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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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국어학의 연구 동향
  형태론
시정곤 / 한국과학기술원

  이번 형태론 분야에 대한 소개는 과거와는 달리 몇 개의 핵심적인 논문을 뽑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한 해 동안 발표된 책과 논문을 한정된 지면에 소개한다는 것이 어차피 수박 겉 핥기 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그 모든 내용을 필자가 소상히 검토하고 소화하여 언급한다는 것도 필자의 능력 밖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전체적인 동향과 흐름을 간략히 보여 주되,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논문을 선정하여 이를 좀 더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검토하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형태론 연구의 대략적인 경향을 알 수 있는 한편, 형태론 논의 가운데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무엇이었나를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1. 전체적인 검토

  여기서는 국립국어원으로부터 받은 형태론 자료 목록을 중심으로 지난 한 해 동안 형태론 분야에서 어떤 논문들이 발표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그런데 자료 목록을 검토해 보니, 실은 형태론 자료가 아니라 통사론이나 의미론 자료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 상당 부분이 되었다. 또한, 목록에 빠져 있는 논문들도 있어 필자가 가감을 적절히 했음을 밝혀 둔다.
  먼저 저서의 경우, 자료 목록에는 10여 권의 추천서들이 있었으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대부분 순수 형태론 저서로 보기에 어려운 것이었다. 알다시피 조사와 어미는 형태론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통사론과 의미론, 그리고 화용론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추천서는 대부분 다른 분야에서 다루는 것이 더 적절한 주제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이선희의 『국어의 조사와 의미역』의 경우, 통사론과 의미론의 인접영역에 걸친 문제를 다룬 것이므로 비록 조사가 형태론의 대상이라 하더라도 이곳에서 다루지 않기로 한다. 또한, 시상이나 서법에 대한 논문도 의미론에서 다루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제외하였다. 이렇게 볼 때 김승곤의 『국어 토씨 어원과 용법: 향가에서 1930년까지』가 남게 되는데, 이 책은 같은 저자가 1989년에 지은 『우리말 토씨 연구』의 증보판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이 또한 제외하였음을 밝혀 둔다.
  학위 논문의 경우, 형태론과 관련된 박사 학위 논문은 총 8편으로 정리했다. 이를 다시 분야별로 나누어 본다면, 조어법과 관련된 순수한 형태론 논문이 4편이며(김명광, <국어 접사 ‘-음’, ‘-기’에 의한 단어 형성 연구>, 나은미, <연결주의 관점에서 본 단어 형성 연구>, 이상규, <현대 국어 한자어의 구성 단위와 구조 연구>, 정명수, <고대한어 명사화규칙 연구>), 형태통사론에 걸친 논문이 2편(유경민, <‘-하-’ 동사의 형태·통사적 연구>, 김강출, <국어 파생 의태어근의 형태통사적 특성 연구>), 형태의미론과 관련된 논문이 1편(박재연, <한국어 양태어미 연구>), 그리고 전산형태론 분야가 1편이다(서민정, <한국어 정보 처리를 위한 토 연구>). 이 가운데 본고는 김명광의 <국어 접사 ‘-음’, ‘-기’에 의한 단어 형성 연구>를 대표적인 연구로 선정하여 집중 조명할 것이다.
  석사 논문의 경우는 숫자가 더 많은데, 총 18편이 이르며 분야별로 세분해 보면, 조어론 관련 순수 형태론이 7편(마숙홍, <한국어와 중국어의 한자어 조어법 대조연구>, 박청희, <현대국어 파생접미사 연구>, 이상욱, <‘-음’, ‘-기’ 명사형의 단어화에 대한 연구>, 이지숙, <국어 이름법 연구>, 정진영, <관형구성 합성명사 연구>, 정향란, <중국 연변지역 한국어의 파생접미사 연구>, 강현수, <日·韓兩言語の呼稱接尾辭に關する一考察>), 형태통사론 분야가 3편(김재린, <국어 보조사 연구>, 서경숙, <현대국어 조사 상당어에 대한 연구>, 정충경, <우리말 토씨의 겹침 연구>), 형태음운론이 1편(이춘영, <함북 명천 방언의 불규칙 활용 연구>), 전산형태론이 1편(조인식, <특수어의 전산 처리를 위한 한국어 접미어 연구>), 국어교육과 관련된 논문이 가장 많은 6편이었다(김수미,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연결어미 교육 연구>, 이미진, <교과서에 나타난 복합동사 고찰>, 이정란, <한국어 학습자언어에 나타난 ‘-어서’와 ‘-니까’의 변이 연구>, 전영아, <영어권 학습자의 한국어 관형사형 어미 오류 분석>, 정지은, <한국어 초급 학습자를 위한 조사 학습 순서에 관한 연구>, 조재성, <연결어미 지도에 관한 연구>). 이 가운데 본고는 이상욱, <‘-음’, ‘-기’ 명사형의 단어화에 대한 연구>를 대표적인 연구로 선정하여 집중 조명할 것이다.
  일반 논문은 총 39편에 이르는데, 분야별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순수형태론은 총 7편이며(김성환, “‘N+N’ 형 합성명사의 형성과 구조”, 김인균, “[N+V-이/음/기/개] 구성의 합성명사 분석”, 김인균, “한국어와 영어의 명사 형성 접미사 비교 및 대조”, 김정아, “한국어 부분 중첩 현상의 재해석”, 김혜영, “통영방언의 불규칙 활용 연구”, 박형우, “고유어 접두사 설정의 기준”, 황선엽, “석독구결 자료의 불연속 형태소 ‘-ㅁㄱ’에 대하여”), 문법화나 재구조화에 대한 논문도 7편이 된다(임석규, “재분석에 의한 재구조화와 활용 패러다임”, 박숙희, “어간 재구조화의 두 요인”, 우창현, “제주 방언 보조 용어의 문법화에 대하여 -‘-어 두-’와 ‘-어 불-’을 중심으로”, 이성하, “한국어 수사적 의문형태의 문법화와 어휘화”, 이수련, “‘가지다’의 문법화 양상 연구”, 우창현, “제주 방언 ‘-아시-’의 문법화와 문법 의미”, 이석주, “현대 국어의 유추적 변화”).
  그리고 형태통사론과 관련된 논문은 7편이며(고광모, “전남 방언의 상대높임법 조사 ‘-(이)라우, -(이)람닌짜, -(이)람니야, -(이)랑가’와 ‘-이다’의 기원과 형성 과정”, 유현조, “석독구결에서 처격·여격 표지의 형태통사적 결합 양상 고찰”, 이동석, “중세국어 ‘오라-’와 현대국어 ‘오래-’의 비교 연구”, 이승희, “명령형 종결어미 ‘-게’의 형성에 대한 관견”, 임동훈, “한국어 조사의 하위 부류와 결합 유형”, 채옥자, “한국어와 중국어의 대비 연구 -적(的) 파생어를 중심으로-”, 하귀녀, “보조사 ‘-곳/옷’과 ‘-화칠’”, 한영목, “충남 방언의 보조사 연구 1”), 의미론과 관련된 논문은 3편이다(석주연, “서술의 시점과 국어 문법 현상의 이해 -‘삽’과 ‘-오-’를 중심으로-”, 최웅환, “조사의 기능과 배합”, 박정운, “형태와 의미의 불일치”).
  또한, 형태음운론 논문이 3편(김유범, “국어 음운현상의 형태론적 제약”, 김지숙, “후기 중세국어 ‘’의 탈락과 축약에 관하여 -‘다’를 중심으로-”, 유필재, “‘말다(勿)’ 동사의 음운론과 형태론”), 전산형태론 분야가 3편(유혜원, “접사 정보를 이용한 형태소 분석 연구 -미등록어 분석 오류 교정을 중심으로-”, 김건희·권재일, “구어 조사의 특성 -문법 표준화를 위한 계량적 연구”, 박동근, “구어 흉내말의 계량적 연구”), 국어학사적 연구가 1편이다(이상혁, “남궁억과 『조선문법』: 『조선말법』의 품사론을 중심으로”).
  논문에서도 국어교육과 관련된 형태론 논문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는데, 총 8편에 이른다(김영황, “조선어토의 문법적 처리와 문법교육의 효율성 문제”, 김정은, “일본어권 학습자의 조사 오용 양상”, 김홍범, “탐구학습을 위한 학교문법의 어말어미 체계 재고찰”, 남수경, “한국어 학습자의 연결어미 사용 연구”, 방성원, “한국어 문법화 형태의 교육 방안: ‘-다고’ 관련 형태의 문법 항목 선정과 배열을 중심으로”, 안주호, “한국어교육에서의 어미 제시순서에 대한 연구”, 임유종·이필영, “어미 활용 오류를 통해 본 유아의 언어 습득”, 최문석, “의미 중심의 연결어미 교육 방안 연구 -‘-기에(는)’을 중심으로-”). 본고는 이 가운데 김인균, “[N+V-이/음/기/개] 구성의 합성명사 분석”을 대표 논문으로 선정하고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2. 대표적인 논문 검토

