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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 순화와 전문 용어 정비
 
전문용어의 정비
조남호 / 국립국어원

  1. 머리말

  전문용어의 정비는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용어의 수집이 전문용어 정비의 첫 단계가 된다. 교재와 전문 서적을 조사하여 용어를 모으고 같은 분야이지만 세부 전공이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받아 추가로 용어를 모은다. 때로 외국에서 간행된 사전이나 참고 서적을 참고해야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용어를 모으면 다음 단계로 용어를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한다. 동일한 용어가 달리 쓰였을 때 그 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적절하게 선택된 용어인지 가려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야 하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용어를 두고 지루한 다툼을 해야 하기도 한다. 용어의 정비가 끝나면, 또는 용어의 정비와 병행하여 사전을 편찬해야 한다. 필자는 전문용어의 정비가 한 단계 완료되는 시기는 사전이 발간되는 때라고 생각한다. 용어의 정비 목적이 개개인들로 하여금 공통된 용어를 정확히 사용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면 개개 용어에 대한 풀이가 있어야 그 용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는 새로운 용어의 등장이 일반어보다 훨씬 잦고 빠르다. 이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게 되면 설령 사전이 편찬되었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전은 다시 쓸모가 적은 것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상시적으로 용어 정비가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며 최소한 주기적으로는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전문용어의 정비는 순환되면서 일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용어 정비는 끝없이 이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의 전문용어 정비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전을 편찬함으로써 한 단계 용어 정비가 완료된 데까지 나아간 분야도 그리 많지 않으며 용어 목록조차 없는 분야는 수두룩하다. 용어 정비가 된 분야라 해도 가장 흔하기로는 영한 대역 목록집을 만든 정도이다. 용어의 정비, 나아가 사전의 편찬을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한 분야가 적기 때문이다. 예산만큼 중요한 것은 용어 정비에 관심을 두는 인력의 확보이다. 필자는 예산의 확보보다 인력의 확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어 정비와 같은 기초적인 사업을 저평가하는 현재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는 인력의 확보도 용이하지 않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이기는 하지만 2004년에도 전문용어 정비와 관련된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분야는 아니지만 용어의 정비가 꾸준히 진행되었으며 사전 편찬도 이루어졌다. 오히려 2004년은 전문용어의 정비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일이 두 가지나 있었던 해이다. 국어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용어 표준화를 위하여 국가 예산이 지원되었다. 본론에서는 전문용어의 정비와 관련된 구체적인 성과를 소개하는데, 전문용어의 정비는 워낙 광범위한 곳에서 진행될 수 있는 일이어서 필자가 속속들이 파악했는지는 자신하기 어려우며 필자가 알거나 조사한 범위 내에서 전문용어 정비에 관해 기술하고자 한다.
    

  2. 본론

  전문용어는 전문 분야에서 소용되는 특정한 개념이나 사물을 가리키기 위해 만든 말이다. 그런 만큼 전문 분야 내부에서 상호 의사소통을 하는 데 일차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말 전문용어도 우리말의 한 부분이기는 하나 이처럼 사용 범위가 제한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국어학 또는 국어 정책의 별다른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었다. 최근에 이르기까지 국어학 또는 국어 정책의 관점에서 전문용어가 관심을 끈 경우는 전문용어가 순화의 대상이 되었을 때 정도 아니었나 한다. 많은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가 꾸준히 순화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전문용어이다. 국어 정책에 관해 다룬 글에서도 전문용어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2002년 10월 9일에 문화관광부에서 국어 발전 종합 계획 시안을 작성하여 발표한 바 있다. 그 시안에서는 국어 정책의 여러 과제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전문용어에 관련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전문용어 정비가 종합 계획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최종 시안에까지 들어가지는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국어학계에서는 그렇다 쳐도 국어 정책 분야에서조차 전문용어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상황은 바뀌고 있다. 국어 정책에서 전문용어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잘 보여 주는 것이 2004년 말 국회를 통과한 국어 기본법이다. 국어 기본법에 전문용어에 관한 규정이 들어간 것이다.
제17조(전문용어의 표준화 등) 국가는 국민이 각 분야의 전문어를 쉽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체계화하여 보급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2004년 이전에 국어 정책의 하나로 추진한 사업 중에서 전문용어와 관련된 사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부터 시작된 21세기 세종계획에서 사업 첫해부터 전문용어 정비를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것을 들 수 있다. 다만, 말뭉치 구축이나 전자 사전 개발에 비해 전문용어 정비는 우선순위가 밀려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고 해야 한다. 21세기 세종계획에서의 성과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국어 정책에서 전문용어에 관심을 두게 된 데는 여러 배경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사소통의 원활화라는 점에서 우리말 전문용어는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조차 심각하게 느낄 정도로 문제점이 있다. 몇몇 분야를 빼면 우리말 전문용어는 대부분 외국어 전문용어를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번역의 차이로 여러 용어가 경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일한 용어가 인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용어로 번역되어 사용되는 일은 흔하고 한 분야 내에서도 사람에 따라 다른 번역 용어를 쓰는 일도 많다. 이처럼 동일한 개념을 가리키는 용어가 여러 개가 되다 보니 의사소통에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여러 용어의 사용으로 혼란이 많이 생기는 곳이 교육 현장이다.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용어와 대학에서 수업에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 학생들은 이미 익힌 용어를 버리고 새로운 용어를 익혀야 하는 부담을 안기도 한다.
