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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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국어사·국어학사
장윤희 / 한남대

  1. 머리말

  이 글에서는 2004년 한 해 동안 이루어진 국어사 연구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2004년에 이루어진 학위 논문과 단행본, 학회지 등의 논문집 게재 논문 등을 수집하여 그 내용을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이를 위해 이 시기에 이루어진 연구를 가능한 한 모두 수집한 뒤, 학위 논문과 단행본, 논문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해당 연구의 주제와 내용이 국어사 연구의 어떠한 하위 영역에 속하는지를 결정한 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로 한다. 이때 국어사의 하위 영역은 ‘국어사 전반 및 언어변화 이론 관련 연구, 국어사 자료 연구, 음운사 연구, 문법사 연구(조어법, 명사 및 관련 범주, 동사 및 관련 범주), 어휘사 연구, 차자표기 연구, 기타 연구’ 등으로 설정해 보았다. ‘기타 연구’에는 문자 및 표기사, 국어사 연구의 교육적 적용, 국어생활사 관련 연구들을 다루기로 한다. 그리고 국어사 연구와 국어학사 연구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이지만, 현재 기획된 ‘국어 동향’에서 국어학사 연구를 다룰 마땅한 곳이 없어 ‘기타 연구’에서 이들도 함께 다루기로 한다.
  내용 검토에서는 국어사 연구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연구나 기존의 연구들과는 다른 주장을 담고 있거나 시각과 방법론이 다른 연구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판단은 오로지 필자의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필자가 연구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오독했을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논문이 논의에서 누락되었을 수도 있음을 먼저 밝혀 해당 연구자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또한, 가능한 한 이 기간 동안의 모든 연구를 포괄하고자 했으나 필자의 과문함으로 인하여 수집 대상에서 제외된 연구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2. 국어사 전반 및 언어변화 이론 관련 연구

  국어사 연구 가운데 우선 국어사 전반에 대한 연구를 주목해 볼 수 있다. 강길운의 『국어사정설』, 김무림의 『국어의 역사』, 이광호의 『근대국어문법론』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국어의 역사』는 그동안 이루어졌던 국어사 연구 결과를 적극 활용하여 기존의 국어사 전반에 대한 기술, 특히 문법적 사실의 기술을 보다 정밀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국어 문법사 방면의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국어사 각 시기의 문법적 사실은 물론 그동안 국어사의 암흑기로 알려져 있었던 고대국어의 문법적 사실을 보다 정밀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여기에서 주목되는 사실은 국어사의 시대 구분에서 그동안의 통설과는 달리 ‘고대국어[전기: 삼국 및 통일신라(10세기 이전), 후기: 고려 초기 및 중기(10~13세기)], 중세국어[고려 후기 및 조선 초·중기(14~16세기)], 근대 국어[조선 중·후기(17~19세기), 현대국어[조선 말기 이후(20세기 이후)]와 같이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어사 각 부문에서의 연구가 발전하면서, 특히 문법사 분야의 연구에서 13세기를 기점으로 고대국어와 중세국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적극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에서 제기되었던 근대국어 시기의 전·후기 구분의 필요성 등은 반영되어 있지는 않다.
  국어사 연구에서 중세국어가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국어사 연구는 주로 중세국어에 집중되어 있던 것이 사실이고 최근에 고대국어 및 근대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중세국어 시기 이외의 다른 시기의 국어사적 사실을 연구자들이 개괄해 볼 수 있는 연구서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근대국어문법론』은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연구라 할 수 있다. 이는 중세국어 문법론의 기술 체제를 따라 근대국어 시기의 사실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근대국어의 개략적 모습은 물론 중세국어로부터의 개략적인 변화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근대국어 연구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적 관점의 국어학 연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국어학 연구는 외래 이론의 영향을 받으며 더욱 정밀화되었다. 국어사 연구 역시 이러한 경향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외래 이론이 국어사적 사실을 적절히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인식되면서 국어사 연구에서 외래 이론에 대한 관심은 매우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국어사 연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외래 이론과 그 적용례를 살핀 권재일의 <국어사 연구 방법과 외래 이론 수용>, 김유범의 <언어 변화 이론과 국어 문법사 연구>, 정승철의 <음운사 연구에서의 언어 변화 이론의 수용과 전개: ‘ᄋ’의 음운사 연구를 중심으로>, 조남호의 <의미 변화 이론의 수용과 전개> 등은 그동안의 국어사 연구에 기여한 외래 이론의 기여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함은 물론 이를 통해 국어사 연구에서도 외래 이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래 이론의 이러한 공적 못지않게 외래 이론의 무비판적 적용으로 인해 나타난 문제점 역시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래 이론을 통해서는 분석적 방법론이나 기본적인 착상에 도움을 얻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양정호의 <형태소 개념과 국어사 기술>은 기존의 형태소라는 개념으로는 국어사에서 나타나는 변화 양상을 적절히 기술해 줄 수 없음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형태소의 의미를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 이론적 연구이다. 이는 통시적 변화 과정에 나타나는 이형태 사이의 비배타적인 분포의 문제를 적절히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에 이형태의 조건으로 언급한 ‘상보적 분포’ 속에는 ‘배타적 분포’까지를 포함하는 것이었지만 ‘배타적 분포’를 제외한 ‘상보적 분포’만이 이형태의 조건으로 유효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대국어에서도 발견되는 ‘너는, 넌’과 같이 비배타적 분포를 보이는 ‘-는’과 ‘-ㄴ’의 분석에서도 유용한 관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소의 개념은 국어의 통시적 변화 가운데 과도기에 유용한 것일 수는 있어도 분포가 완전히 고정된 이후에는 그리 유용한 것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안정된 분포를 보이는 형태소의 이형태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배타적 분포가 발견됨에도, 이렇게 형태소의 개념을 수정한 설명이 이러한 현상을 과도기적 현상으로 설명하는 방식보다 얼마나 유용한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국어사 자료 연구

