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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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언어 교류 관련 학술회의
  남북 언어
 
남북 언어 교류 관련 학술회의
이승재 / 국립국어원

  언어 교류를 위하여 남북이 직접 통로를 이용하여 만나기는 아직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남북의 언어 학자들이 만나는 것은 중국에서 개최되는 학술회의를 통해서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1996년에 언어 규범 문제로 중국 장춘의 회의에서 북쪽의 학자들을 만나게 되었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게 되었고 2001년에 다시 중국 베이징의 학술회의에서 만나게 되면서 최근까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국어정보학회에서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3년 동안 계속 중국 연길에서 열린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 대회’에 참가하였고 2001년에 다시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동안 남북의 학자들이 만나기 위한 노력은 많이 있었으나 대부분 일회성 학술 행사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남북의 언어 교류를 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2000년 이전에는 남북의 학자들이 지엽적인 사안을 가지고 유럽이나 기타 지역에서 만나다가 1990년대 초반 이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시작하면서 중국의 동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북한을 중심으로 많은 학술회의가 기획되고 추진되었다. 최근까지 남북의 언어 교류, 또는 언어 정보 처리 교류를 이어 온 곳은 국립국어원, 국어정보학회, 언어정보산업표준위원회이다.
  국립국어원은 1996년 어문 규범 관련 학술회의에 참가한 이후 2001년 중국 베이징에서 ‘세계 속의 조선어(한국어) 어휘 구성의 특징과 어휘 사용 실태에 관한 연구’라는 학술회의에 참가하여 북한의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와 만났고 이 자리에서 남과 북이 앞으로 언어 교류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만나자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 후 2003년 11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학술회의를 열 수 있었고 2004년에는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학술회의를 열게 되었다.
  2004년 6월 23일~25일에는 국제 고려학회 아시아분회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시 21세기 호텔에서 ‘민족어 유산의 수집 정리와 고유어 체계의 발전 풍부화’라는 제목으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때 참석한 참가자는 아래와 같다.

지역 소 속 직위(직급) 이 름
남측 국립국어연구원 원 장 남 기 심
국립국어연구원 어문규범연구부 부 장 김 하 수
국립국어연구원 어문규범연구부 학예연구관 이 승 재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자료연구부 학예연구관 박 민 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 수 권 재 일
전주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 수 소 강 춘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 과 장 유 병 한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 수 이 상 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 수 최 명 옥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 수 홍 윤 표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소 장 문 영 호
사회과학원 대외사업처 처 장 곽 선 욱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실 장 권 종 성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실 장 리 기 만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실 장 홍 석 희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김 성 근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백 운 혁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오 철 만
사회과학원 언어학 연구소 연구사 김 철 호
사회과학원 과학지도국 부 원 김 명 성
중국 베이징대학교 조선문화연구소 소 장 이 선 한
베이징 언어대학 교 수 최 순 희
연변대학교 교 수 전 학 석
베이징대학교 교 수 조 호 길
베이징대학교 진행요원 량성, 김지혜

  이 회의에서는 방언 조사와 말뭉치 구축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벌였으며 특히 방언 조사에 관련된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방언(지역어) 조사 항목의 설정 원칙, 조사 원칙과 조사 환경, 방언 자료 활용 프로그램 등에 대하여 ‘민족 방언의 공동 연구’ 분과(제1분과)에서 논의하였으며 균형 말뭉치 작성 원칙, 말뭉치 주석 부착 원칙, 말뭉치 활용 도구의 개발 등에 대하여 ‘말뭉치의 구축과 활용’ 분과(제2분과)에서 논의하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모두 방언이 우리 민족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을 같이하면서 순수 방언 발화자들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시급히 방언 자료를 녹음,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였다. 남과 북의 참가자들은 이 대회에서 남과 북이 각자의 계획에 따라 방언 조사를 하되 다음과 같은 사항을 준수하여 조사 자료를 서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방언 조사를 하기로 하고 방언 조사와 말뭉치 구축에 관한 협의 사항을 정리하였다.

