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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나타난 우리말 사용 실태
한규희(韓奎熙) / 중앙일보 기자(어문연구소)
  요즘 여러 대중 매체에서 ‘블로그, 블폐인’이란 말을 흔히 접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최근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를 잡은 신조어다. 먼저 그 말뜻을 알아보자.
  ‘블로그(blog)’는 웹(Web)+로그(log)의 합성어로 ‘Web’의 ‘b’와 ‘log’가 합쳐진 말이다. ‘log’는 사전의 뜻풀이로 ‘항해 일지’, ‘여행 일기’다. 그러므로 블로그는 웹(Web=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의 ‘항해 일지’, ‘여행 일기’를 뜻한다. 항해 일지, 여행 일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블로그는 ‘일지’, ‘일기’ 형식을 취한다. 블로그는 곧 네티즌이 웹에 기록하는 일지나 일기다. 무엇을 기록할지는 사용자 마음대로다. 음악, 영화, 미술, 문학 등을 주제로 정해 다룰 수도 있고, 개인의 사소한 일상생활을 다룰 수도 있다. 신문에서는 주로 기자 개인별로 기사를 모으는 데에 이용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함께 다룰 수도 있다.
  ‘블폐인’이란 간단히 말해 ‘블로그 폐인’을 이른다. ‘폐인’이란 말은 국어사전에서 ‘병이나 못된 버릇 따위로 몸을 망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심취해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블로그는 이제 단순히 인터넷 공간에 명멸하는 여러 서비스 중 하나가 아니라 많은 이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린 매체가 되었다. 단순히 개인의 글, 의견이나 정보를 담는 것에서 벗어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유명 인터넷 사이트뿐 아니라 각 언론사에서도 블로그가 개설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기자 개개인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유명 블로그들은 접속자 수가 하루에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르기도 한다.
  블로그가 이렇게 미디어의 한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우리말에 대한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해졌다. 이 블로그가 바르지 않은 우리말을 전파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 기자의 기사 블로그는 교열(校閱)을 본 것이 올려지므로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각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우리말 능력에 따라 글이 쓰이고 전파된다. 여과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경우 띄어쓰기나 맞춤법에 어긋난 많은 말이 그대로 표기된다. 심지어 ‘이모티콘(감정을 뜻하는 ‘Emotion’과 ‘Icon’의 합성어로 각종 기호와 문자의 조합)’과 ‘외계어(인터넷이나 피시통신에서 문자 언어를 이용한 대화)’까지 등장해 우리말을 파괴한다. 그런데 블로그는 상대방의 글을 자유롭게 퍼 갈 수 있어 그 전파력이 강하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글 바루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교열 기자의 입장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의 글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간혹 바로잡아 주기도 하지만 일일이 다 관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간혹 틀린 글에 ‘댓글’을 붙여 수정해 주면 대부분은 고마워하지만 가끔 기분 나빠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블로그 운영자나 글쓴이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블로그를 하면서 우리말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또한 우리말을 잘 쓰고 싶다는 희망도 읽을 수 있었다. 블로그로 인해 우리말이 상처받는다고 안타까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잘 가꾸고 국민들에게 우리말 재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장으로 블로그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블로거(블로그를 만들어 그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에는 우리말을 가꾸는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거나, 우리말에 관심과 사랑이 많은 사람도 간혹 있다. 이런 블로그를 볼 때마다 아직 희망이 있음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려 묵묵히 우리말을 지키고 다듬어 나가는 그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정부나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말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이 블로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자신의 글을 많은 사람이 읽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전도 찾아보면서 우리말을 바르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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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