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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용 표현의 이해
  관용 표현과 이중 주어
김한샘 / 국립국어원
  주어가 하나인 문장이 보편적이지만 한국어에서는 한 문장에 주어가 둘 이상 나올 수도 있다. 아래 (1)의 문장들은 주어가 둘 이상 나오는 문장들이다. (1ㄱ’)처럼 순서를 바꾸어도 성립할 수도 있고 (1ㄴ’)~(1ㅁ’)처럼 순서를 바꾸면 틀린 문장이 되기도 한다.
(1) ㄱ. 철수가 다리가 길다.
ㄱ’. 다리가 철수가 길다.
ㄴ. 왕릉이 세 개가 새로 발견되었다.
*ㄴ’. 세 개가 왕릉이 새로 발견되었다.
ㄷ. 김 사장이 유죄가 확정되었다.
*ㄷ’. 유죄가 김 사장이 확정되었다.
ㅁ. 내가 멸치 반찬이 물려서 어머니께 짜증을 냈어.
*ㅁ’. 멸치 반찬이 내가 물려서 어머니께 짜증을 냈어.
  관용 표현을 포함하는 문장에서는 위 (1)의 예문들과 같이 주어가 두 개 이상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의미적으로 보면 관용 표현 전체가 하나의 서술어로 쓰이므로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진 간단한 문장이지만, 외형적으로는 (2~4)와 같이 조사 ’이/가’를 취하는 문장 성분이 여러 개 출현하므로 복잡해 보인다. (2)의 문장에서 ‘나사가 풀어지다’가 관용 표현이기 때문에 전체 문장의 주어 ‘박 대리가’가 (2ㄱ’)처럼 중간에 들어가면 틀린 문장이 된다. 마찬가지로 (3)의 ‘옷걸이가 좋다’도 구성 요소 사이에 전체 문장의 주어가 들어갈 수 없다. 대부분 주어가 두 개 나타나지만 (4)의 문장처럼 조사 ’이/가’를 취하는 문장 성분이 세 개 이상 출현하는 경우도 있다.
(2) ㄱ. 요새 박 대리가 나사가 풀어졌는지 실수가 많습니다.
*ㄱ’. 요새 나사가 박 대리가 풀어졌는지 실수가 많습니다.
(3) ㄴ. 남편이 옷걸이가 좋아서 아무 옷이나 잘 어울려요.
*ㄴ’. 옷걸이가 남편이 좋아서 아무 옷이나 잘 어울려요.
(4) 내가 동생 부부가 눈꼴이 셔서 빨리 시집을 가야겠어.
  관용 표현을 포함하여 주어가 두 개 이상인 것처럼 보이는 문장 중에는 (5ㄱ’)처럼 조사의 교체가 가능한 것도 있다. (5ㄱ)은 전체 문장의 주어가 ‘김 사장이’이지만 (5ㄱ’)의 전체 문장의 주어는 ‘꼬리가’이다.
(5) ㄱ. 김 사장이 꼬리가 밟혔으니 우리도 조심해야 합니다.
ㄱ’. 김 사장의 꼬리가 밟혔으니 우리도 조심해야 합니다.
  관용 표현을 포함하는 문장은 (6~7)과 같이 목적어가 여러 개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때 목적어의 조사를 (6ㄱ’), (7ㄱ’)와 같이 바꿀 수 있다.
(6) ㄱ. 자식들이 어머니를 단물을 다 빼먹어서 남은 재산이 없다.
ㄱ’. 자식들이 어머니의 단물을 다 빼먹어서 남은 재산이 없다.
(7) ㄱ. 지식인들이 독립 운동을 불을 댕겨서 일반인까지 참여하게 했다.
ㄱ’. 지식인들이 독립 운동에 불을 댕겨서 일반인까지 참여하게 했다.
  위에서 보인 바와 같이 관용 표현을 포함하는 문장은 주어나 목적어가 두 개 이상인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많은 관용 표현이 ‘주어+서술어’ 혹은 ‘목적어+서술어’의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된 관용 표현 중에 ‘나사가 풀리다, 옷걸이가 좋다, 눈꼴이 시다, 꼬리가 밟히다’는 ‘주어+서술어’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단물을 빼먹다, 불을 댕기다’는 ‘목적어+서술어’의 구조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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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