 지난 시기 특정 방언의 전반적 모습을 파악하고, 나아가 같은 방언에서도 화자 집단에 따른 말씨 차이까지 설명하려는 시도는 좋아 보인다. 그렇지만 자료의 제약 때문에 그러한 작업이 얼마나 당시의 언어 사실에 충실한지는 알기 어렵다.

  2.2. 세부적 연구

  2.2.1. 음운
  방언학 연구 성과 가운데서 세부 주제별로 볼 때 음운을 다룬 것이 가장 많다. 특히 중요한 성과라 생각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강정희 선생의 <언어 접촉과 언어 변화>이다. 이 논문은 일본 오사카의 제주 출신 동포들을 대상으로 제주 방언 ‘、’ 음의 분포 상태를 밝히려 하였다. 조사 결과에서 1950년대 이전에 이주한 70살 이상 화자들은 70% 이상 이 음을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것은 이들이 표준어나 다른 방언을 전혀 모른 채 일본으로 이주했기 때문으로 해석하였다. 이와 달리 1960년대 이후에 이주한 현재 60대들은 이 음을 전혀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이유로 이들이 50~60년대 중반을 제주도에서 지냈기 때문에 표준어와 다른 방언의 간섭을 상당량 받은 탓으로 설명하였다. 해외 동포들이 다른 방언과의 접촉이 쉽지 않거나 많지 않기 때문에 고유의 방언형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한 의미 있는 연구이며, 국어 방언 연구의 새로운 영역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 논문은 제보자 수, 자료 처리 방식, ‘실제 시간’ 과 ‘현장 시간’ 의 개념 사용 면에서 사회언어학적 연구로 볼 수 있으나 연구자는 ‘전통 방언학’ 적 작업에 넣으려는 태도가 보인다. 이 때문에 사회언어학적 방법을 적용하면서도 철저하지 못하게 되었다. ‘、’ 음의 보존 면에서 l 50년대 이전과 60년대 이후의 이주 시기가 중요한 요인이라면 제보자 수에서 어느 정도 균형이 유지되어야 함에도 50년대 이전 이주자가 28명인데 비해 60년대 이후 이주자는 5명에 지나지 않아 비교 작업의 신뢰도가 확보되지 못하였다.
  한편, 이주 시기가 이 음소의 분포 차이를 가져오는 핵심 요인이라 할 때 그것은 제주 방언에서 50년대와 60년대에 표준어나 다른 방언의 간섭으로 ‘、’ 가 ‘ㅏ/ㅗ’로 완전하게 바뀌었다는 가정에 근거를 두는데, 10여 년 안에 하나의 음소가 이렇게 전혀 다른 소리로 완전히 바뀔 수는 없다. 50년대 이전 이주자는 평균 90%에서 71%까지 점진적으로 ‘、’ 사용률이 낮아지는데 비하여 60년대 이주자는 갑자기 0%로 떨어진다는 것은 사회언어학은 물론이고 ‘전통 방언학’ 의 언어 변화 이론에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놀라운’ 현상인 것이다. 외부 언어와의 접촉 결과가 이렇게 급격한 음운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려면 50년대 이전에 이주한 사람들은 다른 방언 화자들과 접촉 없이 ‘언어 섬’ 을 형성한 채 l 50년 이상을 격리되어 살아왔음을 증명해야 한다. 또 같은 시기에 이주했더라도 일본에서 교육을 받으며 다른 지역 출신들과 접촉이 많았을 1.5세와 그 부모의 언어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정 지역의 말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음운론적 연구들도 많다. 김봉국 선생의 박사학위논문인 <강원도 남부지역 방언의 음운론>은 강원도 남부 지역인 ‘강릉, 삼척, 정선, 원주’ 를 조사 대상지로 하여 음운 체계와 음운 현상을 살펴봄으로써 네 방언의 음운론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검토하였다. 공시적 방언 차이를 드러내고, 통시적으로 어떠한 변화에 따라 그러한 차이가 생기게 되었는지를 밝히려 하였다. 정밀한 자료 분석이 이루어진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관심 영역이 음운론에 한정되어 있고 강원도 남부 지역 가운데서도 일부 지역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강원도 남부 지역 방언의 전모를 드러내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어지면 정확한 국어 방언 구획 작업에도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국어 방언 연구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기존의 연구나 조사를 바탕으로 한 2차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정승철 선생의 <국어 활용어미의 방언 분화>는 기존 연구 및 방언 자료집을 종합하여 ‘-(으)이-’계 설명·의문 종결어미의 방언 분화를 통시적 변화와 지리적 분포를 고려하여 ‘언어 내적’으로 규명하려 한 것이다. 경북 방언의 ‘-니이더’형, 강화 방언의 ‘-(으)이다’ 형, 전남 방언의 ‘-(으)요’ 형의 상호 관련성을 살펴보았는데, 개별적으로 진행된 방언 연구를 종합하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해당 종결어미의 변화와 분포를 ‘언어 내적’으로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언어 외적’ 인 설명이 있었다면 기존 연구들을 묶는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관련 종결어미들이 왜 ‘건너띄기 분포’를 보이는지, 다른 형식으로의 분화가 왜 일어났으며 의미 기능 면에서 차이가 있는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오종갑 선생의 <‘ i+ ə’ 의 음운론적 변화와 영남방언>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펴낸 ≪한국방언자료집≫ 의 자료를 이용하여 ‘i+ ə’의 변화와 관련한 전국 언어지도를 그려 분포 양상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영남 방언이 차지하는 위치를 밝히려 하였다. 특히 영남 방언에는 음운 체계의 구조적 압력에 따른 ‘e>i’ 변화와는 달리 형태소 경계에서 발달된 ‘e>i/i+ ―’ 규칙의 적용에 따른 변화가 있었고, 그 규칙의 개신지가 영남 지역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술하였다.
  성조에 대한 연구도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김차균 선생의 ≪국어 방언 성조론≫ 은 경남 고성 방언과 경북 성주 방언의 ‘성조’(tones) 및 ‘성조형’(tonological patterns)의 체계와 그 음조적 특징을 대조적으로 분석·기술하였다. 풍부한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한 점이 돋보인다. 같은 연구자의 ≪영호남 방언 운율 비교≫ 는 경남 창원 방언과 전남 담양 방언의 입말 문장에 나타나는 ‘운율적인 현상들, 곧 성조와 음조, 표현적인 장음화 현상, 억양’을 대조적으로 분석·기술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두 방언의 ‘성조형’ 과 ‘음조형’ 의 대응 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기도 하였다. 이문규 선생의 <대구방언과 안동방언의 성조 비교 연구>는 경북의 남부 지역과 북부 지역의 두 방언을 대상으로 성조 체계와 성조 현상들을 비교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성조 방언의 운율 체계 변천과 두 방언의 관계를 검토하였다.
