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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꼬지’의 어원
홍윤표(洪允杓) / 연세대학교
  ‘모꼬지’는 대학가에서 ‘서클’을 ‘동아리’로 바꾸고, ‘모임’도 ‘모꼬지’란 예스런 말로 바꾸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쓰인 어휘다. ‘모꼬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로 풀이되어 있다. ‘모꼬지’는 최근에 만들어낸 단어가 아니다. 이미 『한불자전』(1880년) 『한영자전』(1890년), 『국한회어』(1895년)에 ‘못거지’로 등록되어 있고,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1920년)에도 역시 ‘못고지’가 ‘연회’(宴會)의 뜻으로 실려 있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년)부터 ‘모꼬지’로 나타나는데, 이 ‘모꼬지’는 조선어학회의 『큰사전』(1947년-1957년), 이희승의 『국어대사전』(1961년) 등에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그래서 20세기의 30년대부터 ‘못거지’나 ‘못고지’가 ‘모꼬지’로 변화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끔 ‘목거지’로도 나타났는데,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의 ‘마돈나 지금은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야 돌아가려는도다’의 ‘목거지’의 해석을 놓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음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못거지’나 ‘못고지’든 또는 ‘모꼬지’든 이 단어가 ‘모임’을 뜻하던 우리 고유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이것이 더 이상 작은 단위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못고지’나 ‘모꼬지’를 기껏해야 ‘모+꼬지’로 분석하거나 ‘모+ㅅ+고지’ 등으로 분석하려고 할 것 같은데,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모꼬지’ 이외에 ‘먹거지’란 단어가 ‘여러 사람이 모여서 벌이는 잔치’란 뜻으로 실려 있어서, ‘모꼬지’를 ‘먹다’와 연관된 ‘먹+거지’ 로 분석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현진건의 『무영탑』(1938년-1939년)에는 ‘모꼬지’와 ‘먹거지’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의 ‘먹거지’는 작가가 ‘모꼬지’를 ‘먹다’와 연관시켜 의도적으로 표기한 것이거나, 아니면 편집인이 ‘모꼬지’의 뜻을 모르고 ‘먹거지’로 잘못 고친 것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어서, ‘모꼬지’를 ‘먹+거지’로 분석한 것은 잘못인 셈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먹거지’를 사전에 등재시킨 것도 물론 잘못이다.
  여하튼 ‘모꼬지’는 ‘먹거지’의 변화형도 아니다.

  금성의 사랑에는 거의 밤마다 먹거지가 벌어졌다. / 혼인날에도 다른 제자보다 오히려 더 일찍이 와서 모든 일을 총찰하였고 모꼬지 자리에서도 가장 기쁜 듯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즐기었다.<현진건의 ‘무영탑’(1938-1939)>

  ‘모꼬지’는 16세기의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초기의 형태는 ‘몯지’였다.

  두   리 婚姻지예 녀러 와셔 王涯 더브러 닐오<번역소학(1517년)> 쇽졀업시 몯  녀름지이 힘스믈 버거노라 <정속언해(1518년)> 복기 매 이바디 몯지예 가디 아니터라 <동국신속삼강행실도(1617년)>

  ‘몯지’는 ‘몯- + -지’로, 그리고 ‘-지’는 다시 ‘- + -이’로 분석된다. 그러니까 ‘몯- +-’이란 복합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몯지’가 된 것이므로 이것은 ‘(몯- +-) + -이’의 구성을 보이는 셈이다. ‘몯-’은 ‘모이다’의 뜻을 가진 동사 ‘몯다’의 어간이고 ‘’은 ‘갖추다, 구비하다’의 뜻을 가진 동사 ‘다’의 어간이다.

  諸侯ㅣ 몯더니 <용비어천가(1447년)> 다 내게 리라<능엄경언해(1462년)>

  동사의 두 어간이 합친 복합어 ‘몯-’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어 ‘(몯)+이’가 된 것인데, 표기상으로 ‘몯지’가 된 것이다. 그 뜻은 ‘모이고 갖추는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이 ‘몯지’는 ‘죽사리’처럼 ‘(죽+ 살-) + -이’의 구성을 가진 것인데, ‘죽사리’는 ‘죽살다’란 동사가 보이는 반면에, ‘몯지’는 ‘몯다’란 동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의문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몯지’의 성조가 모두 평성인 점이 ‘몯다’와 ‘다’의 ‘몯-’과 ‘-’의 성조가 모두 평성인 점과 그대로 일치하므로 의심할 여지는 없다. ‘몯다’에 해당하는 동사는 오히려 명사인 ‘몯지’에 ‘다’를 붙여 만든 ‘몯다’가 대신하였다.

  이튼나손이 친히 가샤 례라 믈읫 몯지호매 다 동이어든 나례로 안잡류엣 사이어든 나 호로 안말라 <여씨향약언해(1518년)>

  이 ‘몯지’는 17세기 초까지 쓰이다가 ‘몯’의 ‘ㄷ’이 ‘ㅅ’으로 표기되어 ‘못지’가 되었는데, 이 형태는 18세기 말까지 사용되었다. 18세기에는 어중이 된소리가 되어 ‘못지’가 등장하여 쓰이기도 하였다. 한편 이 ‘못지’는 ‘지’의 ‘’가 앞의 음절 ‘못’의 원순모음의 영향을 받아 원순모음인 ‘고’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서 18세기에는 ‘못지’는 ‘못고지’로도 변화하였고 모음변이를 일으켜 ‘못거지’로도 변화하였다. 그리고 ‘못고지’가 어중에서 된소리로 되어 ‘못지’가 되고 이것이 오늘날의 ‘모꼬지’로 변화한 것이다. ‘못고지’가 마치 ‘못거디’가 구개음화되어 이루어진 형태인 것처럼 인식되어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못거디’나 ‘못고디’나 ‘못디’ 등으로 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여러 음운변화와 표기의 변화로 말미암아, ‘몯지’는 ‘못지, 못고지, 못거지’로 또는 ‘못지, 못지’ 또는 ‘못디, 못디, 못고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다가 19세기 말에 ‘못거지’와 ‘못고지’로 되었다가 20세기에 와서 ‘모꼬지’로 통일된 것이다. 그 다양했던 표기의 몇 가지를 보이도록 한다.

  法에 남잡히 허비야 못야 술먹이홈이  罪 잇니라 <경민편언해(1658년)> 념쳥 비변몯고지로 가겨서 오후 오시니 남참봉 채쳠디와 약쥬 시다 <병자일기(1636년)> 오날 이 못고지가 우연티 안이일이 잇소 <원앙도(1908년)> 못거지(會) <한불자전(1880년)> 이 못가히 다시 닐외디 못디라. <형세언(18세기)> 공왕손의 못디와 태슈 현녕의 잔예 동으로 보이고 <구운몽필사본(19세기)>

  결국 ‘모꼬지’는 ‘모이고 갖추는 일’, 즉 ‘모임을 갖추는 일’을 뜻하는 ‘몯지’가 음운변화를 일으켜 여러 단계의 형태로 나타나다가 오늘날의 ‘모꼬지’로 정착한 것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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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