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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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형태론
고 재 설 / 우 석 대
  1. 머리말

  많은 시간을 자료 구하는 일에 썼으나, 단행본 가운데는 절판된 것도 있었고 학위 논문들도 구하지 못한 것이 많다. 결국 구한 것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도 허용된 시간 안에 모두를 꼼꼼히 읽고 집필한다는 것은 출발에서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되도록 많은 업적을 검토하되, 가능한 범위 안에서 몇몇 업적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다. “논저 목록을 나열하는 방식을 지양하시고 주요 논저를 중심으로 흐름을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연구원의 요청도 이런 태도를 부분적으로 합리화해줄 듯이 여겨졌다. 그런데, ‘흐름의 정리’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몇 쟁점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 주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각자 서로 다른 이론적 토대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제안을 이어가는 형태론 연구의 현황이 큰 요인일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것들은 간략히 언급하는 정도로만 한 것도 있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언급조차 하지 못한 업적들도 많아졌다. 특히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단행본과, 이전에 나온 학위 논문을 약간 수정하여 단행본으로 재출간한 것들, 또 이미 여러 곳에 발표된 논문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들도 있었는데, 이들에 대한 검토는 불가능하거나, 생략하기로 하였다. 또한 전산처리에 관한 논의들도 생략하기로 하였다. 어쨌든 다양한 연구 주제를 주요 논저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데에는 집필자의 편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모든 역사는 편견이라니까, 피할 수 없는 것이리라. 시간과 자료, 그리고 지면과 집필 주안점 등의 여러 조건이 어우러진 사정에 대하여 널리 양해를 구한다.
  형태론 연구의 동향에 대한 이전의 글들이 몇 가지 방식으로 발표되었는데, 여기에서는 논저의 발표 형식과는 무관하게 다음과 같이 주제별로 나누어 2002년의 동향을 살피기로 한다. 즉, 일반론, 단어 형성, 굴절, 문법화/사적 연구, 개별 형식의 순으로. 어느 부문에 넣어야 할지 애매한 것들과 동일 분야 연구 업적들의 순서에 대해서는 필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다.


  2. 일반론:연구사, 개념, 기타 형태론 일반에 관한 연구들

  2002년에 두드러진 것은 아직까지의 형태론의 연구사를 정리하거나 더 나아가서 앞으로의 연구 과제를 전망까지 하는 논의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여러 영역별로 연구사가 정리된 일들이 꾸준히 있어왔으나, 이번에는 특히 많았다. 구본관의 “형태론의 연구사”, “형태 연구 50년”, “조어 능력과 조어법 연구 방법론”, 김영욱의 “역사형태론의 전망과 과제”, 송원용의 “인지 형태론의 과제와 전망”, 시정곤의 “현대 형태론의 과제와 전망”, “형태론 연구의 현황과 과제”, 임동훈의 “한국어 조사 연구의 현황과 전망”, 최동주의 “국어 어미 연구의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이 그런 업적들이다. 이처럼 연구사에 대한 업적이 여러 편 발표된 것은 새로운 이론 체계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앞으로의 연구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 가치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내용이 여러 편에 중복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각각의 내용에 대한 검토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음으로, 형태론과 관련된 개념들에 대한 검토가 여러 편 있었다. 송원용의 “형태론과 공시태·통시태”에서는 공시태와 통시태의 개념 구분의 문제를 언급하며, 특히 그 공시태라는 것이 거시적·사회적 차원에서 규정된 것이나, 이를 미시·심리적 차원에서 다시 정리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형태론과 관련해서 단어 형성 과정은 통시태로서 통시적 과정으로, 어휘부는 공시태로서 공시적 대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볼 때, 단어형성 과정은 통시적 과정이며, 규칙보다는 유추로써 설명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이혁화의 “교체에 대하여”에서는 교체라는 개념의 쓰임을 고찰하고, 그것이 이형태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 규칙적 교체와 불규칙적 교체, 자동적 교체와 비자동적 교체, 음운론적으로 조건된 교체와 형태론적으로 조건된 교체 등의 여러 개념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도식화하였다.
  김유범의 “이형태란 도대체 무엇인가?”에서는 이형태들이 항상 상보적 분포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과 이형태의 형성에 음운 규칙이 보편적인 기제가 되는 것을 보이고, 이형태들이 표기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살핀 다음, 이형태의 유형 분류 등을 논하고 있다.
  최형용의 “어근과 어기에 대하여”에서는 ‘어근’이란 분석 위주의 관점의 용어이며, ‘어기’는 단어 형성과 문장 형성에서 층위의 혼동을 일으키는 용어이므로 이들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으나, 구체적인 대안의 제시에까지 이르지는 못하였다. 동일 필자의 “형태소와 어소 재론”에서는 ‘형태소’란 분석의 결과로 생겨난 개념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도 ‘어소’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며, 여전히 필요한 것이라고 하였다.
  김창섭의 “경동사 ‘하다’의 두 가지 보어”는 동일 필자의 전년도 논문에서 제안된 ‘어근구’라는 개념을 옹호하기 위하여 연구된 것인데, ‘X하다’와 ‘X를 하다’의 문법적 특징을 기술하고자 하였다. 먼저 양자의 X가 부사절에서의 ‘하-’의 생략, X의 ‘와/과’ 접속, X의 ‘X라는 것’으로의 대치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밝히고, 따라서 전자는 [어근구 + 접미경동사]이며 후자는 [명사구 + 타동경동사]라고 주장하였다. 이어서 ‘X하다’의 X의 범주를 살피고, ‘X하다’는 파생적 성격과 통사적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X를 하다’의 X는 일반 명사구와도 다르다는 점을 경동사 ‘하다’와 중동사 ‘하다’를 대상으로 하여 ‘중이다’, ‘바라다’ 구문을 통해 증명하고자 하였는데, 경동사 ‘하다’는 ‘중이다’와 ‘바람’의 앞에서 생략될 수 있으나 중동사 ‘하다’는 생략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논의는 최소한 두 가지 주장을 포함하게 된다. 즉, ‘하다’와 관계되는 구성은 [어근구 + 접미경동사](‘공부하다, 깨끗하다, 비가 올 듯하다’ 등), [명사구 + 타동경동사](‘공부를 하다’), 그리고 [명사구 + 중동사](‘머리를 하다’)의 세 가지 구성이 존재하게 되므로, 첫째, ‘하다’와 관련해서 그것을 접미경동사, 타동경동사, 그리고 중동사로 나누게 된다. 그런데 경동사 논의가 아직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거니와, 그런 경동사를 다시 접미경동사(일종의 접미사로 보인다.)와 타동경동사(결과적으로 타동사를 만드는 경동사인지, 아니면 원래 타동성을 가지는 경동사인지 이 논문에서는 명확하지 않은데, 후자로 보인다.)로 나누는 것이 타당한가가 더욱 고찰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어근의 개념을 확대하여, ‘비가 올 듯’과 같은 구적인 성분도 포괄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주장은 결국 ‘통사적 파생’이라고 불리는 현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하다’도 통사적 파생의 접사가 되는 셈이다.
  시정곤의 “단어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단어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였다. 즉, ‘철수가’와 같은 굴절은 통사부에서 일어나는 형태론적 현상인데, ‘단어’란 발화상의 자립성을 토대로 이해되어야 하는 개념이므로 ‘철수가’와 같은 굴절형태를 단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된 ‘누가 갔니?’에 대한 적격한 대답이 ‘내가.’와 같은 굴절형일 뿐 ‘나.’와 같은 비굴절형이 아니라는 주장이 동의하기 어렵다. ‘이것이 누구의 책이니?’와 같은 의문문에 대한 대답으로는 ‘나.’ 또는 ‘저요.’와 같은 형은 적격한 반면 굴절형인 ‘나의.’ 또는 ‘저의요.’는 명백히 부적격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여러 기본적 개념들에 대한 반성이 잇따르는 것은, 단어 형성론에 대한 논의가 다양화하면서, 과거에는 별로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던 언어 형식들에 대한 탐구가 깊어지고 이에 라 과거에 정립된 여러 개념들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에 따르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성공적인가에는 아직 의문이 따른다. 특히 단어의 개념, 국어에서의 어근의 개념 등에 대하여는 아직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기남의 <국어 비자립 어근의 통사부 도출에 대한 연구>에서는 ‘따뜻’, ‘얼쩡’, ‘살랑’ 등의 어근이 통사부에 등장할 수 있는 원인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새로 가정해야 한다는 점(형태부 접합면을 설정하고, 비자립어근의 범주자질은 [+N]뿐이라고 설정하고, 격조사는 자체로 [+N, -V]의 자질을 갖는 반면 보조사는 그렇지 않고, 모든 보조사의 근본적 기능은 주제화여서 보조사 결합체는 형태부 접합면에서 그냥 통과되고, 등등)에서 더욱 다듬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목정수의 “한국어 관형사와 형용사 범주에 대한 연구­체계적 품사론을 위하여­”에서는 관형사라는 범주를 형용사의 일종으로 통합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호정은의 “의존명사의 결합관계 연구­의존명사와 접미사의 구별을 중심으로­”에서는 의존명사의 선행요소의 형식을 검토하고, 접미사와 의존명사의 차이점을 살핀 뒤에,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오는 요소와 명사구 뒤에 오는 요소들을 의존명사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김인균의 “국어 명사의 의미 특성과 분류”에서는 명사는 사물의 속성을 통칭적으로 지시하는 특성을 가지는 형태·통사 단위인데, 형태 단위로서 어형성에 참여하여 내포적 의미만을 나타낼 수도 있고, 통사 단위로서 외연적인 의미를 나타내거나 또는 내포적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명사류의 분류를 시도하였다.
  강범모의 “술어 명사의 의미 구조”에서는, 술어명사를 판별할 기준을 찾고자 하였는데, ‘-케, -토록’의 결합 가능성, ‘하다’ 기능 동사 결합, 명사문의 가능성, ‘중’ 구문, ‘언제나 ~ 이다’ 등이 그 기준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술어 명사의 타입 의미 구조를 살피고, 몇 가지 술어 명사의 사건구조와 논항구조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홍사만의 『 국어 특수조사 신연구』는 특수조사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업적이다. 제1편 특수조사의 특질론에서는 명칭과 범주, 하위분류, 분포, 그리고 기능과 범주상의 동요를 다루고, 제2편에서는 ‘는’, ‘도’, ‘만’, ‘나’, ‘야’, ‘라도’, ‘까지, 조차, 마저’ 등의 특수조사들의 각각 하나씩의 장을 할애하여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3. 단어형성

