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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전 연세대 교수)
   ‘샅샅이’는 ‘샅샅이 뒤져 보았다, 샅샅이 알게 되었다, 샅샅이 물어보았다, 샅샅이 살펴보았다.’ 등처럼 쓰이어서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또는 ‘어느 구석이나 남김없이 죄다’, ‘빈틈없이 모조리’란 뜻을 가진다.
   이 ‘샅샅이’는 첩어에 부사형 접미사 ‘-이’나 ‘-히’가 붙어서 부사가 된 어휘들, 예컨대 ‘똑똑히, 낱낱이, 겹겹이, 홀홀히, 빽빽이, 넉넉히’ 등과 그 구조가 유사하다. 그러니까 ‘샅샅이’는 첩어인 ‘샅샅’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단어로 보인다. ‘샅샅’은 ‘샅’이 중첩되어 있는 첩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샅샅’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아서 ‘샅샅’에 ‘-이’가 붙어서 된 단어라고 결론짓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샅’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붙은 ‘샅이’에 다시 ‘샅’이 붙어 ‘샅샅이’가 되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샅이’란 부사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샅샅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다른 단어, 예컨대 ‘똑똑히’나 ‘넉넉히’ 등은 ‘똑똑하다’나 ‘넉넉하다’와 같은 형용사를 갖추고 있어서 이의 어기인 ‘똑똑’이나 ‘넉넉’에 접미사 ‘-히-’가 붙어서 단어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할 수 있으나, ‘샅샅이’는 ‘샅샅하다’란 어휘도 존재하지 않아서 이러한 설명도 마땅치 않다. ‘겹겹이’는 ‘겹겹하다’란 단어가 없어서 ‘샅샅이’와 같은 부류로 보일지 모르나, ‘겹겹이’는 ‘겹겹’이란 단어(‘겹겹으로’의 ‘겹겹’)가 있어서 ‘낱낱이’와는 또 다르다.
   또한 ‘똑똑히, 겹겹이, 홀홀히, 빽빽이’ 등에 보이는 ‘똑, 겹, 홀, 빽’ 등은 ‘똑 떨어졌다, 겹으로, 홀로, 빽 둘러앉았다.’ 등에서 볼 수 있어서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지만, ‘샅샅이’의 ‘샅’은 그러한 예문들을 상정할 수 없어서 그 뜻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샅샅이’가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기는 19세기 말이다. ‘삿삿치’란 어형으로 처음 등장한다. 물론 ‘치’란 표기도 19세기에 보인다. 1880년에 편찬된 ‘한불자전’과 ‘1897년에 편찬된 ‘한영자전’에 올림말로 올라 있다.

   삿삿치 <1880한불자전,379>
   삿삿치 ->면면이<1897한영자전,525>
   고집의 즐비 보와 녀이 무슈거 어 여 노코 누각을 보니  층 별당이 치 잇고 <18xx김원전,19b>

   그리고 1920년에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조선어사전’에도 ‘삿삿치’가 등장한다.

   삿삿치 [副] 深奧處지 遺漏치 안이하는 貌.

   그 이후의 문헌에서는 ‘삿삿히’, ‘삿삿이’ 등으로 등장하다가 1930년대에 ‘샅샅이’로 정착되어 오늘날까지도 쓰이고 있다. 가끔 ‘샅샅히’란 표기도 보인다.

   
   칠녀가 드러가 허씨부인의 방속 세간을 알알히 삿삿히 뒤여도 반지 업고 그 외에도 본가에셔 가지고 온 갑진 보 하나도 업지라 <1912재봉춘,46>
   나는 책을 외이듯이 벌판의 구석구석을 삿삿히 외이고 있다. <1936들,215>
   사랑과 뜰 아래 사랑을 삿삿히 들처보고 내실과 머슴이 있는 뒷사랑과 토고리와 광과 방앗간과 뒤울안 김치움까지 돌아보는데 조이 네 시간이 걸렸다. <1942탑,270>

   
   흙 한 줌을 집어 코밑에 바짝 드려대고 손가락으로 삿삿이 뒤져본다. <1935금따는콩밭,47>
   이 근처에 짐생붓는 골을 잘아는 유복이가 아플 서서 삿삿이 뒤젓것만 짐생 그림자 하나 구경하지 못하얏다 <1939임거정,347>
   무예별감들은 이 산속에 있는 절들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삿삿이 뒤져보게. <1940전야,71>

