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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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능력 시험의 실시 현황과 결과 분석
어 순화
전문 용어의 정비
특수 언어와 소수자의 문제
남북 언어 교류
  Ⅱ. 국어 분야별 동향
  전문 용어의 정비
고 석 주  /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1. 머리말

  2005년 7월 28일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아주 뜻깊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오랜 기간 준비되고 진행되어 온 [국어기본법]이 2005년 1월 27일에 제정·공포되었고, 동년 7월 28일에는 [국어기본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국어기본법 시행령](제정·공포 2005.7.27)도 [국어기본법]과 함께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미흡한 점들이 없지는 않으나, [국어기본법]과 [국어기본법 시행령]의 시행은 국어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 중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특별히, [국어기본법]과 [국어기본법 시행령]에서는 ‘전문 용어’의 문제를 개별 조항으로 독립시켜 다루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국어기본법>
제17조(전문용어의 표준화 등) 

  국가는 국민이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체계화하여 보급하여야 한다.

<국어기본법 시행령>
제12조(전문용어의 표준화 등) 

①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전문용어의 표준화 및 체계화를 위하여 각 중앙행정기관에 5인 이상 2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를 두며, 그 협의회는 해당 기관의 국어책임관·관계분야 전문가 및 공무원으로 구성한다. 
②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해당 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전문용어를 표준화 및 체계화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심의를 요청하여야 한다. 
③문화관광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심의 요청된 전문용어 표준안을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 후 이를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회신하고, 해당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확정안을 고시하여야 한다. 
④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고시된 전문용어를 소관 법령의 제정·개정, 교과용 도서 제작, 공문서 작성 및 국가 주관의 시험 출제 등에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⑤문화관광부장관은 학술단체 및 사회단체 등 민간부문에서 심의 요청한 관련 분야의 전문용어 표준안에 대하여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고 확정안을 고시할 수 있다. 

  이제 전문 용어의 문제는 특정 전문 분야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설정되었고, 전문 용어의 정비도 법률적 뒷받침을 갖게 된 것이다. 법률적 근거가 확보된 바, 앞으로 전문 용어의 정비가 모든 전문 분야에서 활발히 전개되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2005년에 전문 용어의 정비와 관련된 정부 혹은 지원기관, 각 전문 분야의 주체들이 전문 용어에 대해 갖는 인식과 태도는 아직 구체적인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글에서는 전문 용어 정비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들과, 필자가 확인할 수 범위에서 2005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있었던 여러 활동들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2. 전문 용어 정비를 위한 몇 가지 사항

   2.1 전문 용어의 개념

  전문어는 일반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일반어와 대립되는 것으로서, 그 언어의 사용자가 전문인들로 제한되어 있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언어를 말한다. 전문인들은 자신의 활동영역 안에서 분명하고도 기능적인 의사소통을 하길 원하는데, 이러한 명확한 의사소통의 성패는 그 언어를 구성하는 전문 용어와 표현 어구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용어는 전문적 개념을 지칭하는 어휘 또는 어휘의 집합을 말한다. 하지만, 어떠한 언어 단위가 전문 용어인지 선별해 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전문 용어와 대립되는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용례의 어휘 단위를 단어라는 모호한 명칭으로 부르고 있는데, 의미를 갖는 어휘 단위로서의 광의의 단어가 아니라 일반 언어를 구성하여 전문 언어를 구성하는 용어와 대립되는 단위로서의 의미로 사용된다. 사실 용어를 정리하는 사람들에게 일반 단어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단어와 차별되는 용어의 특징을 밝히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이를 통해서만, 용어 선별 및 수집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일반 단어가 다의성의 산물임에 반해 전문 용어는 그것이 속하는 전문 분야 안에서 하나의 의미만을 갖는다. 개념과의 일대일 대응성(일지시성, 일의성)은 용어만의 특징이라 하겠다. 하나의 용어에 여러 개념이 대응되는 다의성은 전문 용어에서 가능하면 회피해야할 요소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개념을 여러 개의 명칭으로 나타내는 동의어 또한 용어체계 전체에 혼돈을 주므로 표준화의 대상이 된다. 일반 단어가 비교적 다양한 표현의 도구라면, 용어는 명칭과 개념 사이의 항상성, 안정성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도구이다.