  이 정도의 문제에 그친다면 여전히 그 분야 내부의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국어 정책적으로 관심을 끌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 전문용어는 해당 분야 내에서 사용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언론 등 정보 매체의 발달로 전문 지식을 일반인도 쉽게 접하면서 전문용어를 이제는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여러 용어가 사용되더라도 용어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용어 자체가 생소하여 그런 부담을 지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상거래에서도 전문용어는 중대한 문제로 등장한다. 제품을 주문한 사람과 주문을 받은 사람이 용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는데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오해가 발생할 소지가 크고 이로 인해 상거래에서 큰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전문용어가 소수의 전문가의 손에서 벗어나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말이 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자 국어의 일부로 정책적 관심 대상이 된 것이다.
  남북 관계도 전문용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남북의 주민이 만나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같은 용어, 최소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남과 북에서는 같은 개념에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에 남과 북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남북 전문용어의 차이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남북 전문용어를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에 비례하여 남쪽 내에서조차 전문용어가 통일되지 않은 문제점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전문용어의 정비는 일차적으로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렇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접한 분야와 공동으로 협력하면서 서로 다른 용어를 조정하는 작업도 있어야 한다. 또한, 국어 전문가의 협력도 필요하다. 용어 자체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잘 알지만 국어의 일부로서 만들어지고 유통이 되기 때문에 용어의 표기나 조어법 등이 국어의 원칙에 맞아야 한다. 이 일은 국어를 잘 아는 사람들의 몫이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문용어에 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전문가의 참여도 필요하다.
  최근에 전문용어로 관심을 돌리게 하는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전문용어의 정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고, 국어기본법에까지 그러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제 구체적인 전문용어 정비 성과에 대해 검토하도록 한다. 원고를 작성하는 시점에서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검색하여 2004년도에 나온 출판물을 조사하였는데 용어 정비와 관련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용어’ 또는 ‘사전’을 검색하여 2004년에 나온 것을 조사하였는데 개인이 편저한 것을 제외하고 기관, 학회 등에서 한 것만을 보이면 아래와 같다.
한국청소년개발원, 2004년 6월, 청소년학용어집
한국대기환경학회, 2004년 5월, 대기환경용어집
한국물리학회, 2004년 1월, 물리학용어집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2004년 1월, 정보통신용어사전
  학문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많은 전문 분야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4종의 책만 서점에 나왔다는 것은 2004년에 이룩된 성과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교보문고에 2004년에 나온 모든 책이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든가, 용어집 편찬에 시간이 꽤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정비 활동이 학회, 또는 그에 준하는 기관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것만 해도 몇 건을 여기에 추가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2004년 6월에 ꡔ핵심과학기술용어집ꡕ이 나왔으며, 2004년 7월에는 대한전기학회에서 ꡔ전기전자용어사전ꡕ을 발간하였다. 전자는 부제가 ‘4개분야·기초과학·응용과학’이라고 되어 있으며 본문은 영어 용어를 기준으로 삼아 그 용어에 대응하는 국어 용어를 각 과학 분야별로 나열하였다. 분야는 다르지만 용어가 동일하면 국어 용어는 한 번만 제시하고 분야는 모두 나열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각 분야로부터 용어를 모아서 영어 용어를 기준으로 단순히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엄밀하게는 전문용어를 정비한 성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용어의 정비를 위해서는 먼저 사용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단계 성과 정도로는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이 전혀 없이 용어만 나열되어 있어 자세한 작업 과정이나 작업 의의 등을 알 수가 없다. 후자는 국내 전공 분야 교수진, 산업체, 학회 및 협회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여하여 8년의 작업 끝에 출판한 성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회 차원에서 직접 사전을 편찬한 드문 성과로 꼽아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에서 ꡔ필수의학용어집ꡕ을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꾸준히 용어집을 제작 간행하면서 의학 용어 정비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 언어학자들이 함께 용어 정비에 참여하여 해당 분야 전문가와 언어학자가 공동으로 용어를 정비해 나가는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대한의사협회에서 ꡔ필수의학용어집ꡕ을 만들게 된 것은 2008년 이후에 발행 예정인 의학용어집 5집에 앞서 4집의 수정 보완판을 만드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4집은 2001년에 40개 학회의 참여로 제작되었다. 후술할 공청회 자료집에 따르면 2003년 3월부터 용어집 발간 작업에 착수하였으며 2003년 10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용어집에 들어갈 용어를 심의하였다. 4집의 기본 용어, 말뭉치 등에서 1회 이상 사용된 용어, 의사국가시험에 사용된 용어 중에서 선별하여 11,163개의 올림말을 선정하였는데 4집에서 통일되지 못하였거나 일관성 없는 용어를 고쳤으며, 4집의 틀린 용어를 교정하였다고 한다. 이 작업이 끝난 후인 2004년 6월 30일 공청회가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렸다. 필자도 이 공청회에서 참석하였었는데 ꡔ필수의학용어집ꡕ 발간 사업이 의학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그런지 의학계의 여러 분야에서 꽤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진지하게 공청회가 진행되었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전문용어 정비가 추진되기는 했지만 전문용어 정비와 관련하여 2004년에 가장 주목할 것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이라 함.)에서 사전 편찬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문용어 정비 사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학진에서 공모한 연구 지원 사업에 사전 편찬과 관련된 과제를 가지고 응모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2003년 10월에 처음으로 사전 편찬 지원 사업 과제를 공모한 것이다. 신청 요강에서 밝힌 사업 목적은 아래와 같다.
