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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다듬기
이대성(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연구원)
   2007년 한 해 동안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말터, www.malteo.net)’에서는 모두 45개의 외국말을 우리말로 다듬었다. 우리말 다듬기 운동이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터’는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그런 뜻에서 2007년 ‘말터’의 성과를 평가하되 회원들의 댓글을 분석하여 우리말의 주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주로 살피기로 한다.
   아래는 지난 2007년 동안 다듬은 말들을 표로 보인 것이다.(다듬은 날짜 순)

다듬을 말(외국말) 다듬은 말(우리말)
트레이드마크(trademark) 으뜸상징
케이터링(catering) 맞춤밥상
샘플러(sampler) 맛보기묶음
프리 사이즈(free size) 열린치수
비트박스(beat box) 입소리손장단
그라피티(graffiti) 길거리그림
머스트 해브(must have) 필수품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늘사랑상품
팁(tip) 도움말
블라인드(blind) (정보)가림
웹서핑(web surfing) 누리검색
레퍼런스(reference) 고품질
하드보일드(hard-boiled) 냉혹기법
러브 라인(love line) 사랑구도
로드킬(roadkill) 찻길동물사고
알파걸(alpha girl) 으뜸녀
캐릭터(character) 특징물
타임캡슐(time capsule) 기억상자
핸즈프리(handsfree) 맨손통화기
솔 메이트(soul mate) 교감지기
조리(ぞうり[草履]) 가락신
빙고(bingo) 맞았어
패셔니스타(fashionista) 맵시꾼
펌킨족(-KIN族) 펌누리꾼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 시청각설명(회)
워터파크(water park) 물놀이공원
팩(pack) 피부가꿈제
뷰파인더(viewfinder) 보기창
팬미팅(fan meeting) 다솜모임
드로어즈(drawers) 맵시속바지
플라모델(plamodel) 조립모형
디오라마(diorama) 실사모형
스토리보드(storyboard) 그림줄거리
스도쿠(すどく, 數獨) 숫자넣기
월풀(whirlpool) 공깃방울목욕
성큰가든(sunken garden) 뜨락정원
핸드프린팅(hand printing) 기념손찍기
크레이들(cradle) 다목적꽂이
영건(young gun) 기대주
크로스백(cross bag) 엇걸이가방
해피 엔딩(happy ending) 행복결말
크리에이터(creator) 광고창작자
리퍼브(←refurbished) 손질상품
아우터(outer) 겉차림
옷패딩(padding) 누비옷

   위에 보인 다듬은 말에 대해 ‘말터’의 회원들이 보인 의견들 가운데 몇 가지를 추려 보았다.
   먼저 다듬을 말(외국말)과 다듬은 말(우리말)의 뜻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


J 근데 레퍼런스의 뜻을 알고 다듬은것 맞습니까? 이 자료 고품질이 어딘가요? 이 논문의 고품질은 누구누구 논문입니다 --; 뭐지--; 뜬금없어요.
2007.04.09.
어색말 사진 잘 찍는 "팁" 하나 알려드릴까요? ---> 사진 잘 찍는 "도움말" 하나 알려드릴까요?...뭔가 어색한 말인 것 같은데... "말"을 알려주다??
2007.03.13.
sensmusic 캐릭터 : (사람이나 사물의) 기질, 성격, 성질, 특징, 특성, 인격, 품성, 덕성, 평판, 등장인물, (만화나 게임에)인물, 인간, 괴짜, 사람, 문자, 기호, (글씨)체 등을 뜻하는데 특징물 하나로 이 모든 뜻을 포괄하다니 -_-
2007.06.06.
안녕 모든 '캐릭터'를 다 '특징물'로 바꾼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상품'의 의미인 경우에 한해 '특징물'이 되는 것입니다.
2007.10.14.