  국어사 자료 연구는 국어사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함은 물론, 기존의 설명을 보다 정밀화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런 만큼 2004년에도 국어사 자료에 대한 연구가 많이 발표되었다. 여기에는 새로운 국어사 자료를 학계에 소개하는 서지학적 성격과 국어학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 연구는 물론, 기존에 알려진 자료의 국어사 자료로서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하는 연구, 그리고 기존에 알려진 자료가 연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서지학적 연구가 포함된다. 이 밖에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 역시 여기에 포함하여 함께 다루기로 한다.
  우선 새로운 국어사 자료를 소개하는 성격의 연구로는 홍윤표의 〈이백시 언해(李白詩諺解)의 국어학적 가치〉, 이래호의 〈송규렴가 전적 『선찰』 소장 언간에 대하여〉, 김남경의 〈『언해구급방』하의 국어학적 고찰〉, 김철준의 《『화어류초』의 어휘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홍윤표의 연구는 지금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독특한 국어사 자료를 학계에 소개한 것이다. 이 책은 이백 시의 원문이 1권에, 원시에 구결을 단 구결문이 2권, 그리고 이를 언해한 언해시가 3권에 실려 있는 3권 1책의 필사본으로서 언해의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특이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표기나 지질로 미루어 18세기 중엽에 필사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당시의 한시 학습과 이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자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래호의 연구는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사이에 작성된 새로운 한글 편지를 소개한 것으로 이들 편지에 나타나는 국어사적 특징을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당시의 간본 자료에서와는 달리 주격조사 ‘-가’의 분포에 제약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뒤슝〃-, 싱숑샹숑-’ 등의 독특한 단어들이 처음 발견된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러한 사실은 간본 자료에 비하여 당시의 생생한 국어 현실을 반영하는 한글 편지의 자료적 특성이 잘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남경의 연구는 최근 학계에 알려진 목활자본 『언해구급방』 권하의 국어사 자료적 가치를 소개하는 성격의 것이다. 구급방류는 그 실용적 성격으로 인해 동일한 책이 시차를 두고 여러 번 중간되었음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최근까지만 해도 이 책은 필사본만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는 점에서 이를 소개한 연구의 의의는 크다고 하겠다. 김철준의 연구는 존재는 알려졌지만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19세기 말의 중국어 대역 자료인 『화어류초』의 우리말 번역어를 대상으로 그 성격과 이전 시기로부터의 변화를 개략적으로 살핀 것이다.
  이미 알려진 자료의 성격을 명확히 밝힌 연구로는 유창균의 〈몽고운략과 동국정운〉, 김동언의 〈『이언사총』과 19세기 후기 황해도 방언〉, 변혜원의 <『용비어천가』의 연구>, 신은수의 〈무술본(1898) 완판 심청전의 표기 특징: 병오본(1906) 심청전과 대조하여〉 및 이태영의 〈완판본 『심쳥가(41장본)』 해제〉, 안주호의 〈『오대진언』에 나타난 표기의 특징 연구: 성암본과 상원사본을 중심으로〉, 여찬영의 <『여훈언해』의 번역 비평적 연구>, 이화숙의 <『석보상절』 권3 연구>, 황문환의 <추사(秋史) 한글 편지의 국어학적 특징에 대한 일고찰>, 고바야시 다다요시(小林正義)의 <『왜어유해』의 문헌학적 연구>, 히로 다까시의 <이수정 역 『마가젼』의 저본과 번역문의 성격>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국어학적 관점에서 특정 자료의 특성을 밝히고자 한 연구로서 그 자료가 적극적인 국어사 자료로서 이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유창균의 연구는 현재 부전할 뿐만 아니라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몽고운략』의 가치에 대하여 재평가한 것이다. 우리의 훈민정음 창제와 『동국정운』의 간행 사이의 관련성이 원의 파스파 문자 창제와 『몽고운략』 간행 사이의 관련성과 일치하는 등, 『몽고운략』이 훈민정음 창제는 물론 『동국정운』이나 『사성통고』의 편찬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전하는 자료만이 아니라 부전하는 자료 역시 국어사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시켜준 연구라 할 수 있다. 김동언의 연구는 1911년 필사·편찬된 『이언사총』이 황해도 방언을 반영한 자료라는 주장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서문의 ‘葛山茅屋’에서 ‘葛山’이 당시 황해도 신천군에 있는 ‘갈산면’일 가능성이 있고, 수록되어 있는 속담에 황해도 관련 지명이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황해도의 방언이 다수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첫째, 둘째 근거는 가능성이므로 결정적 근거로 보기는 어렵고 셋째로 든 사실이 결정적 근거라 할 수 있을 터인데, 이 자료에는 황해도 방언과 유사한 측면은 물론 차이가 있는 측면은 물론 오히려 다른 방언과 유사해 보이는 측면도 다수라는 점에서 이에 대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 여찬영의 연구에서는 근대국어 시기의 언해문 자료에서 흔히 발견되는 ‘端졍, 공敬, 親히/친히’ 등과 같은 한자 한글 혼종 표기, 그리고 원문이나 언해문의 한자 독음이 누락되어 있는 것은 번역비평적 관점에서 볼 때 언해 과정에서 체계적인 기준이 없었음을 반영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端졍, 공敬, 親히’ 등의 혼종 표기가 언해문의 대상이 되는 구결문에 나타나는 ‘端, 敬’ 등을 반영하기 위한 ‘원문 흔적 남기기’라는 주장은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어서 눈에 뜨인다. 다만, 동일한 자료에서 이렇게 원문의 흔적을 남긴 경우와 그렇지 않고 ‘단졍, 공경’ 등의 한글 표기만 나타난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언급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와 같은 성격의 또 다른 연구로 정광의 <조선시대 중국어 교육과 교재: 『노걸대』 중심으로>, 정승혜의 <한국에서의 한어(漢語) 교육과 교재의 역사적 개관>, 유동석·차윤정의 <조선어 학습서에 나타난 국어사적 특징과 일본어 간섭 현상> 등을 더 들 수 있다. 정광과 정승혜의 연구는 중국어 학습서에 대한 연구로서, 중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중국어 교육의 역사와 방법, 그리고 그때 사용된 학습서를 소개하는 성격의 것이다. 정광의 연구는 고려말에 원대의 한어[일명 ‘한아언어(漢兒言語)’]를 학습하기 위해 간행된 『老乞大』의 간행 경위 및 그 내용과 이후 조선 시대에 이루어진 노걸대류의 간행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정승혜의 연구에서는 삼국 시대 이후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중국어 교육 기관 및 방법, 교재 등을 망라하여 살피고 있는 연구로서 한반도에서 이루어진 지금까지의 중국어 교육사를 한눈에 개괄할 수 있게 해 준다. 유동석·차윤정의 연구는 일본에서 19세기에 전반기에 필사된 조선어 학습서 『강화(講話)』와 『표민대화(漂民對話)』를 대상으로 여기에 드러난 국어의 특징 및 일본어의 간섭으로 인한 어형 등을 밝히고 있다. 특히 ‘안만(←암만), /낫, 오린(←어린), 줄기니(←즐기니)’와 같은 음운론적인 간섭, ‘사방이(←사방을) 분변치 못하오니, 절로 녀의(←녀이) 되어’ 등과 같은 통사론적 간섭, ‘계집사(←계집)’ 등과 같은 형태론적 간섭 등을 들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국어사 자료에 대한 연구의 또 다른 성격을 지닌 연구로, 자료가 국어사 연구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연구가 있다. 여기에는 서지학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연구와 특정 자료에 대한 주석 연구가 포함된다.
  주로 서지학적 관점에서 국어사 자료를 다룬 연구로는 김봉좌의 <조선시대 방각본 언간독 연구>, 정승혜의 <『박통사신석(언해)』의 간행에 대한 일고찰>, 한재영의 <한글 옛 문헌 정보 조사 연구: 16세기의 국어자료를 중심으로>, 안병희 외의 <100대 한글 문화유산 정비 사업 2002년 결과 보고서> 등을 들 수 있다. 한재영의 연구는 16세기 한글 자료의 개략적 특징과 소장처를 밝히고 있고, 안병희 외의 연구에서는 국어사 연구에서 중요한 100대 문헌의 간략한 서지와 이본 관계 및 영인 사실, 그리고 현 소장처 등 국어사 연구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자료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주고 있어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국어사 자료에 대한 주석 관련 연구로는 강헌규의 『고가요의 주석적 연구』, 송철의 외의 『역주 증수무원록언해』, 유동석의 〈고려가요의 현대어 번역과 관련한 몇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주석은 해당 자료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는 물론 해당 자료의 국어사 자료로서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주석 작업은 간단한 뜻풀이 정도의 성격을 지닌 것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향을 고려할 때 송철의 외의 연구는 주석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다. 18세기 말에 간행된 『증수무원록언해』를 대상으로 현대어역과 뜻풀이는 물론 문법적 사실, 그리고 중세국어로부터의 변화와 관련된 사실까지 주석에 제시함으로써 해당 자료에 대한 이해와 통시적 변화에 대한 개략적 정보도 함께 제시해 주고 있다. 유동석의 연구 역시 고려가요의 교육을 위한 현대어 번역에서 문제가 되는 원작품의 운율을 살리는 문제와 의미를 살리는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를 밝히고자 한 것이다. 원래의 운율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의미가 통하지 않는 현대어로 번역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제시하고 있는 「청산별곡」의 ‘드로라→들었노라, 이슷요이다→이슷하오이다’ 등은 화자표시의 선어말어미 ‘-오-’와 관련하여 정확한 현대어역이라고 보기 어렵다. 전자는 현대국어에서 ‘-노라’는 ‘-다’와는 다른 어감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원문에는 드러나지 않은 의미가 더해진 경우이고, 후자는 현대어 ‘이슷하오이다’의 ‘-오-’는 겸양의 의미가 발견되므로 역시 원문에 없는 의미가 더해진 경우이다. 또한 ‘업스샷다→없으샷다’의 경우에는 현대어에 존재하지 않는 어형으로 현대어역되었다는 점 등에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국어사 자료 가운데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로는 김민수의 <훈민정음 창제와 최항>, 안병희의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와 그 협찬자>, 안명철의 <훈민정음 자질문자설에 대하여>, 이등룡의 <『훈민정음』언해본의 ‘한자치성(漢字齒聲)’에 대한 관견>, 이상혁의 『훈민정음과 국어연구』 등이 있다. 김민수의 연구는 훈민정음 창제의 근인이 단지 『삼강행실도』(1432)의 편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1428년 진주의 살부 사건에 충격을 받은 세종의 『효행록』 편찬(1428)과 우민에게 효율적으로 교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도형(圖形)을 제작하기로 한 결정(1431)에 있었으며, 1434년부터 1443년까지 비공개로 신문자를 창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집현전 학사들과의 내밀한 협찬이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안병희의 연구에서 훈민정음은 세종의 친제가 아니라 집현전 학사들이 협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친제협찬설이 주장되었다. 현재의 기록으로만 본다면 세종 친제설이 타당해 보이지만 이는 당시의 기록상 나타나는 현상이며, ‘어제’로 알려진 ‘예의’ 부분 역시 세종 혼자서 작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치밀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한편, 이등룡의 연구에서는 그동안 신숙주가 창안했다고 알려진 『훈민정음』 언해본의 치두·정치음 표시 문자가 실은 세종의 창안이라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훈민정음의 세종 친제설을 견지한 견해라는 점에서 앞의 연구들과 상반되는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신숙주의 『사성통고』 범례에 나오는 ‘’ 등은 언해본의 것 중 일부를 가져다 쓴 것이라는 주장으로서 그 근거는 세종 친제설의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들 문자를 세종이 친제한 것이라면 그것이 나머지 문자들과는 달리 기록상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한 듯하다. 이상혁의 연구는 『훈민정음』의 이본 및 내용, 창제 목적, 명칭의 변화 등은 물론 문자론, 문자 사용사적 관점에서 훈민정음을 다루고 있는 연구이다.