◦ 시장성이 없는 특수언어 또는 전문학술용어의 사전을 편찬하여 해당 분야 연구자들에게 제공
◦ 학술전문용어의 표준화를 통한 지식과 학술정보의 효율적 교류 및 배포에 기여
  사전 편찬 지원 사업이기는 하지만 위에서 밑줄 친 것처럼 전문용어의 정비를 명시적으로 사업 목적의 하나로 밝히고 있다. 후술하겠지만 용어 표준화 사업은 실제로는 한국학술단체연합회(이하 ‘학단연’이라고 한다.)에서 사전 편찬 과제 공모와는 별도로 예산을 지원받아 추진하였다.
  “전문학술용어의 사전을 편찬”하는 것도 전문용어의 정비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특수언어 사전의 편찬이나 이미 용어의 정비가 끝난 분야의 전문 사전 편찬이라면 용어 정비와 무관하겠지만 용어가 정비가 되지 않은 분야에서 사전을 편찬하려면 불가피하게 용어의 정비가 수반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공모를 통하여 2003년에 모두 18건이 선정되었다. 그런데 비록 선정은 2003년에 이루어졌지만 공모 결과 발표가 12월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제로 선정된 사업들은 2004년에 추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선정된 과제 18건 중에서 전문용어 정비와 관련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을 들면 아래와 같다.
한국응급구조학회, 구조구급용어사전
한국대기환경학회, 대기환경사전 편찬사업
한국식품과학회, 식품과학용어사전 편찬
한국신뢰성학회, 신뢰성 용어사전 편찬
한국과학사학회, 과학사 사전
대한치과보철학회, 치과 보철학 용어집 편찬 사업
경인교육대학교, 교육공학 용어사전 편찬
안전경영과학회, 안전관리 용어사전
중앙대학교, 스포츠심리학 용어사전 편찬
영남대학교, 코퍼스 기반 한국어 심리학 사전 편찬
한국기록학회, 기록사료학 용어 표준화 및 다국어 사전 편찬
세계음악학회, 세계음악 용어사전 편찬
한국영양학회, 한국 영양학 학술용어집 편찬 및 표준화 사업
  모두 13건이다. 공모 주제의 성격 때문인지 ‘용어 사전’이라는 말이 꽤 많이 보인다. 대한치과보철학회의 경우에는 제목 자체에서 용어집 편찬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신청 요강에서 특기할 사항이 한 가지 더 있다. “사전 및 용어집의 편찬은 국어연구원, 국어학회 등 국어학 관련 기관의 감수를 반드시 거쳐야만 함”이라고 감수 절차를 밝혀 둔 점이다. 국립국어원(당시는 국립국어연구원)을 거명하면서 한마디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국어 전문가가 감수를 하여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은 용어의 정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보인다. 내부의 인력만을 활용하여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용어집을 검토해 보면 어문 규정을 따르지 않고 표기된 용어들이 섞인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국어의 관점에서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용어를 만든 것도 볼 수 있다. 그러면 용어집에서 정리된 것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용어가 여전히 두 개 이상 사용되는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국어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일은 국어 전문가들의 몫이므로 국어 전문가들이 용어를 감수하는 절차를 둔 것은 바람직하다.
  2004년 4월에 학진에서 2004년 사전 편찬 지원 사업에 대한 공모를 또 하였는데 이때 밝힌 사업 목적은 앞서 밝힌 것과 같다. 다만, 이때의 신청 요강에서는 “학술전문용어 정비 및 표준화는 한국학술단체연합회를 통하여 지원”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이 다르다.
