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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고 재미있는 글이 경쟁력이 있다
한규희(韓奎熙) / 기자(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국민이 그 말뜻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듣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왜냐하면 신문과 방송에서 우리말을 너무 어렵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각 전문가 집단과 그 방면에 정통한 사람들이나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용할 뿐만 아니라 우리말로 표현해도 충분한 것을 굳이 외래어(거의 외국어에 가깝다)로 쓰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과연 이것이 신문 독자나 시청자를 위한 올바른 방향인지는 곰곰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신문이나 방송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전문용어를 동원해 지식을 뽐내는 것이 그 분야를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신문과 방송에서 독자와 시청자는 ‘주인’이다. 그들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하고 감동을 받아 여론을 형성하기도 한다. 정보와 감동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사회가 급변하고 과학 문명이 발전하면서 쏟아지는 정보를 수용하기에 바쁜 현대인들은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있으면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곧바로 외면한다. 주인이 외면하는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은 감동을 줄 수 없으며,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다.
  신문이나 방송 담당자들이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전달할 때 독자나 시청자는 그것에 관심을 보인다. 그래야 그 기사가 ‘생명’을 가질 수 있다. 기사를 쉽게 쓰는 것은 어렵게 쓰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알기 쉽게 풀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 선택에 있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독자나 시청자가 모든 분야를 자세히 다 알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전문용어를 사용할 경우에는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붙여 주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어떤 분야에서든 그 분야의 전문가를 위해 기사를 써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 기사는 그들만의 잔치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여론을 형성하거나 독자층을 넓혀 나가려면 어느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써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나 시청자가 그 기사를 읽게 되고, 그 기사는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각자 우리말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한다. 그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우리말을 언중(言衆)에게 전파할 때도 전략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말이 너무 어렵다고 얘기한다. 또한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올바른 언어생활을 이끌 수 없다. 요즘 젊은이들의 대화나 글에서 우리말이 상처받는 현장을 자주 보곤 한다. 더욱이 인터넷의 발달로 그 파급은 엄청나게 빠르다. 이런 현상을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 모두 이 문제를 갖고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꿔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사람들이 ‘우리말은 너무 어렵고 재미가 없다’고 하는 원인을 알았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쉽고 재미있게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말 중에서 자주 잘못 쓰는 말을 찾아 재미있는 정보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바로잡아주면 된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국어학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말만 갖고는 그들에게 흥미를 유도할 수 없다. 그들에게 흥미를 주려면 그들이 즐거워하는 분야와의 결합이 필요하다. 세대별로 관심과 흥미가 있는 분야를 찾아 그 속에서 우리말 교육이 이뤄진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한꺼번에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슨 학습이든 즐겁지 않고 부담이 되면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결국 외면한다. 필자가 블로그(‘새국어소식’ 2월호 참조)에서 독자들에게 우리말을 바루어 주면서 느낀 반응도 마찬가지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서문에서 밝힌 ‘모든 사람이 쉽게 익혀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한다’는 뜻처럼 우리말을 쓸 때 일부 전문가를 위한 글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쓰는 것이 좋은 글의 요체임을 늘 기억하자.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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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