(1) 방언 조사에 관련된 조사 지침을 완성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남북이 교환하고 그 지침에 따라 남북이 2004년 연말까지 9개 지점에서 시험 조사를 하여 연말에 그 결과를 교환한다.
(2) 말뭉치 구축은 구어나 준구어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3) 방언과 말뭉치 구축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를 위하여 연내에 한 번 더 학술 모임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남쪽에서는 2004년 초부터 국립국어원의 ‘한국어의 지역적 분포 조사’ 사업을 통하여 방언 조사 작업이 시작된 상태였기 때문에 북쪽과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각종 지침을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작업을 위해서는 남과 북의 실무자들이 자주 만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남쪽 참가자들은 남과 북이 보조를 맞추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자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번 학술회의와 같은 기회를 더 자주 가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른 참가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그러한 토론의 결실이 맺어졌는지 2004년에는 12월에 한 번 더 북측 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04년 12월 22일~24일에 중국 선양시의 글로리아 플라자 호텔에서 ‘방언 연구와 조사 및 코퍼스에 관한 국제 학술회의’라는 제목으로 학술회의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이때 참석한 참가자는 아래와 같다.

지 역 소 속 직 위(직 급) 이 름
남측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 부 장 김 하 수
국립국어원 언어정책부 학예연구관 이 승 재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교 수 권 재 일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 수 김 정 대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 수 이 상 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 수 홍 윤 표
북측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실 장 최 병 수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실 장 안 경 상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실 장 홍 석 희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연구사 방 정 호
사회과학원 대외사업처 처 장 곽 선 욱
사회과학원 과학지도국 부 원 한 기 범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부 원 김 명 일
중국 선양 고려민족문화연구소 소 장 전 정 한
선양 사범학교 교 사 이 창 용 
선양 고려민족문화연구소 진행요원 편 도 현

  이 회의에서는 2004년 6월 회의에서 언급한 방언 조사의 보다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하여 토론을 하였으며 발표와 함께 실무 토론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방언 조사의 환경과 장비 문제, 방언 화자의 확보 문제, 방언 조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 문제, 구어 말뭉치 구축 원칙, 말뭉치 구축 환경 및 통계적 연구 등에 관하여 발표를 하였고 발표 다음날에는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회의 참가자들은 방언 조사의 실무적인 부분과 말뭉치 구축의 실무적인 부분을 토론한 후 아래와 같은 협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1) 방언 조사 관련