  2004년 8월 18일에 공모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16건이 선정되었다. 이 중에서 전문용어의 정비와 관련된 과제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래와 같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인사·조직·전략 분야 학술용어 사전 편찬
한국국제상학회, 전자무역실무용어사전(무역실무용어를 포함하여)
대한교육법학회, 교육법학 사전 편찬 연구
손태우, 국제거래법 용어통일 대사전
한국천문학회, 천문학 용어사전
한국세라믹학회, 하이테크 세라믹스 용어사전
한국버섯학회, 버섯 학술 용어 대사전 발간
한국실험심리학회, 웹 기반 실험심리학 용어사전 편찬
박연선, 색채용어사전
  모두 9건이다. 여기서도 역시 ‘용어 사전’이라는 말이 많이 눈에 띈다.
  두 번의 공모를 통해 학진에서 사전 편찬 과제로 34건을 선정하였는데 그중 22건이 전문용어 정비와 관련될 수 있는 것이다. 2/3 정도의 비율이다. 사전 편찬 지원 사업은 예상외로 성과가 좋아 지속적으로 지원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지속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면 많은 분야에서 전문용어의 정비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학진에서 지원한 사업 중에서 전문용어 정비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학단연의 학술용어 정비 및 표준화 사업이다. 이미 지적을 했듯이 이 사업은 사전 편찬 과제 공모에 속하기는 하지만 사전 편찬 과제와는 별개로 학단연에서 학진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미 앞에서 지적했듯이 동일한 개념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용어를 여러 분야에서 함께 쓰면서도 번역의 차이로 실제 사용하는 우리말 용어는 다른 경우가 많다. 분야마다 다른 용어를 하나의 공통된 용어, 하나가 어려우면 둘 정도의 공통된 용어로 정리하는 일은 용어의 정비라는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중요한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공통된 용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분야에서의 정비만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없으며 공동으로 용어를 쓰는 분야 간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분야별 용어의 표준화, 나아가 공통 용어 합의를 목표로 하여 학회들의 연합체인 학단연에서 용어 정비에 착수한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하여야 한다. 그동안 공통 용어의 필요성은 많이들 느끼고 있었지만 정작 실제 성과는 많지 않았다.
  학단연에서는 학진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예산을 토대로 학단연 소속 학회를 대상으로 과제에 참여할 학회를 공모를 하였다. 공모 결과 18개 분야를 선정하여 분야별 용어 정비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였다. 예산 지원은 2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어서 분야별 정비 사업도 2005년까지 이어지게 된다. 또한, 용어의 정비가 잘 이루어지도록 일정한 조직을 만들어서 운용하였다. 18개 분야를 인문 사회과학 용어 연구반(언어학, 문학, 역사학, 철학, 심리학), 물성과학 용어 연구반(가정학, 금속재료공학, 물리학, 수학, 자동차 공학, 전기 공학, 전자 공학, 수학, 화학), 생명과학 용어 연구반(생물학, 수의학, 간호학, 한의학), 예·체능 용어 연구반(미술학)으로 나누어 분야별로 용어 정비를 추진하면서 연구반별로 공통된 용어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분야별로 작업을 하면서 상호 참조를 할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내놓은 용어 정비 성과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수집된 용어를 정리하여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인터넷에 공개하는 일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따로 국어 전문가들이 참여한 표준화 원리 위원회를 두어 표준화와 관련된 국어 측면에서의 검토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18개 분야에서 용어를 각자 정비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고 사업이 일관성이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용어 정비 지침도 만들었다. 표준화 원리 위원회에서 엑셀 파일을 기준으로 데이터 구축 원칙을 정하고 각 분야에서 이 원칙에 따라 정비된 용어를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것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으로 넘어가 데이터베이스화되고 인터넷에 공개되는 것이다. 또한, 한글 표기 원칙을 정하여 각 분야에서 이에 따라 국어 용어를 한글로 제시하도록 하였다.
  용어 정비 결과물의 제출 형식은 동일하지만 분야마다 용어를 정비하는 대상이나 절차에는 꽤 차이가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비로소 용어 정비를 시작한 분야가 있었는가 하면 이미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이 기회에 새롭게 정비를 계속해 가는 곳도 있었다. 용어에 대한 접근도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의 용어의 정비는 실제로 쓰이는 용어를 모으고, 그동안 외국어 용어를 여러 가지로 번역하여 사용한 것을 이 기회에 정리하고 부적합한 용어가 있으면 적당한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대체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었다. 그런데 문학, 역사학, 한의학 분야에서는 우리말 용어에 대응하는 영어 용어를 찾는 작업도 포함되었다. 역사학 분야는 용어 정비를 둘러싼 심각한 이견으로 사업에 착수하면서 사업 내용이 바뀌었다. 사업단을 구성하는 초기에 참여 후보자들 사이에서 역사학은 특성상 용어가 역사를 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표준화하거나 통일할 수 없다는 심각한 이견이 제기되어 애초에는 역사 연구에 관련된 주요 학회가 모두 참여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하였다가 역사학회가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학단연에서는 이 사업과 관련하여 여러 차례 워크숍을 열었다.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03년에 정기학술대회를 겸해 사업 방침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으며 2004년에 두 차례 워크숍을 열었다. 2003년 12월에 있었던 학술대회는 2004년 사업과 실질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여기에서 소개하도록 한다.