  음운 현상을 다룬 새 유형의 연구로는 소강춘 선생의 <소설 『태평천하』에 반영된 작가 채만식의 방언의식>이 있다. 이 논문은 『태평천하』의 두 판본을 대상으로 컴퓨터 자료 처리 기능을 이용하여 두 판본 방언의 음운론적 차이를 색다르게 살펴본 것이다. 1938년에 간행된 초간본 『천하태평춘』을 통하여 1930년대 전북 옥구 방언의 음운론적 특징을 드러내는 면은 의의가 있으나 방언을 표준어로 많이 고친 『태평천하』의 경우는 의도적으로 표현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두 판본의 비교는 방언 연구 작업으로는 의미가 약하다.
  한편, 실험음성학적 방법으로 음성이나 억양 실현 양상을 분석한 연구도 있다. 이경희 선생의 <서울 방언과 부산 방언의 마찰음에 대한 음향학적 특성 비교>는 서울 방언과 부산 방언 화자 14명의 발화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부산 방언의 마찰음이 서울 방언에 비해 마찰 구간의 길이, 기식 구간의 길이가 훨씬 짧게 실현됨을 밝혔다. 부산 방언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ㅅ/과 /ㅆ/의 비변별성, 경음화의 비생산성, 유성화의 생산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병운 선생의 <방언 월 끝 억양의 유형>은 경남 방언과 전남 방언 화자의 문장 끝 억양을 중부 방언 화자의 그것과 비교·분석한 연구이다. 음성 분석 프로그램과 장비의 발달로 이러한 연구를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각 방언권에서 40~50대 남성 1명을 대상으로 억양 차이를 조사하였는데 좀 더 다양한 제보자들을 다루어 방언권 안에서의 화자 특성에 따른 세부적 차이와 평균적 실현 양상을 제시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2.2.2. 문법
  문법 면에서 이루어진 방언 연구 업적은 수가 많지 않을 뿐더러 논의 대상 지역도 제주도에 몰려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 가운데서 강정희 선생의 <제주방언 공간 명사의 문법화 현상>은 제주 방언의 정도 부사 ‘끔/ 썰’ 과 시간 부사 ‘고쌔’ 의 형성 과정을 문법화의 시각에서 논의하였다. ‘끔/썰’은 ‘+끔/설’ 에서 파생된 명사로 ‘작은 공간’ 의 구체적인 뜻이었으나 시간 영역을 거쳐 ‘정도성’ 의 인식 영역으로 일반화되었으며, ‘고쌔’ 는 시간 부사와 공간 부사가 결합된 (‘곧+새’) 합성 명사로 출발하였으나 ‘시간 부사’ 로 형태론적 문법화를 겪은 것으로 설명하였다. 이 과정에서 ‘끔/썰’ 의미의 일반화를 다루었는데, 제시된 예들은 모두 공시적 방언 자료로서 이 말들이 공간적 의미에서 시간적 의미, 인식 의미로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어렵다. 문맥에 따라 그러한 뜻과 관련시킬 수는 있으나 그것이 해당 어휘의 의미는 아니며, 제시된 모든 예는 ‘ 정도성 ’ 면에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통시적 변화 결과인 ‘문법화’ 를 공시적 방언 자료를 가지고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한동완 선생의 <제주방언 청자 경어법의 형태 원리>는 제주 방언에 대한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청자 경어법 형태소를 분석한 것이다. 이 방언의 청자 경어법은 ‘서체, 여체, 라체’ 가 있으며, ‘서체’ 는 선어말어미 ‘-우-’ 계열과 ‘-(으)ㅂ-’ 계열이 있다고 하였다. ‘-우-’ 계열은 ‘--’과 ‘--’의 결합에서 발전된 것으로, ‘-(으)ㅂ-’계열은 ‘--’에서 변화된 것으로 보았고, ‘한국어의 청자 경어법 형태 원리’가 제주 방언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무엇보다 청자 경어법의 형태 원리라는 것에서 기본적인 문제가 보인다. ‘--’과 ‘--’의 쓰임으로 청자 경어법의 등급이 높아진다고 하면서 이들 형식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는 ‘문종결 어미의 의미기능의 차이’로 등급이 결정된다고 한 것은 일관성이 떨어진다. 종결어미의 의미 차이라는 것을 어떤 방법으로 파악할지, 그러한 차이에 의한 등급 해석을 과연 ‘형태 원리’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영진 선생의 <제주도 방언의 상대높임법의 형태론>도 제주 방언 청자 경어법 형태들을 대상으로 형성 과정, 쓰임과 그 제약 등을 검토하였다. 청자 높임의 형태로는‘-읍/ㅂ-’, ‘-으우/우-’, ‘-수-’가 있으며, ‘-읍/ㅂ(네다)’ 는 표준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객체 높임의 ‘--’과 ‘--’, 상대 높임의 ‘--’가, ‘-으우/우-’및 ‘-수-’는 ‘--’과 ‘--’가 결합된 것이라 하였다. 이들 세 형식들이 실제 어떠한 청자 높임의 기능을 맡고 있으며, 쓰이는 청자 영역 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아쉽다.
  우창현 선생의 <제주 방언 ‘-암시-’와 중앙어 ‘-고 있-’과의 상관성>은 제주 방언의 ‘-암시-’가 ‘중앙어’ 의 ‘-고 있-’과 어떤 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암시-’를 상 형태로 전제하고 그 의미를 ‘동작 진행’과 ‘(상태 변화) 지속’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고 있-’ 과는 ‘진행’의 의미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하였으며, ‘결과 지속’이나 ‘(상태 변화) 지속’의 의미가 있는지, 다른 선어말어미들과의 결합 제약이 있는지 등에서 차이점을 검토하였다.
  한편, 이윤구 선생의 <개신파의 방향과 방언 분화의 양상>은 전라, 충청, 경상 방언의 접촉 방언적 성격을 지니는 무주 방언을 대상으로 종결어미의 분화 양상을 다룬 것이다. 연구자의 2001년도 박사학위논문의 일부를 다시 정리한 것인데, 접촉 방언에 대한 의욕적인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인접 방언형의 상호 작용과 그 결과를 언어 지도에 구체적으로 표시하였다. 앞으로 종결어미가 아닌 다른 문법 형식이나 음운, 어휘 등의 방언형을 통한 후속 연구가 기대되며, 그러한 연구를 통하여 방언 접촉과 그 결과로서의 방언 분포는 이질적 화자 집단의 상호 접촉 및 관계 양상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임을 분명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2.2.3. 어휘 및 기타
  방언 어휘를 수집하거나 어휘·의미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다. 남기탁·손주일·한길·최윤현 선생의 ≪방언≫ 은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1983년 이후로 진행해 온 강원도 방언 답사 결과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펴낸 방언 자료집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을 것인데 조사 시기, 조사자, 조사 항목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료의 균질성과 신뢰도가 확보되지 못했다.
  문학 작품에서 나오는 방언의 기능을 살펴본 연구로 김영철 선생의 <현대시에 나타난 지방어의 시적 기능 연구>가 있다. 이 논문은 김소월, 백석, 김영랑, 박목월의 시에 나타난 방언의 시적 기능을 고찰하였다. 이승하 선생의 <시 창작에 있어 사투리 구사의 효과>는 김영랑과 서정주, 이상화와 박목월의 시를 대상으로 전라 방언과 경상 방언이 시에서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살핀 것이다.
  지명을 연구한 업적도 상당수 있다. 정호완 선생의 <합천 지명과 철기문화의 상관성>은 ‘언어 문화론적 관점’에서 합천 지명에 드러난 철기 문화와의 관련성을 살펴본 것이다. 김영란 선생의 <진천군 이월면의 지명어 연구>는 조사 대상을 면 단위로 한정하여 지명의 특성과 분포를 자세히 분석하였다.