  4. 음운사 연구

  음운사 연구는 자음 관련 연구, 모음 관련 연구, 한자음 관련 연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004년에는 모음 및 한자음 관련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
  이들을 살피기에 앞서 자음 관련 연구 및 음운론적 관점에서 특정 국어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기로 한다. 자음 관련 연구로는 이동석의 <『계림유사』를 통해서 본 ‘ㅂ계 합용병서’와 ‘ㅸ’>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ㅂ계 합용병서’가 자음군이 아닌 경음 표기이며 ‘ㅸ’은 /w/를 표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는 ‘寶妲’(女兒)이 중세국어에서는 ‘’로 표기되었으며 자음군 설을 지지해 주는 ‘좁쌀, 볍씨’ 등의 예 역시 자음군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어 음운사의 오래된 논란 대상 중의 하나로서 ‘ㅂ계 합용병서’이 경음 표기설은 왜 경음이 각자병서, ‘ㅅ계 합용병서’, ‘ㅂ계 합용병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기되었는지 밝히는 일이 숙제로 남는다. 또한 ‘ㅸ’의 /w/ 표기 주장은 ‘리니’에서와 같이 ‘’가 나타나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밝힐 수 있을 때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특정 국어사 자료를 통해서 다양한 음운론적 사실을 살피고 있는 연구로는 백두현의 <『음식디미방』의 표기법과 자음변화 고찰>, 이근영의 <여사서언해의 음운론적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모음 관련 연구로는 박창원의 <고대국어의 모음체계 2>, 김경훤의 『음운의 변화와 표기』, 김주필의 <18세기 중·후기 왕실 자료의 ‘ㆍ’ 변화>, 진남택의 <일본 자료를 통해 본 ㆍ의 변천 과정>, 김현의 <모음추이의 원인과 음운 자질>, 오광근의 <중세국어 모음체계 수립 연구에 관한 몇 문제>, 오정란의 <훈민정음 재출자(再出字)와 상합자(相合字)의 거리와 재음절화>, 이강로의 『사성통해의 음운학적 연구』 등이 있다.
  박창원의 연구는 한자음을 중심으로 고대국어 모음의 음가를 밝힌 연구로서 특히 ‘ㆍ’의 낮은 빈도수를 보이는 문제를 고대국어 당시에 ‘ㆍ’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ㆍ’에 대응하는 중국음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주필의 연구에서는 ‘ㆍ’의 비음운화 시기에 대한 견해가 17세기 말~18세기 말까지 다양하게 제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선 동질적인 자료를 대상으로 ‘ㆍ’의 비음운화 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면서 18세기 중·후기 왕실 자료인 『어제』류와 『윤음』을 고찰하였다. 그 결과 이들 자료에서는 ‘ㆍ>ㅏ’의 제2단계 변화의 초기 단계이며, 제1단계 변화인 ‘ㆍ>ㅡ’조차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통계 자료를 통해 이러한 ‘ㆍ’의 비음운화에 있어서 음절 위치는 물론 문법형태소와 어휘형태소의 차이, 선행 자음의 조음 위치 자질, 분철 및 연철 표기 여부 등도 변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밀한 음운사 연구를 위해 동질적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변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할 만하다. 18세기 중·후반의 왕실 자료에서 ‘ㆍ>ㅡ’가 진행 중이었다는 결론은 18세기에도 비어두의 ‘ㆍ’가 ‘ㅡ’와는 다른 음가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결론과 상통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현의 연구는 국어 음운사에서 언급되어 오던 모음추이의 원인과 방향 등의 문제를 기능·구조주의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살핀 것이다. 국어 모음추이의 원인과 연쇄적으로 변화하는 방향에서 ‘원순성’이 크게 작용했으며, 이러한 모음추이는 ‘후설성, 개구도, 원순성’에 의한 상관을 모두 지닌 체계가 좀 더 긴밀한 한 것으로 이렇게 긴밀한 구조를 지향한 결과가 모음추이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국어사의 모음 변화와 관련된 연구로 오정란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는 Shaw의 음절모형에 따라 음절이 ‘음절-핵음-모라-구성요소’로 구성된다고 본 후, 『훈민정음』의 재출자는 ‘1모라 2구성요소’, 상합자는 ‘2모라-2이상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곧 재출자와 상합자의 구분은 음절 무게, 곧 모라의 차이에 대한 인식의 결과라는 것이다. 나아가 보다 상위 마디에서 분지가 일어난 상합자가 보다 유표적이기 때문에 무표화를 지향하는 변화에 의해 상합자만이 단모음화하게 되고, 그 결과 나타난 모음이 원순모음으로서 유표적 단모음이기 때문에 다시 무표적인 모음으로 변화하여 현대 이중모음으로 변화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원순성이 보존되는 현상을 입자 음운론의 입자 보존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 음운론 이론으로 훈민정음 모음체계를 설명하고자 한 흥미로운 연구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음운현상과 관련된 연구로 임보선의 <15세기 국어 ‘달아’류 용언의 음운 현상 소고>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는 ‘달아’(←다+아)가 모음 앞의 ‘ㆍ/ㅡ’의 탈락과 그 결과 비음절화된 ‘ㄹ, ㅿ’이 음절초에는 강자음을 음절말에서는 약자음을 선호한다는 음절 음운론에서의 음절 구조 제약에 의해 선행 음절의 말음으로 음절화한 것으로서, 변칙이 아닌 정칙 활용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흐르-’의 활용형 ‘흘러’에서는 왜 이러한 활용을 보이지 않는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달아’가 ‘CVCV’형이라고 할 때 과연 ‘CV$CV’가 아니라 ‘CVC$V’로 음절화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지 충분한 논증이 필요해 보인다.
  한자음 관련 연구로는 이돈주의 <소옹의 「황극경세성음창화도」와 송대 한자음>, 권인한의 <성씨 김(金)의 한자음 연원을 찾아서>, 김정빈의 <일본 『묘법연화경석문』에 나타나는 신라 순경사의 반절에 대하여(하): 한어사와 일본 吳音과의 비교를 통하여>, 이준환의 <속음에 나타난 한국한자음의 전승 양상과 그 층위에 대하여>, <『화동정음통석운고』의 속음에 대한 고찰: 성모를 중심으로>, 이충구의 <한자음 통합 고> 등이 있다. 한자음 연구는 중국 음운학적 관점에서의 한어 음운에 대한 연구와 한자 문화권에 속한 개별 언어의 한자음 연구로 나누어 볼 수 있다(이돈주 2004:4). 이돈주의 연구는 중국 음운학적 관점에서의 연구로서, 지금까지 실제 어음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되었던 소옹의 『황극경세서』 안에 실려 있는 <성음창화도>는 상수학의 이론에 맞춘 인위적 조작이 아니라 당시의 현실적인 개봉·낙양어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 중고한음과 비교되는 음의 특징을 살피고 있다. 권인한의 연구는 한국 한자음 연구로서 성씨의 ‘김(金)’이라는 한자음의 발생 시기를 밝히고자 한 것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음양오행 기원설과 중국음 기원설이 전자는 근거가 박약하다는 점에서 후자는 국내 자전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미 만당·오대(836~960)부터 나타난 ‘김’의 음에 대한 연원 고구가 치밀하지 못함을 비판한 뒤, 14세기에 근대 중국음의 영향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는 기존의 기원설에 비해 개연성이 높은 것임에 틀림없으나, 논문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이를 입증해 줄 수 있는 결정적 근거 자료를 찾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5. 문법사 연구