   2.2 전문 용어의 특성

  국제표준기구(ISO)는 “전문 용어 작업의 원리 및 방법”을 기술한 규범집 ISO 704:2000에서 전문 용어 정리 작업에 필요한 기본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전문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인 개념에 대한 정의, 전문 용어 정의 방식, 전문 용어의 특징 및 형성의 일반원칙, 표준화에 대해 간략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특기할 만한 사항은 용어 자체에 대한 분석보다 개념의 유형과 관계 그리고 그 정의 방식에 훨씬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ISO나 여러 산업 기술 표준 기구의 전문 용어 작업은 그 목적이 용어가 아닌 개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문 용어 정비 작업은 개념과 그 체계를 세우기 위한 기본 작업이고 전문 용어란 개념에 붙여진 이름표 즉, 명칭으로 간주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관점은 용어학적으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ISO의 규범(『전문 용어 작업을 위한 어휘집』) ISO 1087-1에 의하면 용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용어
한 전문 분야에 속하는 일반 개념에 대한 언어 명칭

  여기서 일반 개념이란 유일 개념(또는 개체 개념)과 상반되는 것으로서 공통 속성을 갖는 두 개 이상의 대상이 하나의 집합을 형성할 때 이에 해당하는 개념을 일컫는다. 이처럼 개념과 용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개념이 먼저 존재하고 그에 알맞은 명칭을 찾아가는 명칭론적 방법론, 즉 개념의 용어에 대한 우위성과 개념의 체계가 그 명칭의 체계에 그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용어의 투명성, 그리고 개념 체계에 혼돈을 주지 않기 위해 하나의 개념에 하나의 명칭만을 부여한다는 용어의 일의성 등이 용어에 대한 규범적 관점이 주장하는 주요 골자이다. 그래서 전문 용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 체계와 용어 체계와의 상관관계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ISO 704:2000에서 가장 많이 기술된 부분도 바로 개념 체계와 개념 관계에 관한 부분이다. 
  전문 용어의 체계적인 정리가 그 해당 분야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고 지식 구조를 성립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문 용어의 정비는 개념적 관계망을 일관되게 반영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다음의 네 가지 개념적 특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1) 용어의 일의성
2) 용어의 투명성과 명시성
3) 용어의 간결성
4) 용어의 일관성

  먼저, 용어의 일의성은 하나의 용어는 하나의 개념을 지칭해야 하며 또한 하나의 개념은 하나의 명칭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일반어는 보통 다의적임에 비해, 전문 용어는 해당 분야에서 하나의 의미만을 나타내어야 한다.
다음으로, 용어는 개념의 반영이다. 그러므로 용어를 통해 그 개념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을 만큼 명시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용어의 투명성과 명시성을 보장하는 형식으로서 합성어 형식이 많이 쓰이는데, 일반적으로 합성 용어는 용어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통해서 해당 개념이 속하는 상위개념과 해당 개념의 특수한 속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전문 용어는 개념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한, 불필요하거나 너무 과도한 정보를 명칭에 담지 말아야 한다. 너무 긴 합성 용어는 개념 파악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 용어의 간결성은 위에서 말한 용어의 명시성과 서로 대립되는 용어의 가치이다. 명시성에 중점을 두면, 간결하지 못한 경우가 있고 너무 간결하여 개념 파악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 두 요건을 적절히 충족시키는 선택은 용어의 실제 사용자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개념의 체계와 용어의 체계는 일관된 방식으로 서로 대응되어야한다.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개념을 지칭하는 용어는 가능한 한 동일한 형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개념이 더 특수화할수록 그 명칭 또한 더욱 정밀해져야 한다. 일반적인 상위 개념을 지칭하는 용어보다 그 하위 개념을 나타내는 용어가 더 길고 구체적이다.

   2.3 전문 용어의 정비와 표준화

    2.3.1 전문 용어 정비의 목적

  [국어기본법]과 [국어기본법 시행령]에서 밝히고 있듯이, 전문 용어 정비의 목적은 국민이 각 분야의 전문용어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는데, 그에 따른 구체적인 사항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2.3.1.1. 전문 지식의 전달

  용어와 개념 분석을 통해 용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분야 내 뿐만 아니라 인접 분야와의 의사소통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한다. 동일한 개념을 서로 다른 용어로 지칭한다거나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여 지식 소통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용어 정비 작업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2.3.1.2. 전문 영역을 이루는 기본 어휘의 교육

  한 전문 분야의 근간을 이루는 어휘를 교육하고 습득하는 데 용어 자료가 이용될 수 있다. 이는 학술 분야 뿐 아니라 기술 분야나 특정 직업에서도 마찬가지로 활용될 수 있다. 그 분야나 직업을 새로 접하는 사람들에게 개념의 습득과 소통의 자료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2.3.1.3. 번역 및 통역

  서적을 보면서,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용어로 인해 혼동을 겪은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용어 정비 작업은 하나의 언어뿐 아니라 이중어나 다언어로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때 번역가나 통역가는 용어 자료의 가장 일차적인 사용자가 될 것이다. 