  3. 사회언어학

  3.1. 언어 사용과 변이

  3.1.1. 음운 현상
  음운 현상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은 사회언어학적 연구에는 석사학위논문으로 소신애 선생의 <연변 훈춘지역 조선어의 진행중인 음변화 연구>, 홍미주 선생의 <체언 어간말 유기자음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가 있고, 일반 학술 논문인 채서영 선생의 <우리말 어두 유음 사용에 나타난 영어의 영향>이 있다.
  <연변 훈춘지역 조선어의 진행중인 음변화 연구>(소신애)는 구개음화라는 음 변화가 진행 중인 훈춘 지역어의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구개음화의 진행 과정을 ‘음성적 점진성’, ‘어휘적 점진성’, ‘사회적 변이’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한 것이다.1) 방언 연구의 지역적 범위를 넓힘은 물론 방언 연구의 주제와 접근 방법을 다양화한 면에서 의의가 있다. 또 제시된 자료들이 정밀한 조사에 의하여 직접 수집한 것이며, 진행 중인 음 변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몇 가지 지적할 문제점이 보이는데, 전체적으로 사회언어학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철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흠이다. 사회언어학 관련 국내 연구가 많이 있음에도 모두 무시하고 외국의 연구 결과만을 그대로 대입시키거나 대비하여 자료 해석을 기계적으로 하였다. 예를 들면, 남성이 여성보다 표준어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였는데 연변 지역에서 표준어형이 무엇인지, 표준어가 있기나 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 없이 서양의 연구 결과와 대비시켰다. 남성의 표준어형 선호는 기존의 영어권 사회에서의 연구 결과와는 분명히 배치된다고 하면서 남녀의 ‘외지 출타 빈도의 차이’, ‘언어 사용 패턴의 차이’ 등을 그 원인으로 들었다. 남자가 외지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개신형을 많이 쓰는 것이라면 이들의 언어에 영향을 주었을 ‘외지 말’ 의 정체와 특성 기술이 있어야 주장의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체언 어간말 유기자음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홍미주)는 대구 방언을 대상으로 체언 어간말 자음 ‘ㅊ, ㅌ, ㅋ, ㅍ’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에 이어질 때의 실현 양상을 사회언어학적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ㅊ, ㅌ’이 각각 ‘ㅅ’으로, ‘ㅋ’이 ‘ㄱ’으로, ‘ㅍ’이 ‘ㅂ’으로 실현되는 정도를 제보자 42명의 세대, 학력, 말투, 성별에 따라 통계적으로 살폈다. 한 두 사람의 언어를 지역 전체의 언어로 일반화한 것이 아니라 제보자 다수를 대상으로 음운 현상을 조사하고 다양한 요인의 면에서 분포 차이를 드러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자료 분석 및 제시 과정에서 엄격성이 확보되지 못하였다. 자료 조사는 ‘일상 발화 조사, 이야기 읽기 조사, 단어목록 읽기 조사, 질문지 조사’를 함께 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말투별 분석에서만 그러한 구분이 있을 뿐 세대별, 학력별, 성별 분석에서는 어떤 말투의 자료를 이용하였는지 설명이 없다. 또 전체적으로 통계 수치에서 백분율만 제시되었을 뿐 빈도 정보가 없어 분포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의미 해석이 어렵기도 하다.
  <우리말 어두 유음 사용에 나타난 영어의 영향>(채서영)은 현재 우리말에서 유음 사용이 많이 늘어난 현상을 영어의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인명이나 상호명 등의 자료를 분석하고 유음이 들어간 말에 대한 화자들의 태도를 조사함으로써 국어 화자들이 고유어보다 한자어, 한자어보다 영어를 일종의 상위어로 생각하고 있으며, 어두 유음을 영어식이라 생각하여 적극 수용한다고 해석하였다. 자료 수집 및 분석에서 보이는 문제를 지적하면, 인명 자료 가운데서 일반인 4,000명, 연예인 2,000명을 조사하였다는데 이들의 성과 이름이 모두 유음 사용 가능 환경인지 밝히지 않아 비교의 타당성을 알기 어려운 점이 있다. ‘김, 강, 박’ 등의 대부분 성은 어두에서 유음을 사용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유음 사용이 가능한 성이나 이름 중의 실제 유음 비율을 내어야 두 집단 간의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

