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국어 정책 논저 목록
국어 교육  논저 목록
한국어 교육 논저 목록
음성학·음운론 연구 동향 논저 목록
형태론 연구 동향 논저 목록
통사론 연구 동향 논저 목록
어휘론·의미론·사전 편찬학
연구 동향 논저 목록
국어사·국어학사 연구 동향 논저 목록
문자·표기 논저 목록
방언·사회언어학 논저 목록
기타 논저 목록
정기 간행물 목록 논저 목록
정책과 제도
국어 단체 활동
국어 단체의 활동과 연구 성과
국립국어원의 활동과 성과
여론과 쟁점
한국어 교육과 번역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번역에 쓰인 우리말
한국어 교육과 능력 평가
2004~2005년도 국어 교육 동향 소고
국어 능력 시험 실시의 현황과 과제
국어 순화와 전문 용어 정비
국어 순화
전문 용어의 정비
특수 언어와 소수자의 문제
시각장해인,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의 언어 생활
소수자 언어 실태와 연구 과제
남북 언어
남북 학술 교류의 상황
남북 언어 교류 관련 학술회의
  특수 언어와 소수자 문제
 
소수자 언어 실태와 연구 과제
양명희 / 국립국어원

  1. 머리말

  과거 우리나라에서 언어적 소수자 문제는 그리 자주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추측건대 신라에 살던 금관가야 사람들이나 백제에 살던 마한 사람들이 언어적 소수자였을 가능성이 있고, 고구려가 멸망하고 세워졌다는 발해에서는 오히려 지배 민족인 고구려인이 언어적 소수자였을 것이다. 그 뒤로도 왕국의 멸망이나 다른 나라의 지배에 의해 언어적 소수자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게 언어적 소수자의 문제가 국가 정책으로 논의된 적은 없었던 듯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많지 않은 단일 민족, 단일 언어 국가이기 때문에 민족 간의 갈등이 문제되거나 언어적 소수자로 인한 사회 문제가 크게 발생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물밀듯이 국내에 들어와 살고 있고, 도시와 농촌의 총각들은 외국인 처녀들과 결혼을 하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조선족 동포들이 들어오고, 새터민으로 명칭이 바뀐 북한 탈북자들의 숫자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소수자일 뿐 아니라 언어적으로도 소수자인 사람들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여성들(여성 결혼이민자)은 한국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곤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조선족 동포나 새터민들은 한국어를 사용하기는 하나 억양, 어휘, 규범의 차이로 언어적으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유럽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아도 이 소수자들이 국내에 들어와 안정되게 정착하는 것은 인권적 차원을 넘어 국가 체제 안정에도 중요하다. 이미 경제, 정치, 보건, 복지 등의 분야에서는 정부가 이들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에 많지는 않지만 정부 지원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언어적 측면에서는 아직까지도 정부 차원의 조사나 지원이 시작되지 않은 단계이다. 이것은 이들에게 당장 급한 것이 언어가 아닌 경제, 정치, 보건적 측면이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사회 적응을 위한 언어적 측면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외국인 근로자 상당수가 2세를 낳아 한국에서도 이들을 키우고 있으며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2세, 코시안들도 부쩍부쩍 자라고 있다. 그리고 새터민이나 중국의 조선족들도 국내에 안정되게 정착하기 위하여 남한에서 사용하는 말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들을 위한 한국어 프로그램이나 언어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처럼 언어적 소수자 문제는 아주 까다롭고 어려운, 그러나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2004년 소수자 언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이들 소수자의 언어 문제를 다룬 연구 동향들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정책 방향과 연구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아직까지 언어적 소수자에 대한 연구는 다른 분야에 비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시기를 2004년에 한정하지 않고 그 이전의 논의나 연구 성과도 필요하면 간략히 다룰 것이다.
  