     2.3.1.4. 언어 정비

  언어 정비란 언어 내적 의사소통의 질을 향상시키고 빈번한 접촉이 있는 외국어와의 영향 관계를 분석하여 끊임없이 언어 체계를 새로이 정립하는 활동을 말한다. 언어 정비는 다음의 절차로 이루어지는데, 전문 용어는 언어 정비의 중요한 동인이 된다.

- 언어 행위의 실제 모델들을 연구, 관찰, 기술하는 것
- 언어 용례의 표준화 절차를 평가·감독하는 것
- 언어 활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개입하는 것 

 

     2.3.1.5. 학술적, 기술적 글쓰기

  학술 목적의 논문, 행정 부서 및 관청의 공문서에서 제품의 사용설명서까지 모두 고도로 전문화된 용어를 사용한다. 법률분야와 같이 규정 용어만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 배타적으로 꼭 사용해야 하는 용어, 용인되는 용어, 피해야 할 용어 등의 목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3.1.6. 용어의 현지화 (용어의 조정) 

  ‘현지화(localization)’라는 개념은 시장의 논리나 소비자의 요구 등을 고려하여, 대상이 되는 문화와 특성을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용어의 로컬화는 예를 들어 한 언어가 지역에 따라 다를 때 즉, 영국, 미국, 호주 등의 영어가 각자 지역별 특성을 가지고 있을 때, 이 다양성을 고려하여 용어의 지역적 변이형이 생성되고 또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그 범위를 넓혀, 용어의 대중화와도 깊은 관련을 갖는다. 일반대중에게 보다 친숙한 어휘로 용어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대중화된 용어라도 사람마다 표현이 달라서는 안 되며, 하나의 개념은 하나의 명칭으로 통일되어 대중에게 정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3.2 전문 용어 정비의 기준

  전문 용어 정비 작업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대상 전문 용어를 정비할 수 있다. 

     2.3.2.1. 사회 언어학적 기준

(1) 사용자 집단에서 그 용어에 대한 요구가 있는가
(2) 용어가 사용이 되고 있는가
(3) 용어가 해당 분야에 적절한가

 

     2.3.2.2. 심리 언어학적 기준

(1) 한국어 화자의 언어 습관에 합당한가
(2) 윤리적, 미학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가: 금기시되는 표현이나 비·속어, 발음 상 듣기 거북한 용어는 피해야 한다.
(3) 심리적 이질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가(익숙하지 않은 외국어 표현이나 발음 표기, 너무 길거나 과감하게 축약된 용어 등)
(4) 국가적 또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는가

 

     2.3.2.3. 국어학적 기준

(1) 전문 용어의 표준화는 국어 표준화의 모든 기준에 합당해야 한다(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띄어쓰기 규칙 등)
(2) 일반적인 단어 형성 규칙에 맞는가(조어법 기준: 합성어의 구성, 파생 방식 등)
(3) 여러 사전류에서 검증된 용어인가(표준 국어 대사전 등)

 

     2.3.2.4. 용어학적 기준

(1) 앞에서 살펴본 용어의 특성, 용어의 일의성, 투명성, 일관성, 간결성을 갖추어야 한다.
(2) 각 전문 분야 내에서만이 아니라 전문 용어 전체의 조화와 통일을 이뤄야 한다. 

  이상의 기준이 실제 전문 용어 정비 과정에서 얼마나,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반영되고 있느냐의 문제는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라 하겠다.

    2.3.3 전문 용어 정비 방법 및 절차

  전문 용어의 정비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하겠다.