  국어사 연구 중 문법사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편의상, 조어법 관련 연구와 명사 관련 범주 연구, 동사 관련 범주 연구로 크게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5.1. 조어법 연구

  조어법 관련 연구로는 신중진의 <‘-ᄅ]Noun+ᄉ+Noun’ 합성어의 통시 어휘론>, 박석문의 <형용사 파생접미사의 변천에 대하여>가 있다. 신중진의 연구는 중세국어의 ‘-ᄅ]Noun+ᄉ+Noun’의 합성어인 ‘믌결, 밠톱; 믌사, 이틄날; 낤氣運, 바’ 등이 현대국어에서 ‘물결, 발톱; 뭇사람, 이튿날; 일기, 바닷가’ 등과 같은 상동(相同)구조의 어휘로 변화한 경위를 밝히고자 한 논문이다. 논문에서는 심리 어휘부에 자소형도 등재 단위가 된다고 보아 ‘물결, 발톱’ 유형은 어근 어휘부의 간섭으로 인한 현상, ‘뭇사람, 이튿날’ 유형은 접사 어휘부의 간섭 및 원래부터 ㅅ을 가진 어휘소들과 구별하기 위한 인공적 표기가 어휘부에 등재된 것이며, ‘일기, 바닷가’는 ‘-ᄅ]Noun+ᄉ+Noun’ 구조 외적인 어휘변화에 의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국어사에서 상동구조와 상사(相似)구조로의 변화와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은 변화의 기제를 밝힐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결과론적 설명이라는 의의 이외에 다른 의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물결, 발톱’과 ‘뭇사람, 이튿날’과 같은 상이한 방향의 변화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 있을 것이다. 또한 ‘믌사>뭇사람, 이틄날>이튿날’의 변화를 같은 유형으로 묶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뭇-’은 ‘믈>무리’의 변화로 인해 원래의 어간 어휘부와 관련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 지면서 나타난 문법화의 결과이며, ‘이튿날’은 표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박석문의 연구에서는 지금까지 논의되어 왔던 중세국어 이후 형용사 파생접미사들의 통시적 변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 밖에 본격적인 조어법 관련 연구는 아니지만 특수한 어간형의 활용상 특성을 밝힌 연구로 김지숙의 <후기 중세국어 ‘’의 탈락과 축약에 관하여: ‘다’를 중심으로>가 있다. 이는 중세국어에서 발견되는 ‘X-’ 어간에서 발견되는 ‘’나 ‘ㆍ’의 수의적 탈락 현상을 환경에 따라 분류해 본 연구이다. 여기에서는 활용형을 다루면서 파생형 ‘므더니, 므던히’를 함께 다루고 있는 이유가 제시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 이러한 파생부사에서 ‘’ 탈락을 살필 수 있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때의 파생 접미사를 ‘-이’로 볼 수도 있으나 ‘自然히, 親히(“손수”의 의미), 倍(倍)히, 幸히’ 등을 고려할 때, ‘므던히’는 파생 접미사 ‘-히’가 통합한 부사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5.2. 명사 및 관련 범주 연구

  명사에 대한 연구로는 신중진의 <개화기 신문·잡지의 인간 관련 명사 어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개화기 자료 중 신문과 잡지를 말모음(말뭉치)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영역결정술어’를 설정하여 명사와 그 술어의 어휘·문법적 특징을 살핀 것이다. 개화기에는 많은 신조어와 차용어의 등장으로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어휘 체계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어휘의 다수가 현대국어 어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임에도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관심이 기울여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근대국어와 현대국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개화기 국어의 연구는 보다 정밀하게 연구되어야 할 국어학의 연구 분야라는 점에서 이 연구는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의미가 있는 연구가 좀 더 정밀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분석의 결정적 도구가 된 ‘영역결정술어’의 보다 객관적인 설정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개화기 어휘 중 전통적인 것과 신조어, 차용어 등 그 연원을 밝히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 때 이러한 연구의 최종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명사에 대한 연구로는 양영희의 <15세기 국어 ‘갸’ 기능에 대한 새로운 해석>, <중세국어 ‘제’의 기능에 대하여>, <중세 국어 ‘자내’에 대하여>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연구는 실은 그 주제나 구성 및 체제로 볼 때 한 편의 논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 재귀대명사로 알려진 ‘갸, 제, 자내’ 등을 실은 재귀적 용법을 지닌 3인칭 대명사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에서는 재귀대명사의 개념으로 비추어 문장에 주어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들 대명사가 사용된 점을 근거로 들고 있으나 문맥상 주어가 자명하기 때문에 생략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예문이 많다는 점, 그리고 문면에 대한 연구자의 현대국어적 직관에 의거한 해석 등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을 듯하다.
  조사와 관련된 연구로 김승곤의 『국어 토씨 어원과 용법: 향가에서 1930년까지』, 이주행의 <한국어와 만주-퉁구스 제어의 격 표지어에 대한 비교 연구>, 이영경의 <국어 ‘NP이’ 보어의 성격에 대한 고찰: 중세국어 자료의 검토를 통하여>, 스가이 요시노리(須賀井 義敎)의 <대격조사의 유무와 문장의 계층구조: 『석보상절』, 『삼강행실도』를 중심으로>, 하귀녀의 <보조사 ‘-곳/옷’과 ‘-’> 등이 있다. 김승곤의 연구는 국어 조사의 변화 양상은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조사의 변화 원리를 정리하고 있다. 이주행의 연구는 한국어와 만주-퉁구스 제어의 격 표지를 비교해 본 뒤, 한국어와 만주어가 가장 유사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영경의 연구는 중세국어의 보어를 다룬 연구로서 중세국어의 보어가 나타나는 경우를 주어가 대상인 경우와 경험주인 경우로 나누고, 전자의 경우 ‘NP이 NP이 {다/다}’의 둘째 ‘NP이’는 전형적인 ‘이다/아니다’ 앞의 보어와 통사·의미상 공통성이 발견되는 보어이며 주어와 의미상 동질성이 발견되는데 이런 이유로 주격조사와 동일한 조사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주어가 경험주인 심리형용사 앞의 ‘NP이’ 역시 보어인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스가이 요시노리의 연구는 그동안 막연하게 기술되어 왔던 중세국어 대격조사의 생략 조건을 명확히 밝히고자 한 연구이다. 이를 위해 목적어가 대명사이거나 명사형일 때 대격조사는 생략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고, 문장 계층에서는 관형절, 명사절 등 하위절 내부의 목적어에 대격조사가 주로 생략된다는 사실을 통계 자료를 이용하여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기술에서 더 나아가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찾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두어질 때 이러한 연구의 의의가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하귀녀의 연구는 그동안 간략하게 기술되었던 보조사 ‘-곳/옷’의 용례를 정밀하게 살펴 그 기본적 의미가 [지적], [강세]이며 대구적 표현이나 ‘오직’과 공기하면서 [단독], [강세]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보았다. 또한, 이 보조사는 석독구결 자료의 ‘-’과 출현 환경 및 의미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의 후대형이 ‘-곳/옷’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사이에 중세국어의 ‘-/봇’이 있어 결국 ‘- > -> -봇 > -곳/옷’의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졌던 사실에 대한 치밀한 분석은 물론 석독·음독구결 자료를 통해서 그 통시적 변화까지 밝히고자 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연구라 할 수 있다.