  2. 외국인 근로자

     2.1. 외국인 근로자1)의 현황과 언어 실태

  외국인 근로자, 이들은 잠시 머물렀다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생각으로 온 사람들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불법 체류를 하거나 한국에 정착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동안은 자신들의 모국어와 한국어,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중언어 화자들이다. 산업연수생 제도가 처음 시작된 1993년 당시 6만 7천여 명이던 외국인은 2003년 말 34만 명가량으로 늘어났다.2) 그리고 이들 중 77%인 20여만 명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외국인 근로자 전체 현황>(2002~2003년도)

1) 국가별 전체 현황
구분 전체 미등록근로자 산업연수생 연수취업자 연예인
중국 168,609 149,346 15,378 3,795 90
(중국동포) (83,998) 79,737 2,327 1,925 9
인도네시아 23,848 15,368 6,793 1,687 0
필리핀 22,593 18,128 2,012 1,455 998
태국 22,108 19,934 1,866 307 1
베트남 18,915 14,445 2,131 2,337 2
방글라데시 17,832 16,170 1,155 507 0
몽골 13,931 13,638 213 44 36
우즈베키스탄 9,715 7,540 1,350 427 398
파키스탄 7,537 6,369 525 643 0
인도 3,558 3,432 126 0 0
스리랑카 3,499 2,560 635 304 0
네팔 2,812 1,551 712 549 0
러시아 6,582 4,626 0 0 1,956
이란 2,219 2,168 51 0 0
카자흐스탄 1,966 1,531 276 124 35
미얀마 1,751 1,534 205 12 0
나이지리아 1,055 1,051 0 0 4
가나 491 491 0 0 0
기타 10,176 9,357 271 0 548
전체 339,197 289,239 33,699 12,191 4,068
※ 자료참조: 법무부, 출입국관리통계연보, 2002, 2003에서 계산.
2) 취업 분야별 현황: 제조업 35%, 건설 22%, 음식점 14%, 기타 29%
3) 지역별 현황(‘2002년도 안산외국인근로자의 집’ 자료 참조)
(1) 경기도: 9만 9천 명      (2) 서울: 8만 2천 명
(3) 인천: 1만 4천 명        (4) 대구: 3천3백 명
(5) 부산: 2천2백 명
  설동훈 외(2002)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언어(57.0%), 건강(40.6%),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34.8%)이라고 한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만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해 나갈 수 있음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문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주로 종교·민간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재정·인력 등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실시된 것은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어세계화재단3) 이 2004년 7월부터 시작한 ‘한국어 교실’이다. 역시 재정적인 문제로 자원봉사자들이 주로 교육을 담당하는데, 2005년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교재를 발간할 계획이다.
  2004년 언론이 보도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사는 주로 그들의 인권이나 주거 실태(연합 1. 30.), 보건, 복지와 관련된 것이다. 드물지만 언어와 관련된 사회적 관심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부천시가 ‘외국인 근로자 가이드북’을 출간한 일이다(내일 1. 23.). 동남아 언어로 발간된 이 가이드북은 한국어, 영어, 방글라데시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6개 국어로 만들어졌는데, 부천시 외국인노동자의 집이 주관하여 부천시에 거주하는 1만 5000~2만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부천시가 예산을 지원하였다. 내용은 직장 구하기, 임금, 산업재해, 의료, 은행 거래 등 일상생활과 관련한 내용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언어정책적 배려를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일보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녀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였는데 서울외국인근로자 선교회(담임 유해근 목사)의 재한 몽골학교와 몽골문화원을 소개하고(국민 2. 16.), ‘아빠 잡힐까 봐 외출도 못해 불법 체류 외국인 자녀들 서러운 어린이날’(국민 5. 3.)이라는 표제의 기사로 외국인 자녀의 어려움(물론 언어 문제도 포함)을 사회문제화하였다.
  세계일보(4. 2.)는 ‘홍세화·복거일 한국의 순수혈통주의 비판’이라는 제목 아래 ‘인물과 사상’ 30권에 실린 홍세화 씨와 복거일 씨의 글을 소개하고 있다. 홍세화 씨는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차원에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들에 대한 편견을 비난하였고, 복거일 씨는 혼혈 문제와 관련해 순수혈통주의를 비판하였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와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대한 비판은 우리 사회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안하고 있는데, 성남시의 외국인 근로자 복지센터 건립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사건은 이러한 차별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서울 8. 5.).
    