  3.1.2. 경어법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경어법을 다룬 연구들도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서 몇 편의 석사학위논문이 있어 주목되는데, 이선화 선생의 <공공 상황에서의 한국어 호칭 연구>는 길 묻기, 물건 사기, 음식 주문하기’의 세 가지 ‘공공 상황’에서 어떻게 호칭하는지를l 20대에서 40대 남녀 2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분석하였다. 조사한 세 상황은 ‘공공 상황’이라 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고급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격식 상황’으로, ‘영세식당’에서의 경우는 ‘비격식 상황’으로 구분한 등의 처리도 문제가 있지만 다양한 제보자들의 호칭 사용 모습을 세밀히 보여 준 의의가 있다. 김장종 선생의 <이천방언의 상대경어법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는 이천 지역 고등학생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통하여 ‘-ㄹ/ㄴ거’ 의 쓰임을 조사한 것이다. 이 형식은 주로 비격식적 상황에서 ‘예사 높임’의 기능으로 쓰인다고 하였다. 한윤정 선생의 <‘아줌마’, ‘아가씨’, ‘언니’ 의 사회언어학적 연구>는 세 호칭어의 쓰임을 설문 조사와 실제 발화 조사를 통하여 분석하였다. 모두 친족 호칭에서 출발하여 현재 남을 가리키는 일반적 호칭으로 널리 쓰이며, 화자·청자의 성별 등 사회적 요인에 따라 문맥 의미가 다름을 지적하였다.
  강희숙 선생의 <호칭어 사용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분석>은 광주 지역의 서비스 업종에서 손님과 종업원에 대한 호칭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사용 양상과 변이형에 대한 태도로 나누어 조사·분석하였다. 호칭어 사용 면에서는 ‘고객님’ 의 확산, ‘언니’, ‘이모’ 등의 친족어의 일반화, 직함 호칭어의 일반화 등이 특징이라 하였고, 언어 태도면에서는 종업원들은 ‘저씨’, ‘아가씨’, ‘언니’를 선호하고 있으며 손님들은 40대 이하는 ‘손님’, 그 이상 연령층은 ‘선생님’ , ‘어르신’, ‘사모님’ 등의 호칭어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사용 맥락과 화자 층을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호칭어의 쓰임을 조사한 연구인 점에서 주목되지만 자료 수집 및 분석 과정에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고, 통계 분석에서 빈도 없이 단순히 백분율만 제시하고 있어 자료의 신뢰성을 보여 주지 못한 점이 흠이다.
  유송영 선생의 <‘호칭·지칭어와 2인칭 대명사’의 사용과 ‘화자-청자’의 관계>는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 자료를 중심으로 호칭어의 쓰임을 화자와 청자의 관계 면에서 분석하였다. 높임의 정도가 다른 호칭어(‘김 교수, 김 씨, 김 군’등)가 한 형태의 2인칭 대명사(‘자네’)와 함께 쓰이는 것은 화자와 청자의 관계가 같기 때문이라 하였으며, 이런 점에서 국어 호칭어와 2인칭 대명사의 ‘공기 관계’ 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같은 대화 참여자 관계에서도 상황이나 관계에 따라 계속 호칭이 바뀔 수 있는 점에 주목한 연구인데, 논의가 분석 결과에 비해 너무 번잡하고 산만한 느낌이 있다.
  한편, 필자가 경어법 관련 논문들을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펴낸 ≪국어경어법과 사회언어학≫ (이정복)은 지난 시기 경어법 연구가 주로 형태 중심의, 연구자 언어 중심의 경향을 띠었던 점을 비판하고, 다양한 언어 자료를 대상으로 사회언어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경어법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다. ‘말 단계 바꾸기’, ‘말 단계 변동 현상’, ‘경어법 요소의 기능 부담량’, ‘경어법 점수’, ‘경어법 사용의 참여자 효과’, ‘경어법 사용 전략’과 같은 국어 경어법을 새롭게 분석하면서 찾아낸 개념들이 많이 나온다. 또 ‘방송언어’ , ‘서평텍스트’ , ‘머리말텍스트’ 영역의 언어 자료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경어법 사용 실태와 그 기능 및 배경을 살핌으로써 국어 경어법 연구의 영역을 넓히려 하였다.