  최근 들어 접사 ‘-음, -기’와 관련된 단어 형성 문제는 형태론의 쟁점 중에서도 쟁점 사항이었다. 물론 이전 연구에서도 ‘-음’, ‘-기’에 대한 고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음’, ‘-기’의 문법적 의미나 기능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음’, ‘-기’가 포함된 복합 형태의 단어 형성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단어의 구성 요소로서 ‘-음’, ‘-기’는 이전에는 대부분 파생접사로 간주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음’, ‘-기’를 단어의 형성 차원에서 바라보자는 의견이 제시되면서부터 ‘-음’, ‘-기’의 문법적 실체와 그 기능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후 ‘-음’, ‘-기’를 파생접사가 아닌 통사적 접사로 간주하고 ‘-음’, ‘-기’와 결합된 단어형을 어휘부의 단어 형성이 아닌 통사부의 단어 형성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등장하게 된다. 이후 이러한 논의에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논쟁을 이루면서 형태론 연구도 다시 한번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형태론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내용도 바로 접사 ‘-음, -기’와 관련된 논의들이다. 박사 논문과 석사 논문, 그리고 학술잡지에 실린 소논문 등 총 3편 모두 ‘-음, -기’와 관련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것들이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어떤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첫째는 각각의 영역에서 2004년을 대표할 만한 의미 있는 논문을 찾은 결과 우연히도 주제가 같은 논문들이 선정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것이 한편으로는 우연이 아니라 어쩌면 필연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즉, 그만큼 최근에 형태론에서 ‘-음, -기’의 문제가 쟁점이 되었고, 이와 관련된 심도 있는 논문들이 그만큼 많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각의 논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논문에서 주장하는 바는 무엇이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각각의 주장들이 국어 문법 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전개하기 전에 한 가지 미리 밝혀 두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 글의 내용과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각각의 주장을 소상히 밝혀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할 수도 있고, 그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이 가운데 필자는 전자에 무게를 더 두고자 한다. 이 글이 어떤 주장에 대한 반박을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독자에게 새로운 주장을 소개하여 독자가 그 주장의 타당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자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음’, ‘-기’와 관련된 세 논문을 좀 더 소상히 소개하는 데 주력하되, 간간이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간략히 필자의 의견을 덧보태는 형식을 취하고자 한다. 독자는 이러한 점을 유의해서 내용을 읽어 주길 바란다.


    2.1. 국어 접사 ‘-음’, ‘-기’에 의한 단어 형성 연구(김명광)

  이 논문은 2004년 2월 서강대 박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것으로서, 국어 접사 ‘-음’, ‘-기’와 관련된 단어 형성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한 연구이다. 특히, 이 논문은 조어론의 입장에서 단어 형성 규칙에 기반하여 ‘-음’과 ‘-기’의 결합 형식(등재어 및 미등재 형식)들을 중심으로 단어 형성 원리와 그 하위 조건들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나아가 접사 ‘-음’과 ‘-기’를 통사부 접사로 상정하고 공시적인 절차로서 ‘통사적 구의 단어화’를 형성 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이 이전에 없지 않았으나, 이 논문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러한 ‘-음’과 ‘-기’의 결합 형식을 공시적인 임시어의 범주로 간주하고 그 형성 원리로 공시적인 절차인 ‘총칭적 객관화의 원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연구의 목적과 대상, 범위 등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2장에서는 단어 형성 규칙의 성격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등재 가설을 검토하고 어휘부와 단어 형성 규칙의 관계를 정립한다. 또한, 단어 형성 원리로서 총칭적 객관화 원리와 조건을 제시하며, 3장과 4장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접사 ‘-음, -기’가 포함된 형식들(등재어 및 미등재 형식)에 실제로 적용하고 이에 따라 여러 문법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논문은 2장의 이론적인 부분이 내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정리하기로 한다.


      2.1.1. 서론

        2.1.1.1. 연구 목적

  이 논문은 조어론의 입장에서 단어 형성 원리와 그 하위 조건들을 밝힌 후, 다양한 내부 구조를 가진 접사 ‘-음’, ‘-기’ 결합 형식들을 중심으로 이 원리와 조건들이 투영되는 모습을 살피고자 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은 다음의 예로부터 출발한다.
(1) 덮어씌우기, 몸사리기, 퍼주기, 끼워팔기 ……. [김명광(2004) 예문 (1)-(4)]
(2) 영특함, 고개떨굼, 초조함, 또래다움, 맺고끊음 …….
(3) 달리기, 보물찾기, 맛뵈기, 글짓기, 종이접기 …….
(4) 굶주림, 입가심, 수줍음, 반가움, 눈부심, 속쓰림 …….
  위의 예에서 (1)(2)와 (3)(4)는 서로 구분되는데, 먼저 위의 (1)(2)는 동사와 관련된 논항이 생략되어 있는 통사적 형식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단어보다는 통사적 구 형식으로 파악된다. 특히 ‘-음’, ‘-기’ 결합형 내부에 통사적 접사(-아/어, -고)가 들어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p.4). 이와는 달리 (3)의 경우, 화자는 동사와 관련된 ‘특정 주체’나 ‘특정 대상’보다는 이 전체의 의미가 ‘경기나 놀이의 일종’이라는 ‘전체적 사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며, (4)의 예도 ‘주린 상태’와 ‘입을 깔끔하게 하는 행위’라는 객관적인 사태를 먼저 고려한다는 면에서 (1)(2)와 다르다고 한다. 따라서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면 (1)(2)는 통사론에서, (3)(4)는 형태론에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다음처럼 (1)(2)에 또 다른 통사적 환경이 주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김명광(2004) 예문 (5)].
(5) 가. 너무도 염치없는 덮어씌우기라며 …… 중략 ……. <연합뉴스 2002.03.12 ‘정치’>
나. …… 중략 …… 통상마찰이 겁난 몸사리기인가? <한겨레 2003.08.13 ‘지방’>
다. 이른바 퍼주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동아일보 2003.09.23 ‘정치’>
라. 이 회사가 PC 제조업체들에 번들(끼워팔기)로 공급해 오던…중략…. <연합뉴스 2003.07.07>
마. 솥단지에 물 끓여 설거지하는 장금의 영특함에 …… 중략 ……. <스포츠 서울 2003.09.23>
바. 면목 없다는 듯한 고개떨굼초조함은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중앙일보 2002.05.16>
사. 북녀들이 ‘기계 같다’는 평도 있지만 또래다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경향신문 2003. 08.25 ‘생활 레저’>
아. 맺고끊음을 확실하게 한다고 해서 …… 중략 ……. .
  위의 예에서 밑줄 친 결합형은 관형어의 수식을 받거나, 후행 어기와 결합하는 환경, 또는 단어 대응을 이루고 있어, 이를 통하여 화자는 ‘-음’, ‘-기’ 결합체에 대해 특정 주체나 대상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태만을 바라보게 된다(p.5).
  그렇다면, 과연 (5)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것이 바로 김명광(2004)의 핵심 과제이다. 그는 (1)(2)는 통사적 구로, (5)는 임시적인 단어형으로 인식되지만 ‘-음’, ‘-기’의 문법적 성격은 같다고 본다. (5)는 매우 생산적이어서 예외로 다루기도 어렵고, 통사론에서 다룬다면 (5)의 도출 형식이 X0의 단위이어서, X0의 투사와 논항 결합에 관여적인 통사론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5)와 같은 임시어가 ‘총칭적 객관화 원리’를 통해 공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통사적 구성의 관계를 갖는 요소들이 공시적으로 단어 형성을 이루는 과정을 밝히려 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의 주장은 그가 제시한 ‘총칭적 객관화 원리’가 얼마나 타당성이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2.1.1.2. 연구 대상 및 범위