  단어형성론에 대한 논의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활발히 이루어졌다. 여기에서는 전반적인 범위에 걸치는 것에서부터 파생법, 합성법, 연어/관용구/상용어구/상당어/기타, 한자어에 대한 것의 순서로 검토하고자 한다. 술어 사용의 문제에서 혼란이 따르는 것이 합성어와 복합어인데, 이 글에서는 학교문법의 용어를 따라 복합어를 complex의 뜻으로, 합성어를 compound의 뜻으로 사용하기로 한다. 따라서 각각의 연구물들에서 (특히 제목에) 사용된 술어와 이 글에서의 술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 둔다.

  3.1. 전반적인 것

  단어 형성 전반에 관한 논의에서는 최근에 대두된 유추론을 주장하는 논문들이 주목을 끈다. 송원용의 <국어 어휘부와 단어 형성 체계에 대한 연구>에서는 생성이론에서의 단어형성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단어의 형성에 대해서는 과잉생성의 문제점을 갖는다는 것과, 또한 어휘부의 구조와 내용이 깊이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단어 어기 가설과 최대 등재의 입장(굴절형이 어휘부에 존재한다는 견해)을 전제할 때에 단어형성 규칙은 잉여적이며 분석 도구의 역할을 할 뿐이므로, 이를 유추적 단어 형성론으로 대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어휘부는 이중적 구조를 가진 것으로 상정하고, 단어 형성 체계로는 유추적 방법(합성, 파생, 의사 파생)을 통한 것과 비유추적 방법(통사구성형 고유명사, 통사부 합성어, 임시어)을 통한 것이 있다고 보았다.
  최형용의 <국어 단어의 형태·통사론적 연구­통사적 결합어를 중심으로­>에서는 단어를 음운론적 단어, 어휘론적 단어, 문법적 단어로 먼저 크게 분류한 뒤, 어휘적 단어를 단일어와 복합어로 나누고, 복합어를 다시 파생어, 합성어, 통사적 결합어(체언이나 용언의 어간에 조사나 어미가 결합한 결합체)로 세분하여, 특히 통사적 결합어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것으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의 구성을 하나의 단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규칙에 의한 단어의 형성보다는 유추에 의한 단어의 형성이 더욱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유추적 단어 형성론을 주장하는 논의들이 최근에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논문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유추의 기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 유추론이 언급할 수 없다는 점은 계속 약점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유추의 기반을 형성하기 위한 생산성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 즉, 구체적인 자료의 분석에서는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송원용에서는, 예를 들어, ‘비디오방’이 ‘책방, 노래방, 놀이방, 빨래방’ 등을 유추하여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들 가운데 ‘책방’을 제외한 ‘노래방, 놀이방, 빨래방’ 등이 모두 최근에 (필자의 기억으로는 80년대 후반쯤) 형성된 것들인데, 그것들이 왜 ‘책방’을 유추하게 되었는지가 적절히 설명되지 못하는 것이다(‘방’으로 끝나는, 그래서 ‘노래방, 놀이방, 빨래방’ 등의 형성에 유추의 기반이 될 만한 과거의 단어로 얼핏 생각나는 것은 ‘책방, 만화방, 구둣방’ 정도에 그친다. 유추의 기반이 될 절대적인 수가 매우 적고, 이들 각각에서의 ‘방’의 의미도 서로 다르다. ‘책방’은 ‘파는 곳’이고, ‘만화방’은 ‘빌려주거나 보게 해 주는 곳’이며, ‘구둣방’은 ‘고쳐주는 곳’인데, 반면에 ‘노래방, 놀이방, 빨래방’은 파는 곳도, 빌려주는 곳도, 고쳐주는 곳도 아니고, ‘비디오방’만이 ‘만화방’처럼 주로 빌려주는 곳이다).
  그렇더라도 유추론이 규칙론에서 잘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점들을 단어 형성론의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공헌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규칙론은 규칙화하기 쉬운 일부 유형의 예들에 대하여는 비교적 잘 설명할 수 있으나, 다양한 모든 예들에 대하여 그러지는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제는 어떤 유형의 예들을 규칙으로 설명하고, 어떤 유형의 예들을 유추로써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유추의 기반과 동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탐구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되는 이진호의 “화석화된 활용형에 대하여”는 단어형성 전반을 다룬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다루기로 한다. 이 연구에서는 ‘퍼도, 퍼서’, ‘몰라서, 굴러서’, ‘아오며, 아옵고, 아오’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활용에서의 음운론적 불규칙성를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이들이 이전 시기의 언어의 흔적으로서, 활용형이 어휘부에 그대로 등재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굴절형이 어휘부에 존재한다는 여러 주장들 (송원용, 최형용, 이진호)은 뒤에서 보게 될 이선영의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송원용의 ‘완전 등재 입장’은 전제된 것일 뿐 입증된 것은 아니며, 최형용에서 논의된 조사 또는 어미가 결합된 ‘통사적 결합어’들이 복합어로서 단어의 자격를 갖는다고 보더라도, 그 연구에서 주로 다루어진 것들은 대부분이 화석화된 것들일 뿐(이 점에서 이진호의 연구와 동일하다), 명사 ‘밥’의 모든 격변화형과 동사 ‘먹-’의 모든 굴절형들이 어휘부에 하나의 단위로 등재된다고 보기에는, 그 변화형들의 종류와 수가 너무 많고, 또한 대부분의 명사와 동사들에서 너무나 규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선영의 주장대로 용언의 어간이 독자적으로 단어 형성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어휘부에 어미와는 유리된 채로 저장되어 있어야 하고, 이는 곧 어미들도 또한 어간과 유리된 채로 저장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하므로, 완전등재 입장은 재고의 여지가 남는 것이다.