  3.1.3. 인터넷 통신 언어
  최근 인터넷 통신 언어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관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국어학 연구의 새로운 주제로 뚜렷이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한다.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이 10여 편 나왔고, 일반 학술논문도 그 이상이다. 또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월간 ≪새국어소식≫을 통하여 7차례에 걸쳐 통신 언어를 다루었다(박용찬 선생 씀). 초기와는 달리 통신 언어의 구체적인 사용 영역에 초점을 모으거나 사회언어학, 텍스트언어학, 담화 분석과 같은 분석틀을 이용하여 용법을 깊이 있게 다룬 연구들도 늘었다.
  구현정 선생의 <통신언어 ―언어 문화의 포스트모더니즘>은 통신 언어에 대하여 ‘포스트모더니즘’ 의 관점에서 다룬 것이다. 기존 연구들이 현상에 대한 기술만 있고 설명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통신 언어에서 보이는 특징들을 ‘반형식주의, 전통의 거부, 다양성의 추구, 차별성의 강조’라는 틀에 넣어 ‘설명’하였다. 통신 언어와 관련된 다른 연구들과 차별성을 보이려는 연구 태도가 특히 돋보이며, 통신 언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논의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존 통신 언어 연구에 설명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더러 실제 자료에 대한 연구자의 ‘설명’ 은 ‘포스트모더니즘’ 의 시각에 끼워 맞추는 식이라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정형성이 없고 역동적”이라 한 통신 언어를 네 개의 틀 속에 넣는 것이 자연스러운가의 문제가 보인다. ‘반형식주의’에 ‘맞춤법 파괴l, 띄어쓰기 파괴’, ‘문장부호 겹쳐쓰기’의 세 가지를 들고 있는데, 결과만 보면 반형식주의로 볼 여지도 있으나 그러한 표현 방식이 나온 구체적 맥락과 화자들의 심리적 동기 및 목적을 고려하면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하다. 화자들은 초기에 분명 통신망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적거나 재미있게 적으려는 동기에서 비규범적 형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고, 그것이 ‘통신 언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퍼져 나가자 이후 다수의 화자들이 습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붙여 적는 것은 기존의 규칙이나 형식을 거부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지만 대화방에서 빠른 대화에 적응하거나 휴대전화의 글자 수 제약을 넘어서려는 목적에서 나왔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다양한 동기와 목적에서 나온 통신 언어의 쓰임을 그냥 반형식주의에서 나온 것이라 하는 것은 쓰임 맥락과 화자들의 언어 사용 전략을 세밀히 고려하지 않은 ‘뭉뚱그리기’ 일 뿐 충실한 ‘설명’ 은 아니다.
  손세모돌 선생의 <인터넷 게시판 글 제목 분석>은 인터넷 게시글의 제목에서 보이는 특성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문장의 완결성, 청자 대우 등급과 말투, 표기 등’ 의 특징을 기술하였다. 42개의 자유 게시판 글 제목 5,370개를 분석한 결과와 통신언어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비교하면서 게시판의 제목에는 종결어미를 이용한 완결된 문장이 많고, 통신 언어의 특성으로 지적되는 명사형 종결 문장은 0.7%에 지나지 않아 기존 연구와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대량의 자료를 통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통신 언어 연구의 실상을 자세히 드러낸 면이 값지다. 그러나 비교한 기존 논의가 게시판 제목을 분석하여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로 기존 연구 결과를 부정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시정곤·송민규 선생의 <사이버 언어와 경제성의 원리>는 일상 언어의 변이형인 ‘사이버 언어’는 일상 언어와 마찬가지로 경제성의 원리에 따라 음운 변화가 나타난다는 관점에서 경제성 원리의 위반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러한 위반 사례로 화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언어 유희를 즐기기 위한 것, 청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말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있다고 하였다. 통신 언어의 사용을 언어 변화 원리에 초점을 두어 구체적으로 살펴본 작업인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몇 가지 문제점도 보인다. 무엇보다 용어들이 체계적이지 못해 혼란을 준다. ‘사이버 언어’에는 ‘PC 통신 언어’, ‘인터넷 언어’, ‘게임 안에서의 대화’등이 있다고 하였고, ‘외계어’를 ‘PC 통신 언어’와 같은 상에서 다루었는데, 통신 언어의 갈래를 나누는 기준으로 통신망의 유형, 언어 사용 영역과 사용 방식이 섞여 있다. 또 기존 통신 언어 연구들은 “사이버 언어가 항상 경제적인 발화 형태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한 기술은 사실과 크게 다르며, 그것은 앞선 연구들을 충실히 검토하지 않은 데서 나온 잘못이다. 한국어 사용이 지원되지 않는 게임 대화에서 영문자 등을 이용하여 우리말 소리를 적는 것을 청자 중심의 표현 양식으로 본 것도 문제가 있다. 한글을 쓸 수 없고 영어로는 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문자를 이용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최운성 선생의 석사학위논문인 <컴퓨터 통신 대화방 언어의 분석 연구>는 통신 언어의 전반적인 면을 다룬 석사학위논문으로서, 대화방 언어를 중심으로 음운, 어휘, 문법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대화방언어의 발생요인’을 ‘놀이’ 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어 주목되는데, 대화방은 “놀이 목적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이라 하였으며, 통신 대화방에서 보이는 특징으로 ‘자유로움, 비일상적, 이해 관계를 떠난 것, 완결성 및 한정성, 고정된 형식, 절대적인 질서’를 들어 설명하였다. 젊은층 이용자들이 인터넷 통신 대화를 나누는 중요한 목적이 시간을 보내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있음을 고려하면 ‘대화방 언어’를 놀이의 면에서 해석한 것은 좋다. 그러나 이 연구는 통신 언어의 발생 원인을 지나치게 좁게 보고 있으며, 호이징가(J. Huizinga)의 ‘놀이’ (Play) 개념을 도식적으로 통신 언어에 적용한 잘못이 있다. 통신 언어의 발생을 이끈 동기에는 ‘오락적 동기’ 도 있지만 ‘경제적 동기, 표현적 동기, 심리적 해방 동기’ 등의 다른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통신 언어를 다룬 필자의 논문도 몇 편 있다. 그 가운데 <전자편지 텍스트의 구조와 기능>(이정복)은 통신 언어 가운데서 전자편지 언어 영역을 대상으로 하여 전자편지의 구조와 기능을 밝히고, 화자의 세대에 따른 언어 사용 차이를 찾아내고자 하였다. 20대와 30대 이상의 화자들이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1,000여 통의 전자편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전자편지는 일반 편지와 다른 구조 때문에 제목 붙이기, 본문 다음의 보내는 사람 이름 적기 등의 면에서 다양한 용법 변이가 있으며, 그것은 세대별로 다름을 밝혀 내었다.
  <통신 언어 문장종결법의 사회언어학>(이정복)은 인터넷 통신의 대화방과 게시판에서 문장종결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피고, 나아가 대화방 언어의 경우 대화 참여자의 세대와 성별 차이에 따라, 게시판 언어의 경우에는 사이트 특성에 따라 문장종결법의 쓰임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하였다. 주요 결과를 보면, 먼저 대화방 언어의 세대별 분석에서 대학생 이하의 학생층이 일반인에 비해 높은 비율로 종결어미 바꾸기, 비규범적 문장 부호 등의 사용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서술어나 종결어미 줄이기는 고등학생 이하와 대학생 이상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게시판 언어 자료에서는 인터넷 게시판의 내용이 ‘무거운’ 사이트에서는 통신 언어 사용이 아주 낮은 반면 ‘가벼운’ 사이트는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통신 언어의 발생 동기와 기능>(이정복)은 ‘경제성’ , ‘표현성’ , ‘오락성’ , ‘유대성’ , ‘심리적해방성’ 의 다섯 가지 요인과 관련하여 통신 언어의 발생 동기와 기능을 해석한 것이다. ‘경제적 동기’, ‘표현적 동기’, ‘오락적 동기’, ‘유대 강화 동기’, ‘심리적 해방 동기’에 의해 인터넷 통신 언어가 나오고 널리 퍼진 것으로 보았다. 또 통신 언어는 각 동기에 대응되어 구체적인 기능을 갖고 있음을 살펴보았는데, 그것은 ‘경제적 기능’, ‘표현적 기능’, ‘오락적 기능’, ‘유대 강화 기능’, ‘심리적 해방 기능’이다.이러한 동기와 기능은 모두 통신 화자들의 의도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언어 사용과 관련된 요소라 보았다. 앞으로 인터넷 통신 언어의 쓰임과 변이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하나의 틀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3.1.4. 대중 매체 언어
  신문, 방송, 광고 등의 대중 매체와 관련한 언어 연구 활동이 많이 이루어졌다. 이석주 선생 외 5인의 ≪대중 매체와 언어≫, 전병용 선생의 ≪매스 미디어와 언어≫는 대중 매체 언어를 전반적으로 다룬 단행본이며, 개별 매체를 대상으로 언어의 특성을 분석한 연구도 다수 나왔다. 그러나 아직은 자료 분석의 체계성과논의 수준 면에서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업적이라 할 만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대중 매체와 언어≫(이석주 외 5인)는 신문, 공공 게시물, 인터넷 통신, 광고의 언어를 대상으로 사용 실태와 주요 특징을 개설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여러 대중 매체에서 쓰이는 언어를 포괄적으로 다루려 하였으나 집필자에 따라 자료 분석 방식이나 논의 수준이 다르고 기존 연구에서 가져온 부분이 많아 새롭거나 체계적인 기술은 되지 못했다. ≪매스 미디어와 언어≫(전병용)는 대중 매체에 대한 개괄적 설명에 이어 신문 언어, 방송 언어, 통신 언어의 쓰임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대중 매체 언어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겠다. 그러나 대중 매체 언어를 다루는 기본 목적이나 태도가 뚜렷하지 않고, 영역에 따라 서술 방식이 큰 차이를 보이며, 다른 연구자들의 책이나 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온 부분이 많아 단행본으로서의 체계성을 찾기 어렵다.
  권우진 선생의 <신문 표제어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는 대학 1, 2학년 학생 154명을 대상으로 신문 기사 표제의 적절성, 흥미성, 신뢰성을 설문 조사하여 분석하였다. 신문 기사 표제 언어에 대한 기능 인식 및 태도를 조사한 것으로 이해된다. 신문 기사 표제로 사용되고 있는 표현들은 사실성이나 보도문으로서의 적합성을 포기하고서라도 흥밋거리를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음을 지적하였다. 신문 언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연구인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상준 선생의 <남북한 방송보도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비교 연구>는 남북한 보도 방송에서 보이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의 특징을 전달 속도, 문장의 길이, 의상과 표정 등의 면에서 살펴보았다. 부제에서 ‘6.15 남북정상회담’ 에 대한 남북한 텔레비전 보도를 중심으로 삼는다고 하였으나 실제 논의에서는 그와 관련이 없는 남북한 방송 언어에 대한 기존의 일반적 연구 결과들을 정리하였다. 이 때문에 남북한 방송의 특징을 다루는 기준이 같지 않게 되었고 자료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였으며, 엄밀한 ‘비교’ 결과를 찾기도 어렵다.