   많은 회원들이 다듬은 말로 바꾸어 쓰면 어색하거나 뜻이 그대로 대응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었다. 그러나 이는 우리말 다듬기를 잘못 이해한 측면이 있다. 위에서 예로 든 ‘레퍼런스’는 ‘뛰어난 음질이나 화질을 갖추어 다른 작품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작품’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한 외국말이므로 ‘고품질’로 다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즉, 모든 ‘레퍼런스’를 다 ‘고품질’로 다듬어 쓰자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문맥에서만 그렇게 쓰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에 소개한 ‘안녕’님의 댓글을 참조할 만하다.


znzltyq 결국은 한자잖아
2007.05.04.
eijung1 아니죠~! 외래어를 없앤 것도 아니네요. "필수품"이라는 말이 우리말은 아니잖아요. 한자어니까...우리말찾기 하는 곳인데 올라오는 말들을 보면 한자어가 굉장히 많네요.
2007.03.01.


   댓글을 죽 읽다 보니 다듬은 말은 반드시 토박이말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회원들이 여전히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되도록 토박이말로 다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한자말들을 모두 외국말로 다듬어 써야 한다면 엄청난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다. 이미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생활 속 한자말들은 우리말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쓰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이다. 이제 와서 ‘버스, 볼펜, 텔레비전’ 따위를 다듬는 일이 쓸데없는 일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써 온 일본식 한자말만큼은 대대적으로 조사해서 쓸 말과 쓰지 않을 말을 골라내는 일은 필요하다. 우리말에서 일본말은 여느 외국말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일본말 때문에 사라진 우리말들을 다시 살려내는 일은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과도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플라모델’을 ‘조립모형’으로 다듬은 것은 아쉽다. ‘조립’은 일본식 한자말이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국립국어원에서 ‘조립’을 ‘짜기’ 또는 ‘짜 맞추기’로 다듬기까지 했던 말이다. 앞으로 ‘말터’의 담당자는 후보 단어를 고를 때에 되도록 일본식 한자말은 후보로 삼지 않도록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

샤샤샥 스도쿠는 18세기 스위스 수학자가 만든 '라틴 사각형'이란 게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사 속에 묻혔던 이 게임은 1970년대 미국에서 '넘버 플레이스'란 게임으로 잠시 소개됐다. 이후 84년 일본의 퍼즐 회사인 니코리가 '스도쿠'라는 브랜드로 판매해 인기를 끈 뒤 세계 각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게임이름입니다. 고유명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2007.10.09.
-_- 그라피티는 외래어라기보다는 하나의 장르고, 따라서 고유명사 대우를 해줘야지. 왜 지들 멋대로 외래어를 순화하고 다듬지? 김치는 외국어로 보통 pickled cabbage로 번역하는데 외국인들이 김치라고 안하고 피클드 캐비지 맛있어효~ 이러면 참 좋겠다 그치? 태권도는 코리안 마샬 아츠고 후... 우리나라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생긴 개념 따위를 지칭하는 말은 그냥 있는 그대로 쓰는게 원래의 뜻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거 모르나? 왜 한글의 소중함은 알면서 외국어/외래어의 소중함은 그렇게도 무시하시는지들...
2007.03.05.


   고유명사, 또는 고유명사에 가까운 말들은 다듬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낸 회원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그러한 말들은 다듬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고유명사 중에는 쓰임이 넓어져서 보통명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버버리, 포스트잇, 나일론’ 같은 것이 널리 알려진 예이다. ‘스도쿠’도 우리말에서는 점차 보통명사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볼 만하다. 그런 점에서 이런 말들을 다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런 말을 다듬자고 제안을 하려면 그 말의 유래까지 잘 살펴서 어째서 이런 말을 다듬기로 하였는지를 회원들에게 자상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sensmusic 짜개발 :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이 따로 들어가게 된 신발이나 버선 따위. 국어사전 좀 뒤져보고 투표합시다-_- 왜 있는 단어를 또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가네
2007.06.16.
MF27 끌-신: 뒤축은 없고 발의 앞 부분만 꿰어 신는 신. 짤짤이: 발끝만 꿰어 신게 된 실내용의 단순한 신. -_-
2007.11.20.


   위에 보인 댓글은 ‘조리’를 ‘가락신’으로 다듬은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회원들의 국어 지식이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조리’를 ‘가락신’으로 다듬은 것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사전에 실려 있는 말 가운데 충분히 대체해서 쓸 수 있는 말이 있다면 그 말을 쓰는 것이 낫다. 그런 점에서 위의 댓글 내용대로 ‘조리’는 ‘짜개발’ 정도로 다듬었어도 충분하였다. 앞으로는 다듬을 말을 정하기에 앞서 사전을 충분히 검색하여 그와 관련 있는 말들이 있는지 꼭 살피길 바란다.