  채현식의 “형태론에서의 논항 충족과 논항 전수”에서는 ‘먹이’처럼 동사로부터 파생된 명사 또는 ‘구두닦이’처럼 [명사 + 동사] 구성에 접미사가 결합하여 형성된 명사들에서 그 후행의 파생 접사들이 전접한 동사 ‘먹-’이나 ‘닦-’의 논항으로 해석된다고 보고, 그런 동사들의 논항구조가 단어 전체로 전수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였다. 즉, 동사파생에서는 어기의 논항구조가 파생어 전체로 전수되는 경우와 전수되지 못하는 경우가 불규칙적이나, 명사파생에서는, 접미사 ‘-기, -음, -이, -개’로써 파생된 단어들을 관찰할 때에, 이들이 동작명사를 파생시킬 경우에는 논항구조가 단어 전체로 전이되고, 사물명사를 파생시킬 경우에는 전수되지 않으며, 척도 명사를 파생시킬 경우에는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접미사가 어기인 동사의 논항으로 해석된다는 주장이 선뜻 수긍되지 않는다. ‘먹이’의 ‘-이’가 ‘먹-’의 대상역을 충족시키는 논항이고, ‘젖먹이’의 ‘-이’가 ‘먹-’의 행위자역을 충족시키는 논항이라면, ‘놀이’의 ‘-이’는 왜 행위자역을 충족시키는 논항으로 해석될 수 없는지가 설명되어야 할 것인데, 그 일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구두닦이’의 ‘-이’도 그것이 사람의 의미를 가질 때는 행위자역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보더라도, 일/행위의 의미를 가질 때의 ‘-이’는 대상역이나 행위자역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없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황화상의 “문법 층위의 비대칭성에 대하여”에서는 새로운 단어의 형성이란 새로운 개념을 가리킬 의미상의 필요성이 먼저 생긴 다음에 그에 알맞는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렇게 볼 때에 의미부의 결과가 형태부에 어떻게 반영되는가의 문제를 살핀 것이다. 여기에서는 ‘해돋이’가 의미상으로는 [[해 돋-] -이]의 구조이나 형태상으로는 [해 [돋이]]여서 의미구조와 형태구조 사이에 비대칭성을 보인다고 보고, 또한 ‘훌륭한 학생이다’가 형태상으로는 [훌륭한 [학생-이다]]의 구조이나 통사상으로는 [[훌륭한 학생]-이다]의 구조이어서 형태구조와 통사구조 사이에 비대칭성을 보인다고 보고, 이를 극복할 방안을 탐구하였다. 그러나 논의의 과정에 문제점도 보이는데, 예로 제시된 ‘산사람’의 경우라면, “모든 ‘사람’이란 ‘특정한 장소에 사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그 ‘산’이 사는 장소를 나타내는 의미를 추론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마을사람’, ‘집사람’ 등은 설명할 수 있을지라도 ‘외국사람’이 ‘외국에서 사는 사람’뿐 아니라 ‘외국에서 온 사람’ 또는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 등을 뜻할 수 있고, ‘뱃사람’이 ‘배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직업적으로 배를 타고 다니며 활동하는 사람’ 정도의 뜻을 갖는 것 등에 대하여는 설명하지 못하게 되는 것 등이다. 또한 모든 단어의 형성이 반드시 의미상의 필요성이 먼저 생긴 다음에 그에 알맞은 형태를 부여하는 것인지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김진형의 “신어의 형성과 사용의 화용론”에서는 새로운 단어의 형성에 화용론적 동기가 작용하는 것들을 고찰하였는데, ‘발굴가, 과학水, 異父동생, 減算點, 敎養女’ 등이 모두 임시어의 속성을 갖는 것으로, 이들의 형성에 화용론적 동기가 작용한다고 보고, 이처럼 화용론적 동기에 의하여 접사의 적용 영역이 확장되거나 또는 새로운 접사가 등장하는 것(일본통, 경제통, 불교통; 오렌지족, 폭주족; 고딩, 중딩, 초딩, 대딩, 직딩 등)을 확인하고, 기존의 어휘가 임시적으로 분해되어 새롭게 결합하는 예들([일 + 요일] => [일요 + 특선])을 확인하여, 이처럼 화용적 동기에 의하여 새로운 임시어가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광호의 “척도명사 형성과 관련된 몇 문제”에서는 몇몇의 척도명사를 고찰함으로써 ‘난이도’는 척도명사가 아닌데도 척도명사로 쓰인다고 보고, 그것은 언중이 ‘-도’ 때문에 잘못 파악하였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한 척도명사들 가운데는 정도성이 작은 쪽을 어기로 삼아 형성되는 것들도 있는데, 이것이 특수한 환경에 따라 주어진 문맥에서는 정당할 수 있음을 보이고, 따라서 합성 명사의 생성과 해석이 화용적인 사용 맥락을 고려하며 이루어지는 것임을 보였다. 또한 척도명사들이 그 의미의 중립성을 지키지 않는 경우로 ‘키높이 구두’ 등을 들 수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된다고 하였다.
  위의 두 연구는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는 원인 /방법으로서 화용적 동기를 주장하는데, 이는 규칙 또는 유추로써 단어의 형성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각도에서 단어 형성의 기제를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특히 김진형에서의 논의의 대상이 된 것처럼 임시적으로 형성되는 단어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단어 형성의 창조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보면, 이처럼 단어의 형성에 간여하는 화용적 동기/맥락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위의 <인칭명사형성과 인칭명사화 연구>에서는 인칭명사가 아닌 명사들이 [사람]의 의미자질을 획득하는 인칭명사화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여기에는 접미사에 의한 파생으로써 인칭명사를 형성하는 방법이 놀라운 생산성을 보여준다는 것과, 그밖에 동작성이나 상태성의 명사가 인칭명사화하는 전환, 또는 환유와 은유에 의한 인칭명사화 등을 논의하였다.