  3.1.5. 담화 분석
  박용한 선생의 박사학위논문인 <과제 중심적 대화에서의 대화 전략 운영에 관한 연구>는 대화 참여자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황에 맞는 대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전제에서 텔레비전 토론 자료를 ‘대화 구조 지배 전략’, ‘과제 목적 성취 전략’, ‘이미지 관리 전략’ 면에서 분석한 것이다. 대화 구조 지배 전략에는 ‘화제 도입하기’, ‘화제 억제하기’, ‘순서 끼어들기’, ‘순서 유지하기’와 같은 책략이 있고, 과제 목적 성취 전략에는 ‘대화이동 구성’, ‘화행 실행’등이, 이미지 관리 전략에는 ‘긍정적 이미지 유도’, ‘부정적 이미지 차단’과 같은 책략이 있는 것으로 기술하였다. 언어 사용에서 보이는 화자들의 전략을 체계적 자료 분석을 통하여 드러냄으로써 관련 주제에 대한 유용한 분석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에서 보이는 문제점 가운데 한 가지만 지적하면, ‘전략’ 과 ‘책략’ 을 구분하여 사용하였는데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점이다. ‘이미지 관리 전략’ 아래에는 ‘자기 이미지 관리를 위한 책략’이 있고 그 아래에는 다시 ‘긍정적 이미지 유도’, 또 그 아래에 ‘지위 내세우기’가 있다고 하였는데, 가장 낮은 단계의 ‘위 내세우기’가 구체적인 책략이라면 중간의 ‘자기 이미지 관리’ 나 ‘긍정적 이미지 유도’ 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것도 책략이라고 한다면 책략에도 계층적인 조직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상위 책략과 하위 책략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그 경우 상위 책략이 전략과는 어떤 점에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호하다. 한편, 대화 전략을 “궁극적인 대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구상한 전반적인 대화 진행 계획”이라 정의하고 있는데 “이미지 관리” 가 어떻게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전략에 들어 있는 목적의 크기에 따라 계층적으로 배열하여 ‘전체 전략’과 ‘세부 전략’, ‘상위 전략’과 ‘하위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하겠다. 그렇게 되면 이 연구에서 책략이라 한 것은 모두 ‘세부전략’이다.

  3.2. 언어 태도

  2002년에는 그동안 연구 성과가 적었던 언어 태도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업적이 나왔다. 먼저, 박경래 선생의 <중국 연변 조선족들의 모국어 사용 실태>는 중국 연변의 충북 출신 조선족을 대상으로 ‘모국어’ 사용 실태를 설문 조사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한 것인데, 언어 사용과 관련된 화자들의 태도 조사에 가깝다. 40여 문항의 응답지 541부를 문항 순서에 따라 통계치를 제시하고 설명을 붙였다. ‘조선어’ 와 ‘한어’의 이중 언어 사용 환경에서 어떤 말을 모국어로 배우며 실제 쓰고 있는지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외국 동포들의 언어 실태 조사는 전체 한국어의 변이와 변화를 뚜렷이 확인하고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점에서 연구 의의가 크다. 그렇지만 이 연구는 자료 수집이 주관적 응답이 가능한 설문 조사에 한정되었고, 제보자 변수도 ‘부모 세대’ 와 ‘학생 세대’ 의 두 가지라 언어 사용 실태 및 태도 차이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요인 분석이 이루어지지는 못하였다.
  <중국 연변 조선족들의 언어 태도>(박경래)는 ‘조선어’ 와 ‘한어’에 대한 태도를 설문 조사 방식으로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제보자들은 중국어에 비해 우리말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조선족들의 말투보다 남한말이 부드럽고 상냥스러우며 세련되어 보이는 점에서 남한말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어한다고 정리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중국 동포들의 언어 사용 실상을 상세히 조사·분석하고 해석하는 연구가 계속 진행된다면 국어 방언의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이해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민현식 선생의 <국어 의식 조사 연구>는 한국인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말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것이다. ‘언어 의식 조사’를 “언어에 대하여 가지는 다양한 의식과 태도를 엿보기 위한 조사”라 정의하였으며, 일본에서 이루어진 관련 연구를 참조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설문 조사를 하였다고 밝혔다. ‘한국인에 의한 모어 및 외국어 의식 조사’, ‘외국인에 의한 한국어 호감도 조사’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응답 결과를 통계 수치로 제시하였다. 국어 정책을 제대로 펴 나가기 위하여 화자들의 생각이나 태도를 직접 알아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가 있다.
  그러나 실제 연구를 자세히 보면 문제점도 상당하다. ‘국어의식 조사’를 하는 자리에 ‘외국어 의식 조사’가 들어 있고, 한국인에 대한 설문 문항 14개 가운데서 13개가 외국어와 관련이 있거나 외국어 자체에 대한 설문인 점은 연구 목적을 크게 흐린다. 외국인의 한국어에 대한 호감도 조사가 ‘국어 의식 조사’에 들 수 있는지도 문제이다l.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문항들이 외국인이 한국어를 어떻게 접하고 배우게 되었는지의 문제, 곧 한국어 교육 또는 한국어 배우기의 문제에 초점이 놓여 있고, 문화와 관련된 비언어적 문항이 많은 점은 연구의 통일성을 해친다. 이러한 연구 작업을 추진할 때에는 그 목적을 구체적으로 한정한 가운데서 체계적인 조사 방법을 동원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지적한다.