  저자는 등재어와 미등재 형식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자는 이상적 화자의 등재부에 저장된 단어를 말하며, 후자는 등재부에 저장되지 않은 단위, 즉 통사부에서 X0로 상정되는 단위를 뜻한다. 위의 예 (5)의 형식들이 바로 미등재 형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연구 대상은 기존 사전(표준국어대사전)과 신문과 잡지를 이용한 다양한 신어와 미등재 형식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특히 방대한 양의 신문, 잡지의 예를 추출하여 제시함으로써 임시어 설정의 타당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1.2. 이론적 배경

        2.1.2.1. 어휘부 등재 가설과 문제점

  이 논문에서는 단어 형성과 등재를 구분한다. 즉, 규칙과 등재는 별개의 문제이며, 유추는 단어 형성의 한 기제일 뿐 전체 단어 형성의 모든 현상을 포괄할 수 없는 기제임을 밝힌다. 특히 최소 등재 가설과 완전 등재 가설의 문제점과 모순을 세부적으로 지적하고, 통사부 규칙과 등재의 상호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즉, 단어를 형성하는 과정과 등재는 엄밀히 구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단어를 형성하는 과정은 공시적인 사실이요, 그 단어가 바로 등재부에 등재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통시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이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통사부 규칙으로 만들어진 형식도 ‘사용 빈도’, ‘총칭성’, ‘연상 관계’, ‘제3의 의미’, ‘화자의 의도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얼마든지 등재부에 등재되어 하나의 등재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1.2.2. 단어 형성 규칙의 과정

  이 논문에서는 단어 형성 규칙을 인정하고 한번 등재된 단어는 형성 규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통사부에 입력되며, 형성 규칙으로 형성된 단어도 여러 등재 요인(‘활성화된 규칙의 상호 공존 요인’, ‘빈도의 요인’, ‘순서의 뒤바뀌기 요인’, ‘개념과 형식의 불일치 요인’, ‘기존 어휘화의 요인’, ‘유추의 요인’, ‘의도의 요인’ 등)에 의해 등재를 지향한다고 한다[김명광(2004) 2.2 예문 (26)].


        2.1.2.3. 단어 형성 규칙의 대상

  먼저, 단어 형성 규칙의 어기는 단어가 대부분이지만, 국어에서는 단어로 볼 수 없는 불구 어기가 접사와 결합하여 신조어를 만드는 예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만큼 이들도 국어 조어법의 체계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단어 초과 어기(통사적 구)도 단어 형성 규칙의 대상에 포함된다. 다음은 단어 초과 어기와 ‘-음, -기’가 결합한 경우이다[김명광(2004) 2.3 예문 (25)](예의 개수는 필자가 조정한 것임).
(6) 가. 얽어짜임, 딸려묻음, 뚫어새김, 모아맞춤, 이어바뀜 …….
나. 감아서기, 거슬러태우기, 걸쳐막기, 고쳐짜기, 굽혀묻기 …….
다. 놓고치기, 다리걸고돌기, 다리걸고오르기, 받고차기, 보고놓기 …….
라. 돌며뿌리치기, 모로누며메치기 …….
마. 살것몰림, 팔것몰림 …….
바. 돋을새김 …….
사. (가) 마당에들이기, 볕에말리기 …….
(나) 두번가기, 같이가기, 거저먹기…….
아. 가려움증, 밝힘증, 가림판, 갈림길, 구김살, 노림수, 닦음새, 닮음꼴 …….
자. 버티기 작전, 떠넘기기 수법, 몸풀기 운동, 잘살기 운동 …….
차. 몸낮춤, 입맞춤, 겉꾸밈, 눈속임, 끝막음, 자리다툼 …….
카. 보물찾기, 고무줄넘기, 동전던지기, 구슬치기, 수읽기 …….
  위의 예에 대해 기존 견해는 어기 내부의 통사적 요소를 어휘부 접사로 규정하거나, 그 도출형을 잠재어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러한 방법은 상위 차원의 통사적 구가 접사와 결합하여 낮은 층위의 단어로 되는 결과를 막는 구 금지 제약을 위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반면에 통사적 구가 올 수 있다는 통사부 접사 견해는 통사부의 여러 단위를 어휘부에서 설명할 위험성과 함께, 통사부 구성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통시적인 사실로 설명할 위험성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예에 대해 규칙의 논리보다는 상위의 개념인 화자의 단어 형성 직관, 즉 ‘총칭적 객관화의 원리’를 통해 ‘-음, -기’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2.1.2.4. 총칭적 객관화 원리

  이 논문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리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총칭적 객관화 원리인데, 그 개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김명광(2004) 2.4].
(7) 총칭적 객관화 원리(principle of generic objectiveness)란 통사부 단위가 어휘부 입력형의 자격을 획득하기 위하여, 특칭적 사건과 관련이 있는 외연적 의미가 도출되는 것을 저지하면서, 그 형식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내포적 의미만을 발현시키는 일련의 과정 및 하위 조건들이다.
  위의 정의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하나는 명사의 의미에 대한 것이다. 명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총칭적 의미(내포적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특칭적 의미(외연적 의미)이다. 여기에 명사 자체의 기능은 객관성이므로 명사는 총칭적인 객관성과 통사 요소와 결합하여 나타나는 특칭적인 객관성의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한편, 화자의 인식론적 세계에도 두 가지 차원의 범주가 있는데 그것은 ‘사물’을 지시하고자 하는 의도와 ‘사태’를 지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그것이다. 이때 사태를 지시하려면 ‘사건성’과 ‘상태성’을 가진 동사와 결합해야 하나, 동사는 본유적으로 외연적 의미로 지향하려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사태에 대한 총칭적인 객관성의 의미를 얻기 위해서는 동사의 특칭적인 요소를 저지하기 위한 조건들이 필요하며, 바로 그 조건이 총칭적 객관화 원리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전제 조건은 이 규칙의 성격은 통사부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즉, 통사 규칙이 X0의 단위와 보충어를 결합하여 X'를 이룬 후 다시 자신의 명시어를 결합하여 XP라는 최대 투사 범주를 만드는 과정이라면, 총칭적 객관화 원리는 이러한 여러 요소의 투사를 막는 과정이다. 예컨대, XP의 명시어를 명시적으로 표현해 주는 격표지나 명시어 자체의 투사를 저지시키는 과정, 그리고/또는 X'에서 보충어의 격 표지나 보충어 자체의 투사를 막는 과정이 여기에 속한다.