  3.2. 파생법

  여기에서도 먼저 파생법 일반에 관한 것부터 개별 접사들의 특징에 대한 것으로 차례로 보기로 한다. 구본관의 “파생어 형성과 의미”에서는 파생어의 의미는 어기의 의미와 접사의 의미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의 개입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의미 기술의 방법을 제안하였다. 또한 파생 규칙에서 단일 어기 가설을 위반하는 예들이 많은데, 그처럼 위반이 가능한 것들은 대체로 어기의 통사 범주보다는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또한 그런 접사들은 문법적 의미보다 어휘적 의미를 강하게 띠는 경우가 많다고 보았다. 즉, 어기와 접사의 의미가 파생어 형성의 가장 중요한 원리라고 보았다. 이런 주장과 연관되는 동일 필자의 다른 논문 “단일어기 가설과 파생 규칙”에서는 단일어기 가설의 단일성이 어기의 품사범주의 단일성이 아니라 어기의 통사 범주, 하위범주, 의미자질, 고유자질 등의 단일성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등의 하위범주 자질을 새롭게 수정하여야 하는데, 그러더라도 이 가설에는 예외가 많이 남으므로 결국 이 가설은 규칙이라기보다는 경향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현희의 <국어 명사형성 접미사의 결합양상과 의미기능 연구>에서는 명사형성 접미사들의 다양한 결합 양상을 살핀 후, 파생어에서 어기가 의미핵인 반면 접사는 구조핵일 뿐이어서 파생어의 전체 의미를 결정해 주는 것은 접사가 아니라 어근이라고 주장하면서, 의미핵을 중심으로 한 파생어 분석을 시도하였다.
  황화상의 “국어 접사의 기능과 형태 범주­복합어 내부의 개재 접사를 중심으로­”에서는 ‘-은, -는, -을’, ‘-이, -음, -기, -개’, ‘-의, -에(엣)’, ‘-어, -고’, ‘-로, -에’ 등은 파생접사도 아니고 굴절접사도 아니며, 통사부에서의 단어 형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갈림길, 참을성, 넘어뜨리다, 달아매다’ 등을 설명할 수 없고, 어휘부에서의 단어 형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개재 접사의 이유와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접사는 단지 접사일 뿐, 그것이 본질적으로 파생접사와 굴절접사, 어휘접사와 통사접사의 구분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논의의 세부적인 과정에는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나, ‘-음’과 ‘-기’, ‘-답1-’과 ‘-답2-’ 등에서 보이는 대로 파생접사와 굴절어미, 어간에 결합하는 접사와 구에 결합하는 접사 등이 오랫동안 논란이 거듭되면서도 명쾌한 설명 방법이 찾아지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방면으로의 연구도 더욱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변영수의 “고유어 접두사의 의미 양상”에서는 접두사들 사이의 의미적 관련성을 찾고 의미 양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정애의 “국어 고유어 접두사의 의미 연구”에서는 ‘개’와 ‘개-’, ‘돌’과 ‘돌-’, ‘들’과 ‘들-’, ‘알’과 ‘알-’처럼 원래의 단어와 동일한 형태인 접두사들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여 추상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가를 고찰하였다.
  서은아의 “풀이씨 이름법 씨끝 ‘-음, -기’의 변화 양상”에서는 ‘-음’과 ‘-기’의 분포를 살펴 그들 사이의 변화의 방향을 살피고, ‘-음’에서 ‘-음’으로 이어진 것, ‘-음’에서 ‘-기’와 혼란을 겪다가 ‘-음’으로 안정된 것, 혼란기 이후에 ‘-기’로 선택된 것이 있다고 하였다.
  이양혜의 『한국어 파생명사 사전』은 국어의 파생명사만을 모아 엮은 특수 사전인데, 접두파생명사편과 접미파생명사편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파생접사와 함께 그 뜻과 관련 사항, 그리고 사용 예를 제시하였다. 자료는 남한과 북한의 대사전들, 기존의 여러 논문들, 그리고 소설과 출판물 등에 수록된 것을 대상으로 하였다고만 밝히고 있다. 접사 설정이나 파생어와 합성어 구분 등은 동일 필자의 기준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동일 필자의 “한국어 파생명사의 재분류와 목록화­명사 파생 접두사 설정을 위해­”는 위의 사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드러난 문제점들을 논의한 것인데, 남북한의 6개 대사전을 조사하여 접두사 설정에 혼란이 야기되는 형태소들을 비교하고 또한 그 접두사들이 파생명사를 형성하는 빈도수를 조사한 것으로, 이를 통하여 구 구조가 합성어로, 다시 그 선행 요소가 접두사로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3.3. 합성법