  2.2. 연구와 과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그들이 어떤 한국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나 나이나 성, 출신국, 체류 기간 등의 특성과 관련한 한국어 능력과의 상호 분석 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또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통일된 의견도 모아진 바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외국인 근로자의 이중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이러한 과제 해결에 이미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 문제를 겪은 독일 같은 나라의 선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바가 크다. 독일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외국인 근로자 언어학(Gastarbeiterlinguistik, GAL)이란 새로운 학문 영역이 개척되었다고 한다.4) 70년대 밀려들기 시작한 독일의 외국인 근로자들(94년 독일통계청 6백5십만)은 독일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체계적인 독일어 능력을 갖추기도 전에 우선 실제적인 의사소통을 만족시키기 위해 매우 단편적인 독일어 지식을 습득하여 언어생활을 하였다. 독일의 학자들은 의사소통 문제 해결이 곧 모든 사회 문제의 선결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언어적 유형과 방식을 연구하여 그들을 위해 상황에 적합한 학습프로그램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였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는 단체는 앞에서도 보았듯이 대부분 규모가 작고 근로자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도 따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며,5) 이들을 가르칠 전문 교사도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6) 이들을 위한 교재 개발, 교사 훈련, 교수 방법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외국인 근로자 50만 시대에 그들을 위한 교재 개발은 한국어 교육계가 담당해야 할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들을 위한 교재가 많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교재 개발을 위한 연구 결과도 많지 않다. 구민숙(2001), 변혜경·서정미·와카츠키 사치코(2002), 안설희(2003), 추혜정(2004) 등이 이 분야의 몇 안 되는 연구물인데, 구민숙(2001)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교재 구성에 대한 논문이고 변혜경 외(2002)는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연구이다. 안설희(2003) 역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연구로 학습자 요구 분석을 기초로 하였으며 추혜정(2004)은 학습자 요구 조사를 통한 한국어 교재 구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러한 연구 성과가 기초가 되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여러 종류의 한국어 교재가 출판될 것이 기대된다.
  

  3. 여성 결혼이민자7)

     3.1. 여성 결혼이민자의 현황과 언어 실태

  선진국 남성이 저개발지역 여성과 결혼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가난과 실업이 만성화된 나라의 여성은 자신과 가족의 경제 상황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부유한 나라의 남성과 결혼을 통해 이주하고 있다. 이전에도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이 있었지만 그동안 사회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였다. 여성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원인 중 하나겠지만 일단 수적으로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많이 달라져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농촌 총각의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아, 구소련 지역의 여성들을 수입해 오고 있고 대부분은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여 살고 있다.
  다음 표를 보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총 국제결혼 건수는 5,568,489건이고 이 중 외국인 아내는 128,762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2004년 결혼 비율은 전년 대비 33.2%가 증가한 수치이며, 특히 베트남은 전년 대비 75.5%가 증가했다고 한다(노동여성심의관실 05. 04. 15. 회의자료 참고).
  

<국제결혼 건수와 비율>(1990~2004년)

(단위: 건, %)

연도 총 결혼 건수 국제결혼 외국인 아내 외국인 남편
건수 % 건수 % 건수 %
1990 399,312 4,710 1.2 619 0.2 4,091 1.0
1991 416,872 5,012 1.2 663 0.2 4,349 1.0
1992 419,774 5,534 1.3 2,057 0.5 3,477 0.8
1993 402,593 6,545 1.6 3,109 0.8 3,436 0.9
1994 393,121 6,616 1.7 3,072 0.8 3,544 0.9
1995 398,484 13,494 3.4 10,365 2.6 3,129 0.8
1996 434,911 15,946 3.7 12,647 2.9 3,299 0.8
1997 388,591 12,448 3.2 9,266 2.4 3,182 0.8
1998 375,616 12,188 3.2 8,054 2.1 4,134 1.1
1999 362,673 10,570 2.9 5,775 1.6 4,795 1.3
2000 334,030 12,319 3.7 7,304 2.2 5,015 1.5
2001 320,063 15,234 4.8 10,006 3.1 5,228 1.6
2002 306,573 15,913 5.2 11,017 3.6 4,896 1.6
2003 304,932 25,658 8.4 19,214 6.3 6,444 2.1
2004 310,944 35,447 11.4 25,594 8.2 9,853 3.2
’90-’04 5,568,489 197,634 3.5 128,762 2.3 68,872 1.2
자료: 통계청, 인구동태(혼인, 이혼). http://kosis.nso.go.kr 계산.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국제결혼 체류자 수는 60,629명으로 이 중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성의 혼인 체류는 전체의 90.3%를 차지한다(54,726명). 여성 결혼이민자의 출신국은 중국이 가장 높으며 이 중 한국계 중국인이 중국인보다 많다. 중국 다음으로는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몽골, 러시아 순으로 분포되어 있다.
  