      5.3. 동사 및 관련 범주 연구

  동사 관련 연구 가운데에서 가장 주목되는 연구는 황국정의 일련의 연구이다. 학위 논문인 <국어 동사 구문구조의 통시적 연구>를 위시하여 <15세기 국어 타동사의 논항구조 변화 연구(1): ‘NP에’ 논항의 형성을 중심으로>, <동사의 범주 간 넘나듦 현상에 대한 통시적 연구>, <국어 타동사 구문의 통시적 연구: 타동사 구문의 논항 소멸을 중심으로>, <자동사의 논항구조에 관한 통시적 연구: ‘NP에’, ‘NP로’ 논항 형성을 중심으로> 등이 그것이다. 학위 논문 이외의 논문들은 내용과 자료가 기본적으로는 학위 논문과 동일한 것이지만, 부각되지 않았던 문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연구에서는 그동안의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동사(타동사, 자동사, 형용사)의 논항 실현 양상의 변화를 정밀하게 살피고 있어, 각 동사 특성 및 그 동사가 이루는 구문의 변화 양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한 주목할 만한 연구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세국어 각 동사의 기본 논항 구조를 자료를 통해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항 실현 양상의 변화를 살핀 뒤, 그 변화의 원인으로 ‘조어법의 변화, 조사의 변화, ‘-기’ 명사형 어미의 발달, 동사의 의미 변화, 유추’ 등이 있음을 밝힌 점도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물론 이 연구에서도 15세기 타동사의 논항으로 나타났던 ‘NP에’가 ‘NP로’나 ‘NP를’로 변화하게 된 원인으로 조사 ‘-에’가 “결과, 비교”를 표시하던 것이 근대국어에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같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설명은 순환론적인 설명으로서 ‘-에’의 기능 변화는 구문 변화를 관찰한 결과 도출되는 결론인데, 다시 이를 구문 변화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몇몇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들 연구는 국어사 연구의 차원을 높인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사 관련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어미에 대한 연구이다. 동사와 관련된 문법 범주가 주로 어미에 의해서 표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로는 허원욱의 <17세기 이름마디의 통어론적 연구: 임자말로 기능>, 정희창의 <중세 국어 선어말 어미 ‘-거/어-’에 대한 소고>, 이승희의 <명령형 종결어미 ‘-게’의 형성에 대한 관견>, 고은숙의 <중세국어의 의도성 연결어미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허원욱의 연구는 명사형 어미 ‘-음’과 ‘-기’의 변화를 살핀 연구로서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기’가 명사형 어미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은 물론 목적어 외에 주어로 사용된 경우가 많아졌음을 밝힘으로써 17세기가 ‘-음’과 ‘-기’가 교체되는 시기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승희의 연구는 명령형 어미 ‘-게’가 지금까지는 18세기에 새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실은 19세기에 등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에 같은 등급의 명령형 어미로 ‘-소’가 존재했음에도 또 다른 명령어미 ‘-게’가 나타난 이유는 18세기 중엽에 등장한 ‘체’와는 다른 등급을 표시하는 ‘오체’의 종결어미 ‘-소’와 형태상 유사성으로 인해 혼동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 사동적 의미가 강하게 파악되지 않는 ‘-게-’의 명령형 ‘-게소, -게여라, -게 ’ 등에서 절단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사와 관련된 연구 가운데에는 동사가 포함된 구성의 문법화 과정을 밝히고자 한 연구가 있다. 여기에는 한영균의 <문법화 연어 구성 변화: ‘있-’의 경우>, 정언학의 <‘-고 잇다’ 구성에서의 ‘진행’ 의미 발전 양상>, 권용경의 <‘-고 가다’ 구성의 통시적 변화에 대하여>, 박용식의 <현대국어와 중세국어에서의 ‘-어(하)-’ 의미 고찰>, 김홍석의 <존재의 보조동사 ‘시-’에 대한 통시적 고찰>, 안주호의 <명사 ‘모양(模樣)’과 ‘법(法)’의 공시성과 통시성> 등이 있다.
  한영균의 연구는 『독립신문』과 1990년대 일간지의 말뭉치(코퍼스) 분석을 통해서 ‘있-’의 점유율이 이례적으로 늘어났으며 좌측 연어 중 동사류의 비율이 증가했음을 보인 뒤, 이는 ‘-아 있-, -고 있-’ 구성의 증가로 인한 것으로 문법화와 관련된 ‘있-’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았다. 코퍼스 언어학이 국어사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 하겠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정언학의 연구와 상통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언학의 연구는 중세국어 이후 개화기 국어 자료를 대상으로 ‘-고 잇-’의 “진행” 표시 여부를 밝힌 연구이다. 일반적으로는 ‘-고 잇-’의 “진행” 의미 표시가 중세국어로부터 비롯되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의미가 20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영균의 연구 결과와 서로 상통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권용경의 연구는 중세국어의 ‘-고 가-’ 구성이 현대국어에서와는 달리 “동시 진행”의 의미를 표시하는 경우가 극히 적다는 점에 착안하여 ‘-고 가-’ 구성이 “동시 진행”의 의미를 표시하게 되는 역사적 과정을 살핀 연구이다. 이러한 ‘-고 가-’ 구성은 16세기 이후 산발적으로 나타나다가 18세기에 활발히 나타나며, 이러한 경향과 반비례하여 예전에 “동시 진행”을 표시하던 ‘-어 가-’가 위축되어 간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박용식의 연구는 현대국어의 ‘-어 하-’가 감정·감각동사의 경험주를 대상으로 객관화시키는 표현으로 보고 중세국어의 ‘-어-’도 동일한 의미를 표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국어 문장의 적격성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점과 중세국어에서 형용사에 통합한 ‘-어-’도 대상을 객관화하여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홍석의 연구는 문법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보조용언 구성에 나타나는 ‘시-’의 고대국어부터 중세국어 이후까지의 변화를 살핀 연구라는 점에서 여기에서 함께 다룰 수 있을 듯하다. 안주호의 연구는 비록 명사에 초점을 둔 연구이기는 하나 해당 명사가 양태표현으로 문법화함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기에서 함께 다루기로 한다. 이 연구에서는 명사 ‘모양’, ‘법’이 포함된 구성이 각각 ‘-ㄴ/ㄹ/던 모양이다’, ‘-는 법이다, -는 법이 있다, -ㄹ 법하다’의 양태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인 뒤, 이러한 문법화가 20세기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사와 관련된 문법 범주에 대한 연구로는 서법을 다룬 김홍석의 『여말 선초의 서법 연구』, 문장종결법을 다룬 김성란의 <『노걸대』류 언해본에 대한 연구>, 부정법을 다룬 이태욱의 <『두창경험방』에 나타난 17세기 국어 부정법 고찰>, 박형우의 <『소학언해』의 부정문 연구>, <근대국어의 부정문 연구>, 『국어 부정문의 변천 연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경어법 및 화자표시법을 다룬 석주연의 <서술의 시점과 국어 문법 현상의 이해: ‘-삽-’과 ‘-오-’를 중심으로>, 경어법을 다룬 양영희의 <15세기 국어 존대법의 특징 고찰: 국어 존대 기능의 변천 양상에 대한 시론>, <16세기 국어 ‘뇌’체의 공손 등급 설정>, 이승희의 <국어의 청자높임법에 대한 통시적 연구> 등이 있다.
  김홍석의 연구는 훈민정음 창제 직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여말 선초의 자료인 『능엄경』에 드러난 서법을 밝히고자 한 연구이다. 석주연의 연구는 중세국어의 ‘--’, ‘-오-’ 등의 예외적 용법을 ‘시점’의 전이로써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이 가운데 ‘-오-’의 예외적 용법에 대해서는 명시적이지는 않았지만 시점의 전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설명해 온 데 비해, ‘--’의 예외적 용법에 대해서는 그동안 단순한 예외로 처리했던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한 연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화자의 시점 주체에 전이되었을 때 ‘--’이 나타나며 그렇지 않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시점 전이’는 주로 이야기상의 ‘정점’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또한, 관형절과 같이 오도된 해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통사구조에서는 ‘--’의 출현이 제약되기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점의 전이’라는 사실의 객관적 입증 문제와는 별개로 이러한 연구는 그동안의 연구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를 관점을 달리하여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양영희의 연구 가운데 첫째 연구는 15세기 ‘존대법’의 특징을 살핀 것이다. 여기에서는 ‘압존법’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들어 당시의 존대법이 ‘화자 중심’적인 특징이 있으며, 다른 여러 조건보다 계급 서열이 중시되는 ‘계급 서열 중심’적인 특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세국어 높임법에 대한 연구가 주로 형태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는 발상의 전환을 꾀한 논문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16세기 국어의 ‘뇌’를 다룬 양영희의 둘째 연구는 기존의 견해와는 달리 16세기의 ‘뇌’는 ‘다’와 같은 등급의 공손형이며 비격식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한 ‘뇌’에 공손표지 ‘--’를 지녔다는 주장의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뇌’는 ‘다>다>뇌’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통설을 따르더라도 음운변화로 인해 추가된 ‘ㅣ’에 동화주 ‘--’의 속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승희의 연구는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청자높임법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그 용법의 특징을 통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연구이다. 그동안의 연구가 청자높임법을 표시하는 형태소를 중심으로 그 등급을 세우는 데 초점이 있었던 데 비해, 이 연구는 실제 각 등급의 청자높임법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용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그동안의 연구를 보충함으로써 청자높임법의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해 준다.