  ‘한국 학술용어 표준화의 원칙’이라는 주제로 2003년 12월 22일 학진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학술대회는 실제로 사업에 착수하면서 각 분야에서 따라야 할 원칙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먼저 ‘한국 학술용어의 표준화 공정 및 자료 구축 모형 제안’(신효식, 한국과학기술원 전문용어언어공학연구센터)은 각 분야에서 구축할 용어 목록의 정보 입력 필드를 소개하였다. ‘한국 학술용어의 한글 표기 원칙’(조남호, 국립국어원)은 학술용어는 한글로 표기한다는 표기 원칙과 어문 규정을 준수한다는 규정, 기호의 사용, 띄어쓰기 등에 대해 언급하였다. 띄어쓰기는 용어의 정비와 관련하여 가장 심각한 견해 차이가 있는 문제이어서 특별히 언급하였다. 분야마다 띄어쓰기에 대한 태도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전혀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분야도 있고 부분적으로 띄어쓰기를 하는 분야도 있고 철저하게 띄어쓰기를 하는 분야도 있다. 그래서 띄어쓰기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문제는 발표 이후에도 논란이 있었으며, 분야에 따라서는 계속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도 하였다. ‘한국 학술용어 국어화의 기본 원칙’(한영균, 울산대)은 학술용어 국어화를 위한 기본 작업과 기본 원칙에 대해 소개하였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 사업에 착수하기에 앞서 각 분야에서 용어 정비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 정비 방향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발표된 내용이 그 후 앞서 언급했던 표준화 원리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학단연의 공식 원칙으로 정리되었다.
  2004년 워크숍은 6월 17일과 11월 18일 2회 열렸는데 분야별 사업 추진 점검을 겸해 각 분야별로 성과를 발표하였다. 2년에 걸치는 사업이기 때문에 2004년 워크숍에서는 진척 상황을 밝히는 것이 중심이었고 진척 상황을 얘기하는 중에 용어 정비에 관한 경험도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서로 다른 상황에 있는 분야들에서의 경험이 소개되고 거기에 대한 질의와 토론이 이어지면서 한 학회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했다면 드러나지 않았거나 또는 잠복해 버렸을 문제점들, 나아가 바람직한 용어 정리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어 용어 정비 경험의 축적이라는 면에서도 중요한 성과를 이룬 자리였다고도 할 수 있다.
  전문용어의 정비와 관련하여 2004년에 이룬 성과로 주목할 다른 것으로 21세기 세종계획 내의 전문용어 정비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2004년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며, 앞서 소개했듯이 21세기 세종계획이 시작된 1998년부터 꾸준히 추진된 사업이다. 전문용어 정비 사업은 사업 첫 해부터 전문용어언어공학연구센터(KORTERM)에서 맡고 있으며 연세대 언어정보개발연구원이 국어학적 검토를 위해 협력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는 2004년에 다음과 같은 사업이 추진되었다.
(1) 전문용어의 표준화 기반 확립: 수학 분야 용어 분석(조어법, 맞춤법, 외래어 표기 검토), 수학 전문 용어 국제 표준 형식(MARTIF) 데이터베이스 구축
(2) 전문 분야 전문용어 기초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전산학, 전자전기공학 및 기계공학 분야 한·영·일 3개국 대응 목록 구축 및 용어 심의
  세부적인 사업 내용에서는 앞선 연도의 사업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사업의 틀은 2004년 이전에 확립되었던 틀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사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한 분야를 정하여 그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한국어-영어-일본어 대응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작성된 용어 목록에 대해 국어학적으로 검토하고 표준화를 위한 자료를 만드는 일도 진행하게 된다. 용어 목록을 만드는 일이 먼저 진행되고 그 목록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는 일은 다음해의 사업이 된다. 또한, 전문용어는 정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용어를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도 이 사업에서 진행된다.
  (1)은 표준화를 위한 자료를 만든 성과이다. 2003년에 수학 분야에 대한 용어 수집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토대로 수학 분야 표제어 약 1만 건의 조어법을 분석하였으며 맞춤법 분석을 통해 오표기를 수정한 것이다.