<여성 결혼이민자의 출신국 분포>(2005년 4월)

(단위: 명, %)
출신국 외국인 아내 등록외국인 2002년 이후 귀화자
인원수 % 인원수 % 인원수 %
전체 66,912 100.0 55,964 100.0 10,948 100.0
한국계 중국인 31,739 47.4 24,681 44.1 7,058 64.5
중국 11,577 17.3 9,721 17.4 1,856 17.0
일본 7,097 10.6 7,076 12.6 21 0.2
필리핀 5,457 8.2 3,692 6.6 1,765 16.1
베트남 4,675 7.0 4,592 8.2 83 0.8
태국 1,364 2.0 1,340 2.4 24 0.2
몽골 1,072 1.6 1,055 1.9 17 0.2
러시아 950 1.4 933 1.7 17 0.2
기타 구소련, 동유럽 1,190 1.8 1,161 2.1 29 0.3
아시아 저개발국 595 0.9 549 1.0 46 0.4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5 0.1 28 0.1 7 0.1
중남미 140 0.2 124 0.2 16 0.1
기타 선진국 1,021 1.5 1,012 1.8 9 0.1
자료: 법무부, 데이터베이스, 2005. 3월 현재 계산.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개인별, 출신국가별로 조금씩 사정은 다르지만 한국어를 잘 배워서 한국 남편과 자신의 아이들과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모두 가지고 있다.8) 그러나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종교 및 민간단체의 한국어 교실에는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한국어 교재가 별로 없고, 전문적으로 이들을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다.
  정부가 이들 여성 결혼이민자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4년 하반기부터이다.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가정 폭력 문제, 자녀 양육 문제, 보건·복지 문제 등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화관광부 등이 여성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사업에 나서기 시작했다.9)
  보건복지부는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 조사에 들어갔고, 여성부는 태평양이 2억 원을 지원하여 전국 8개 지역의 이주여성 지원 센터를 선정하여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산후 조리 및 한국어 교육 등을 돕고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발간하기로 하였다.10) 그리고 문화관광부의 국립국어원은 외국인 노동자 교육을 확대하여 여성 결혼이민자들에게도 한국어 교육을 하기로 하였다.
  언론에서는 여성 결혼이민자의 가정 불화, 가정 폭력 등을 소재로 삼아 국제결혼 가정의 부정적인 모습을 주로 보도하였다(조선 2. 2.~2. 3./조선 9. 14.). 언어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여성 결혼이민자들보다 그들이 낳은 코시안에 대한 관심이 더 집중을 받았다.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2세)의 실태에 대한 통계는 아직 없는 실정이고 사회단체 관계자들만이 코시안의 잠재적 심각성을 걱정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극빈층 외국인 여성들을 기초생활 보장 수급 대상에 포함하는 입법안을 마련하였다(한겨레 11. 11.).
  한겨레는 ‘농촌의 코시안 대안’이라는 표제 아래(11. 9.) 외국인 주부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한글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 기관이며, 전남·경북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한두 차례씩 한글 교실이 열리고 있지만 단기과정이 대부분이라 체계적인 교육 기관이 필요함을 보도하였다. 전라남도는 6월 국제결혼 가정 40쌍을 초청하여 부부공동체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는데 가장 인기를 모은 것은 자녀교육 강좌와 한글교육으로 나타나 자녀 상담 상설기관과 한글 교실이 절실함을 주장하였다.
  이처럼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경제적 필요, 육아, 부부간의 의사소통(물론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고 대답한 것은 시댁 식구들과의 의사소통이었다.)을 위해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희망하고 있고 우리도 그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며 남편과 의사소통을 잘해서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3.2. 연구와 과제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언어 실태와 관련한 조사 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2004년 12월 시작하여 2005년 6월까지 진행된 보건복지부의 ‘여성 결혼이민자의 실태 조사’이다. 945쌍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는 보건복지 분야뿐 아니라 언어 실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제결혼 부부 중 90% 이상(92.8%)이 대화 시 한국어를 쓰며 필리핀인 부인의 경우는 53%가 영어를 한국어와 함께 쓰고 있다고 한다. 또 부부간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부부도 2.7%로 나타났다. 베트남 출신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부부 대화 시 한국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타 출신국 여성 결혼이민자들에 비해 낮게 나타났고 상대적으로 본국어를 사용하는 비율과 대화를 하지 않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중국 한족 출신 여성 결혼이민자의 경우도 부부 대화 시 한국어 사용 비율이 낮고 본국어 사용 비율이 높게 나타나 베트남과 중국 한족 출신 여성 결혼이민자를 둔 부부들의 의사소통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11)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언어 적응은 이민자 자신뿐 아니라 그들이 낳은 2세의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결혼이민자나 코시안에 대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마련 역시 아주 절실한 과제이다.
  여성 결혼이민자의 인권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단체 중 하나가 (사)한국이주여성센터(대표 한국염)이다. 사단법인 한국이주여성센터는 2005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현재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한 교재를 편찬하고 있다.
  여성 결혼이민자의 언어적 측면과 관련한 연구물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2005년 국어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로 앞에서 잠깐 소개한 ‘국제결혼 이주여성 언어·문화 적응 실태 연구’의 결과물이 아마도 이 분야에서 첫 저작물이 될 것 같다.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언어 적응 실태 연구 결과는 본격적인 언어 교육을 하기 위한 전 단계 과정으로 이와 관련한 연구물이 많이 쌓여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4. 새터민