  이선영의 <국어의 어간복합어에 대한 통시적 연구>에서는 용언의 어간이 다른 용언이나 명사와 직접 결합하여 형성된 합성어들의 어휘 자료를 시기별로 정리하고 그 특성과 변화상을 고찰하였다. 그 결과 어간 합성어는 현대 국어에서도 여전히 생성되는데, 특히 합성 형용사와 합성 명사는 현대 국어에서 더욱 활발히 생성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통하여 국어의 용언의 어간은 의존적 유리성을 가지며, 어휘부에 어미와 따로 저장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용언의 ‘어간 + 어간’ 형식의 합성어 형성이 현대 국어에서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기존의 학설이 잘못임을 자료를 통해 증명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일이다. 또한 용언의 어간이 어미와 별도로 어휘부에 저장된다는 주장이 송원용, 최형용, 이진식 등의 굴절형이 어휘부에 저장된다는 주장과 충돌하게 된다는 점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대로이다.
  박정섭의 “속격 및 명사 병치 구성에 관한 연구­한국어와 불어를 중심으로­”에서는 국어에서의 명사 병치 구성이 이루어지는 방법으로 명사구 안에서도 포합(incorporation)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구본관의 “‘동사 어간 + 아/어 + 동사어간’ 합성동사 형성의 원리”에서는 [V + -아/어- + V] 형의 합성동사가 왜 많이 형성되는가를 밝히고자 하였는데, 이 구성에서의 ‘-아/어-’의 기본 의미는 [완료]인 듯하며, 이에서 파생된 [계기], [방법]의 의미를 갖는 구성이 쉽게 합성동사로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왜 그렇게 쉽게 되는지에 대한 더욱 깊은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김성주의 “‘-시키-’ 동사의 유형과 국어의 사동문”에서는 ‘-시키-’ 동사의 성립 양상을 ‘-하-’ 동사에 기대어 살피고, 그 유형을 ‘구경시키다’류, ‘자극시키다’류, ‘녹음시키다’류로 나눈 다음, 사동문의 조건으로 의미 조건과 형식 조건을 제시하고, 그 조건들에 따라 ‘구경시키다’류가 전형적인 사동문일 뿐 나머지 두 류는 전형적인 사동문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자극시키다’류에 대하여, 그 ‘자극’ 등의 명사가 사동의 의미를 가지면 ‘-시키-’가 결합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아, 결국 서술성 명사 자체에 대한 천착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장경준의 “‘-어(>하)- 통합 현상과 관련한 몇 가지 문제”에서는 그 구성들이 드러내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논의되었으나, 해결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3.4. 연어, 상용어구, 상당어, 고유명

  단어와 단어가 결합한 형식은 전통적으로 합성어로 다루거나 아니면 구로 다루어 통사론에서 다루던 것인데, 최근에는 이들의 다양한 하위 부류에 대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국어학회 발표 원고들이 보완되어 발표되었는데, 임홍빈의 “한국어 연어의 개념과 그 통사·의미적 성격”에서는 연어의 개념 규정을 위하여, 먼저 단어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언어 표현을 그 공기 관계의 설명이 가능한 자유 표현과 설명이 잘 안 되는 고정 표현으로 나눌 때, 연어란 관용 표현과 함께 고정 표현을 이루는 것인데, 어휘소와 어휘소 사이의 이항적인 우연적 의존 관계로 성격지을 수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따라 ‘결정을 내리다’와 같은 구성에서는 ‘결정’이 ‘내리다’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일반 통사적 구성인 ‘밥을 먹다’나 또는 ‘비행기를 태우다’같은 관용구와 구별된다고 보았다. 또한 이런 규정을 토대로 연어핵과 연어변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노마 히데키의 “한국어 단어 결합론의 심화를 위하여”에서는 “명명적인 의미를 가진 하나의 단어와, 그것을 수식하여 그 명명적인 의미를 한정하는 한 개 이상의 (명명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로 구성되어, 전체가 하나의 합성적인 명명적 기능을 나타내는 단위”라는 정의를 내세워 단어 결합(또는 연어)에 대하여 논하고 있는데, 결국 통사적인 구에 대한 논의인 것으로 보인다.
  정수진의 “국어 상용어구의 의미구성 연구”에서는 ‘눈코 뜰 새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처럼 특정한 의미 국면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표현의 일종으로서 관용성을 획득한 것을 ‘상용어구’라고 하고, 이들이 연어나 관용어구와 다른 차이점을 살핀 후, 그 의미 구성의 원리로서 은유와 환유가 작용한다고 주장하였다.
  김의수의 “언어단위로서의 상당어 설정 시고”에서는 ‘범주 정의에 있어 불확정성을 보이는 일군의 언어 단위’가 문법 전반에 걸쳐 폭넓게 분포하는데, 이들이 아직까지는 예외적인 것으로 간주되었으나, 이를 ‘상당어’라는 개념으로 묶어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체계와 사례를 연구하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양한 언어 단위들이 대상이 되는 만큼 어느 층위에서 다루어야 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송원용의 “문장형 고유명의 형태론”에서는 ‘서울은행’, ‘마누라 죽이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에 대하여 각각 단어형, 구형, 문장형 고유명이라고 명명하고, 이들도 단어형성론의 연구 대상이나, 이들 가운데 문장형 고유명은 유추로써는 형성 과정을 포착할 수 없으므로, 어휘화의 일종인 규약화로써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들 논의들은 70년부터 숙어 또는 관용구라는 이름으로 산발적으로 논의되던 자료들이 최근에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된 것을 반영하는데, 연구가 본격화하면서 단어들의 결합형들에도 여러 가지 서로 다른 부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되고, 그 각각의 결합형들에 대하여 어떻게 명명할 것인지, 또한 각 부류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관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같은 대상들은 그 구성의 방식은 통사론적이나 의미와 사용상의 특징은 형태론적 구성인 단어와 비슷한 면이 있으므로, 어치피 통사 이론과 형태 이론이 함께 동원되어야 설명될 수 있는 것이어서, 앞으로 이 두 분야의 이론에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필요성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3.5. 한자어