  6. 어휘사 연구

  국어사 연구의 한 영역이 어휘사 연구이다. 어휘사 연구는 지명 및 향명의 연구를 위시하여 특정 자료에 나타난 어휘 체계 및 특징의 연구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명과 관련된 연구로는 박병철의 <한역 지명어 ‘硯朴’과 ‘黃石’에 관한 연구>, <지명어의 한역화 유형에 관한 연구: 제천 지역 지명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김정균의 <『삼국사기』 지리지의 지명과 전래 지명> 등을 들 수 있다. 박병철의 첫째 연구는 고유어 ‘벼루(崖, 遷)’와 ‘박달(밝은 산)’이 합성한 ‘벼루박달’에서 ‘硯朴’, 고유어 ‘한돌’에서 ‘黃石’이라는 한자지명이 각각 나온 것임을 밝히고 있으며, 둘째 연구에서는 고유지명의 한역화 표기와 차자표기의 차이점을 밝히고 한역화 유형을 살피고 있다. 이들 연구는 지명 연구에서 국어사 지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은 김정균의 연구에서도 발견된다. 김정균의 연구에서는 삼국사기 지리지의 복수 지명표기를 통하여 당시의 고유어를 재구해 내고 있다.
  특정 문헌을 대상으로 그 문헌에 나타난 어휘의 연구로는 박영섭의 『구급방언해 한자 대역어 연구』, 강유리의 <『구급간이방언해』와 『동의보감 탕액편』의 약재명에 대한 비교>, 윤장규의 <『향약채취월령』 향명의 몇 해독>, 김철준의 『『화어류초』의 어휘 연구』, 이선영의 <『음식디미방』과 『주방문』의 어휘 연구> 등이 있다. 박영섭의 연구는 『구급방언해』의 원문 한자와 이를 언해한 언해문의 단어 사이의 대응관계를 살핀 연구로서 일종의 자료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성격의 또 다른 연구로 김철준의 연구가 있다. 윤장규의 연구 역시 『향약채취월령』에 차자로 표기된 몇 단어의 해독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기초적 연구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선영의 연구는 17세기의 음식 관련 어휘에 대한 연구로서 『음식디미방』과 『주방문』의 특징적 어휘를 대상으로 중세국어로부터의 변화 및 18세기 이후의 변화까지 함께 다루고 있는 연구이다.
  어휘 연구의 또 다른 유형으로 단어의 의미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있다. 신중진의 <개화기 신문·잡지에 쓰인 고빈도 동음이의어 고찰>, 손양숙의 <『월인석보』 권십구와 『법화경언해』 권칠의 동의어 연구> 등이 그것이다. 신중진의 연구는 개화기 자료에 나타나는 고빈도 어휘 중 28개의 동음이의 관계를 살피고 있다. 나아가 고빈도 어휘 가운데 최초로 출현하는 출처까지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개화기 어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양숙의 연구는 최근에 공개된 『월인석보』 권19와 이 경전을 또 달리 언해한 『법화경언해』 권7을 대비해 봄으로써 고유어와 고유어, 고유어와 한자어, 한자어와 한자어 사이의 동의어 관계를 살피고 있는 연구이다.
  개별 단어에 대한 연구로는 김영일의 <어형 ‘나무’의 원형과 형태 변화: 『계림유사』의 표기를 중심으로>, 이동석의 <중세국어 ‘오라-’와 현대국어 ‘오래-’의 비교 연구>, 이진호의 <‘삿(簟)’에 대한 국어사적 고찰>, 이지영의 <부정부사 ‘안’과 부정서술어 ‘않-’의 형성>, 김천학의 <중세국어 ‘가다, 니다, 녀다’에 관한 고찰> 등이 있다. 김영일의 연구는 중세국어 ‘나모’의 ‘원형’(‘선대형 또는 재구형’의 의미인 듯함)이 ‘*남그’였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문헌 자료 외에 방언 자료 등을 통해서 도출한 견해인데, 『계림유사』 및 중세국어의 ‘남기’는 ‘*남그+이’형이고, ‘나모’는 ‘*남그’에서 어중의 ‘ㄱ’이 탈락하여 만들어진 ‘*나므’의 변화형이며 ‘*나므’의 또 다른 변화형으로 ‘*남’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중세국어의 ‘남기, 남, 남’ 등의 어형을 이전 ‘*남그’가 존재하던 당시의 화석형으로 본다는 설명이 부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모’의 선대형으로 ‘*나, 나목’으로 재구한 근거 중 하나인 ‘나막신’의 ‘나막’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이동석의 연구는 ‘오라- > 오래-’의 변화를 고찰한 연구이다. 이러한 변화는 19세기 말에 최초로 발견되는데, 이러한 변화의 결과 ‘오래-’와 명사 ‘오래+이-’의 구성 사이의 구별이 어렵게 되어 ‘오래-’가 소멸했으며 이전 ‘오래-’가 지닌 의미는 ‘오래+이-’ 구성이나 ‘오래되-’가 담당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진호의 연구는 ‘삿(簟)’의 통시적 변화는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국어사 연구에서 한 단어의 연구도 중요한 의의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이고 있다. 연구에서는 ‘삿’은 ‘*>샅>삿’의 변화를 겪은 것으로 이를 통해 중세국어의 어간말 자음군 체계에 ‘ㄷㅅ’을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정밀한 고찰을 통해 지금까지 설명하기 어려웠던 어간의 재구조화를 적절히 설명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라 할 수 있다. 이지영의 연구는 부정부사 ‘아니’, 부정서술어 ‘아니-’의 통시적 변화를 살펴 ‘아니->않-’의 어간 재구조화의 시기를 밝힌 것이다. ‘아니->않-’의 재구조화는 ‘아니->안-(18세기 말)>않-(19세기)’의 2단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재구조화에 유추되어 19세기 말에 ‘아니>안’의 재구조화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외형상 밀접해 보이는 변화도 자료를 통해 볼 때 의외의 결과가 관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 하겠다. 김천학의 연구에서는 그동안 유의어 정도로 인식되어 온 ‘가다, 니다, 녀다’의 기본적 의미가 각각 “往, 去, 行”으로서 이러한 의미 차이는 물론 통사 구조의 차이도 발견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7. 차자표기 연구

