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북한 문화어의 이해
한글 맞춤법의 이해
외래어 표기
사전의 이해
표준 발음법의 이해
관용 표현의 이해
현대시 감상
현장에서
표준 화법
국어 생활 새 소식
당신의 우리말 실력은?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알려드립니다
 사전의 이해
  ‘널다’와 ‘널리다’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원
  사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는 행동의 주체에 따라 피동사와 사동사로 나누기도 한다. 피동사는 ‘남의 행동을 입어서 행하여지는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이고 사동사는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이다. 대개는 기본이 되는 동사가 기준이 되고 여기에 피동이나 사동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미사가 붙어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먹다’에 접미사 ‘-히-’가 붙으면 피동사 ‘먹히다’가 되고, 접미사 ‘-이-’가 붙으면 사동사 ‘먹이다’가 되는 식이다. 따라서 피동사나 사동사는 사전에서 풀이를 할 때에도 기본 동사에 기대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과 같은 예가 기본 동사에 기대어 풀이를 한 경우이다.
곧이듣다 ꂿ 남의 말을 듣고 그대로 믿다.¶그는 순진해서 내 말은 뭐든지 곧이듣는다.
곧이들리다 ꂿ ‘곧이듣다’의 피동사.¶그 사기꾼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들리지 않는다.

찌다 ꂿ 살이 올라서 뚱뚱해지다.¶살이 너무 쪄서 얼굴을 못 알아보겠다.
찌우다 ꂿ ‘찌다’의 사동사.¶그 씨름 선수는 살을 찌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위에 제시한 ‘곧이들리다’와 ‘찌우다’는 각기 ‘곧이듣다’와 ‘찌다’에 기대어 풀이를 하였다. 의미상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곧이듣다’나 ‘찌다’는 뜻이 하나인 단어이기 때문에 위와 같이 간단하게 풀이가 된다. 그러나 많은 동사들이 여러 의미를 지닌 다의어이고 이에 따라 피동사나 사동사도 의미가 나뉠 수 있다. 더욱이 기본 동사의 모든 의미가 피동이나 사동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동사나 사동사의 뜻이 기본 동사의 뜻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세부적인 차이를 반영하고 그에 맞는 용례를 보여 주려면 다음과 같이 피동사나 사동사도 다의어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뒤섞다 ꂿ ①물건 따위를 한데 그러모아 마구 섞다. ②생각이나 말 따위를 마구 섞어 얼버무리다.
뒤섞이다 ꂿ ①‘뒤섞다①’의 피동사.¶신발이 뒤섞여 있다. ②‘뒤섞다②’의 피동사.¶여러 악기 소리가 뒤섞여서 소음처럼 들린다.

감다 ꂿ ①눈꺼풀을 내려 눈동자를 덮다.¶아이는 주사기를 보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②못 본 체하다.¶비참한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리다.
감기다 ꂿ ①‘감다①’의 피동사.¶졸음이 쏟아져서 눈이 저절로 감겼다.
  위에서 ‘뒤섞이다’의 경우에는 ‘뒤섞다’의 두 가지 뜻이 모두 피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뒤섞이다’도 풀이가 둘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감기다’의 경우에는 ‘감다’의 첫 번째 뜻만이 피동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감기다’는 ‘감다’와는 달리 풀이가 하나만 있게 된다. 이처럼 피동사나 사동사의 뜻을 세분화하여 풀이하면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보여 줄 수가 있다.   피동사와 사동사의 풀이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피동사나 사동사가 기본 동사에서는 이끌어 낼 수 없는 뜻으로도 쓰인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기본 동사에 기대어 풀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풀이를 해야 한다. 다음의 ‘널리다’가 이러한 예이다.
널다 ꂿ 볕을 쬐거나 바람을 쐬기 위하여 펼쳐 놓다.¶빨래를 베란다에 널었다.
널리다 ꂿ ①‘널다’의 피동사.¶빨랫줄에 빨래가 널려 있다. ②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놓이다.¶방바닥에 책이 널려 있다.
  기본 동사인 ‘널다’는 한 가지 뜻으로만 쓰인다. 하지만 ‘널리다’는 ‘널다’에서 나온 의미 외에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실제로 ‘널리다①’의 용례에 대해서는 ‘빨랫줄에 빨래를 널다’라는 대응 문장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널리다②’의 용례에 대응하는 ‘방바닥에 책을 널다’라는 문장은 불가능하다. 이는 ‘널리다’의 두 번째 뜻이 ‘널리다’만이 지닌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동사나 사동사는 형태가 변하면서 고유의 의미를 지니기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용례를 기반으로 기본 동사로부터 나온 의미 외의 여러 의미를 정확히 기술할 필요가 있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3동 827   ☎ (02) 2669-9721
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