① 질문지의 양(항목의 수)을 줄이기로 함.
- 자연 발화: 어휘 조사 내용과 중복되거나 비슷한 내용의 자연 발화는 수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지역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된 조사 항목(심마니말, 어촌·광산촌 말 등)을 신설하되, 조사자가 판단하여 이를 조사함.
- 음운: 항목을 대폭 줄이거나, 활용 환경을 모음과 자음 중 하나씩만 조사함.
- 문법: 각 지역어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문말 문법 요소와 높임법 표시 요소를 중심으로 조사함.
- 그림: 활용할 수 있는 그림의 양을 대폭 늘려서 방언 조사를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함.
② 제보자: 한 사람의 제보자에게만 의존하지 않기로 함.
- 어휘, 음운, 문법 제보자는 같은 사람(동일 제보자)인 것을 원칙으로 함.
- 자연 발화 제보자도 같은 사람일 것을 원칙으로 하나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다른 사람(여러 사람)을 제보자로 할 수 있음.
③ 전사: 전사해야 할 양을 줄이기로 함.
- 자연 발화: 조사(녹음) 시간은 20시간 안팎으로 하되, 전사는 조사자가 선택하여 이 중에서 4~5시간 분량만 전사하되 문장 단위로 전사하기로 함.
- 어휘, 음운, 문법: 모든 분량을 전사하되, 그 방식은 기본형을 확인한 표제어 대응형으로 함.
지침서: 방언 조사, 녹음, 전사, 파일 관리 등에 관한 지침서를 작성하기로 함(녹음에 관련된 지침은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방안도 고려하기로 함).
파일 교환: 예비 조사 자료를 전사한 전사 자료 파일은 2월이나 3월까지 전달하고 디지털 자료로 변환하거나 편집한 음성 파일은 최대한 빨리 교환함.
⑥ 기본 조사 지점: 해마다 18개 지점으로 함(도별 2개 지점).
⑦ 장비 보완책 마련: 마이크, 헤드폰 등에 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함.
⑧ 협의 사항에 대한 제안서 작성: 2005년 초에 예비 조사를 하고 2005년 중에 기본 조사를 함.
⑨ 2005년도 방언 조사 범위: 18개 지점에서 각각 2,000항목 정도
(2) 말뭉치 관련
말뭉치 구축의 향후 방향: 방언 자료의 수집과 더불어 구어 전사 말뭉치와 음성 말뭉치의 구축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토론을 함.
구축 대상 목록 정보의 보완 필요: 구축 대상 말뭉치를 선정할 때 서지 정보를 좀 더 보강하여 목록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토론을 함.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할 분야 전달: 우선적으로 아래와 같은 분야를 구축하는 것이 좋겠다는 토론을 함.
- 문어(글말): 신문, 잡지, 교과서, 사전류
- 구어(입말): 뉴스, 방송 프로그램, 강의 내용, 일상 대화 등
- 준구어: 시나리오, 대본 등
원전 확보 문제 논의: 북쪽에서 입력한 말뭉치의 경우 원본도 함께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좋으나 사정이 그렇지 못 할 경우 원본 대신 스캔 자료나 PDF 파일 자료도 무방하다는 토론을 함.
⑤ 말뭉치 구축 지침 관련
- 세종 말뭉치 구축 지침을 전달하고 대부분의 텍스트 자료는 이 지침에 의거하여 구축하기로 함.
- 사전 자료의 경우는 구축하거나 활용하기 쉬운 간이 태그를 사용하여 자료를 입력하기로 함.
- 텍스트 자료의 경우 입력 자료를 원전과 대조할 수 있는 쪽 번호 정보(pb tag)를 넣기로 함.