   
   끝없는 마음의 고통 가운데서도 그는 마지막의 희망으로 다른 방들을 샅샅이 다 살폈다. <1930젊은그들,61>
   주만의 눈길은 그 뛰어난 솜씨의 자국을 샅샅이 뒤지는 듯이 치흝고 내려훑었다. <1938무영탑,20>

   
   장군은 왜적을 옥에 내려 가두게 한 뒤에, 다시 바다를 샅샅히 뒤지니 이제는 적의 그림자는 영영 비치지도 않는다 <1961임진왜란,275>
   집안을 샅샅히 뒤졌사오나, 과연 찾을 길이 없소왔읍니다.<1961임진왜란,74>

   1938년에 문세영이 편찬한 ‘조선어사전’에는 ‘삿삿치’가 올림말로 올라 있으나 ‘샅샅이에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샅샅이’는 ‘빈틈없이 이 구석 저 구석을 죄다’로 풀이하고 있어서, 사전에서 ‘샅샅이’란 표기의 올림말이 등장한 것은 이 사전이 처음이다.
   그럼 ‘샅샅이’의 ‘샅’은 무엇일까? 이것은 ‘샅샅이’의 뜻을 살펴 보아야 알 수 있다. ‘샅샅이’는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란 뜻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때의 ‘틈’은 ‘공간적 사이’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샅샅이’는 ‘사이사이까지도 모두’란 뜻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뜻을 가진 ‘샅’은 없을까? ‘두 넓적다리의 사이’란 뜻과 ‘두 물건의 틈’이란 뜻을 가진 ‘샅’이 ‘샅샅이’의 ‘샅’이다.
   이 ‘샅’은 옛 문헌에서도 ‘샅’이었다. ‘삿ㅎ’으로도 표기되었는데, 이것은 ‘ㅌ’의 재음소화 표기에 기인하는 것이다. 18세기에 처음 보인다.

   隊伍中은 이 軍이오 蒙古人은 이 韃韃이니 이 이 莙達菜ᅵ로다  가지 이시니 손삿헤나 글거 두도록 두도록  거시로소이다 <1721오륜전비언해4,8b>
     놈이 다라 는 말이 는 발삿 종긔 나던 이오 득여부듸치기 는 말이 병을 신어스니 병신인가<18xx흥부젼,22b>
   급 권연을 손삿헤다 비스듬이 고 말도  기 젼에 너털우슴을 여 놋다<1908빈상설,80>
   진가 그 집에 와 잇슨 후에 병이 안이 드럿드도 슈리 녁이지 안이 터인 더구나 병츅이로 들어 안져스닛가 발삿 만치도 안이 알더니 <1912고목화下,116>

   여기에 등장하는 ‘삿ㅎ’은 ‘손삿ㅎ, 발삿ㅎ’으로 나타나는데, 모두 ‘사이의 틈’이란 뜻이다. ‘손삿헤’는 ‘손과 손 사이의 틈’, ‘발삿’는 ‘발과 발 사이의 틈’이란 뜻이다. 이 ‘샅’이 단독으로 쓰이면 ‘삿’으로 나타난다.

   삿깃(尿褯子, 尿布) <1715역어유해보,22b>
   삿깃(尿褯子) <1778방언유,서부방언,2a>
   몸을 굽혀 챵을 피며 슈 검으로 공듕의 더지고 말을 달녀 다라나니 이 호져비법이니 우나온 범이 리 삿희  모양이라 <18xx옥누몽3,97b>

   ‘삿깃’은 오늘날의 ‘기저귀’와 같은 뜻이어서, ‘두 넓적다리 사이에 차는 천’, 즉 오늘날의 ‘사타구니에 차는 천’이란 뜻이다. ‘범이 리 삿희  모양이라’는 ‘호랑이가 꼬리를 사타구니에 끼는 모양’이란 뜻이다. 이때의 ‘샅’은 ‘넓적다리와 넓적다리의 사이’란 뜻이다. 18세기부터 ‘샅’은 이렇게 두 가지 뜻으로 쓰이었지만, 주로 ‘물건과 물건의 틈새’를 뜻하는 의미로 쓰인 예가 빈도가 높았다.
   ‘샅’의 두 가지 의미는 오늘날에도 그 흔적이 여러 어휘에 남아 있다. ‘고샅’이란 단어는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 또는 골목 사이’란 뜻인데, ‘골 + 샅’에서 ‘골’의 ‘ㄹ’이 탈락한 형태다. 마치 ‘말[馬] + 소[牛]’가 결합할 때 ‘ㄹ’이 탈락하여 ‘마소’가 되듯이. ‘고샅’은 ‘마을과 마을의 사이, 즉 골목길’이란 뜻이다. ‘고샅길’이란 단어가 흔히 쓰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골골샅샅’이란 단어도 보이는데,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이르는 곳마다 또는 모든 곳’이란 뜻이다. ‘고을과 고을 사이마다 모두’란 뜻이 되어 ‘방방곡곡’이란 의미이다. ‘고비샅샅’도 ‘일이 되어 가는 과정이나 단계 사이사이에’란 뜻이다. ‘알알샅샅’이란 단어도 ‘빼놓거나 남겨 놓은 것이 없이 구석구석의 모든 것’을 뜻하는데, ‘알알’의 정체는 알 수 없으나 ‘샅샅’은 ‘샅샅이’의 ‘샅샅’임이 분명하다. 이때의 ‘샅’은 모두 ‘물건과 물건의 사이’란 뜻이다.