        2.1.2.5. 총칭적 객관화 원리의 조건

  김명관(2004) 2.4.3에서는 총칭적 객관화 원리의 조건으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8) 가. 총칭적 객관화 조건 1 - 선 문말 형태소 출현 제약
사태를 특칭화시키는 문말 앞 형태소를 저지한다.
나. 총칭적 객관화 조건 2 - 특칭적인 행위주 출현 제약
특칭적인 행위주는 내포적 속성 이외의 의미를 가지므로, 외부 논항이든 내부 논항이든 관계없이 그 삽입이 저지된다.
다. 총칭적 객관화 조건 3 - 격표지 출현 제약
특정 화자의 초점 의도가 개입된 ‘주격표지 및 대격표지’의 결합은 저지된다.
  첫 번째 조건은 ‘-음, -기’ 앞에 선어말 어미가 출현하지 못하도록 저지시킨다는 조건이고, 두 번째는 어휘부에서 특칭적인 행위주가 선택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인데, 이것은 동사의 논항 구조를 메우기 위한 투사를 저지하는 셈이다. 따라서 이때 투사는 내부 논항까지만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때 의미역은 대상(Theme)에 해당한다. 즉, ‘술마시기’에서 행위주는 제거되고 대상인 ‘술’만 투사를 허락하여 ‘술마시기’라는 형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격표지 출현 제약으로 다음의 예처럼 ‘노래부르기’ 사이에 화자의 초점 의도가 개입된 ‘을/를’이 존재하면, 비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9) 가. 철수는 노래 부르기 시합을 시작했다[김명광(2004) 2.4.3 예문 (33)].
나. *철수는 노래를 부르기 시합을 시작했다.
  따라서 ‘술마시기’형의 임시어에는 특정 화자의 초점 의도가 개입된 ‘주격표지 및 대격표지’의 결합이 저지된다는 것이다.


        2.1.2.6. 통사부와 어휘부의 중간 국면

  그렇다면, 총칭적 객관화 원리는 문법의 어느 층위에서 작용할 것인가. 김명광(2004)에서는 어휘부와 통사부의 중간에서 이 원리가 적용된다고 가정하고 있다. 논의를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XV기’를 중심으로 이를 도식화해 보면 다음과 같다[김명광(2004) 2.4.3 예문 (54)-(55)].
  위 (10)-(11)은 ‘술마시기 대회’라는 통사적 구에서 내포적 의미를 가진 ‘술마시기’가 어떻게 상정되는가를 접사 (10)과 어미 (11)의 측면에서 도식화한 것이다. 전자(접사 ‘-기’)의 견해를 따르면 총칭적인 객관성의 의미는 ‘-기’ 의미 자질 자체에 내포되어 있으므로, 어휘부 내에 존재하는 조건들을 통하여 ‘술마시기’가 결합하고 이때의 ‘술마시기’는 내포적 의미만을 가진다. 더불어 이 형식은 이미 총칭적인 객관성을 확보한 형식(X0)이므로, 내포적 의미만을 요구하는 (화자 의도가 개입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 ‘대회’와 결합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결국 이 두 단위가 결합하여 통사적 구 ‘술마시기 대회’가 만들어지게 된다.
  반면에 위 (11)의 ‘-기’는 통사부 접사이므로 어휘부에서 이러한 총칭적인 객관성의 자질을 확보하지 못하므로 ‘술마시기’ 자체가 객관성만을 가진 채 통사부에 그대로 진행되고자 한다. (특칭적 의미를 계속해서 발현시키고자 한다.) 이때의 ‘-기’는 따라서 X0의 방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2.2. 김명광(2004)에 대한 논평

  이 논문의 장점은 이미 앞서 언급했으므로 여기서는 내용에 나타난 의문점과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을 중심으로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연구 대상에서 ‘가위차기, 세모조르기’와 ‘다 된 죽에 코 풀기’와 같은 예는 제외하면서, 그 이유로 동사와 선행요소가 논항 관계를 보이지 않는 형식이라는 점, 그리고 관용어, 속담은 공시적이기보다는 통시적 자료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논항 관계를 보이지 않는 예는 어떤 원리로 형성이 되는지, 그리고 관용어는 저자가 제시한 ‘총칭적 객관화 원리’로 설명이 왜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해 추가 설명이 없어 아쉬움이 있다.
  단어 형성을 설명하면서 활성화된 단어 형성 규칙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2.2.6.1 예문 (27)). 예를 들어 ‘꺾기’의 형성과정을 보이면서 활성화된 단어 형성 규칙 ‘-기’를 적용하여 ‘꺾기’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다고 가정하고 있는데, 이때 활성화된 단어 형성 규칙이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이 개념은 유추론적 접근에서의 유추의 틀이나 단어형성 전용요소와 같은 개념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총칭적 객관화 원리가 논의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때 제시한 3가지 조건은 귀납적인 결과라는 느낌이 든다. 즉, 왜 이러한 조건이 필요한가 하는 점보다는 실제 예에서 이러한 제약이 드러나기 때문에, 역으로 이러한 조건을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예를 들어 논항 실현의 문제만 봐도 ‘술마시기’에서는 외재 논항은 제거되어 나타나지 못하지만 내재 논항인 ‘술’은 제약을 받지 않고 실현되어 ‘술마시기’를 형성한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술마시기’가 아니라 ‘마시기’를 형성해 내고자 한다면 이때는 내재 논항 ‘술’까지도 실현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리와 조건들보다도 사실은 화자의 의지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리와 조건의 필요성은 부수적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이 더욱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필연성과 이 조건이 국부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단어 형성과 임시어 형성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증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위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반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총칭적 객관화 원리를 적용하는 단계가 어휘부와 통사부의 중간이라는 주장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인데, 여기서도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설명에 따르면 접사 ‘-기’가 [+총칭성 +객관성]과 [-총칭성 +객관성] 등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어 도입되는데(만약 통사부에서 투사를 허용하는 명사형 어미까지를 고려한다면 3가지 유형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미 접사 ‘-기’는 어휘부 접사와 통사부 접사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만약 그렇다면 접사 자체의 성격이 자질로 이미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셈인데 굳이 화자의 의도를 개입시켜 이를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인지 궁금하다. 즉, 이미 계획된 대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자질은 같은데, 이것이 화자의 의도에 따라 접사 자질의 구체적인 성격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또, ‘술마시기’라는 형태를 어휘부의 단어 형성 규칙에 의해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왜 굳이 총칭적 객관화 원리를 적용하여 별도의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즉, 어휘부의 단어 형성 규칙의 결과와 통사부에서 통사적 구의 단어화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와 더불어 어휘부와 통사부 사이에 원리가 적용되는 영역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 영역의 구체적인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과연 문법의 한 부문(component)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규칙이 적용되는 것처럼 인접 영역에서 작용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기존 연구에서는 어휘부에 후어휘부를 별도로 설정한 논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총칭적 객관화 원리가 통사부 이전에 적용된다면 이를 ‘통사적 구의 단어화’라는 이름으로 부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단어형은 통사부에서 구가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명칭 때문에 기존의 연구에서 언급된 ‘통사적 구의 단어화’와 혼동의 우려가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통사적 구가 될 뻔한 단어형’, 또는 ‘결핍된 통사적 단어형’ 정도가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2.3. ‘-음’, ‘-기’ 명사형의 단어화에 대한 연구(이상욱)

