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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어 표기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2002년에는 월드컵 대회를 함께 치르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많이 성숙해진 듯싶더니, 최근에는 독도 문제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듯하다. 지리적인 근접성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오랜 세월을 두고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깊이 교류해 왔다. 언어 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아, 우리말 속에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낱말들이 많이 있다. 우리말에 많은 일본어 외래어를 한글로 적기 위한 표기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일본어의 발음에 따라 적는다’는 것이다. 현지 발음에 가깝게 적는다는 것은 모든 외래어에 적용되는 표기 원칙이다. 다만 일본어 표기에서 이 원칙이 강조되는 이유는 일본 인명이나 지명을 우리 한자음대로 읽어서 적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鹿兒島(Kagoshima), 伊藤博文(Itô Hirobumi) 따위를 한자의 우리 발음대로 ‘녹아도, 이등박문’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일본어 발음에 따라 ‘가고시마, 이토 히로부미’ 등으로 적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 주요 원칙은 ‘ㄲ, ㄸ, ㅃ’ 등의 된소리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어의 무성파열음이 우리말의 된소리(ㄲ, ㄸ, ㅃ)에 가까운지 거센소리(ㅋ, ㅌ, ㅍ)에 더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일본 사람들의 발음을 들어보면 된소리에 가까운 것 같으나 우리가 발음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된소리보다는 거센소리 쪽이 더 낫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일본어 무성파열음의 표기는 종종 ‘오사카/*오사까, 오키나와/*오끼나와’ 등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오사카, 오키나와’ 등 거센소리 글자로 적어야 한다.
  자음 표기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무성파열음인 k, t, p 소리를 단어 맨 앞에 올 때와 중간에 올 때를 구분하여 달리 표기한다는 것이다. 어두에서는 예사소리인 ‘ㄱ, ㄷ, ㅂ’으로, 어중에서는 거센소리인 ‘ㅋ, ㅌ, ㅍ’으로 적는다. 예를 들어 東京(Tokyô)과 京都(Kyôto)의 같은 京(kyô)을 ‘쿄’(어중)와 ‘교’(어두)로 다르게 적는다. 따라서 東京(Tokyô)은 ‘도쿄’로, 京都(Kyôto)는 ‘교토’로 적게 된다.
  일본어 외래어 표기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은 장모음 표기에 관한 것이다. 일본어에서는 같은 소리라도 길게 발음하는지 짧게 발음하는지에 따라 다른 뜻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본어를 잘 아는 사람들은 大阪(Ôsaka) 新瀉(Nîgata) 등 장모음을 포함하는 단어를 표기할 때에는 ‘*오오사카’, ‘*니이가타’처럼 음절을 늘여서 표기하자고 한다. 그러나 장모음은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는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라 ‘오사카, 니가타’로 적는다. 사실 모음의 길이에 따라 의미가 구분되는 것은 일본어만의 특징이 아니다. 영어 단어 중에도 pull[pul]:pool[pu:l], hit[hit]:heat[hi:t] 등 모음 길이 차이에 따라서만 구분되는 단어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풀:푸울’ ‘히트:히이트’ 따위로 구분해 적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일본어 단어를 표기할 때에도 장모음을 표시하기 위해 모음 글자를 겹쳐 적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것이 우리가 흔히 받침소리로 알고 있는 일본어의 소위 ‘촉음(促音)’과 ‘발음(撥音’)의 표기이다. 가나문자로 っ와 ん으로 표기되는 이 소리들을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각각 ㅅ과 ㄴ 받침으로 적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 소리들은 뒤에 어떤 소리가 오느냐에 따라 조금씩 발음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っ는 뒤에 k, g 등의 소리가 오면 우리말의 ㄱ 받침처럼 소리 나고, m, p, b 등 입술소리와 만나면 ㅂ 받침처럼 소리 난다. 그 밖에 t, d, s 등의 소리와 만나면 ㄷ 받침처럼 발음된다. ん 소리도 m, p, b 등 입술소리 앞에서는 ㅁ 받침처럼 소리 나고 모음이나 k, g 앞에서는 ㅇ 받침처럼 소리 난다. t, d, s 등의 소리와 만나면 ㄴ 받침으로 소리 난다.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들이 일본어에서 한 소리로 인식되어 같은 문자로 표기된다는 사실을 중시하여 ㅅ과 ㄴ 받침만으로 통일해 적도록 하였다. 실제 발음에 따라 각기 다른 받침소리로 적으면 일본어 발음에는 더 가까워지는 것이 사실이나 그렇게 하면 표기법이 번거로워져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용하기에 지나치게 어려워지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札幌(さっぽろ, Sapporo)’ ‘北海道(ほっかいどう, Hokkaidô)’ 따위 예들을 ‘*삽포로’나 ‘*혹카이도’로 적지 않고 ‘삿포로’, ‘홋카이도’로 적는다. 마찬가지로 ‘郡馬(ぐんま, Gunma)’ ‘金閣(きんかく, Kinkaku)’ 등은 ‘*굼마’나 ‘*깅카쿠’로 적지 않고, ‘군마, 긴카쿠’로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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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