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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의 이해
  사전의 문법 정보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서 ‘나잇값’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나잇값「명」 ((흔히 ‘하다’, ‘못하다’ 따위와 함께 쓰여))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
¶ 제발 나잇값 좀 해라./나잇값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장가를 가겠습니까?
  여기에는 풀이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 ‘((흔히 ‘하다’, ‘못하다’ 따위와 함께 쓰여))’라는 설명이 먼저 나와 있다. 이 설명은 일반적인 풀이와는 달리 괄호 안에 들어 있다. 괄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나잇값’이라는 단어 자체의 뜻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풀이를 통해서 ‘나잇값’이 ‘담뱃값’이나 ‘밥값’과 같이 실제 가격을 물어보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말과 어울려 쓰이는지는 알 수가 없다. 괄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결합 정보이다. 즉, ‘나잇값’은 일반적인 ‘-값’이 붙은 말과는 달리 ‘하다’, ‘못하다’라는 말과 주로 어울려서 사용된다는 것을 이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다.
  흔히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에서 그 뜻만을 확인한다. 그러나 어떠한 단어의 의미만 안다고 해서 그 단어를 정확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단어가 어떤 맥락이나 상황에서 어떠한 말과 결합하여 사용되는지를 아는 것이다. 용례를 보면 일반적인 쓰임은 알 수 있지만 그 단어가 특별하게 결합하는 말이나 활용하는 형태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알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러한 특수한 결합이나 활용형 등은 별도의 방법으로 알려 주는 경우가 많은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를 ‘문법 정보’라고 하여 ‘(( ))’와 같은 괄호 안에 제시해 주고 있다.
  문법 정보에는 앞서 제시한 것 외에도 다양한 정보가 들어간다. 먼저 아래 제시된 것은 ‘나잇값’과 마찬가지로 해당 단어와 흔히 함께 나타나는 단어를 보인 경우이다.
늘씬「명」 ((‘때리다’, ‘맞다’ 따위의 동사와 함께 쓰여))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 늘씬 두들겨 패다/늘씬 얻어맞아 정신을 잃다.
  ‘늘씬’에서는 문법 정보에 함께 나타나는 동사를 보여 주고 있다. 실제로 ‘늘씬’의 뜻풀이만 보아서는 ‘늘씬’을 바르게 사용하기 어렵다. 풀이만 보면 ‘늘씬 아프다’와 같은 문장도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표현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법 정보는 이런 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문법 정보는 또한 다음과 같이 의존 명사나 어미, 접사가 나타나는 문법적인 환경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다손「어미」 ((형용사 어간이나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주로 ‘치다’, ‘하다’와 함께 쓰여)) 앞말이 나타내는 상황이 사실임을 인정하여 양보하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 철수가 키가 크다손 치자./철수가 다 자랐다손 해도 아직 어른은 아니야.
-ᄂ다손「어미」 ((받침 없는 동사 어간, ‘ᄅ’ 받침인 동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주로 ‘치다’, ‘하다’와 함께 쓰여)) 앞말이 나타내는 상황이 사실임을 인정하여 양보하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 지금은 내가 도와준다손 치더라도 나중에는 어떻게 하니?/그가 제 시간에 온다손 치자.
  위에 제시된 ‘-다손’과 ‘-ㄴ다손’의 풀이는 동일하다. 이는 두 말이 의미상으로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 오는 말의 형태는 분명히 다른데 이를 알려 주는 것이 문법 정보이다. 또한 ‘-ㄴ다손’이나 ‘-다손’ 다음에는 술어로 주로 ‘치다’나 ‘하다’가 온다는 것도 문법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다.
  문법 정보에서 제시하는 중요한 또 다른 정보는 해당 표제어가 주로 활용하는 형태이다.
더불다「동」 ((‘더불어’ 꼴로만 쓰여)) 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하다.
¶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친구들과 더불어 산에 올랐다.
못살다「동」 ((주로 ‘못살게’ 꼴로 ‘굴다’와 함께 쓰여)) 성가시고 견디기 어렵게 하다.
¶ 못살게 굴지 마라./못살게 괴롭히다.
  위에 제시한 ‘더불다’는 ‘더불어’ 꼴로만 쓰인다는 정보가 매우 중요한데, 이 사실을 문법 정보의 형태로 주고 있다. ‘못살다’의 경우에도 위에 제시한 의미로 쓰일 때에는 항상 ‘못살게’ 꼴로만 쓰인다. 이 역시 풀이만으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문법 정보를 통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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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