  앞 절의 단어 결합형들과 함께 한자어에 대한 연구도 최근에 활기를 띠기 시작한 분야인데, 금년에도 역시 몇 편의 업적이 나왔다. 김민영의 <한자어 형태소의 유형 분석에 관한 연구>에서는 한자어의 범위와 정의를 규정하고, 한자어 형태소의 분석 기준을 제시하고, 특히 비자립 한자어 형태소들의 유형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여기에서 한자어 형태소는 고유어 형태소와 유형이 다르고, 조어 방식도 고유어와 다르며, 따라서 한자어는 그 나름의 체계를 갖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다.
  성환갑의 “반의자 결합 한자어 연구 2”에서는 반의관계에 있는 두 한자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한자어 합성어들의 의미가 변화하는 유형을 7가지로 분류하고, 또한 글자들의 순서가 교체되어 의미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와 생기지 않는 경우들을 나누어 보았다.
  송민의 “개화기 신생 한자어 연구(2)”에서는 개화기의 신생 한자어들에 대하여 그것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용법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를 자료를 통하여 밝히고, 문자에 의한 차용어들의 목록도 작성하였다. 이로써 개화기에 이루어진 일본어의 간섭이 국어의 어휘 체계에 광범위하게 나타나 현대국어에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신중진의 “단음절 자립 한자어에 대하여”에서는 자립성이 있는 한자어 형태소를 329자로 목록화하고, 그들에서 음장이 변별적 기능을 함을 밝히고, 또한 이들의 유형을 완전 자립 형태소와 제한 자립 형태소로, 또한 전자를 다시 전형적인 것과 주변적인 것으로, 후자를 다시 전형적인 것과 완전 자립 형태소화한 것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음운·형태적 특징과 통사·의미적인 특징을 기술하였다.
  김인균의 “국어의 한자어 접두사 연구­국어사전 등재어를 중심으로­”에서는 한자어 접두사도 고유어와 동일한 체계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자어 접두사의 목록을 작성하고, 이들을 접두사로 설정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각 부류의 특성을 고찰하였다.
  김선효의 “‘-적’ 형의 통사적 범주와 의미”에서는 [한자어 + -的] 형에 대하여 고찰하였는데, 그 통사범주는 명사류에 포함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수식 의존성 명사(수식어 위치에만 실현되는 명사)’라는 범주로 부를 것을 제안하고, 또한 ‘-적’의 의미는 [근접성]과 [도식성]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4. 굴절

  굴절론은 전통적으로 형태론의 분야로 인정되었으나 최근에는 그 위치가 애매하게 되었다. 여전히 형태론의 하위 분야로 보기도 하고, 때로는 통사론의 대상으로 보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의미론에 속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시제, 상, 경어법의 체계에 대한 것들을 먼저 살피고, 다음으로 또한 개별 어미들에 대한 연구들을 선어말 어미와 어말 어미의 차례로 살피기로 한다.
  최동주의 “전기 근대국어의 시상체계에 대한 연구”에서는 현대 국어 관형절에서 시제 표현의 방법이 동사와 형용사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근대국어에서 일어난 변화라고 하며 종결형과 접속문 그리고 관형절에서의 근대국어 시기의 시제 체계를 밝혔다.
  박소영의 “한국어 시제 형태 ‘-었-’, ‘-었었-’ 새로보기­클라인(1994)의 시제 이론의 관점에서­”에서는 발화시와 사건시의 관계에서 시제 관계를 설정한 것은 라이헨 바흐(1947)의 시제 이론이었으나, 클라인(1994)에서는 발화시와 상황시 그리고 화제시의 세 축을 상정하여 시제와 상을 설명한다고 하며, 이 이론에 비추어 볼 때, ‘-었-’은 과거시제와 PERFECTIVE의 상적 의미를 가지며, ‘-었었-’은 발화시를 영역(화자가 한 덩어리로 인식하는 시간 구역) 밖에 위치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로부터 ‘-었-’과 ‘-었었-’의 많은 다른 기능들 가운데 어느 것이 두드러질 것인가가 설명 가능하다고 보았다.
  Song, Mean-Young의 “Predicate Types and the Tense Marker ‘-ess' in Korean”에서는 ‘-었-’을 과거 시제 표시의 기능을 갖는 것과 완료상 표시의 기능을 갖는 것의 두 형태소로 나뉘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송창선의 “미래 상황에서 쓰이는 ‘-었-’의 기능”에서는 미래의 부사어와 함께 쓰이는 ‘-었-’이 현재의 상태 또는 완료의 지속을 나타내는 기능을 갖는다고 주장하였다.
  무라타 히로시의 “현대 한국어의 상에 대하여”에서는 aspect는 문법 범주로서의 상이고, Aktionsart는 어휘 범주로서의 동작 양식이며, aspectuality는 기능·의미론적 범주로서의 상성이라고 개념을 정한 후에, 이를 토대로 한국어에는 상이라는 문법범주가 ‘일반상’과 ‘계속상’으로서 대립을 이루고 있는데, ‘한다’ 형이 일반상이고, ‘하고 있다’ 형과 ‘해 있다’ 형이 계속상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하기 시작하다’, ‘하는 중이다’ 형은 상이 아니라 동작양식일 뿐이며, ‘-았/었-’, ‘-았었/었었-’은 과거형일 뿐 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상의 개념이 논자에 따라 매우 다르게 인식되고 있는데, 참고가 될 만하다고 하겠다.
  이영민의 “완료 지속과 미완료 지속의 상 해석 원리”에서는 ‘-어 있-’ 구성과 완료 지속의 ‘-고 있-’ 구성의 결합제약인 ‘끝있는 자동사 제약’과 ‘재귀적 상황과 타동사’를 통합하여 [국시성]으로 일반화할 수 있으며, 이들 근거로 하여 이들 구성에서 완료 지속의 의미가 산출 가능한 이유를 동일한 기제를 통하여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홍윤기의 “처소 교차 구문의 해석과 상 역할”에서는 처소 교차 구문의 상황유형과 부분/전체 해석의 차이점을 살핀 뒤, ‘-를’ 논항이 무엇인가에 따라 부분적 해석과 전체적 해석이 나뉜다고 보고, 의미의 차이는 특정 논항에 연결되는 상 역할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동일 필자의 “상적 의미의 두 요소”에서는 상황유형이란 특정 상황의 내적인 시간 구조이고, 관점상이란 상황에 대한 화자의 관점이라고 보아, 상황유형과 상적 특성을 살핀 뒤에 상 보조용언들의 의미와 기능을 연구하였다.
  우창현의 “제주 방언 ‘-암시-’와 중앙어 ‘-고 있-’과의 상관성­제주 방언 ‘-암시-’를 중심으로­”에서는 ‘-암시-’를 하나의 상 형태로 전제하면서, 그 의미는 ‘동작 진행’과 ‘(상태변화) 지속’을 나타낸다고 주장하고, 이를 ‘-고 있-’과 비교하면, ‘진행’의 의미를 나타낸다는 점에서는 양자가 공통적이나, ‘결과 지속’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가, ‘(상태 변화) 지속’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는가, 다른 선어말어미들과의 결합 제약은 어떠한가, 기타 다른 특성들에서 차이점을 드러낸다고 보아, 결국 이들을 동일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대응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양영희의 “‘시’의 존대 대상”에서는 주체 존대의 ‘-시-’가 존대하는 대상이 경험주도 아니고, 청자도 아니며, 따라서 담화의 차원에서 존대의 대상을 찾아야 한다고 보아, 화제의 중심 인물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버님께, 강도가 빵을 주셨다’가 비문인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고영진의 “제주도 방언의 상대높임법의 형태론”에서는 이 방언의 상대높임의 형태소가 ‘-읍-’, ‘-수-’, ‘-으우/우-’라고 주장하며, 그것들의 형성 과정과 쓰임에서의 제약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한동완의 “제주 방언 청자 경어법과 형태원리”에서는, 청자 경어법이 ‘--’로써 한 단계 높아지고, ‘-습-’으로써 또 한 단계 더 높아지고, 문종결어미의 비실현으로 낮아진다는 청자 경어법 등급 결정의 형태 원리가 제주 방언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제주 방언의 ‘쇼체’ 어미는 ‘-우-’와 ‘-(으)ㅂ-’이 있는데, 전자는 ‘--’과 ‘--’의 결합형에서 발달한 것으로 등급이 높아지고, ‘-(으)ㅂ-’ 자체는 ‘-습-’이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결합된 ‘-(으)ㅂ네-’, ‘-(으)ㅂ데’ 형식 속에 ‘--’가 있으므로 등급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석주연의 “중세국어 인용문과 선어말 어미 ‘-오-’”에서는 선어말 어미 ‘-오-’는 화자가 문장의 주어일 때 개재하는 것이 전형적인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예외로 다루어졌던 예들을 고찰하였다. 즉, 그 예외들은 직접인용과 간접인용의 구별이 확연하지 않던 시기에, 때로는 서술 관점의 전이가 불완전하게 일어나서 생겨난 것이고, 이렇게 볼 때에 ‘주인이 므슴 차바 노닛가’ 같은 문장의 ‘-오-’는 청자의 관점에서 진술된 문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오-’가 피인용문의 원발화자와 관련되어 나타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현경의 “부사형 어미와 접속어미”에서는 접속과 내포는 유사한 것이며, 접속절은 부사절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아, 어말어미의 새로운 분류 체계를 제안하였다.


