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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문화어의 이해
  정치난쟁이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원
  서울의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를 훨씬 밑돌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꽁꽁 얼어붙은 대동강에서 얼음 썰매를 즐기고 있을까? 아니면 추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번 호에도 지난 호에 이어 북한 국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북한 말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사명’은 ‘기능’이나 ‘용도’를 뜻한다. “건물 중심부를 이루는 가동은 약 칠백석의 회의실을 중심으로 회담과 면담, 휴식 등에 필요한 여러개의 방들로 구성되여 있다. 건물의 남쪽측면을 이루는 나동은 돌출로대가 없이 단형단일 물매로 1, 2층을 구성한 삼천명의 수용능력을 가진 큰 회의실을 중심으로 하고 집회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사명의 방들과 넓고 시원하게 구성한 현관홀, 휴계홀 등으로 구성되여 있다. 건물의 북쪽측면에 이르는 다동은 약 팔백명의 수용능력을 가지는 큰 연회장과 여러개의 중소 연회장, 소영화관으로 이루어졌다.”(<평양방송> 2000년 6월 24일 18:45) 등의 예에서 쓰인다. 참고로 말하면 북한 문화어의 ‘휴계소’는 우리말 규범대로 표기하면 ‘휴게소’이다.
  ‘정치난쟁이’는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국가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오늘날 국제사회계는 일본을 신뢰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일 경계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것도 생각지 않고 상임리사국이 되려고 너덜대는것을 보면 일본은 확실히 정치난쟁이가 옳은것 같다. 일본은 유엔안전보장리사회 상임리사국 자리를 넘겨다보기전에 죄 많은 과거부터 깨끗이 청산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신의를 얻어야 한다.”(<조선중앙방송> 2001년 11월 13일 17: 55)과 같은 문맥에서 쓰인다.
  ‘태양성지’는 ‘김정일의 탄생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주체조선의 장엄한 해돋이가 찬란한 빛을 뿌리고 백두대지의 하늘가에 황홀한 은빛 눈가루가 날리고 있던 이날 아침 8시 20분경 북포태산과 남포태산 사이의 상공에 비낀 반원형의 무지개는 9시 40분경까지 아름다운 빛을 뿌렸다. 겨울철인 1월에 들어와 태양성지의 하늘가에 무지개가 비낀것은 이번까지 세번째이다. 이 특이한 현상을 목격한 삼지연군 인민들은 정초부터 우리 혁명의 시원이 열리고 21세기의 태양이 솟아오른 혁명의 성지 하늘가에 신비한 무지개가 연속 비끼는 것은 자연도 민족 최대의 경사가 겹친 뜻깊은 새해를 맞이한 김일성민족의 앞길을 축복하는것 같다고 격정에 넘쳐 말하고 있다.”(<조선중앙방송> 2002년 1월 24일 06:20) 등과 같이 쓰이는 말이다. 참고로 말하면 ‘김일성민족’은 우리 민족을 김일성 우상화의 관점에서 이르는 말인데 개인 우상화도 이쯤 되면 첨단을 간다고 할 만하다.
  ‘퇴페호텔’은 남한의 이른바 ‘러브호텔’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동 주민 천오백여명은 학교 주변 호텔설립 심의위원회 회의 결과를 공개할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방송은 이처럼 주민들이 집단적인 항의행동을 벌이기까지에는 그 지역 행정관청의 무분별한 퇴페호텔 허가가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현재 ○○ 시내에서 영업중인 호텔 등은 11곳인데 여기에 새로 건설중이거나 허가를 받아둔 곳까지 합치면 35군데나 된다고 하면서 이런 현상이 전염병처럼 퍼져 ○○시 ○구에서는 일반 주택이 들어서기도 전에 도로 옆 등에 대규모 숙박시설이 건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어 주민들은 벌써부터 자녀들 걱정이라고 전했다.”<조선중앙방송 2000년 9월 2일 20: 25)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남한에서 이미 매매춘에 대한 엄격한 법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북한은 이제 이러한 걱정을 안 해도 될 듯하다. 참고로 말하면 ‘퇴페호텔’을 우리말 규범대로 표기하면 ‘퇴폐호텔’이다.
  남과 북 양측이 정치난쟁이가 아닌 정치키다리(?)가 되어 대국적인 자세로 민족의 앞날을 개척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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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