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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용 표현의 이해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말로 이루어진 관용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원
  우리가 흔히 쓰는 관용 표현 가운데에는 우리 몸의 일부분을 가리키는 말들로 이루어진 것이 많이 있다. 관용 표현은 대부분 손, 발, 머리, 목 등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구성하는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관용 표현 전체의 뜻으로만 알고 쓰는 것들도 있다. 관용 표현을 구성하는 단어가 원래 어떤 뜻인지 알고 쓰면 말맛이 잘 살아나기 마련이다.
(1) ㄱ.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온 가족이 애를 태웠다.
ㄴ. 우리의 가전제품 수준은 선진국과 비견할 만하게 높아졌다.
ㄷ. 해외 파견 근무 때문에 부모님의 슬하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ㄹ. 영수는 베란다 화분 깬 것을 들킬까 봐 오금이 저렸다.
ㅁ. 최 사장은 박 과장이 다 된 일을 망쳐 놓아 부아가 치밀었다.
ㅂ. 요새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ㅅ. 우리 아들은 유치원에 들어가더니 미주알고주알 캐묻는 게 많아졌어요.
  (1ㄱ) ‘애를 태우다’의 '애'는 옛날에 창자, 쓸개 등을 가리키던 말이다. 창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쓸개도 가리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창자나 쓸개가 활활 타면 얼마나 속이 아프겠는가? '애를 태우다'는 그만큼 몹시 안타깝고 초조하여 속이 상한다는 뜻이다.
  (1ㄴ) ‘비견할 만하다’의 '비견(比肩)'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이다. 이때 쓰는 '견'은 '오십견'에도 쓰는 어깨 견 자이다. '비견할 만하다'는 나란한 어깨처럼 낫고 못할 것이 없이 정도가 서로 비슷하므로 비교할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는 뜻이다.
  (1ㄷ) ‘슬하를 떠나다’의 '슬하(膝下)'는 무릎 아래라는 뜻이다. 무릎 슬 자는 흔히 쓰이지는 않는데 어르신들이 많이 앓는 무릎이 아프고 시린 병을 '슬한증(膝寒症)'이라고 한다. '무릎 아래'라는 것은 곧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를 의미하고 그래서 '슬하를 떠나다'는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함을 뜻한다.
  (1ㄹ)의 ‘오금이 저리다’의 ‘오금’은 '무릎의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과 '아래팔과 위팔을 이어 주는 뼈마디의 안쪽 부분'의 두 가지를 모두 가리킬 수 있으나 보통 무릎의 오금을 가리킨다. '오금이 저리다'는 저지른 잘못이 들통이 나거나 그 때문에 나쁜 결과가 있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는 뜻이다.
  (1ㅁ)의 ‘부아가 치밀다’에서 '부아'는 '허파, 폐, 폐부, 폐장'과 같은 말이다. '허파'와 관련된 관용 표현은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허파에 바람 들다'는 실없이 행동하거나 지나치게 웃어 댄다는 뜻이고 '허파에 쉬슨 놈'은 생각이 없고 주견이 서지 못한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이때 ‘쉬슬다’는 파리가 알을 여기저기에 낳는다는 뜻이다. '부아가 치밀다' 역시 노엽거나 분한 마음이 치민다는 부정적인 의미이다.
  (1ㅂ)의 ‘초미의 관심사’에서 '초미(焦眉)'는 눈썹에 불이 붙었다는 뜻으로, 매우 급함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의 불교 서적인 '오등회원(五燈會元)'에 나오는 '초미지급(焦眉之急)'이라는 말이 그 유래이다.
  (1ㅅ)의 ‘미주알고주알 캐묻다’에서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밑살’과 같은 뜻이다. ‘미주알’이 하찮고 사소한 것이라는 데에서 의미가 번져 ‘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의 부사가 되었다. ‘미주알고주알’의 ‘고주알’은 ‘울긋불긋’의 ‘울긋’처럼 뜻 없이 단지 단어를 만들기 위해 쓰인 말이다. '미주알'의 뜻을 알고 나면 '미주알고주알 캐묻다'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물어본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미주알고주알'을 '고주알미주알'로 써도 같은 뜻을 나타낸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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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