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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지, 데’의 띄어쓰기
한규희(韓奎熙) / 기자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신문이나 잡지, 책 등 인쇄 매체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한글 맞춤법이 바로 띄어쓰기다. 그 이유는 전문가들조차 사전에 의지하지 않고는 띄어쓰기를 정확히 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의 한 부분이고, 우리말을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띄어쓰기는 글의 얼굴과 같다. 그렇기에 띄어쓰기가 엉망인 글을 보면 읽기조차 싫어진다. 글을 상품이라고 하면 포장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조금만 공을 들이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리하여 아래에서는 사용 빈도가 높으면서 일반인들이 자주 틀리는 ‘만, 지, 데’ 의 띄어쓰기를 살펴보겠다.
  ‘만’이란 글자는 우리 언어생활에서 띄어쓰기와 관련해 아주 다양한 모습을 한다. 앞말에 붙기도 하고, 조사나 접미사와 함께 독립적으로 쓰이기도 하며, ‘하다’ 앞에 붙기도 한다. 어떤 대상을 한정(공부만 하다)하거나, 다른 대상과 비교(집채만 한 호랑이)하는 뜻을 가질 경우에는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그러나 주로 ‘만에, 만이다, 만이야’ 꼴로 쓰여 경과한 시간을 나타내거나(친구가 도착한 지 두 시간 만에 떠났다.), 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에 타당한 이유가 있음을 나타내는 경우(그가 화를 낼 만도 하다.), 또는 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이 가능함을 나타낼 때(그가 그러는 것도 이해할 만은 하다.)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동사 뒤에서 관형사형 어미 '-(으)ㄹ' 뒤에 쓰여 어떤 대상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할 타당한 이유를 가질 정도로 가치가 있음을 나타내는 경우(이 음식은 정말 먹을 만하다.), 또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경우(내겐 그를 저지할 만한 힘이 없다.)는 ‘만하다’라는 보조용언이 되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참고로 ‘오래간만’이나 준말인 ‘오랜만’은 명사로 한 단어(오랜만에 고향 사람을 만났다.)이므로 붙여 쓴다. ‘마는’의 준말로 쓰일 경우(먹고는 싶다만 돈이 없다.)도 조사이므로 붙여 쓴다.
  ‘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낼 때만 띄어 쓰고 그 외에는 붙이면 된다. “이것이 열매인지 꽃인지 알겠니?” “그 모임에 갈지 안 갈지 아직 모르겠다.”에서는 ‘-ㄴ(은, 는)지’ ‘-ㄹ(을)지’의 형태로 쓰인 어미이므로 앞말에 붙여 쓴다. 그러나 “여기에 온 지 두 시간이 넘었다.”에서처럼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비슷한 형태의 다른 말(-ㄴ지→-ㄴ가, -ㄹ지→-ㄹ까)을 붙여서 비교해 보는 방법도 있다. “그가 제시간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에서 ‘-는지’ 대신 ‘-는가’를 붙여 보자. ‘도착했는가’를 ‘도착했는 가’로 띄어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비슷한 형태인 ‘도착했는지’도 ‘도착했는 지’로 띄어 쓰지 말고 붙여 쓰면 된다. 반면 “집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에서는 ‘-ㄴ지’를 ‘-ㄴ가’로 바꾸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때의 ‘지’는 ‘-ㄴ가’와는 성격이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붙여 쓰는 ‘-ㄴ가’와는 다르게 띄어 쓰면 된다. “그가 도착할지 모르겠다.”에서 ‘-ㄹ지’ 대신 ‘-ㄹ까’를 붙여 보면 “그가 도착할까 모르겠다.”로 말이 된다. 이 경우의 ‘-ㄹ지’는 항상 붙여 쓰는 ‘-ㄹ까’와 성격이 같은 것이므로 붙여 쓰면 된다.
  ‘데’의 띄어쓰기를 정확히 하려면 우선 어미인지, 의존명사인지 판단해야 한다. “학교에 가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에서는 어미이고, “이 일을 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에서는 의존명사다. 즉 곳이나 장소(올 데 갈 데 없다.), 일이나 것(사람을 돕는 데 나이가 무슨 소용입니까.), 경우(머리 아픈 데 먹는 약)의 뜻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다. 반면에 ‘-ㄴ데, -는데, -은데, -던데’ 형태로 쓰여, 상황을 미리 말하거나 과거를 회상하는 뜻(날씨가 추운데 외투를 입고 나가라./ 고향에 자주 가던데 집에 무슨 일 있니.)일 때는 연결어미고, 어떤 일에 대한 청자(聽者)의 반응을 기다린다는 뜻(어머님이 정말 미인이신데.)일 때는 종결어미다. 그런데 의존명사와 연결어미가 똑같이 ‘-ㄴ데’ 형태일 때는 겉으로 볼 때 비슷해 웬만한 문법 지식 없이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엔 뒤에 ‘에’를 비롯한 조사가 결합할 수 있으면 띄어 쓰고, 결합할 수 없으면 붙여 쓴다. “학교에 가는데(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는 ‘에’가 결합할 수 없으므로 붙여 쓰고, “이 일을 하는 데(에) 며칠이 걸렸다.”는 ‘에’가 결합할 수 있으므로 띄어 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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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