     4.1. 새터민의 현황과 언어 실태

  2004년 한 해 동안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은 1,890명으로 2004년 8월 31일에는 468명이 대거 입국하여 새터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12) 분단 이후 2004년까지 북에서 남으로 넘어온 사람들은 6,300명으로(조선일보 12. 31.), 2002년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하였고 2003년에는 1,281명이 입국하였다.

<탈북자 현황>(2004년)
연도 탈북자 수
2002년 1,890명
2003년 1,281명
2004년 1,890명
분단 후~2004년까지 6,300명

  2004년 새터민과 관련한 언어적 이슈 중 하나는 1990년대 이후 생겨난 ‘탈북자’란 말 대신에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자 통일부에서 국민을 상대로 공모를 한 일이다. 이 중 ‘이향민’과 ‘새터민’이 끝까지 경선을 벌여 ‘새터민’이라는 단어가 새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법에는 ‘북한이탈주민’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탈북자’ 대신 ‘새터민’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광복 후 분단부터 6·25까지는 ‘실향민’이란 용어를 썼고, 휴전 이후에는 ‘귀순 용사, 귀순자’라는 말을 썼으며, 1990년대에 들어서 ‘탈북자’란 용어가 사용되었다가 2004년 말부터 ‘새터민’이라는 용어가 정부의 개선 노력으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새터민들은 남한과 다른 말투와 억양 때문에 사회 적응이 더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남북이 서로 다른 어휘 때문에 남한 사회 적응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강주원(2003)에 따르면 대다수 탈북자가 입국 초기 북쪽 말투 때문에 주목의 대상이 됐던 경험 때문에 서울말 익히기를 정착의 관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터민 청소년들의 문제는 성인들보다 심각하다.13)
  새터민에 대한 언론 보도로 눈에 띄는 것은 세계일보의 ‘2004 탈북자 실태보고서(4회)’(9. 16./9. 17./9. 18./9. 20.)와 한겨레 신문의 ‘기획 탈북-인권의 어두운 그늘(4회)’(12. 8./12. 9./12. 12./12. 13.)이다.
  세계일보는 서울·경기 지역의 새터민 100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설문 조사를 하였는데, 이 중 언어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9.0%가 새터민 정착 지원 교육 기관인 하나원14) 교육 과정에서 한국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15) 언어적 측면을 좁게 보면 낮은 비율이지만 모든 교육이 언어로 수행됨을 생각할 때 이러한 조사 결과는 새터민들의 언어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겨레의 기획 탈북 기사는 주로 새터민들의 인권적 측면을 다룬 것인데, 김미숙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원에 따르면 초등학교 탈북 청소년들은 성적 다음으로 말씨로 고민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일부러 조선족 행세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남한>조선족>새터민 순서로 새터민들에 대한 차별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 밖에 조선일보(12. 11.)는 ‘자유북한인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를 보도하였다. 여기서 김연중(성결대) 교수는 새터민 250명에게 남한 적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였는데 직업 교육 알선(46%), 자본주의 체제 훈련(38.5%) 순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일보(12. 24.)는 4월 20일 개국한 자유북한방송(www.freek.net)이 인터넷 뉴스사이트로 재방을 시작했음을 보도하였다.
    