  이 논문은 2004년 2월 서울대 석사 학위 논문으로 제출된 것으로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가 국어의 단어 형성 원리 중 하나임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는 임시어 형성의 원리로 가정하고 종래 파생이나 어휘화로 설명되어 온 ‘(X+)V-음’, ‘(X+)V-기’형 단어를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때 ‘-음’, ‘-기’의 문법 범주는 명사화 어미로 상정하고 있다.
  이 논문의 전개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1장에서는 연구의 목적과 대상, 범위 등을 제시하고, 2장에서는 ‘-음’, ‘-기’의 문법 범주를 재검토하고, 3장에서는 ‘-음’, ‘-기’ 명사형의 단어화에 대해, 4장에서는 ‘(X+)V-음’, ‘(X+)V-기’ 형 임시어의 분석을 다룬다. 또 5장에서는 ‘(X+)V-음’, ‘(X+)V-기’형 등재어를 새롭게 분석하고 있다.


      2.3.1. 서론

  이 논문은 ‘-음’, ‘-기’ 명사형을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로 명명하고 이를 임시어 형성의 원리로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핵심이 되는 예는 다음과 같다.
(12) 가. 그는 견디기 어려운 쓸쓸함에 몸부림쳤다[이상욱(2004) 1. 예문(1)(2)].
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다. 佛家의 헤어짐이란 속세의 이별과는 의미가 같지 않다.
(13) 가. 추석 연휴 첫날 주요 고속도로는 차량의 반복되는 가다서기로 심한 정체를 빚고 있습니다.
나. 철저한 나누어먹기식 임명에 따른 인사 개편은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다. 전반 15분 터진 첫 골을 기점으로 양 팀의 플레이가 확연히 구분되었다. 전남의 버티기 작전은 유공에 공격의 주도권을 내어주는 빌미를 제공하였고 후반 38분 추가골을 허용하였다.
  위의 밑줄 친 어형들은 관형어의 수식을 받는다는 점에서 명사로 분류할 수 있지만, 언중들의 심리적 어휘부(mental lexicon)에는 등재되지 않은 단어들이다. 과연 이러한 부류의 단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가 바로 이 논문의 목표이다. 앞서 살핀 김명광(2004)와 공통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는 이런 부류의 단어를 통사적 구성이 공시적으로 단어가 된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즉, 공시적인 임시어를 인정한 셈이다.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는 기존에도 제기되었던 개념이지만, 기존 연구는 단어 형성의 통시성을 전제로 한 개념임에 비해 이 논문의 개념은 단어 형성의 공시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2.3.2. ‘-음’, ‘-기’의 문법 범주 재검토

  ‘-음’, ‘-기’의 문법 범주에 대해서는 기존의 파생접사설과 명사형어미설을 비교 검토하면서 명사형어미설을 주장하고 있다.


        2.3.2.1. ‘주어적 속격 구문’에 대한 재검토

  기존 연구들에서 ‘(X+)V-음’, ‘(X+)V-기’형은 파생명사이거나 내포절의 서술어로 파악되어 왔고, 파생명사로 인식되지 않는 ‘(X+)V-음’, ‘(X+)V-기’형 중에서 ‘-의’ 관형어에 후행하는 것은 이른바 주어적 속격 구문의 일부로 이해되어 왔는데, 주어적 속격이라는 해석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X+)V-음’, ‘(X+)V-기’형의 통사적 지위가 내포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이상욱(2004) 2.2. 예문(18)].
(14) 가. [[迦葉의] [[能히 信受]옴]] 讚歎시니라(월석十三, 57a)
나. [[迦葉이 能히 信受]옴]ㅣ 이 希有호미라(월석十三, 57a~b)
  서정목(1982)에서는 내포문의 서술어가 명사화함에 따라 내포문의 주어도 격 변형을 통해 속격으로 상승하여 수식 구성을 이루는 것이라 설명함으로써 표면구조를 (18)로 이해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변형이 언제나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이상욱(2004) 2.2. 예문(23)-(24)].
(15) 가. 그가 고지식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나. *그의 고지식했음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다. 그가 고지식함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라. 그의 고지식함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16) 가. 어머니는 철수가 일찍 돌아왔음을 알았다.
나. *어머니는 철수의 일찍 돌아왔음을 알았다.
다. 어머니는 철수가 일찍 돌아옴을 알았다.
라. ?*어머니는 철수의 일찍 돌아옴을 알았다.
  (15나), (16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주어적 속격 현상이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하는 동시에, ‘-의’ 관형어에 후행하는 ‘(X+)V-음’, ‘(X+)V-기’ 형의 통사적 지위 역시 명사절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또한, 주어적 속격 구문과 주어가 주격인 명사절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 차이는 이른바 파생명사와 명사화 어미 결합형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 차이와 다르지 않다는 점, ‘관형어+명사형’으로 인식되어 온 예들 중 상당수는 그에 선행하거나 후행하는 성분과의 통사적 관계, 또는 시제나 추측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의 실현 여부 등을 고려할 때, 내포절의 지위를 부여받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주어적 속격에 반대하고 있다(2장 예문 (25) 참조).


        2.3.2.2. ‘-음’, ‘-기’ 접미사설에 대한 재검토

  2.3에서는 접미사설에 대해 재검토를 시도하고 있다.
(17) 가. 야곱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집트로 향했다[이상욱(2004) 2.3. 예문(31)].
나.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 어린애다움을 모두 상실하였다.
다. 소는 어떠한가? 코끼리의 추하고 능글능글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17)에서 ‘부르심’, ‘어린애다움’, ‘추하고 능글능글함’ 등은 관형어의 수식을 받고 있으므로 명사의 자격을 갖는다. (17가), (17다)의 예는 종래에 주어가 속격 표지와 결합하여 나타난 명사절로 인식되어 왔으나 그 통사적 지위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어들이 파생 절차를 거쳐 형성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르심’, ‘어린애다움’, ‘추하고 능글능글함’은 각각 선어말어미 ‘-시-’, 의존형용사 ‘답-’, 접속어미 ‘-고’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답-’, ‘-고’ 등은 모두 구를 선행성분으로 취할 수 있는 통사원자이므로 ‘V-시-’, ‘X+답-’, ‘V1-고+V2’ 등도 통사적 구임이 보장된다. 결국, ‘부르심’, ‘여성다움’, ‘추하고 능글능글함’의 ‘-음’은 파생접미사일 수 없으며 명사화 어미라는 것이다.