  (2)는 새로 용어를 모으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전산학 용어 2만 건, 전자전기공학 용어 1만 5천 건, 기계공학 용어 5천 건으로, 합 4만 건의 용어를 구축하였다. 전해까지 보통 1만 건의 용어가 대상이었으나 용어의 수가 크게 늘었다. 용어의 표준화를 위한 다음 단계의 작업을 하고자 하는 것도 이 사업의 목적 중의 하나였으나 실제로 그동안 표준화와 관련된 일은 여러 사정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용어의 표준화보다는 용어 자체의 수집에 초점을 두면서 용어의 수가 는 것이다. 용어의 수는 늘었지만 한국어-영어-일본어 3개 국어 대응 목록을 구축한 것은 전과 같다.
  이 밖에도 전문용어언어공학연구센터(KORTERM)에서는 21세기 세종계획을 비롯한 기타 연관 사업과 연계하여 전문 용어 정비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였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전문용어 개발 관리의 자동화를 위한 전문용어 관련 응용 시스템 개발 및 통합검색시스템의 개발
(2) 전문용어 자원 관리 표준화 및 전문용어학적 연구 및 정보 교류를 위한 국내외 활동 강화
  (1)은 그동안 구축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여러 연도에 걸친 사업의 결과로 축적된 자료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검색 서비스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동 센터의 홈페이지(http://www.korterm.or.kr)에서 전문용어 통합검색기를 확인할 수 있다. 웹 버전에서는 물리, 생물, 화학 분야의 3개 국어 대응 목록과 말뭉치에 나타난 용례, 말뭉치에 대한 용어 빈도수도 볼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통합검색기도 받아내려 사용할 수 있는데 물리, 생물, 화학, 의학 및 수학 분야의 3개 국어 대응 목록을 검색할 수 있다. 영어 약 61,470개, 한국어 약 72,810개, 일어 약 49,800개에 대하여 언어별로 선택하여 검색할 수 있다. 검색하면 3개 국어의 용어와 분야가 표시된다. 이것은 전해에 개발된 것에 수학 분야를 더한 것이다. 또한, 홈페이지에서는 그동안 동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구축한 20개 전문 분야 용어 100만여 개의 검색도 가능하다. 특히 이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언어자원은행(http://www.bola.or.kr) 사이트를 이용하면 전문용어를 비롯한 통합사전, 어휘망(CoreNet) 등의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깔끔한 느낌을 주는 편은 아니지만 해당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
  (2)는 전문용어 자원 관리 활동에 관한 것인데 전문용어의 정비와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활동도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전문용어 정비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전문용어의 정비에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였고, 국제적인 표준화 활동도 활발하다. 특히 국제 표준 기구(ISO) 산하의 전문용어 기술위원회(TC37)는 전문용어의 원리 연구, 표준화 지침 확립, 전문용어 수집, 전문용어 관리 및 기타 언어 자원의 관리에까지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4개의 소위원회가 있다. 한국은 이 중에서 언어 자원의 전산적 처리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제4위원회(SC4)의 국제 간사를 맡고 있으며 전문용어언어공학연구센터에서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4개의 소위원회 구성은 아래와 같다.
(1) 전문 용어 위원회(ISO TC37) 구성(2004년 기준)
ISO TC37: 국제 표준 기구(ISO)의 제37 기술위원회
ISO TC37의 명칭: (전문)용어 및 기타 언어 자원(Terminology and other language resources)
SC1(1분과)(principles and methods in terminological and knowledge organization): 전문용어 기본 원칙 제정에 관련된 작업을 함.
SC2(2분과)(application of terminological and lexicographical methods and procedures): 용어에 관련된 사전 편찬 작업을 함.
SC3(3분과)(terminology management systems and content interoperability): 자료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작업을 함.
SC4(4분과)(language resource management): 언어 자원의 전산적 처리를 함.