  5. 문법화, 사적 연구

  김용경의 “문법화의 단계성에 대한 고찰”에서는 문법화의 과정이 A → B → C와 같이 단선적 변화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A → {A, B, C} → C와 같이 다선적으로 설명되는 것이어야 함을 ‘--’, ‘-았-’, ‘-겠-’ 등의 형성 과정를 통해 밝히고 있다.
  김유범의 “한국어 음운과정의 형태론화에 대한 연구”에서는 음운과정이 변화하면서 형태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보고, 형태론화의 개념을 교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교체의 기제에까지 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전자의 예로 계사 뒤에서의 ‘ㄱ’의 탈락을, 후자의 예로 호격조사 ‘-야’에 투영된 ‘ㅣ’모음 순행동화를 들고 있다.
  김현의 “활용형의 재분석에 의한 재구조화와 불명추론”에서는 용언 어간의 재분석에 의한 재구조화가 유추가 아닌 불명추론(abduction)에 논리적 근거를 둔 현상임을 보이고, 변화의 개념을 정밀화하고자 하였다.
  이병기의 “색채명사의 발달”에서는 ‘검정’, ‘하양’,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채어가 최근의 문헌에까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그들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 것으로, ‘검다’에서 형성된 ‘거머다’ 등이 단일어휘로 재구조화된 후에 근대국어에서 ‘-앟/엏-’이 파생접사로 등장하여 ‘거멓다’ 형이 생겨나고, 그 어간 ‘거멓-’에 ‘-엉’이 결합하여 ‘거멍’, ‘하양’ 등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1910년대의 신소설에서 ‘노랑’이 처음 등장하였다고 한 것으로 보아, 20세기의 초반 무렵에 접미사 ‘-앙/엉’이 형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임석규의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한 곡용 어간의 재구조화”에서는 ‘치마’와 ‘치매’, ‘장가’와 ‘장개’ 등의 방언형을 자료로 하여 거기에 개재된 ‘-이’는 주격 조사 또는 서술격 조사의 화석인데, 그 구성 전체가 어간으로 재구조화된 것이며, 재구조화의 요인은 곡용의 패러다임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활용 어간의 재구조화에 대한 연구가 많았음에 비추어 곡용 어간의 재구조화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었다는 사정를 고려하면, 앞으로 연구가 더욱 필요한 분야라고 하겠다.
  송복승의 “‘듯’과 ‘듯이’의 발달에 대하여”에서는, ‘듯’은 관형절의 수식을 받으므로 자체로 명사적이나, [관형절 + 듯] 구성이 부사구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모순적 현상을 해명하기 위하여, 원래 명사였던 ‘듯’이 핵이동을 통하여 부사의 자질을 획득하고, 그처럼 문법화된 ‘듯’은 ‘듯하다’ 구성을 이룰 수 있게 되며, 문법화가 더욱 진행되면 접어 단계에 이르러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듯이’가 형성되거나 또는 자체로 관형절을 이끌면서 부사절을 이룰 수 있게 되고, 최종 단계에서는 ‘듯/듯이’가 어미화되어 ‘먹듯이’, ‘먹었듯이’ 등에서처럼 어간이나 선어말어미에 결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보았다.
  채영희의 “매인 이름씨 ‘뿐’의 문법화”에서는 ‘...... 부를 뿐이다’와 ‘말뿐이지 ......’에서의 두 ‘뿐’이 전자에서는 용언의 관형사형의 수식을 받으므로 의존명사이나 후자에서는 명사 뒤에 쓰였으므로 조사적인 기능을 갖는 것을, 매인 이름씨에서부터 토씨로의 변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고광모의 “명령법 어미 ‘-게’의 기원과 그 형성 과정”에서는 ‘-게’가 고소설에는 드물게 나타나고 신소설에서부터 활발하게 나타나는데, ‘-게여-’ > ‘-게여’ > ‘-게’의 과정으로 18세기 후반기에 형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고광모의 “‘-겠-’의 형성 과정과 그 의미의 발달”에서는 ‘-게엿-’ > ‘-게엿-’ > ‘-겠-’의 과정을 통하여 ‘-겠-’이 형성되었다고 보고, 또한 그 의미도 ‘작정’ > ‘예정’ > {예측, 예정}의 단계를 거쳐 다시 ‘예측’ > {예측, 가능}으로, ‘예정’ > {의도, 예정}으로 변화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범금희의 “{어 가지고}와 관련된 문법화 현상에 대하여(1)­{가지고}를 중심으로­”에서는 설화를 분석하여 {가지고}의 특성과 출현 양상을 고찰한 결과 ‘가지다’에서 문법화된 것을 확인하고, 그것이 [+보유]의 중심적 의미로 쓰인 경우, 의미가 변화되었으나 [+보유]의 이미를 유지하는 경우, 그리고 의미가 변화되어 [-보유]의 의미를 갖는 경우로 나누어 보았다. 또한 동일 필자의 “{어 가지고}와 관련된 문법화 현상에 대하여(2)­{어 가지고}와 {어서}를 중심으로­”에서는 ‘-어 가지고’와 ‘-어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고자 하였다.
  안주호의 “‘그리고’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는 ‘그러하-’에 ‘-고’가 연결되어 18세기에 ‘그리코’가 나타나다가, 19세기에 ‘그리코, 그리하고, 그러하고, 그러고’ 등이 드물게 접속의 기능을 갖고, 20세기에 접속의 ‘그리고’가 나타났다고 그 문법화의 과정을 추적하였다.
  유필재의 “‘뵙다’류 동사의 형태음운론”에서는 ‘뵈-’ + ‘--’이 하나의 어간으로 굳어서 ‘뵈다’로 재구조화되고, 다시 ‘뵈옵다’를 거쳐 현대국어의 ‘뵙다’로 이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이양혜의 “‘먹다’의 기능과 의미 변화”에서는 동사 ‘먹다’가 단일 서술동사(‘밥을 먹다’)에서 출발하여 복합 서술동사(‘구워먹다’, ‘깍아먹다’)로, 다시 구 구조 구성(‘까먹다’, ‘긁어먹다’)을 거쳐, 합성동사(‘부려먹다’, ‘속여먹다’)가 되거나 또는 보조동사(‘글러 먹다’, ‘생겨 먹다’) 등으로 변화해 가는 변화의 과정을 고찰하였다.
  장윤희의 “현대국어 ‘르-말음’ 용언의 형태사”에서는 현대국어의 ‘르-말음’ 용언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각 어간형의 형성 과정, 현재의 활용 유형, 그리고 각 활용 유형이 나타난 과정을 살폈다. 즉, 이들 어간에는 기원적인 ‘르-말음’형과 ‘ 、> ㅡ’의 음운 변화에 의한 것, 그리고 어간의 재분석에 의한 것이 있음을 밝히고, 이들의 활용 유형과 그 성립 과정을 밝혔다.
  황문환의 “현대국어 관형사의 어휘사적 고찰”에서는 현대 국어의 관형사 전반에 대하여 고찰하였는데, 이들을 체언에서 기원한 것, 용언의 관형사형에서 기원한 것, 한자어 관형사, 그리고 기원을 알기 어려운 것으로 나누어, 각각의 관형사들에 대하여 어휘사적 측면에서 형태, 통사, 의미상의 변화를 추적하였다.