      2.3.3. ‘-음’, ‘-기’ 명사형의 단어화

  여기에서는 이상욱(2004)의 단어 분류에 대해 살펴본다. 논문에서는 ‘결합 원리’와 ‘변화 단계’에 따른 단어 분류를 각각 제시하고 있는데, 전자의 기준에 의하면 단어는 비통사론적 구성의 단어(단순어/복합어)와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로, 후자에 의하면 임시어와 등재어로 구분한다. 이에 따라 ‘(X+)V-음’, ‘(X+)V-기’ 형의 단어를 결합 원리에 따른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로 분류하고 그 형성 원리를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라 부른다. 이는 곧 규칙에 속하는 것도 아니고 유추에 속하는 것도 아닌데, 그 이유는 규칙론적 접근을 표방한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에 대해 그 형성이 통시적 과정에 의한 것임을 가정하였기 때문이다. 즉, ‘원자화’나 ‘통사적 구성의 어휘화’는 단어 형성의 통시성을 전제로 한 개념이어서 ‘(X+)V-음’, ‘(X+)V-기’형 임시어의 형성을 설명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유추적 접근의 연구들에서도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에 관한 한, 이들은 심리적 어휘부 밖에서 형성되어 빈번히 쓰이다가 어휘부에 등재된 것으로 간주되었을 뿐 그 형성 원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하였다.
  한편, 이 논문에서 주장하는 통사론적 구성이 단어가 되는 현상은 김창섭(1996:25~26)에서 제시한 ‘구의 공시적 단어화’라는 개념과 유사하다고 한다. 즉, [스승의 날]NP → [[스승의 날]NP]N과 같은 모습을 가정할 수 있는데, 재분석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이 김창섭(1996)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 이를 도식으로 보이면 (18)과 같다[이상욱(2004) 3.2. 예문 (8)].
  위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 있다. 즉, 발화 상황에서 어떤 개념이나 대상의 의미를 지시해 줄 적절한 등재어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명명의 욕구에 따라 복합어 또는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를 새로이 형성한다. 이때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는 통사론의 원리에 의해 배열된 것이므로 그 내적 구조는 통사적 구와 동일하지만, 그 의미는 어떤 개념·상황·대상을 환기시키기 위해 창의적(creative)으로 부여된 것이다. 여기서 ‘-음’, ‘-기’가 지닌 고유 의미 특성에 따라 비교적 규칙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X+)V-음’형 단어의 경우 서정목(1982)가 지적한 바와 같이 [+관념화]의 의미를, ‘(X+)V-기’형의 경우 김창섭(1996)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規式性]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본다.


      2.3.4. ‘(X+)V-음’, ‘(X+)V-기’형 임시어의 분석

        2.3.4.1. ‘(X+)V-음’, ‘(X+)V-기’형 임시어의 식별

  ‘(X+)V-음’, ‘(X+)V-기’형 구성이 임시어라는 증거로 통사적 기준과 의미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전자의 검증 방법으로는 관형어의 수식 여부와 후행 성분과의 공기 제약 유무를 들고 있고, 후자는 서술어와의 의미 호응 관계를 예로 들고 있다.

          2.3.4.1.1. 통사론적 기준 - 관형어의 수식 여부

  즉, 관형어의 수식 여부는 어떤 ‘(X+)V-음’, ‘(X+)V-기’형 구성이 명사형인지 명사인지를 구별해 주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한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이상욱(2004) 4.1.1 예문 (1)].
(19) 가. 오랜 기다림 끝에 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나. 효과적인 두레 활동을 위해서는 이런 짝짓기부터 막을 필요가 있다.
  위의 예는 관형 성분의 수식을 받는 예들로 ‘(X+)V-음’, ‘(X+)V-기’ 형 구성은 단어의 자격을 갖는 것으로 본다.


          2.3.4.1.2. 후행 성분과의 공기 제약 유무

  명사형과 명사가 후행성분과 맺고 있는 통사적 관계를 관찰하여 이러한 예측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X+)V-음’, ‘(X+)V-기’형 임시어를 식별하는 또 다른 기준이 된다고 한다[이상욱(2004) 4.1.1 예문 (5)].
(20) 가. 네 방정맞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나. *네가 방정맞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20)에서 ‘(X+)V-음’, ‘(X+)V-기’형 구성이 의존명사 ‘때문’과 공기하는 데 제약이 있고 없음은, ‘(X+)V-음’, ‘(X+)V-기’형 구성의 통사 범주가 무엇인가를 말해 주는 기준인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X+)V-음’, ‘(X+)V-기’형 구성이 관형어의 수식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면, 이는 곧 임시어임을 뜻한다고 한다.


          2.3.4.1.3. 의미론적 기준

(21) 가.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밝음을 주시옵소서.
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었는데, 아귀다툼을 하며 재빠르게 새치기를 하고 밀치기를 하고 앞치기를 하는가 하면 정가의 수백 배가 되는 암표를 구입하는 것이 아닌가[이상욱(2004) 4.1.2 예문 (13)]!
  (21)에서 ‘그릇됨’, ‘밀치기’, ‘앞치기’는 앞서 제시한 통사론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지만, 이들 역시 단어의 자격을 지니고 있음을 주장한다. 예컨대 ‘웃음’, ‘울음’ 등 등재된 명사인 경우에는 부사어와 호응하지 않는 한, 관형어의 수식을 받지 않더라도 또한 앞서 제시한 후행성분과 공기하지 않더라도, 그 통사 범주가 단어임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이상욱(2004) 4.1.2 예문 (14)].
(22) 가. 그는 평소에도 웃음이 많아 분위기를 늘 밝게 해 주었다.
나. 혜진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위의 예에서 ‘많-’, ‘터뜨리-’는 의미상 명사절과 호응될 수 없는 바, (22)의 성립은 ‘웃음’, ‘울음’ 등이 더 이상 명사형이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3.5. ‘(X+)V-음’, ‘(X+)V-기’형 등재어의 분석

  등재어 분석은 이미 등재된 어휘들의 구조 분석을 시도해 본 것으로 ‘(X+)V-음’, ‘(X+)V-기’가 임시어는 물론 등재어도 모두 통사적 구성의 단어화에 의한 것임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음, 기’는 모두 명사화 어미로 간주한다.


        2.3.5.1. ‘V-음’, ‘V-기’형

  이 유형은 일찍이 송철의(1977, 1992)에서 ‘(X+)V-음’형 등재어의 ‘-음’은 파생접미사임을 주장한 것으로 /으/가 탈락되지 않은 ‘울음’, ‘얼음’ 등의 예에 주목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음’의 지위가 명사화 어미임을 주장한 시정곤(1994/1998)과 최형용(2002)에서는 ‘삶’, ‘앎’ 등의 반례를 들어 이를 반박하였다. 그런데 ‘-음’의 문법 범주를 어느 쪽으로 정하든 양측에서 주목하는 예들은 서로의 주장에 반례가 되는 것이므로 어떤 주장이 옳고 그른지 판단의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고 한다.
  또 ‘(X+)V-음’형에서 ‘-음’은 명사화 어미이며, 이에 따라 ‘그을음’, ‘노름’, ‘놀음’, ‘울음’, ‘얼음’, ‘주름’, ‘졸음’ 등의 예에서 /으/가 탈락되지 않은 이유를 이들 단어가 형성된 시기의 차이로 설명하려 하고 있다. 즉, ‘그을음’, ‘노름’, ‘놀음’, ‘울음’, ‘얼음’, ‘졸음’ 등의 단어들이 형성된 시기와 ‘가뭄’, ‘삶’, ‘앎’ 등의 단어들이 형성된 시기가 서로 다를 것이라는 가정하에 그 차이가 설명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2.3.5.2. ‘X+V-음’, ‘X+V-기’형

  소위 ‘끝맺음’과 ‘줄넘기’형의 단어는 그 의미 관계에 따라 ‘주어-서술어’, ‘목적어-서술어’, ‘부사어-서술어’ 관계의 부류로 묶일 수 있는데(김창섭 1983), 여러 선행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문제는 ‘-음’, ‘-기’를 파생접사로 인정하는 한, 어떤 명증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한다. 이때 ‘-음’, ‘-기’를 명사화 어미로 간주하는 시정곤(1994/1998)과 송원용(1998)에서는, ‘줄넘기’형의 단어들이 통사적 구성에서 굳어져 단어가 된 것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즉, 시정곤(1994/1998)에서는 ‘단어화’로, 송원용(1998)에서는 ‘어휘화’로 명명되는 것이 그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도 이때 ‘-음’, ‘-기’를 명사화 어미로 간주하고 공시적인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로 처리하고 있다.


