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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래어 표기
  외래어의 장모음 표기
정희원(鄭稀元) / 국립국어원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언어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외래어는 아마 ‘웰빙’일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균형 잡힌 생활양식을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국립국어원에서 공모를 통해 이 말의 순화어를 ‘참살이’로 제안하였지만 아직까지는 ‘웰빙’이 더 널리 사용되는 것 같다. 간혹 ‘*웰비잉’으로 표기한 것들도 눈에 띄는데, 이 말의 바른 표기는 ‘웰빙’이다.
  많은 사람들이 well-being의 발음이 [welbi:ŋ]이므로 ‘*웰비잉’으로 적는 것이 옳지 않은가 궁금해하는데,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장모음의 장음은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 ‘웰빙’으로 적는다. 과거 한때는 외래어를 적을 때 원어에서 장음으로 발음되는 단어들은 같은 모음을 겹쳐 적도록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sports[spɔ:rʦ]는 ‘*스포오츠’, cheese[ʧi:z]는 ‘*치이즈’ 따위로 적도록 하였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기억하기가 어려워 잘 지켜지지 않아, 1986년에 만들어진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채택하지 않았다. 따라서 과거 ‘*그리이스, *터어키’로 적던 나라 이름도 ‘그리스, 터키’로 적는 것이 맞다.
  한편 과거의 방식대로 외래어의 장음을 한글 표기에서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있다. 그런 주장의 근거는 대개 외래어의 원어가 되는 외국어에서 모음의 길이 차이가 의미를 구분해 주는 중요한 특징이어서, 그것을 적절히 표기에 반영해 주지 않으면 외국어에서는 다른 말들이 한글로는 구분이 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full[ful]과 fool[fu:l], bean[bi:n]과 bin[bin] 같은 말들은 단지 모음의 길이 차이에 따라 구분되는데 한글로는 똑같이 ‘풀’과 ‘빈’으로 적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모음의 길이에 따라 단어 의미가 구분되는 것은 외국어만의 특징이 아니다. 우리말에서도 ‘밤[栗]: 밤[夜]’, ‘눈[雪]: 눈[眼]'의 예처럼 모음 길이의 차이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낱말들이 많이 있지만 이를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에서도 고유어나 한자어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장모음을 표시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위와 같은 원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일본어의 장모음 표기는 어떤 식으로든 반영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大阪(おおさか)나 新潟(にいがた)를 ‘오사카’, ‘니가타’로 적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오오사카’, ‘*니이가타’로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본어의 장모음은 다른 언어에서처럼 단순히 같은 소리를 약간 길게 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한 음절이 더 있는 것이어서 같이 취급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おおさか, にいがた와 같은 가나 문자 표기형이다. 일본어 원어 표기에서 이미 같은 음절의 모음 글자를 겹쳐 쓰도록 되어 있으니 한글로도 그대로 적는 것이 바람직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 언어에서 문자 표기에 반영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영어의 장모음이나 일본어의 장모음이나 모두 같은 현상이다. 따라서 언어의 구분 없이 모든 외래어의 표기에 장음 표시는 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다음과 같이 모음을 겹쳐 적은 표기가 나타나는 경우들이 있다.
(1) 알코올/*알콜, 셀룰로오스/*셀룰로스, 아밀라아제/*아밀라제
(2) 알마아타/*알마타, 반다아체/*반다체, 오오카/*오카
  위 (1)의 예들은 모두 화학 용어들로 같은 계열의 물질 이름들과의 관련성을 한글 표기에서도 보이기 위해 예외로 인정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은 ‘에탄올’, ‘메탄올’ 따위 용어들과 관련성을 보이기 위해, ‘셀룰로오스, 락타아제’ 등의 화합물 명칭은 ‘아밀로오스, 말타아제’ 등 다른 효소들과의 관련성을 보이기 위해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2)의 예들은 예외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알마아타는 원어가 Alma Ata여서 단어 각각의 표기형을 유지하기 위해 ‘*알마타’가 아니라 ‘알마아타’로 적게 된 것이다. ‘반다아체’도 장모음을 적은 것이 아니라, 원어인 Banda Ach를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일본의 성(姓)의 하나인 大岡(おおおか)도 ‘大(おお)+岡(おか)’의 구성이라서 ‘오카’가 아니라 ‘오오카’로 적는다. 大(おお)의 두 번째 음절의 お는 장음 표시라서 한글로 적지 않지만 岡(おか)의 お는 장음 표시가 아니므로 표기에 반영한 결과이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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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