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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문법과 국어 생활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국어문화 교육(1)
이병규(李炳圭) 국립국어원
  국어교육의 궁극적 목표이자 국어기본법 제정의 목적인 ‘국어문화 창달’, ‘국어문화의 발전’, ‘창의적인 국어문화의 보존과 계승’ 등에 쓰인 ‘국어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란 사회나 집단의 구성원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고자, 생산·습득·공유·계승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만들어 낸 물질적, 정신적 결과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국어문화란 한국인이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고자 수행하는 언어생활 양식, 언어활동 양식, 또 그 수행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라는 말의 사용 맥락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 가능하다. ‘구석기 문화, 동양 문화, 서양 문화, 축구 문화, 힌두교 문화’ 등에서 사용된 ‘문화’는 그와 관련된 삶의 양식이나 그 결과물 자체를 통칭하는 것으로 가치중립적이다. 그러나 ‘문화 발전, 고급문화, 범속한 문화, 상급 문화, 세련된 문화’ 등에서 사용된 ‘문화’에는 긍정적, 부정적 가치가 개입되어 있다. 한편, ‘문화 창조, 문화 창달, 문화의 꽃, 문화의 세기, 문화유산, 문화의 힘, 문화 정보, 문화 전통’ 등에서의 ‘문화’에는 긍정적인 가치만이 내포되어 있다.
  국어문화의 창달, 국어문화의 발전, 국어문화의 보존·계승에서의 ‘국어문화’는 어떠한가? 여기서의 국어문화도 긍정적인 가치만 포함되어 있다. 긍정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국어문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판단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이 무엇이건 간에 세대 간·계층 간 의사소통의 단절을 불러오거나 개인 간, 집단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언어 사용,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언어사용, 욕설과 외국어가 난무하고 한국어의 어법이 훼손된 언어 사용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국어문화 현상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바가 크다. ‘○○ 졸라맨’이라는 아동용 만화가 불티나게 팔리고, ‘졸라, 존나’를 비롯한 온갖 욕설이나 비어가 청소년들의 대화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현실, 그것도 지하철, 버스,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말이다. ‘시벌, 시펄, 스벌’ 같은 속어가 각종 스포츠 신문 글투의 하나로 굳어진 국어문화 현실까지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인터넷 상의 국어문화 현상은 어떠한가? ‘어솨요, 안냐세엽/안냐셈, 하햏햏, 뷁’ 등과 같은 이상한 신조어, ‘셤(시험), 멜(메일), 걍(그냥), 샘(선생님), 즐겜(즐거운 게임), 고딩(고등학생), 은따(은근한 따돌림)’ 등과 같은 줄임말, ‘머시따(멋있다), 인가니(인간이), 절머(젊어)’ 등과 같이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말, 이외에도 ‘븅신(병신), 덜아이(또라이), 넘(놈), 궤쉐이(개새끼)’ 같은 욕설, 은어, 속어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이러한 현상을 인터넷상의 일정한 집단이나 공간 내에서만 잠시 쓰이다가 사라지는 것쯤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 더구나 말을 만드는 방법의 기발함이나 창의성이라는 면에서는 쳐줄 만한 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여러 기관이나 단체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이러한 투의 글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미 사적인 소통을 넘어 공적인 소통인 것이다.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면 세련되고 고상한 척, 그렇지 않고 익명성이 보장되면 남이야 어떻게 되었건 온갖 언어폭력과 어법 파괴를 일삼는 언어행위는 국어문화 창달과는 멀어도 한참 멀다. 심지어 대학 리포트에 ‘교수님 즐감하세염’, ‘저는 이렇게 생각함다’, 이력서나 입사 소개서에 ‘방가방가’, ‘안녕하세여’, ‘안녕하삼’ 등, 인터넷 채팅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국어사용으로 세대 간·계층 간의 소통 단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의 언어 정화 비용으로 한 해에 5,000억 원이 넘게 투입되고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의 국가적 손실도 무실할 수 없는 지경이다.
  매년 이처럼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크게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사회교육, 성인교육 차원에서 또 국어운동 차원에서 이러한 문화를 개선해 가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 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한계가 있다. 우리 속담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21세기는 세계화, 정보화 시대와 함께 문화의 시대, 문화 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세계화, 정보화가 진행됨에 따라 급속한 문화 획일화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 100년 내에 세계 5,000여 종의 언어 중 90%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한다. 국어문화 창달을 위한 국어교육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멀리 보면 우리 후손들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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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