  최근 국어사 연구의 특징 중 한 가지로 훈민정음 창제 이전 시기의 국어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당시 국어를 반영해 주는 석독구결 자료가 발굴, 그 가치가 알려지고 석독구결과 다른 차자표기와의 밀접한 관련성이 알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각필로 점토를 찍은 소위 점토구결자료가 소개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구결에 대한 연구가 차자표기 연구의 중심을 이룬 채 다른 차자표기 연구가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결 이외의 차자표기 연구로는 향찰 자료를 다룬 강길운의 『향가신해독연구』, 이상욱의 『향가에 나타나는 ‘如’와 ‘多’에 대하여』, 고유명사 표기 자료를 다룬 도수희의 <지명, 왕명과 차자 표기>, 김연주의 『영건의궤營建儀軌류의 차자 표기 연구: 표기법상의 특징을 중심으로』, 이두 자료를 다룬 박철주, <대명률직해의 구문 연구> 등이 있다. 도수희의 연구는 우리의 차자표기가 중국의 음사(音寫) 표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도입하여 우리의 고유명사를 음차 표기한 데서 비롯되었으며 훈차·훈음차 표기 역시 고유명사 표기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지명 표기에는 ‘음차법, 훈차법, 훈음차법, 음·훈병차법, 받쳐적기법’ 등이 있었음을 예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김연주의 연구는 17세기부터 20세기 초의 영건의궤류에서 나타나는 차자표기의 특징을 고찰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영건의궤류에는 차자의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표기가 발견되는데, 복수 이표기에는 동음이자, 동자이음, 동음이의어 표기 등이 나타나고, 고유 한자 및 전통적 차자는 물론 생략 표기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의궤류를 국어사 자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연구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박철주의 연구는 『대명률직해』에 나타난 이두문의 서술어를 중심으로 구문 종류를 구분하여 살핀 연구이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구문을 구분한 기준이 된 서술어는 원래 중국의 『대명률』에 있던 요소라는 점에서 이를 중심으로 구분한 구문이 과연 당시 국어의 구문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결에 대한 연구로는 우선 구결 전반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고정의의 <구결 연구의 현황과 과제>, 장윤희의 <석독구결 및 그 자료의 개관>, 김영욱의 <한자, 한문의 한국적 수용: 초기 이두와 석독구결 자료들을 중심으로> 등을 들 수 있다. 고정의의 연구는 석독구결 및 점토구결, 음독구결의 연구사적 검토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의 성과와 문제점 등이 정리되어 있다. 장윤희의 연구는 석독구결 및 석독구결법의 특징과 현재까지 알려진 석독구결 자료들을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욱의 연구는 초기 이두 자료라고 할 수 있는 <광개토대왕비문>, <무녕왕릉지석>, <임신서기석명> 등의 초기 이두 자료에서부터 석독구결 자료를 대상으로 우리가 어떻게 한자와 한문을 수용했는지를 밝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문과 우리말의 구조적 차이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점차 ‘한문(韓文)’화 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어 문어체의 형성 과정을 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의 연구들은 차자표기 특히 구결 연구의 입문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 할 수 있다.
  구결 연구의 또 한 유형은 구결자의 독음에 대한 연구이다. 여기에는 서종학의 <차자 ‘令是-’ 고>, 최중호의 <‘內’의 음가에 대한 또 다른 생각>, 황국정의 <차자 ‘叱’의 음가에 대한 재검토: 속격 ‘ㅅ’의 기원적인 음가 추정을 중심으로> 등이 포함된다. 서종학의 연구는 이두 자료의 ‘令是-’가 ‘-’의 사동사인 ‘이-’로 읽히는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 이두는 이두 학습서 등에서 ‘시기-’로 읽어왔던 것이지만 석독구결 자료의 ‘令刂-’와 그 원자(原字)가 동일하고 형태론적, 통사론적 측면에서도 ‘이-’로 읽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 이두 학습서의 독음이 당시에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변개되었을 가능성은 물론 차자 표기 사이에 존재하는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 연구라 할 수 있다. 최중호의 연구에서는 차자 ‘內’를 한자음을 바탕으로 ‘’ 정도로 보았는가 하면, 황국정의 연구에서는 차자 ‘叱’의 음가를 ‘*si’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는 이두에서 문제가 된 지정문자적인 ‘內’의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후자는 음가를 ‘*si’로 보았을 때 실제 차자 자료에서의 용례를 어떻게 해독할 수 있는지 논의가 누락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결 관련 연구에서는 구결자나 구결토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에는 이은규의 <석독 입겿문의 동사 ‘삼-’의 의미 기능: <화엄경소〉이후의 자료를 대상으로>, 황선엽의 <석독구결 자료의 불연속 형태소 ‘-’에 대하여>, 남미정의 <접속어미 ‘-’에 대한 일고찰: 분포와 의미기능을 중심으로>, 유현조의 <석독구결에서 처격, 여격 표지의 형태통사적 결합 양상 고찰>, 조호 사토시(上保 敏)의 <석독구결 자료의 처격어 연구: 명사의 독법과 관련하여> 등이 있다.
  이은규의 연구는 석독구결 자료에 나타나는 ‘삼-’의 의미와 구문 특성을 살핀 뒤 이를 중세국어의 ‘삼-’와 관련지어 설명한 것이다. 석독구결 자료에서 ‘삼-’은 [되게 하다], [위하다], [원인이 되다](이상 ‘爲三, 爲’), [만들다](以, 由)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되게 하다]의 ‘삼-’은 ‘- X 삼-, - X 삼-, - 삼-’의 구조로 나타나며 [위하다]의 ‘삼-’은 ‘-/ 삼-’ 구문이나 부사형 ‘爲’로 나타남을 밝히고 있다. 이는 국어 구문의 통시적 변화 과정을 밝히기 위해서 반드시 요구되는 연구라 할 것이다. 황선엽의 연구는 석독구결 자료에 나타나는 ‘-’이 “이유·원인”, 드물게는 “전제나 계기” 정도의 의미를 표시하던 하나의 연결어미로서 ‘-/, -’ 등에서 ‘-…’의 불연속 형태소로 실현된다는 사실을 논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선어말어미 ‘--’와 어말어미 ‘-’의 통합체로 파악해 오던 견해에 대하여, 실제 용례에서 ‘-’이 연결어미로 사용된 경우가 없음에 착안하여, 용례 및 그 의미에 대한 세밀한 고찰을 통해서 석독구결의 문법 형태 연구를 보다 정밀하게 한 연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성격의 연구가 남미정의 연구이다. 석독구결 자료에 나타나는 연결어미 ‘-(늘)’의 용례를 살펴 “상황제시, 이유, 양보, 대조”, 그리고 극히 드물게 “조건”의 의미로도 사용되었다는 사실과 이때 선행절의 주어로는 주로 3인칭이 온다는 사실도 밝혔다. 석독구결 자료에서는 이 연결어미가 다양한 선어말어미와 통합하지만 이후의 음독구결 자료에서부터 ‘-거-’와만 통합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때가 ‘거+늘>거늘’의 재구조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유현조의 연구는 석독구결 자료의 ‘-(), -(), -’ 등이 명사, 동사의 명사형 등 어떤 요소와 통합하는지를 살피고 각 문헌에서 이러한 양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핀 연구이다. 조호 사토시의 연구도 석독구결 자료의 처격조사가 통합한 처격형을 15세기 어떠한 처격형에 해당하는지를 살피고 있는데, ‘NP’ 형만이 분명히 중세의 ‘NP/의’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대부분 중세국어와의 연관성 속에서 석독구결을 연구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중세국어와는 다른 질서가 발견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석독구결의 연구가 국어사적 연속성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것이다.
  구결 관련 연구 가운데 최근에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각필점토구결 연구이다. 2000년 국내에도 각필로 점토나 구결을 표시한 자료가 존재함이 밝혀진 이후 이를 대상으로 한 연기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점토구결 연구에는 우선 이 자료가 일본 훈점 자료와 밀접한 관련성에 초점을 둔 연구가 있다. 이승재의 <각필 부점구결의 의의와 연구 방법>, 윤행순의 <한국의 각필부호구결과 일본의 훈점에 나타나는 화엄경의 부독자 용법>, 김영욱의 <판비량론의 국어학적 연구> 등이 바로 그러한 성격의 연구라 할 수 있다. 이승재의 연구는 점토구결의 문자론적 의의와 일본 훈점과의 관련성, 그리고 그 연구 방법 등을 소개한 연구이고, 윤행순의 연구는 우리의 각필 점토구결 자료와 일본 훈점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원문 한자의 부독 현상을 밝힌 연구이다. 김영욱의 연구는 일본의 중요문화재 <판비량론>이 신라 구결 ‘火是’(불휘)가 각필로 기록되어 있는 신라 구결 자료라는 사실을 밝힌 연구로서, 신라와 일본의 이른 시기 문화 교류 과정에서 신라의 구결이 일본에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음을 밝힌 연구이다. 점토구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라 할 수 있는 것으로는 박진호의 <주본 『화엄경』 권제육의 점토 중복 표기와 부호>, 장경준의 <구결점의 현토 위치의 세분과 위치 변이 현상에 대하여: 『유가사지론』권5. 8을 대상으로>, 서민욱의 <‘如’에 호응하는 점토에 대하여: 『유가사지론』 권5. 8을 중심으로>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연구는 주로 이른바 ‘자토 석독구결’을 바탕으로 점토구결 자료의 정확한 독법을 밝히고자 한 연구이다. 이 밖에 점토구결 자료의 정확한 해독을 통하여 신빙성 있는 연구 자료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도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장경준의 <『유가사지론』 점토석독구결 해독 연구(1): 권8. 03:04-04:11 부분을 중심으로>, 박진호의 <『瑜伽師地論』 점토석독구결 해독 연구(2): 권8. 0.4:11- 05:17 부분을 중심으로>, 이용의 <『유가사지론』 점토석독구결 해독 연구(3): 권8. 0.5:18-06:23 부분을 중심으로>, 이전경의 <『유가사지론』 점토석독구결 해독 연구(4): 권8 07:01-08:22를 중심으로> 등이 바로 그러한 연구이다.
  차자표기 관련 연구 가운데 차자표기와 훈민정음의 관련성을 밝히고자 한 연구도 주목된다. 김주필의 <차자표기와 훈민정음 창제의 관련성 제고>가 그것이다. 차자표기를 통해서는 국어의 허사는 어느 정도 표기할 수 있었으나 음절구조가 복잡한 실사를 표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자음은 음절 구조가 우리말보다 간단하기 때문에 한자음 정리를 위한 노력의 부산물로 훈민정음이 창제되었다는 설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훈민정음의 창제를 전통적인 우리의 문자 생활의 연속성 위에서 파악하되 여기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8. 기타 연구