   삿(腰下服間) 삿타기(兩服間) <1895국한회어,168>
   사타군리(腰肉腹間) <1895국한회어,163>
   기쳬 응낙고 삿 헤치고 보니 비록 맛기를 만히 여시나 죽든 아녀 <18XX명듀보월빙11,272>
   그 사람이 곳 건너편 고삿을 가르치며 “저긔 보이는 저 큰 집이요?” 하고 일러 주엇다. <1939임거정,296>
   맨 나중으로 두 사람이 논틀밭틀을 헤매며 고샅길을 찾아 허댔다. <1935봄봄,317>
   P는 그 여자와 맛날 때마다 일부러 눈 익혀 보지 아니하는 체는 하면서도 실상은 고비삿삿 관찰을 하였고 그리고 속으로는 연애라도 좀 했으면 하든 터이었섰다 <1931레디메이드인생,528>
   그 노인의 얼굴에는 많이 잡힌 잔주름 속에 비애가 고비샅샅이 백혀 있는 듯이 처량하였습니다. <1936기괴한유언장,280>

   그러나 ‘씨름에서, 허리와 다리에 둘러 묶어서 손잡이로 쓰는 천’인 ‘샅바’는 ‘사타구니’란 뜻이며, ‘사타구니’를 뜻하는 ‘샅추리’의 ‘샅’도 역시 ‘사타구니’란 의미이다(‘사타구니’는 ‘샅 + -아구니’로 분석된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삿바 효 (絞) <1880한불자전,379>
   힘이 비등하야 승패가 상반이다. 떠밀기도 하고 삿바 씨름도 하고 잡아 나꾸기도 하고 -다리거리 딴죽치기- 기술도 차차 늘어가는 것 같다. <1936들,220>
   젊은 녀석들이 계집애들 사타구니만 들여다보노라고 어디 일을 하겠나. <1932흙,84>
   깃에 싸놓은 빨간 갓난아기는 으앙으앙 발버둥치며 소리쳐 울었다. 사타구니에는 과연 귀엽고 어여쁜 고추 하나가 뾰조록하게 달려 있었다. <1936금삼의피,18>
   그것을 그렇게까지 알알샅샅이 뒤저내며 아렛것들 있는 데서 공개를 하는 것은 아모리 자기의 사랑하는 남편의 친어머니라고는 하드라도 너무나 야속하였다.<1937속천변풍경,109>

   ‘샅샅이’의 ‘샅’은 이제 그 정체가 드러났다. ‘샅’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의미, 즉 ‘두 물건의 틈’과 ‘ 두 넓적다리의 사이’란 의미 중에서 전자의 뜻을 가진 ‘샅’이 ‘샅샅이’의 ‘샅’이다. 그래서 ‘샅샅이’는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의 뜻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샅샅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샅’의 첩어인 ‘샅샅’이란 단어가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방언형에서는 ‘샅샅’이 부사로 쓰이고 있고, 또한 ‘고비샅샅, 알알샅샅’ 등에서 보듯이 ‘샅샅’ 자체가 부사로 사용되고 있음을 볼 때, ‘샅샅이’는 ‘샅샅’에 부사형 접미사 ‘-이’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머선 이유가 있는갑다.' 싶어서 집을 포위를 해가지고, 집을 샅샅 나비갖고(뒤져 가지고) 나비는데 이 더금 우에서 띠니리(뛰어내려) 갈 수도 없고, 토째비한테 붙잽히서 뚜러(두드려) 맞기만 하고, 그래 삐꺼리져 내리왔는데, <한국구비문학대계8-6,경상남도_거창군편,41p>

   대부분의 첩어들이 명사도 되고 부사도 되는 것처럼 ‘샅샅이’의 ‘샅샅’도 그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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