  6. 개별 형식

  이현희의 “중세·근대 국어 형태론의 몇 문제”에서는 중세국어의 ‘-’과 ‘-’이 쌍형어간임을 확인하고, 또한 ‘--’과 ‘-시-’가 삽입되는 현상을 통해 문법형태들의 통합 층위가 입체적인 양상을 띠기도 한다는 사실, 그리고 조어법의 기술에서 성조에 대한 관찰이 중요함을 확인하였다.
  김정남의 “‘만하다’의 위상 정립을 위하여”에서는 ‘읽을 만하다’와 ‘크기가 손바닥만하다’의 ‘만하다’를 검토하여, 이들이 모두 통사론적으로 의존성을 갖는 하나의 형용사라고 보았다. 이들이 상보적 분포를 보이므로 하나의 형태소로 묶일 수 있고, 다시 활용의 양상, 의미, 그리고 통합 관계에서 모두 형용사로 보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관형사형 어미가 결합된 ‘읽을’ 등을 형용사 ‘만하다’의 주어 이외의 또 다른 보족어라고 본다는 데에는 의문이 든다. 용언의 관형형을 명사구와 평행한 것으로 보는 것이 현대국어에서 타당한 처리인가도 문제이거니와, ‘만하다’가 활용, 의미, 통합 관계에서 형용사적인 특성을 보이는 것은 그 ‘하-’ 때문인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다’의 품사론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김의수의 “형식동사 ‘이다’의 문법”과 “‘이다’ 재론”이 있는데, 모두 ‘이다’는 경동사 ‘하다’와 비슷한 형식동사로 보아야 함을 주장하였다.
  황병순의 “‘있(다)의 품사론­형태·의미적 특성을 통해­”에서는 ‘있다’의 품사 결정을 위해 그 의미적 특성을 고찰하고, 이로써 그것이 동사라고 주장하였다.
  목정수의 “숨겨진 (보)조동사를 찾아서­‘의무’의 {(어)야-}를 중심으로­”에서는 ‘먹어야 산다’ 등의 ‘-(어)야’가 보조동사라고 주장하였다.
  김양진의 “한국어 호격 명사구와 종결어미에 대하여”에서는 호격 명사구가 문장의 필수 구성요소라고 주장하였다.
  정희창의 “중세국어 인용문에 나타나는 ‘야’의 문법 범주”에서는 중세국어의 인용문 중에서 ‘NP이 S야 V’ 형식에 대하여, 그 동사가 ‘말하다’의 뜻인 인용동사일 경우에는 ‘NP이  S [[야] V]’와 같은 구조로서 이 때의 ‘야’는 형식적 요소인 반면, 그 동사가 ‘브르다’, ‘避다’ 등의 일반 동사인 경우에는 ‘[NP이 S야] [V]’와 같은 구조로서 이 때의 ‘야’에는 ‘-’의 의미가 남아 있고, 또한 ‘-아’도 연결어미적 기능을 보이므로, 접속문의 구조를 가지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7. 마무리

  이상의 검토를 마무리기로 하자.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어근, 어간, 어기, 형태소, 이형태, 단어 등의 기본적인 개념들에서부터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어휘부에 어떤 형식들을 어떤 방식으로 저장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굴절형을 저장한다는 강어휘론자적 입장과 어간과 어미를 따로 저장해야 한다는 약어휘론자적 입장을 지지하는 모순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난다는 것, 유추론과 규칙론의 대립이 더욱 달아오른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어와 단어가 결합한 형식들 가운데 합성어도 아니고 일반적인 구로 보기도 어려운, 그 경계선에 위치한 단어 결합체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 또한 한자어에 대한 연구의 업적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 등이 주요 경향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함을 추측할 수있다. 즉, 첫째, 국어학계의 연륜이 어느 정도 되면서 연구자의 수가 많아졌다는 양적인 요인. 둘째, 전통문법론과 구조문법론이 퇴조하면서 등장한 변형생성 문법론이 먼저 통사론에서 학계의 주류를 이루다가 이제는 형태론에도 보다 널리 이해되어 한 편으로는 그 방법론에 의지한 연구가 증가하면서, 또 다른 측면에서 인지언어학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대두되면서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이론적 추세라는 요인. 셋째, 한편으로는 위의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유어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어 새로운 연구의 대상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주변적인 것으로 다루어지던 자료들이 연구의 커다란 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파생에서는 파생접사와 굴절접사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굴절에서도 교착어의 통사론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인구어를 토대로 발달한 언어학 이론을 국어에 적용해 본 결과 무언가 잘 맞지 않는 점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어의 접사와 어미는 인구어의 접사와 어미와 매우 다르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따라서 국어를 토대로 하는 이론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커져가는 것을 반영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