  국어사 연구에서 훈민정음의 연구는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훈민정음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한글 문헌을 통한 국어사 연구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의 자질문자설에 이의를 제기한 안명철의 <훈민정음 자질문자설에 대하여>는 이러한 가장 기초적인 문제에 이의를 제기한 연구라 할 수 있다. 훈민정음의 기본자가 애초에 음운론적 무표성과 관련이 없으며 명실상부한 자질문자로 볼 수 있는 문자가 없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음운론적 해석에 바탕을 둔 자질문자설로는 훈민정음의 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厲’의 자질이 음운론적 특질이 아니라 음감으로서 상대적 자질이라는 점 등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훈민정음의 체계를 현대의 음운론적 개념에 꿰맞추려는 시도를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국어사 연구의 또 다른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한글 표기법의 변화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나은미의 <<독립신문>의 표기법 연구>, 성인출의 <18세기 후기 국어의 표기법 연구: 윤음언해를 중심으로> 등이 그것이다. 나은미의 연구에서는 <독립신문>의 표기법이 한자어의 구개음화 표기, 어두음 ‘ㄴ’의 표기, ‘ㆍ’의 표기 등에서 예상 외로 보수적인 표기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성인출의 연구는 독특하게도 분철 및 중철 표기는 물론 어중의 ‘ㄹㄹ→ㄹㄴ’ 표기가 발음을 반영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어 독특한데, 이 가운데 어중의 ‘ㄹㄹ→ㄹㄴ’ 표기의 실제 발음 반영설의 문제만 지적하자면 국어에서 ‘ㄹㄴ’을 발음할 수 있다면 국어의 음절연결규칙이 중세국어에서는 ‘ㄹ’과 ‘ㄹ’ 이외의 다른 모음의 연쇄가 허용되지 않다가 18세기에는 허용되었고 현대에는 다시 허용되지 않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게 된다. 표기법이 아닌 문체를 다룬 연구이지만 넓은 의미의 표기와 관련된 주제라는 점에서 김흥수의 <이른바 개화기의 표기체 유형과 양상>을 여기에서 함께 다루기로 한다. 이 연구는 개화기의 문체로 과도적인 현토식 또는 한문투 국한문 혼용체와 국한자 혼용체, 순국문체 및 구결문식 한문체의 사용 양상 및 특징을 살핀 것이다.
  국어사와 관련된 연구 가운데 국어사 지식과 국어교육의 상관성 또는 국어교육에의 적용 문제를 다룬 것들도 눈에 뜨인다. 박형우의 <국어사 교육의 내용 선정에 대한 연구>, 장윤희의 <7차 국어과 교과서의 국어사 지식 내용 구성 연구>, 김봉국의 <국어사와 방언 지식을 통한 국어문법교육의 한 방향: 불규칙 활용을 중심으로> 등이 그것이다. 박형우의 연구는 현재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양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과정에 편중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민기본공통과목인 ‘국어’의 4~10학년 사이는 물론 심화 과정인 11학년의 ‘문법’에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다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어사 내용으로 선정된 내용 가운데 일반적인 국어지식 영역이 포함되어 있는 등 보다 정밀화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장윤희의 연구는 현행 국어과 교과서의 국어사 내용 구성에서 국어사 지식이 필요한 고전 작품의 이해가 국어사 학습 이전에 등장하는 등의 체계성의 문제와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로 ‘병서’를 드는 등 정확성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김봉국의 연구 역시 현재 학교문법에서 불규칙 활용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결과가 정확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비판하고, 창의적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수업을 위해서 국어사와 방언적 사실을 통한 불규칙 활용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모두 국어교육에서 국어사 내용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성이 있다.
  국어사 관련 연구 가운데 독특한 연구로 국어를 활용한 생활이나 국어관 등에 대한 연구가 있다. 백두현의 <우리말(한국어) 명칭의 역사적 변천과 민족어 의식의 발달>, 김은성의 <『규합한훤』을 통해 본 격식적 편지문화의 전통: 국어생활사의 관점에서> 등이 그것이다. 백두현의 연구는 각종 문헌에 나타나는 우리말에 대한 명칭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핀 뒤, 그 안에서 민족의식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살핀 연구이다. 특히 원대의 ‘고려화(高麗話)’, 훈민정음 해례본의 ‘국어’, 20세기 이후 개화기 이후의 ‘국어’ 등은 민족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본격적인 어휘사 연구는 아니지만 명칭을 통해 당시의 국어관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국어 생활사적 관점에서의 연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성의 연구는 국어생활사의 관점에서 《규합한훤》을 통해 현재의 편지 문화의 전통을 찾고자 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국어 계통론과 관련된 의미 있는 연구가 역주된 일이 있다. 폴리봐노프, E.V.(정광, 허승철 역), <한국어와 알타이제어의 친족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어의 알타이어족설을 최초로 주장한 것이 람스테트(G.J. Ramstedt)로 알려져 있으나 그보다 앞서 러시아의 폴리봐노프가 이를 주장한 일이 있음은 알려져 있었으나, 그의 구체적 주장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었다. 이렇게 볼 때 이 연구는 국어사 연구, 특히 국어 계통론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국어사 연구와 구별되는 국어학사 연구를 살펴보기로 한다. 국어학사 연구 가운데에는 우선 안병희의 <최항의 경서 구결에 대하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세조가 명한 경서 구결 확정에서 예문관 대제학인 최항이 주관자로 깊이 관여했음을 밝히고 있다. 황문환의 <조선 시대 언간 자료의 연구 현황과 전망>은 그동안의 한글 편지 연구사와 연구의 의의를 밝히고 있는 연구이다. 여기에서는 특히 한글 편지의 연구가 국어사는 물론 국문학사, 생활사, 서예사 연구 등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이 밖의 국어학사 연구는 20세기 초 문법서를 다룬 것으로서, 한재영의 <유길준과 『대한문전』>, 최경봉의 <김규식 『대한문법』의 국어학사적 의의>, 이상혁의 <남궁억과 『조선문법』: 『조선말법』의 품사론을 중심으로>, 황화상의 <김희상 문법의 재조명: 『울이글틀』의 품사론을 중심으로> 등이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이들 연구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은 삼가기로 한다.


  9. 맺음말

  지금까지 2004년 한 해 동안 이루어진 국어사 연구들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국어사 전반에 대한 기술, 언어변화 이론 및 적용, 국어사 자료, 음운사, 문법사, 어휘사, 차자표기, 문자 및 표기사 연구는 물론 국어사 연구의 교육적 적용의 문제까지 폭넓게 연구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가운데 특히 국어사 자료 연구, 문법사 연구 가운데 동사와 관련 범주에 대한 연구, 차자표기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은 그동안 국어사 연구가 얼마나 발전해 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줄 정도로 깊이 있고 정치한 것들이다. 그러나 미시적인 대상을 다루거나 국어사 자료를 다룬 연구 가운데는 그 연구가 국어사 연구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이는 것들도 간혹 눈에 뜨이는 것이 사실이다. 연구 그 자체로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연구가 우리의 국어사 기술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때 국어사 연구로서의 온전한 가치를 지니게 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당연시되는 이러한 사실에 대한 재인식이 요구된다 하겠다.
  한동안 객관적 국어 연구는 국어사 연구뿐이며 국어 연구는 곧 국어사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어 연구 가운데 국어사 연구는 최근으로 올수록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는 최근 국어학 학위 논문 가운데 국어사 연구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을 볼 때 확실히 드러난다. 이렇게 국어사 연구가 줄어들다 보니 국어사 연구가 특정 학회나 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국어 연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현대국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대국어는 이전 시기 국어의 변화 결과로서 여기에는 국어사적 변화의 결과가 반영되어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국어사 연구는 현대국어의 정확한 이해를 위한 바탕이라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국어학계에 널리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