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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마(靑馬) 유치환의 시 '울릉도(鬱陵島)'
김옥순(金玉順) / 국립국어원
東(동)쪽 먼 深海線(심해선) 밖의 / 한 점 섬 鬱陵島(울릉도)로 갈거나. // 錦繡(금수)로 구비쳐 내리던 / 長白(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 / 애달픈 國土(국토)의 망내 /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滄茫(창망)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리 떠 있기에 / 東海(동해) 쪽빛 바람에 / 항시 思念(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 向(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 쉴 새 없이 출렁이는 風浪(풍랑)따라 / 밀리어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 멀리 祖國(조국)의 社稷(사직)의 /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 어린 마음의 미칠 수 없음이 /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東(동)쪽 먼 深海線(심해선) 밖의 한 점 섬 鬱陵島(울릉도)로 갈꺼나. (‘鬱陵島’, 『鬱陵島』, 1948)
  청마(靑馬) 유치환(1908〜1967)의 시 ‘울릉도’는 국토에 대한 사랑을 형제간의 우애로 정감 있게 서술한 시로 그 속에는 아틀라스(Atlas)적 상상력까이 담겨 있다. 첫 연부터 살펴보면 제1연에서는 거리감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로운 섬으로 지도로 보면 심해선 밖의 한 점이다. 제2연에서는 대륙이 생성하던 시기에 울릉도가 생긴 근거를 그려내고 있는데 금수(강산)에서 구비쳐 내려오던 장백(산맥)의 멧부리가 방울이 튀어서 생겼다는 이론이다. 장백산맥(‘창바이 산맥’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이름)은 중국 만주 남동부, 압록강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내려 우리나라와의 경계에 있는 산맥으로 백두산이 있는 산맥이다. 요즘 우리나라 등산객들이 백두대간이라는 지리적 명칭을 사용하면서 국토의 산들을 오르는데 청마는 1940년대에 벌써 울릉도를 장백산맥의 흐름에 있는 한 멧부리라고 지적하였다.
  이 시에서 말하는 이는 지도의 ‘한 점’이거나 ‘장백의 멧부리 방울‘이라는 표현을 통해 울릉도가 국토의 막내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막내는 부모가 이미 늙어서 막내에게 돌아갈 관심과 혜택이 적어서 애달프다고들 한다. 그리고 형제가 많으면 나이 차이가 많이 져서 세대 차가 나 형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므로 호젓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형들처럼 어른이 되고 싶어서 형들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애달픈 國土의 망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2연), “滄茫한(넓고 멀어서 아득하다) 물굽이에 /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리 떠 있기에”(3연),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向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4연) 같은 표현에서 이런 막내의 심정이 잘 나타난다.
  그러나 말하는 이는 막내가 애달프기만 한 존재는 아님을 함께 말하고 있다. 형은 대륙에 사는 형의 자리에서 근심스럽게 동생인 섬을 걱정하고 있지만 동생은 지워질 듯 작고 가볍기 때문에 물에서 떠 있을 수 있고 또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思念(근심하고 염려하는 따위의 여러 가지 생각)의 머리를 간직할 수 있다. 또한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작고 애달픈 동생은 “멀리 祖國(조국)의 社稷(사직)의 /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 어린 마음의 미칠 수 없음이 /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라고 간절하게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한다. 여기서 일종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데 형과 부모로서의 대륙은 막내인 섬 울릉도를 안쓰럽게 생각했지만 오히려 국토의 막내인 섬 울릉도는 늘 사념의 머리를 바람에 씻기우며 조국을 생각하는 깨어있는 정신임을 보여준다. 도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형, 부모인 대륙 ↘   ↙ 사념의 머리  
  조국의 사직의 어지러움 ↙   ↘ 막내  

  이런 역전 현상은 넓은 동해 바다 가운데 가라앉지 않고 떠 있을 수 있는, 그것도 생각하며 높이 조국의 국토를 조망할 수 있는 아틀라스적 상상력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아틀라스는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신이자 프로메테우스의 형제로, 천계를 어지럽혀 그 죄로 제우스에게 하늘을 두 어깨로 메는 벌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아틀라스 상상력이란 무거운 것을 가볍게 들어올리는 상상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도표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국토 /    울릉도
   대륙 /    섬
   무겁다 /    가볍다
   안 뜬다 /    뜬다, 하늘로 떠오른다,
   대륙을 바라보다

  울릉도가 조국의 사직을 걱정하듯 호국 보훈의 달인 유월에 우리도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는 국민이 되어야겠다. 또 울릉도 옆 독도가 일본과의 영토 분쟁으로 떠오르는 이때에 이 시 속의 형처럼 늘 울릉도와 독도를 걱정하는 모습을 가져야겠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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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