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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맞춤법의 이해
  반드시 반듯이 앉으세요
정호성(鄭虎聲) 국립국어원
  한글 맞춤법 제27항에서는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리거나 접두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은 각각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같은 항의 [붙임] 항목에는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않는다”고 하고 예로 ‘골병, 골탕, 며칠’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이 조항의 설명은, 현대국어의 복합어에서 그 어원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그 원형을 밝혀서 적고 그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적을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글 맞춤법에서는 어원 형태를 분명하게 밝힐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그 표기가 달라지는 되는 경우가 있다.
(1) ㄱ. 반드시 의자에 반듯이 앉아야 한다.
ㄴ. 나이가 지긋이 든 노인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ㄷ. 얼굴이 나붓이 생긴 새댁이 시아버지께 나부시 인사를 드렸다.
(2) *넌짓이/넌지시, *살폿이/살포시, *슬몃이/슬며시, *자긋이/자그시
(‘*’는 잘못된 어형임을 나타내는 부호임.)
  (1ㄱ~ㄷ)의 밑줄 친 말들은 각각 그 발음은 같지만 원형을 밝힐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표기를 달리하는 것들이다. ‘반듯이, 지긋이, 나붓이’는 ‘반듯하다, 지긋하다, 나붓하다1) 등의 말에서 ‘반듯, 지긋, 나붓’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그 원형을 밝혀 적는다. 그러나 ‘반드시, 지그시, 나부시’는 같은 뜻의 ‘*반듯하다, *지긋하다, *나붓하다’를 확인할 수 없고 다른 말에서 그 원형을 추출해 낼 수도 없는 말들이므로, 즉 그 어원을 따로 밝힐 수 없는 말들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2)의 예들은 이 말들과 관련된 ‘*넌짓하다, *살폿하다, *슬몃하다, *자긋하다’ 등을 현대국어에서 찾을 수 없으므로, 즉 어원을 밝힐 수 없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다.
(3) ㄱ. 며칠/*몇일, 설거지/*설겆이
ㄴ. 눈곱2)/*눈꼽, 손곱/*손꼽, 발곱/*발꼽
ㄷ. 눈살/*눈쌀, 가슴살/*가슴쌀
ㄹ. 눈썹/*눈섭, 배꼽/*배곱
  (3ㄱ)의 ‘며칠, 설거지’ 등도 현대국어에서 그 어원을 밝힐 수 없는 말들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예들이다. 흔히들 우리가 [며칠]로 발음하는 말의 어원을 ‘몇+일(日)’로 짐작하여 ‘며칠’로 적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몇+일(日)’은 발음이 [며칠]이 아니라 [며딜]로 나게 되므로(‘몇+{월, 억, 인}’의 발음이 [며둴, 며덕, 며딘]인 점을 참고), ‘몇+일은 [며칠]의 어원이 ‘몇+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며칠]은 현대국어에서 어원을 밝힐 수 없는 것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며칠’로 적는다. ‘설거지’도 현대국어에서 ‘*설겆-’이라는 동사 어간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설거지’로 적는다.
  (3ㄴ)의 ‘눈곱, 손곱, 발곱’은 모두 [눈꼽, 손꼽, 발꼽]으로 소리가 나지만 [곱]으로 소리 나믐 말은 현대국어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는 말이므로 원형을 밝혀 적는 것들이다. ‘눈살, 가슴살’ 역시 [눈쌀, 가슴쌀]로 소리가 나지만 [쌀]로 소리 나는 말의 어원이 ‘살’임을 밝힐 수 있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쓰지 않는다.
  그러나 ‘눈썹, 배꼽’ 등은 현대국어에서 그 어원을 밝히기 어려운 말들이다. [눈썹], [배꼽]이라는 말에서 [눈], [배]는 금세 알 수 있지만 나머지 [썹], [꼽]이 무엇인지 그 어원을 분명히 알기 힘들다. 그러므로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대국어에서 어떤 낱말의 어원이 분명한 것은 그 원형을 밝혀서 적고,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한글 맞춤법의 가장 큰 원칙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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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