  전문 용어 위원회(TC37)에서는 그동안 용어의 기본 원칙에 관련된 일과 사전 편찬에 관련된 일을 많이 해 왔었는데 최근 4분과가 새롭게 생겨남으로써 다른 분과들이 4분과 활동에 많은 관심이 있는 상황이다. 4분과의 주요 활동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전문 용어와 기타 언어 자원(언어 전반)의 용어 정리 원칙과 언어 정보 처리를 위한 용어 구축 원칙의 표준 규격 제정
(2) 전자 상거래(e-business), 가상 교육(e-learning) 등을 위하여 각국 자료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이 확보될 수 있는 표준 규격의 제정
(3) 전문 용어를 포함한 일반 언어 자원의 정보 자료 구축 지침의 마련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의 자료 구조 규격의 마련(전자 사전, 언어 자원(전문 용어) 관리 시스템(TDMS), 데이터 구조, 자질 구조, 형태-통사 주석 틀, 어휘 표지 틀, 의미 부류 등에 관한 각국 언어의 통합적 규격 논의)
  4분과에서는 전문용어뿐 아니라 언어 자원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분과에서는 언어 자원 데이터베이스를 표준적인 방법으로 구축하여 전 세계가 서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기존에 만들어졌던 기계 처리용 전자 사전류(LCStar, WordNet, ComLex, Parole, Eagles, Lexus, 세종전자사전 등)를 검토하여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어휘 표지 틀(LMF)과 형태통사 주석 틀(MAF)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4분과는 프랑스의 로랑 로마리(Laurent Romary)가 사업 책임을 맡고 있으며 한국과학기술원의 최기선 교수가 국제 간사를 맡고 있고 고려대 이기용 명예교수가 회의 소집자(convenor) 역할을 맡고 있다. 4분과는 2004년 2월 3일~6일에 제주도에서 4분과 실무 모임을 열었다. 이 모임에서는 언어 자원 관리를 위한 형태통사 주석 틀(MAF), 어휘 표지 틀(LMF), 자료 부류 목록(DCR), 자질 구조(FS)에 관한 기본 규격을 제정하기 위한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제주 모임에서는 10여 명의 국내 위원들이 참석하여 국내 상황에 대한 많은 보고가 있었다.
  2004년 8월 23일~27일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표준 협회(AFNOR)에서 전문용어 기술위원회 2004년 총회가 있었는데 한국,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을 비롯한 25개국에서 96명이 참석하였다. 여기에는 1분과부터 4분과까지 모두 모여 총회를 진행하고 이후 분과별로 회의를 진행하였는데 4분과에서는 어휘 표지 틀(LMF)과 자료 부류 목록(DCR), 그리고 자질 구조(FS)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토론은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한국은 특정 사업이 없이 일반적인 내용만을 토론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한국 대표단 내에서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이 위원회 활동에 참여하려면 특정 사업을 도출한 후 이를 바탕으로 세부 규격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회의 기간 중 중국에서 단어 분절(word segmentation)에 관한 규격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하여 한국 대표단은 이 문제에 대하여 상의를 하였다. 중국어나 일본어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로 주어진 문맥에서 전문용어를 추출하거나 분석하려면 전문용어만을 따로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이 기준을 마련하려면 중국어나 일본어는 전문용어 사전을 마련하고 이 사전에 의거하여 전문용어를 뽑아낼 수밖에 없는데 중국에서 단어 분절(word segmentation)에 관한 규격 제정을 제안한 데에는 중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문용어를 대만보다 먼저 국제 표준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국어는 띄어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명사 복합어에서 단어 경계를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별 문제없이 전문용어 경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대표단은 이 문제가 한국에 큰 효용이 없을 수도 있지만 국제 표준 활동에서 아시아권의 나라들이 힘을 합쳐 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중국과 함께 작업을 해 나가기로 하였다.
  총회 이후 2004년 11월 16일~19일에 이탈리아 피사의 두오모 호텔에서 4분과 실무 회의가 열렸는데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대만 등을 비롯한 9개국에서 22명이 참석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형태통사 주석 틀(MAF), 어휘 표지 틀(LMF), 의미 영역군(TDG)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회의에는 대만에서도 참가하였는데 사전의 기본 형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대만에서는 같은 글자라도 성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중국어의 예를 소개하였고 한국에서는 장단이나 한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예를 소개하였다. 어휘 표지 틀(LMF)에 관한 회의의 경우 지금까지의 논의와는 달리 보다 실제적인 작업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세계 각국에서 구축하고 있는 언어 사전(각국어 사전, 전자 사전 등)의 예를 수집하고 다음 회의 때까지 이를 바탕으로 다국어 환경을 고려한 확정안(투표 문건: CD ballot)을 만들기로 하였다. 한국에서도 세종전자사전이나 표준국어대사전의 예를 제공하기로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과 관련 작업 팀 간에 공조 체제를 형성하여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용어에 관해 2004년에 있었던 토론회를 소개하고 이 장을 끝내도록 한다. 한글문화연대 주최로 ‘외래 전문용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2004년 8월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한국 전문용어의 현실과 그 문제점’(김진용,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초빙연구위원)과 ‘외래 전문용어에 대한 전 사회적 대응 방안 모색’(이병혁,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의 발표에 이어 ‘전문용어의 토착어화’(김하수, 국립국어원), ‘문화 발전을 위한 또 다른 중요 전략으로서의 전문용어 체계’(김재윤, 국회의원), ‘효율적인 전문용어 체계 수립과 운용을 위한 제도적 개선 가능성’(노회찬, 국회의원), ‘전문용어 유통 체계의 현실과 표준 용어 유통 활성화의 가능성’(우병현, 아이티(IT) 조선일보 기자), ‘프랑스 전문용어를 자국어로 표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조광제, 한글과컴퓨터) 등의 제목으로 다섯 사람이 토론을 하였다.