     4.2. 연구와 과제

  새터민들의 언어 실태나 교육 프로그램에 관련한 연구는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다. 2004년 이전에 나온 연구로 정경일 외(2001), 김석향(2002)이 있을 뿐이다. 문화관광부 용역으로 2001년 수행된 정경일 외(2001)는 새터민 1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응도, 언어적응도, 어휘 적응도 등을 조사하였는데, 언어 적응도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11.1%가 ‘매우 어려웠다’고 하였고, 37.0%는 ‘조금 어려웠다’고 응답하였다. 연령별로는 30, 40대가 ‘매우 어려웠다’는 응답이 주로 나타났고, 입국 기간이 짧을수록 언어 적응이 어려웠다는 응답이 높았다.
  김석향(2002)은 새터민 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와 심층 조사를 통하여 새터민들이 겪는 일상 언어생활에서의 어려움과 원인 등을 연구하였는데 여기서도 새터민들이 남북의 언어 차이로 인해 사회 적응이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남쪽에 살면서 언어생활에 어려운 정도는 ‘아주 많다’가 25.7%, ‘간혹 어렵다’가 45.7%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언어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으로는 40%의 응답자가 남쪽 사람들이 영어 표현을 너무 많이 쓰는 현상이 자신이 언어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첫 번째 원인이라고 대답했고, 발음과 억양의 차이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25.9%, 심리적 위축감 때문에 힘들다는 응답자가 14.3%에 이르렀다. 그 밖에 물건의 명칭이나 생활용어, 한자를 몰라서 어렵다는 응답자들이 몇 명씩 나왔다.
  국립국어원에서는 2005년 새터민의 언어 적응 실태와 언어 사용에 대한 연구를 앞두고 숙명여대 한국어문연구소에 용역으로 시험 조사를 의뢰해 놓은 상태이다. 새터민의 언어 적응실태와 언어 사용 실태 조사는 새터민의 남한 정착뿐 아니라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5. 재외동포