  3.3. 언어 정책 및 교육

  언어 정책 분야의 연구로는 2001년도 문화관광부 연구보고서의 일부를 논문으로 발표한 민현식 선생의 <국어 사용 실태 조사 방법론 연구>가 돋보인다.2)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국어 정책의 방향을 바르게 설정하기 위해서 장기적, 정기적인 국어 사용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그 방법론을 나름대로 주장한 연구로서 국어 정책 및 국어 교육적인 면에서 의의가 크다. “국어 문화 전반에 걸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지수화하는 것”을 ‘국어 사용 실태 지수’라 하였고, 이를 ‘국어 문화 지수’ 라 부르기도 하였다. ‘국어 문화 지수’를 측정하기 위한 구체적 항목으로 ‘국어 의식’ , ‘국어 능력’, ‘국어 특질’, ‘국어 행동’, ‘국어 환경’, ‘국어 정책’의 6가지를 들고 각각에서 어떤 세부 내용을 조사할 수 있는지를 밝혔다. 이들 각 분야의 국어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 방법, 시기, 절차를 제시함으로써 실제 적용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그런데 실태 조사의 범위가 너무 넓다. 언어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정책적 조사를 하는 것은 낭비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으며 필요하지도 않다. 특히 사회언어학과 관련되는 ‘세대 언어 실태 지수’, ‘성별 언어 실태 지수’같은 것은 학자들에 의하여 정밀하게 연구되어야 할 영역이지 국가 기관에서 설문 문항을 통하여 간단히 조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와 함께 각 분야의 실태 조사가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인지가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6가지 큰 항목은 국어 정책과의 관련성 정도, 조사 결과에서 나오는 문화적 의미가 같지 않기 때문에 막연히 국어 문화 실태를 파악하고 국어 정책을 제대로 펴기 위해 이러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의 기술은 연구 결과의 활용과 실제 적용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문항을 통하여 우리말의 쓰임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점, 언어 실태를 어떤 기준으로 지수화할 것인지 구체적 방법이 없는 점, 일본에서 이루어진 관련 연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도 이 연구의 흠이라 하겠다.3)
  조성문 선생의 <국어 어문규정에 대한 신세대의 인지도 분석>에서는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문 규정의 인지도 및 준수 정도’를 설문 조사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아주 심각할 정도로 어문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어문 규정에 대한 ‘인지도’가50% 미만으로, ‘준수 정도’ 는 37.7%로 매우 낮게 나왔는데, 그 원인을 ‘편의성, 통신언어, 인식부족, 교육부족’으로 설명하였다. 꼭 필요한 조사·연구라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항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것인지가 전혀 제시되지 않아 문제이다l. 설문 문항의 내용 구성이 응답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상호에 대한 조사 연구는 언어 사용 실태 연구인 동시에 국어 정책을 펴기 위한 기초 연구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러한 연구로는 김형철 선생의 <간판 상호 언어의 연구(1), (2)>와 임경희 선생의 <대구 지역 상호에 관한 연구>가 있다. <간판 상호 언어의 연구(1), (2)>(김형철)는 마산의 3개 지역에서 수집한 간판 상호를 지역별, 업종별 어종 분포와 업종별 상호 언어의 특성을 분석한 것이다. <대구 지역 상호에 관한 연구>(임경희)는 대구 지역 상호를 7개 구별 특성과 관련지어 분석하였다. 결과를 보면, 번화가나 새로 개발된 지역에서는 다양한 음절의 상호가 많았고, 복합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종별 면에서 대학을 중심으로 상권을 이루는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외래어 상호 비율이 높게 나왔다. 상호의 언어적 특성이 지역의 특성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준 것으로 이해된다.
  황정혜 선생의 석사학위논문인 <문화에 따른 언어능력의 차이>는 언어와 문화의 관계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말하기와 글쓰기 실험을 통하여 분석한 것으로, 언어 실태 연구이면서 언어 교육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경기도 안산시와 강원도 영월시 거주 아동을 제보자로 하여 계층 차이에 따라 언어 능력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밝히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를 보면, 노동자 계층의 자녀가 많은 안산시 거주 아동들의 언어 능력이 영월시의 중류층 자녀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으로 기술하였다. 언어와 문화, 언어와 사회 계층의 관련성을 파악하려는 바는 좋은 시도로 생각되지만 제보자 선정에서 계층의 대표성이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자료 분석이 주관적·자의적이며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사실을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외국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맞추는 식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맺은 점에서 상당한 잘못이 보인다.   김중섭 선생의 <중국인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 읽기 교육 방법 연구>는 중국인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읽기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하였다. 학습자에게 적합한 읽기 자료의 선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중국인 학습자에게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중국 고전, 중국인의 한국 체험문, 중국과 한국의 공통 문화를 다룬 글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하면 ‘ 중국인 ’ 학습자를 위한 차별적인 읽기 교육 방법이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다. 또 중국인이라 하더라도 어려운 중국 고전을 한국어 초보자에게 읽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깊이 배우려는 사람들이 자기 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얼마나 흥미롭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조학행 선생의 <일본에서 한국어의 언어지위 향상에 관한 연구>는 일본에서 한국어의 지위 향상은 재일 동포의 모국어 문제이면서 한국어의 세계화 문제에 해당한다는 관점에서 재일 동포의 한국어 사용 및 교육 현황을 살피고, 한국어 지위 향상 방안을 몇 가지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일본 동포들의 한국어 학습 및 사용 실태와 한국어에 대한 태도를 직접 파악한 것이 없고,4) 적용 가능한 일본 교육 당국과의 협력 방식, 민단과 조총련의 협력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보이지 못한 채 원론적 수준의 방향만 언급한 것이라 논문 제목과 내용의 괴리가 크다.