        2.3.5.3. ‘[(X+)V-음]+Y’, ‘[(X+)V-기]+Y’형

  ‘갈림길’형 단어는 김창섭(1983)에서 주목된 이후, 그 형성 기제와 ‘V-음/기’형의 지위, ‘-음’, ‘-기’의 지위를 둘러싸고 여러 논자들에 의해 거론되면서 그 이론적 변모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물빠짐 현상’, ‘고저뒤바뀜 현상’, ‘줄서기 정치’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독립된 자격으로도 쓰이고 있어 결코 ‘잠재어’나 ‘명사적 어근’으로 처리할 수 없으며, ‘-음’, ‘-기’의 지위가 명사화 어미라는 것이다. 따라서 ‘갈림길’형 단어들의 형성 역시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로 간주한다.


    2.4. 이상욱(2004)에 대한 논평

  2.2.의 주어적 속격에 대한 언급에서 문법성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논거라면 그것만으로는 주어적 속격의 문제를 반박하지는 못할 듯하다. 치명적인 문제로 언급하고 있는 문장(예문 (23)~(24))에 대해 문법성 판단이 연구자마다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3.2.에서 통사론적 구성의 단어화를 제시하고 있는데 통사론적 구성이 단어화 되는 과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시정곤(1994/1998)에서는 핵 이동을 통해 통사론적 구성을 X0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고, 김창섭(1996)에서는 재분석을 통한 X0 만들기를 제안했다면, 과연 이 논문에서는 명명의 욕구에 따라 XP가 어떻게 X0가 된다는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김명광(2004)에서는 ‘총칭적 객관화의 원리’에 의해 X0가 형성된다고 했다. 기존 연구와 김명광(2004)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 연구는 XP를 형성한 후에 이 구성이 X0가 된다는 절차를 상정한 반면, 김명광(2004)에서는 통사부에 들어오기 전에 통사적 단어인 X0가 미리 만들어져 삽입이 된다고 주장한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본다.
  4장에서는 임시어 식별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통사적 기준(관형어 수식 여부, 후행 성분과의 공기 제약 유무)과 의미론적 기준이 제시되었는데, 과연 이러한 기준이 임시어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관형어의 수식 여부는 어떤 구성이 명사형인지 명사인지를 구별해 주는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임시어인지 아닌지는 구분하지 못한다. 또한, 후행 성분과의 공기 제약 유무도 마찬가지다.
(23) 가. 네 방정맞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이상욱(2004) 4.1.1 예문 (5)].
나. *네가 방정맞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24) 가. 네 웃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나. *네가 웃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위의 (23)은 이상욱(2004)의 예문인데 이때 보이는 제약은 (24)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도 ‘방정맞음’이 임시어인가 아닌가를 구분해 주기보다는 명사인가 아닌가를 구분해 주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등재어인 ‘웃음’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미론적 기준으로 제시한 ‘X+음’과 서술어의 호응 관계도 명사라면 같은 결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5장의 등재어 분석에서는 ‘(X+)V-음’형에서 ‘-음’을 명사화 어미로 간주하면서 ‘그을음’, ‘노름’, ‘놀음’, ‘울음’ 등의 예에서 /으/가 탈락되지 않은 이유를 형성된 시기의 차이로 설명하려 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더욱 치밀한 논거가 필요하리라 본다.


    2.5. [N-V-이/음/기/개] 구성의 합성명사 분석(김인균)

  이 논문은 2004년 봄 <형태론> 6-1에 실린 것으로 [N-V-이/음/기/개] 명사를 [N-[V-이/음/기/개]] 구조, 곧 합성명사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논문이다. [N-V-이/음/기/개] 명사에 대하여 이전 연구에서는 두 가지 설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하나는 명사와 동사의 의미 관계를 고려하여 [[N-V]-이/음/기/개] 구조를 고려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사와 접미사의 결합에 대한 독립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N-[V-이/음/기/개]] 구조, 즉 합성명사로 파악하는 논의가 그것이었다.
  전자의 입장에는 김계곤(1969), 허웅(1975/1983), 김창섭(1983, 1996), 이재인(1989, 1991), 송철의(1990), 고재설(1992, 1993), 시정곤(1993), 김의수(2002) 등이 있으며, 후자에는 이익섭(1965), 유목상(1974), 성기철(1969), 연재훈(1986, 2001), 이석주(1989/1994), 이재인(1993), 김동식(1994), 채현식(2000) 등이 있다. 김인균(2004)에서는 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각각의 논의에서 상정한 [N-V] 합성동사와 [V-이/음/기/개] 파생명사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해야 하는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정리해 보자.