     5.1. 재외동포의 현황과 언어 실태

  재외동포는 03년 1월 현재 516만 명으로 중국 197만 명(38.2%), 미국 182만 명(35.3%), 구소련 55만 명(10.7%), 일본 53만 명(10.3%) 순이다. 재외동포를 위한 한국어 교육은 전 세계 35개 한국교육원16) 과 자생적인 소규모 한글학교(2,059개) 위주로 실시되고 있다.
  재외동포들의 한국어 사용 현황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자치 정책으로 한국어를 아주 잘 구사하고 있는 반면 구소련 지역의 고려인들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동포들이 많지 않다. 이민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경우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포들의 뒤늦은 노력이 많은 결실을 보고 있으며 일본 역시 미국보다는 동포들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의가 크지는 않지만 한류와 함께 보이지 않게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재미교포들의 언어 교육 경험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의 교포 1세들은 자녀의 이중언어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그러나 한국어를 잘하다가 영어를 더 잘하게 된 어린 학생들에게 다시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는 교포들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의 연구 결과는 한국어 교육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외동포들의 언어적 측면과 관련한 보도는 재외동포를 초청하여 실시하는 한국어 연수 교육이 대부분이다. 재외동포의 한국어 교사 연수 프로그램은 여름에 실시하는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교사 초청 연수’와 한글학회의 ‘한국어 교사 연수’, 재외동포재단의 ‘재외동포 초청 교육 연수 사업’ 등이 있다.
  재외동포들의 문학 작품은 재외동포들의 한국어 사용 실태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데, 김필영 파리 동방어문대학 교수가 고려인 문학가들의 문학 작품을 모아 ‘소비에트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학사’(강남대출판부)를 발간했다. 이 책은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당한 1937년부터 1991년까지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어로 발표된 고려인들의 문학 작품을 시기별·장르별로 정리하고 평가한 저서이다(한겨레 9. 3./세계 9. 2.).
  사할린에서는 우리말 TV 방송이 개국됐는데 사할린의 고려인 4만 명을 대상으로 금요일 오후 7시~9시, 재방송 일요일 오후 3시~5시에 한국어 방송을 한다고 한다.17)
  카자흐스탄의 고려일보가 폐간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경향 6. 25./한국 6. 25.). 1923년 소련 연해주 원동에서 ‘선봉신문’이란 제호로 창간했다가 1938년 ‘레닌의 기치’라는 공산당 기관지로 복간되고, 1991년 ‘고려일보’로 명칭이 바뀐 이 신문은 한때 일간 1만 5천 부까지 발간하였지만 현재는 주간 1,700부가 발행되고 있다고 한다.
    

     5.2. 연구와 과제

  재외동포들은 각 지역 실정에 알맞은 한국어 교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국제교육진흥원이나 재외동포재단에서 만든 교재, 또는 한국의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만든 교재(예를 들면 연세대 한국어학당의 교재, 이대 언어교육원의 교재 등)를 사용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 지역의 실정에 맞고 가르치는 대상에 맞는 교재이다. 이런 면에서 주러 한국대사관의 지원으로 원불교의 원당학교에서 만든 한국어 교재18) 는 바람직한 한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외동포들의 언어 실태와 언어 사용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는 아직까지 없다. 물론 이중언어 사용을 연구하는 이중언어학회의 학회지 4호~8호(1988~1991), 10호(1993)에서 일본에서의 한국어 교육,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중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소련에서의 한국어 교육 등이 광범위하게 다루어졌지만 그 뒤를 잇는 연구 결과는 찾기 어렵다. 최근에 러시아 및 중국 지역의 한국어 교육 실태를 다룬 논문으로 김중섭(2001)이 있지만 재외동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19)
  재외동포들이 한국어를 잘 배우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에 대한 연구도 국어 연구에서는 중요하다.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자들의 과제라고 하겠다.
    

  6. 맺음말

  언어적 소수자 문제와 관련하여 외국인 근로자, 여성 결혼이민자, 새터민, 재외동포들의 현황과 언어 실태, 언론의 주요 보도와 이들의 언어와 관련한 연구 결과를 짧게 살펴보았다. 언어적 소수자 문제는 우리 사회에 떠오른 새로운 이슈로 소외계층의 안정된 삶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냉담하고, 학계도 이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 적응, 여성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 새터민의 언어생활 적응, 재외동포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 등은 앞으로 국가나 민간단체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효율적인 소수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이와 관련한 학계의 연구 성과물이 집적되어야 한다.
  우리보다 외국인에 대해 더 배타적이라고 하는 일본인들이 혼혈인들에 대해 ‘하프(half)’라고 지칭하다 지금은 ‘더블(double)’이라고 지칭한다고 한다. 언어적 소수자들의 언어 적응을 위한 국가적 지원과 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언어적 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크게 변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문제가 소외 계층 또는 소외 집단의 문제로 비화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