어떡하라궁????? 너무 길잖아요. 간단명료해야잖아요. 설명문이잖아요. 후보작이 짧았다 길었다 장단 맞추기가 힘들잖아요. 짱나잖아요.
2007.02.07.
블랙 단순하게 숫자넣기라고 하면 중간에 추리하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지 않습니까? 스도쿠는 단순하게 숫자만 넣는 게 아니라 생각하고 추리해서 숫자를 알맞게 칸에 넣는 것인데... 너무 단순하게 '숫자넣기' 라고 하니 문제를 푸는 과정이 생략되어 뭔가 부족해보입니다.
2007.10.17.
왜곡과 오도 행정중심복합도시 명칭을 선정하는 두 차례의 대국민 선호도 조사에서 '한울'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음에도 3위였던 '세종'이 최종 결정되었다. 전문가들이 의미와 적합성을 다시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라고 한다. 우리말에 대한 교양이나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임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아무나 불러모아 단순 투표수 많이 나온다고 그게 반드시 옳고 좋은 말이 아니란 뜻이다.
2007.01.10.


   위에 보인 댓글들은 다듬은 말이 왜 널리 쓰이지 못하는지를 지적한 것이다. 온전하게 의미를 담으려다 보니 다듬은 말이 너무 길어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다듬은 말이 다듬을 말보다 포괄적이어서 특정한 개념만을 가리키는 말로 쓰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때에는 비유하는 말을 이용하여 창의적으로 말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현재 ‘말터’의 다듬은 말 선정 과정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매우 소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는데 이 부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누리꾼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시나브로 847명이 동의한 말로 바꾸다니 참... 설문 시간이 너무 짦다고 느껴집니다
2007.09.14.
vkfkswnl 그러게요. 투표만 가지고 이렇게 정하는 거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네요.
2007.02.06.
민창일 제가 알기로 국립국어원은 이런 방식을 통해 그냥 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용 권고' 하는 선에서 활동을 마무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말을 바꿔봐야 사람들이 안 쓰면 그뿐이고, 공감대 형성도 힘들다는 거지요. (여기서 이렇게 해도 사전에 실린 단어들이 바뀌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순화해온 단어들을 다시 돌이켜 점검하면서 사람들이 납득하기 힘들었던 순화 예도 다시 짚고 넘어가는 활동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째 이만큼 하셨으면 이제 기존의 선정방식에 변화를 좀 줘서 좀 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화활동을 하시는 게 어떨지요? 동아일보나 ebs 관계자 분들도 여기를 이렇게 그냥 맞춰놓은 타이머 돌아가듯이 방치하지 마시고 좀 더 개선의지를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2007.03.12.


   ‘말터’에서 다듬은 말이 과연 정당성이 있는지, 그리고 과연 그 말을 홍보하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비판하는 댓글들이다. 참여자의 수를 크게 늘리도록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하며, 다듬은 말이 체계적으로 홍보될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터’가 내세운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말터’에서 보인 지난 1년간의 활동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실망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다. 1년이 넘도록 새 글이 올라오지 않는 게시판을 그대로 둔다든지, 누리집의 꾸밈새가 너무 단조롭고 변화가 없다든지, 매주 다듬을 말을 선정하고 다듬은 말을 뽑는 일 말고는 달리 하는 일이 없어 우리말 다듬기의 범위를 스스로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처음 ‘말터’를 시작할 때 세간의 관심은 예상 밖으로 컸다. ‘말터’ 초창기에 다듬었던 ‘참살이’나 ‘누리꾼’은 큰 호응을 얻어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다. 다듬어 놓기만 하고 무작정 국민들에게 다듬은 말을 쓰라고 할 수는 없다. 국가 예산을 들여 하는 사업인 만큼, 관계 기관과 협조하여 정부 기관의 공문서나 새로 만들어지는 법조문 등에 다듬은 말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쓴다면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쓰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