  국립국어원에서는 2004년에 학술회의와 더불어 남북 언어 정보화 부분을 보강하기 위하여 (주)민족 네트워크를 통하여 중국 선양 지역에 있는 북쪽 프로그램 업체에 ‘남북 문자 코드 변환 시스템’ 개발을 의뢰하였다. 그동안 국립국어원에서 북쪽과 여러 가지 자료를 교환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친 문제 중의 하나가 북쪽에서 입력한 자료를 남쪽의 컴퓨터에서 바로 읽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북쪽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문자(한글) 코드와 남쪽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문자 코드가 서로 달라 생기는 문제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의 자료를 변환하여 활용해야 한다. 2004년까지 남쪽의 몇몇 학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남북 문자 코드 변환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북쪽에서 사용하는 모든 문자 코드나 파일 형식을 다양하게 반영하지 못 하였고 사용 방법도 매우 어려웠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2003년 북쪽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군’이라는 프로그램을 구입하여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문자 코드 변환 프로그램을 이용하였으나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남쪽의 문서 형식을 지원하지 못 하였다. 남북의 언어 교류에 있어 서로의 자료를 교환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원활한 남북 언어 교류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2004년에 남쪽과 북쪽에서 사용하는 각종 문자 코드와 문서 형식을 대부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남북 문자 코드 변환 시스템은 PC용 프로그램과 웹 서비스용 프로그램으로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웹 서비스용 프로그램은 2004년 이후에 개발하기로 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북쪽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가 규격(국규) 9566-1997, 9566-2003, 유니코드(조선배열)와 남쪽에서 사용하고 있는 국가 규격 KS-X-1001, KS-X-1005, 유니코드 등을 지원하도록 하였고 문서 형식은 북쪽의 창덕 워드프로세서, 남쪽의 글 97,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파일을 활용할 수 있는 RTF 파일 등을 지원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말의 컴퓨터 처리에 관심을 기울인 학술회의가 2004년 12월 20일~22일까지 중국 선양시 금화원 호텔에서 있었다. 이 회의는 1994년부터 국어정보학회와 중국조선어신식학회에서 시작한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 대회’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이기도 하였다.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 대회’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3년 동안 계속되었고 이 자리를 통하여 남과 북의 언어학자와 정보과학자들이 만났다. 그 후 2001년 이들은 다시 한 번 만남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후 만남이 지속되지 못하다가 2004년에 남북 정보 기술 교류 10주년 기념행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 대회’는 그동안 우리말의 자모순, 문자 코드, 자판 배열, 전산 용어 등의 주제를 가지고 남북 통일안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왔다. 1996년에는 컴퓨터의 우리말 처리에 필요한 자모순과 자판 배열 등에 관한 통일안을 만들어내었고 1999년에는 ‘국제 표준 정보 기술 용어 사전’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이번 회의는 중국의 조선어신식학회와 북한의 조선과학기술총연맹, 그리고 남쪽의 국어정보학회가 주관을 하였고 이 외에 언어정보산업표준위원회, 조선교육성 프로그람센터, 요녕 발해대학에서 공동 주최를 하였다. 이 회의에서 발표자들은 용어 표준화 문제, 한글 정보 처리 문제, 다국어 정보 처리 시스템, 전문용어 표준화 등에 관한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에 사용될 경기 용어를 남북이 통일하여 사용하자는 제안을 남쪽에서 하기도 하였는데 이번 회의에는 그동안 남북의 용어 통일 문제를 연구해왔던 기술표준원 산하의 언어정보산업표준위원회와 북한의 교육성 프로그람센터, 그리고 북한에서 용어 사정 문제를 총괄하는 국어사정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참석하여서 이전의 회의와 달리 용어 표준화와 용어 통일 쪽에 중점을 두고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남북 언어의 문제 가운데에서도 전문용어 표준화 문제는 남북 모두 범국가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업인데 기술표준원 산하의 언어정보산업표준위원회에서는 2004년 한 해 동안 북한의 교육성 프로그람센터와 학술회의를 열어 우리말 전문용어를 표준화할 수 있는 기본 원칙에 대하여 토론을 하고 현재 정보통신 용어 국제 표준 규격인 ISO2382 규격에 있는 4,000여 항목의 남북 정보통신 용어를 재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전문용어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전문용어를 수집해야 하고 수집한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다듬은 후 표준화를 해야 하는데, 외국의 용어나 어려운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다듬을 때에는 일관성, 투명성, 분별성 등의 원칙을 지켜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언어정보산업표준위원회에서는 우선 남쪽의 용어를 대상으로 기본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용어를 재정비하였다.
  지금까지는 남과 북의 학자들이 중국에서 열렸던 학술회의를 통하여 발표하고 토론하였던 내용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런데 2004년에는 남과 북이 직접 언어 교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예전에 고 문익환 목사가 평양을 방문하였을 때 북한의 최고위층과 남북 공동 사전 편찬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를 문익환 목사 기념 사업회인 (사)통일맞이에서 북한의 조평통과 협의를 하여 남북 공동 사전 편찬 사업을 함께 추진하자는 합의를 이끌어 내게 되었다. 그 결과 ‘겨레말 큰사전’ 사업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이 사업은 남과 북에서 각각 남과 북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정식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남북 언어 교류가 직접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남과 북은 ‘겨레말 큰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공동 편찬 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2004년에는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남북 언어 교류는 남북 경제 교류나 남북 과학 기술 교류에 비해서 자유롭지 못 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겨레말 큰사전’ 사업을 통하여 남북 언어 교류의 통로가 확대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남북의 언어가 많이 이질화되어 의사소통이 힘들 수도 있지만 부분적인 대화에서는 서로 큰 불편 없이 공통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요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남북의 언어는 통일을 대비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해야 할 일은 남북이 서로의 언어 상황과 언어 관습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다. 남북 언어 교류가 한 해, 두 해 해를 거듭해 갈수록 남북 언어의 교류뿐만 아니라 남북 언어 학자들 간에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마음도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