  3.4. 기타

  사회언어학 분야에서 나온 다른 주제의 연구 가운데서 이중 언어 사용을 다룬 김정자 선생의 <재일 한국인 1세의 한국어·일본어 혼용 실태에 대한 연구>, ‘유머’를 분석한 한성일 선생의 <유머 텍스트의 사회 언어학적 연구>, 속담의 쓰임을 민족지적 관점에서 보고한 왕한석 선생의 <친척 관련 속담의 민족지적 연구>, ‘말실수’를 분석한 구현정 선생의 <말실수의 유형 연구> 등이 주제 및 방법론적 관점에서 새롭다.
  <재일 한국인 1세의 한국어 ·일본어 혼용 실태에 대한 연구>(김정자)는 2001년에 나온 박사학위논문을 보완하여 간행한 것으로, 일본 오사카에 사는 한국인 1세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병용하는 현상을 분석하였다. 다룬 언어 자료가 ‘피진’이나 ‘크레올’ 과 같은 변이체는 아니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일본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언어 환경에서 일본어 요소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우리말에 섞어 쓰는 현상에 초점을 두고 언어 형식적인 면에서 논의를 전개하였다.
  <유머 텍스트의 사회 언어학적 연구>(한성일)도 박사학위논문의 일부를 확대한 것인데, ‘유머 텍스트’가 해학적 고전 설화의 내용과 표현 방식을 계승·발전시킨 것임을 확인하고 두 유형의 텍스트에서 인물과 소재가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하였다l. 인물 면에서 부패한 정치인이나 성직자들에 대한 풍자가 공통적으로 많았고 현대에는 의사, 판사, 연예인들이 새로운 우월 집단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소재 면에서는 금기와 관련된 것이 많고, 특히 현대 자료에는 성과 관련된 것이 많은데 이것은 억압된 쾌락 욕망을 분출하려는 데서 나온 결과로 보았다. 엄정한 사회언어학적 방법을 통하여 ‘유머 텍스트’에서 보이는 언어와 사회의 관계를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연구 영역의 확대 면에서 가치가 있는 연구라 생각된다 l.
  <친척 관련 속담의 민족지적 연구>(왕한석)는 경남 함양의 개평리에서 수집한 친척 관련 속담 40개를 주제별로 제시하고 그 의미를 문화적 맥락에서 기술하였다. 특정 언어공동체의 속담들을 그것이 쓰이는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다룬 점에서 주목된다. 그런데 현지 조사에서 채록한 속담이 60개이고 그 가운데서 40개가 친척 속담이며, 이 지역에서 속담의 사용 빈도가 매우 낮다고 하면서, ‘고사성어’나 ‘경서 상의 중요 구절들’이 속담의 빈자리를 메웠을 것이라 해석한 점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연구자가 조사지에서 주로 조사한 것이 친척 호칭어 등의 경어법이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속담이 연구자의 관심을 받은 결과 내용 갈래 면에서 심한 불균형이 보이고, 또 호칭어에 초점이 놓인 조사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속담 자체의 사용에 큰 관심을 쏟지 못하여 속담의 양이 적은 것이 아닐까 한다. 조사지에서만 쓰이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쓰이는 모든 속담을 조사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말실수의 유형 연구>(구현정)는 ‘말실수’의 개념을 정의한 다음 그 유형을 ‘인지적 말실수’와 ‘용적 말실수’로 나누어 각각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이다. 말실수를 분석한 연구가 거의 없는 정에서 이 분야의 후속 연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의의가 있다. 그렇지만 용어 사용에서 몇 가지 문제가 보인다. ‘인지적 말실수’과 ‘화용적 말실수’가 대립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들 용어의 뜻과 관계가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았다. ‘인지적 말실수’의 하위 유형으로 ‘순차적,구조적, 문법적, 어휘적’ 네 가지를 두었는데 분류 기준에서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문법적, 어휘적 말실수가 있으면 음운적 말실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순차적, 구조적 말실수는 대부분 음소나 음절의 발음과 관련된 경우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를 음운적 말실수로 묶고 다시 하위 분류하는 것이 좋겠다.


  4. 맺음말

  2002년도에 나온 방언학과 사회언어학 분야의 연구 성과들을 검토한 결과 몇 가지 중요한 경향이 보인다. 첫째, 사회언어학적 연구가 일반 방언학 연구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양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사회언어학 연구에서는 세부 주제에 대한 집중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사회와 언어의 모습을 긴밀하게 관련지어 연구하려는 적극적 관심이 높은 결과라 하겠다.
  둘째, 사회언어학의 경우 연구 주제가 다양화되고 있음이 뚜렷하다. 음운 현상이나 경어법과 같이 이전부터 활발히 연구되던 분야는 물론이고 새롭게 인터넷 통신 언어, 매체 언어, 국어 정책, 대화 전략 등의 분야들이 활발히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통신 언어의 경우 사회언어학 분야 가운데서도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국어학계에서 사회언어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연구자가 그 필요성에 비하여 아직은 너무 적고, 나와 있는 연구 결과 가운데서도 자료 조사나 해석에서 정확성, 엄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문제이다. 사회언어학이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방언학에서 조사 대상 지역의 확대가 눈에 띈다. 남한 안에서의 방언 연구에서 벗어나 북한 지역의 방언, 중국이나 일본 동포들이 쓰는 말들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연구 방법의 체계성이나 정밀한 자료 조사, 자료 해석의 정확성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문제가 보였다. 일반 방언학 전공의 연구자들이 사회언어학적 방법을 채용하면서 그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자료를 해석하거나 관련 연구들을 제대로 참조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방언학과 사회언어학 사이의 전공 벽 허물기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넷째, 1차 자료를 이용한 2차 연구가 늘어났다. 기존에 이루어진 믿을 수 있는 방언 조사나 그것을 분석한 결과들이 많이 축적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음운, 문법, 어휘적 특성을 새롭게 살피거나 그 지리적 분포를 해석하는 연구들이 늘어났다. 방언학 연구의 성과들이 쌓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지만 연구자의 편의만 생각한 2차 연구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다른 연구자나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를 무임승차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추가 조사를 통하여 이전 자료의 정확성을 검증하거나 새롭게 조사한 자료와 비교하는 작업이 있어야 충분한 연구 의의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