  필자는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는데 주제로 미루어 보면 급증하는 영어계 전문용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한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잘 드러내는 것이 영어 제국주의에 맞서는 언어 전쟁의 관점에서 외래 전문용어에 대해 다룬 이병혁 교수의 발표문이다. 결론에서는 한국어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어를 이해하는 컴퓨터를 개발해야 하고 단기적으로는 외래 전문용어에 대한 한국어 번역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하였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결론으로 국어의 전문용어 현실에 대해 충분히 파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진용 연구위원의 발표문에서는 전문용어 정비의 현황을 검토한 후에 좀 더 구체적으로 추진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 국가 전문용어 총괄 기구 설립 및 선행 연구
- 각 분야 전문가 그룹 협조 체계 구축과 언어 공학적 기술 뒷받침
- 전문용어 관련 홍보 및 보급
  전문용어의 정비가 끝없이 이어져야 하는 일임을 감안하면 총괄 기구를 설립하여 거기에서 일을 꾸준히 해 나갈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위에 든 것 외에도 ‘전문용어 표준화 분과 위원회 활동’을 더 들었으나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현실적인 작업 착수에 관한 내용이어서 동렬의 것은 아니다. 또한 ‘전문용어 표준화 위원회와 전문용어 산업 협의회 운영’도 지적하고 있으나 총괄 기구가 만들어진다면 거기에 포함될 내용이고 그것이 안 될 때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정도가 아닌가 하여 위에 제시하지 않았다.


  3. 맺음말

  2004년은 전문용어 정비에 있어서 중요한 해로 꼽아야 할 듯하다. 국어기본법에 전문용어 표준화에 관한 규정이 들어가서 전문용어 정비를 위한 법적 뒷받침이 이루어졌고 본격적으로 국가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기는 했지만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었거나 분야를 국한하지 않더라도 제한적이었다. 그렇지만, 2004년부터 학진에서 정식으로 편성된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전문용어의 정비 또는 사전 편찬과 관련된 일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한 분야에서 용어 정비가 이루어지게 되면 인접 분야에서도 이에 자극을 받아 정비에 나설 것이어서 용어 정비 분위기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2004년에 있었던 용어 정비 관련 모임에 다니면서 필자는 이제 전문용어 정비가 질적으로 변화된 여건에서 추진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학문의 연륜이 쌓이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하였다. 과거에는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기에 바빴었다. 아직 이런 태도가 완전히 극복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학문적 축적이 이루어지면서 독자적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전수할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이때 문제로 등장하는 것이 구태의연한 용어, 전공자 이외의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의 사용이다. 인접 분야와 다른 용어의 사용으로 인한 혼란, 학교 교육 현장에서의 학생들의 어려움 등이 문제로 제기되는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 더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우리말로 학문을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여건이 변화하면서 용어의 정비가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로 국가에서도 지원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우울한 전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자주 지적이 나오듯이 영어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의 학문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영어를 그대로 음차하여 받아들이는 사례들이 많이 늘고 있다. 영어를 그대로 쓰면 되지 굳이 우리말 용어를 찾느라고 고생할 필요가 무엇이 있느냐는 극단적인 견해도 있다. 영어로 논문을 발표해야 하는 부담이 많은 분야일수록 이런 견해가 힘을 받는다. 표기조차 영문자로 흔히 한다. 영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 세계화 시대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점도 덧붙인다. 이런 견해가 힘을 받을수록 용어 정비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용어를 정비하고 보급하는 일은 상당히 외롭고 힘든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문용어의 정비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국어 전문가, 전문용어학자가 공동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2004년 성과의 상당 부분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로 노력하여 이루어낸 것이다. 국어 전문가들, 국어학자들이 전문용어에 관심을 둘 필요가 절대적으로 있지만 2004년에도 국어 전문가들은 별로 전문용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극히 한정된 사람만이 관심을 두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둔 것은 아니고 불러 주면 참가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관심에 그쳤다. 앞으로 전문용어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소극적인 태도는 국립국어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어원 내부에서 전문용어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ꡔ표준국어대사전ꡕ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용어에 문제가 많음을 인식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규모가 큰 일이어서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한 점이 없지 않다. 전문용어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국어기본법에 전문용어에 대한 규정도 들어갔기 때문에 앞으로는 활동 영역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전문용어학의 관점에서 보면 2004년의 성과는 더 미미하다. 학문적으로 전문용어에 접근하려는 성과는 찾기 어렵다. 외국은 전문용어학이 발달하였으나 우리나라에는 전문용어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정도이다. 아직은 실제의 경험을 쌓아가면서 암중모색하는 형편에 그쳤다. 이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하는 사람도 앞으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