      2.5.1. [N-V-이/음/기/개] 구성의 합성명사 분석

  우선 [N-V-이/음/기/개] 구성을 [[N-V]-이/음/기/개] 구조로 주장하는 입장에서 내세우고 있는 근거를 김인균(2004)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하여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명사+동사’가 ‘주어+자동사’, ‘목적어+타동사’ 구성만 가능하고 그 명사는 동사에 대하여 오직 대상(Theme)의 의미 관계를 가진다는 점. 즉, ‘고기잡이, 끝맺음, 줄넘기, 이쑤시개’ 등은 명사가 동사에 대하여 대상 이외에 다른 의미 관계를 가질 수 없으며, ‘해돋이, 땅울림, 피돌기’ 등 또한 동사와 동일한 의미 관계에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N-[V-이/음/기/개]] 구조라면 명사와 파생명사 사이에 왜 사이시옷이 개재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즉, ‘고기잡이, 끝맺음, 줄넘기, 이쑤시개’ 등의 ‘고기, 끝, 줄, 이’와 ‘잡이, 맺음, 넘기, 쑤시개’ 사이에 일반적으로 사이시옷이 개재되지 않는 것은 이들 구성의 선·후행 성분이 관형적으로 수식하는 구조가 아닐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김인균(2004)에서는 명사와 동사의 의미 관계를 [N-[V-이/음/기/개]]의 합성명사 구성에서도 포착할 수 있으며, 합성명사의 사이시옷 개재 여부가 그 구성 성분 간의 의미 관계에서 찾아진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N-V-이/음/기/개] 명사를 합성명사로 볼 수 있는 근거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첫째, ‘고기잡이, 끝맺음, 줄넘기, 이쑤시개’ 등에서 ‘고기잡-, 끝맺-, 줄넘-, 이쑤시-’ 같은 합성동사보다는 ‘잡이, 맺음, 넘기, 쑤시개’와 같은 파생명사가 실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즉, [V-이/음/기/개]의 파생명사가 다른 합성명사(25가, 나, 다, 라)나 파생명사(25가’, 나’, 라’)를 형성하는 데 참여할 수 있으며, 완전히 독립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김인균(2004) 예문 (2)(3)](예의 개수는 필자가 조정한 것임).
(25) 가. [[V-이]+N]: 뜯이것, 숨이게, 숨이고기, 맺이관, 갈이칼, 갈이틀 …….
가’. [[V-이]+Suf]: 갉이질, 갈이질, 닦이질, 뿜이개, 털이개, 노리개 …….
나. [[V-음]+N]: 비빔냉면, 지름길, 갈림길, 구름판, 볶음밥, 어림수 …….
나’. [[V-음]+Suf]: 부침개, 생김새, 짜임새, 꾸밈새, 느림뱅이, 붙임성 …….
다. [[V-기]+N]: 깎기끌, 보기신경, 되넘기장사, 걷기운동, 보내기번트 …….
다’. [[V-기]+Suf]: 뒤집기질
라. [[V-개]+N]: 뜨개바늘, 걸개그림, 쓰개치마 …….
라’. [[V-개]+Suf]: 뜨개질, 훔치개질, 싸개질, 뒤집개질, 닦개질 …….
(26) 가. [V-이]: 놀이, 구이, 떨이, 훑이, 걸이, 떠돌이, 넓이, 길이, 높낮이 …….
나. [V-음]: 가르침, 걸음, 땜, 받침, 고름, 볶음, 뜀, 간지럼, 미끄럼 …….
다. [V-기]: 달리기, 던지기, 쓰기, 다지기, 맛보기, 기울기, 안잠자기, 얼뜨기 …….
라. [V-개]: 찌개, 마개, 싸개, 긁개, 지우개, 날개, 써레, 부채, 코뚜레 …….
  (26)에서는 [V-이/음/기/개]가 독립성을 완전히 확보하면서 사건·상태·추상물 명사뿐만 아니라 사람·사물 명사도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으며, 또한 (25)에서는 그것들이 잠재 명사로서 합성과 파생 과정의 요소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이는 실재 명사나 잠재 명사가 동일한 형태론적인 구성을 이루면서 서로 유기적인 관련성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연재훈( 1986, 2001), 이재인 (1993))는 것이 김인균(2004)의 입장이다.
  둘째, [[N-V]-이/음/기/개] 구조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내세운 ‘주어+자동사’, ‘부사어+자동사’, ‘목적어+타동사’, ‘부사어+타동사’ 등의 통사적 관계를 [N]과 [V-이/음/기/개] 사이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고기잡이, 해돋이, 끝맺음, 땅울림, 줄넘기, 피돌기, 이쑤시개’ 등을 보면 후행 성분인 ‘잡이, 돋이, 맺음, 갈림, 넘기, 돌기, 쑤시개’에 대하여 선행 성분인 ‘고기, 해, 끝, 길, 줄, 피, 이’는 각각 <대상 Theme>의 의미 관계를 가지며, 또 [N-[V-이/음/기/개]] 구성에서 선행 성분과 후행 성분 사이의 의미 관계는 <유형, 대상>이거나 <수단, 방법>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러한 의미 관계는 본래 사이시옷이 개재할 수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합성명사의 사이시옷 개재 원칙에도 부합되고, 합성명사임에도 왜 사이시옷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N-V-이/음/기/개] 명사와 [V-이/음/기/개] 명사가 다양한 의미 분류 유형을 가진다는 점도 이 구조가 합성명사라는 좋은 증거라고 한다. 즉, 이들은 사건·상태·추상물·위치 명사뿐만 아니라 사람·사물 명사, 즉 실체 명사든 비실체 명사든 모든 의미가 가능하다. 이렇게 다양한 명사 의미를 가지고 쓰인다는 것은 [N-V-이/음/기/개] 명사를 선행 성분 [N]과 후행 성분 [V-이/음/기/개]의 합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연재훈(1986, 2001), 이재인(1993)).


    2.6. 김인균(2004)에 대한 논평

  앞서 언급한 김명광(2004)와 이상욱(2004)에서는 [N-V-음/기] 명사를 [[N-V]-음/기] 구조를 가정하고 이것이 통사적 구성의 단어화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음, -기’를 통사적 접사로 가정한다. 이에 반해 김인균(2004)에서는 이때 ‘-음, -기’를 파생접사로 가정하고 있어 이들과 다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들 주장의 근거에 대해 김인균(2004)의 입장은 어떠할지가 자못 궁금하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논쟁이 필요할 듯하다.
  김인균(2004)에서는 ‘주어+자동사’, ‘부사어+자동사’, ‘목적어+타동사’, ‘부사어+타동사’ 등의 통사적 관계를 [N]과 [V-이/음/기/개] 사이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필자의 생각은 이러한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이미 [[N-V]-이/음/기/개]의 구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V-접사]의 파생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파생명사가 과연 서술성을 상실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파생명사인 ‘먹이’의 예를 보면 ‘소먹이, 식물성먹이, 아침먹이’ 등으로 합성명사에 참여하는데, 이때는 ‘먹다’라는 서술어의 의미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추후 논의가 더 필요할 듯하다.
  또한, 셋째 근거로 제시한 [N-[V-이/음/기/개]] 구성에서 선행 성분과 후행 성분 사이에 다양한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단점도 될 수 있다. 즉,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도 소위 사이시옷을 유발하는 의미 관계인 <용도>(글ㅅ공부, 물ㅅ지게, 물ㅅ독, 발ㅅ수건), <시간>(밤ㅅ구경), <소유, 기원>(눈ㅅ대중, 발ㅅ장단), <처소>(山ㅅ監督, 손ㅅ거울) 등의 의미 관계는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과연 그런 것인지 궁금하고, 만약 그렇다면 이 구성에서는 다른 명사 합성어와는 달리 왜 이러한 의미는 생성되지 않는지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3. 결론

  이제까지 2004년 한 해 동안 발표된 형태론 논문에 대해 소개를 했다. 특히 이번에는 전반적인 검토와 핵심적인 검토로 나누어 좀 더 심도 있는 검토가 될 수 있도록 시도해 보았다.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한 결과 순수 형태론 논문보다는 통사론이나 의미론 같은 인접 분야와 관련을 맺거나, 국어정보나 국어교육과 같이 형태론을 응용한 분야의 논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형태론에 국한된 현상이라기보다는 국어학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순수국어학보다는 응용국어학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형태론은 물론 국어학 전체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응용 분야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번에 형태론 분야의 대표적인 논문으로 박사 학위 논문 1편(김명광의 <국어 접사 ‘-음’, ‘-기’에 의한 단어 형성 연구>), 석사 학위 논문 1편(이상욱의 <‘-음’, ‘-기’ 명사형의 단어화에 대한 연구>), 소논문 1편(김인균의 “[N+V-이/음/기/개] 구성의 합성명사 분석”) 등 총 3편을 선정하여 집중적인 조명을 시도하였다. 특정 논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 체계적으로 조망해 보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하여 시도는 해 보았으나,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특히 한정된 시간에 해당 논문을 제대로 소화를 한 것인지에 대해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논문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논평을 할 것인지가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서는 이 글의 성격상 본격적인 비판보다는 검토할 사항을 지적하고 독자와 함께 고민해 보는 정도로 규정하였다. 앞으로 『국어연감』이 논문에 대한 단순한 소개의 차원을 넘어 좀 더 심도 있는 소개와 더불어 적극적인 비판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