     2.3.3.1. 전문 말뭉치 구성

  말뭉치 구성은 전문 용어 사전이나 용어 은행을 구축하는 사업뿐 아니라 표준 용어 목록 구축 등 모든 용어 정비 작업에 선행하는 단계로서 정비의 대상이 되는 용어를 포함하고 있는 전문어 말뭉치로 우선 구성되어야 한다. 전문 말뭉치는 경우에 따라서 전문성이 높은 텍스트뿐 아니라 전문 지식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텍스트도 포함할 수 있다. 국가나 학회, 기업 등이 전문 용어를 정비하려는 계획이 있을 때, 이 계획의 규모나 목적, 이용 대상자들에 따라 말뭉치를 만든다. 일반 사전을 위한 대규모 말뭉치는 전문 용어를 포함하고 있더라도 전문 용어 DB 구축에 쓰일 만큼의 세밀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의학 용어를 포함하더라도 그것이 병리학에 속하는지, 면역학에 속하는지 구분하기는 힘들 것이다. 반면, 이러한 분류는 용어 정비에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용어 수집과 자료 분석에 앞서 말뭉치 구축 작업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문어 말뭉치의 규모는 일반 말뭉치보다 덜 중요한 기준이다. 반면, 소분야별, 학파나 유파별 텍스트의 적절한 분배가 중요하며 전문 용어의 개념 기술에 수반되는 문맥 정보를 위해 말뭉치의 표본성이 요구된다. 

     2.3.3.2. 전문 용어 채집 

  전문어 말뭉치에서 후보 용어들을 추출해 내는 작업에 해당한다. 이 후보 용어들에 대해 전문가들과 용어학자들이 모여 수차례 선별 작업을 행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용어의 유형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일반 언어를 구성하는 단어가 전문적 의미를 부여받아 용어가 된 경우
(2) 기존의 어휘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새로이 용어를 구성하는 경우 (인구어의 경우, 그리스· 라틴 어원을 이용, 우리말의 경우 한자를 새로이 조합하여 신조어를 만든 경우)
(3) 기존에 존재하는 단어나 용어들을 조합하여 복합어나 구를 만들어 하나의 개념에 대응시켜 단일한 의미 단위가 되도록 하는 경우 
(4) 축약어의 경우 합성어의 각 단위의 두음을 따서 줄임말을 만드는 경우와 합성어 단위 중 하나를 생략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많이 쓰이는 축약어의 경우 그것이 다시금 하나의 단위로 간주되어 파생어나 합성어를 만들기도 한다. 
(5) 공식 명칭 (행정적인 부서명, 지위나 조직, 기관명) 
(6) 언어 단위뿐 아니라 기호나 단위표시, 화학원소기호, 화학분자식 등을 전문 용어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2.3.3.3. 전문 용어에 대한 자료 수집

  용어를 기술하는 데 이용할 만한 정보를 수집한다. 앞에서 수집된 용어가 등장하는 문맥들을 말뭉치에서 추출하는 작업과 기존의 용어집이나 사전 등 다른 정보 출처를 조사하는 작업을 병행한다. 

     2.3.3.4. 자료 분석 및 종합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 용어학적 지식, 국어학적 지식이 총동원되어 모은 자료들을 분석, 심의하고 결정을 내리는 단계이다. 용어의 의미 구분 방식, 관련 개념 집합 조성 등에 대한 선택 작업을 완료한다. 

     2.3.3.5. 자료의 기술

  용어 정비의 틀과 목적에 따라 위의 분석 사항을 실제로 기술한다. 용어의 정의, 문맥정보, 이중어나 다언어로 된 용어 자료의 경우 각 언어로 된 등가어 등을 기술한다. 

     2.3.3.6. 전문 용어 자료의 처리 및 조직

  가나다 순서, 알파벳 순서 또는 주제별 분류에 따라 자료를 처리한다. 

     2.3.3.7. 전문 용어 자료의 관리

  용어 사용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자료의 수정, 첨가, 삭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2.3.4 전문 용어 자료의 구성 방식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은 방법으로 구축된 전문 용어 자료는 각각의 전문 용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정보들을 수록하게 된다.

     2.3.4.1. 표제어

  기술의 대상이 되는 용어를 기입한다. 

     2.3.4.2. 문법 정보

  대부분의 전문 용어는 명사이지만, 다른 품사의 용어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표기한다. 

     2.3.4.3. 사용역 표지

  용어 사용에 있어 특징적인 것을 명시한다. 지역적, 지리적 특수성, 직업적 특이성, 표준화 기구의 평가나 시대에 따라 변천을 겪은 용어 형태 등을 기입한다.

     2.3.4.4. 전문 분야 또는 그 하위 소분야

  전문 분야를 명시하는 것은 분야별 용어 선별에도 필요하지만, 용어의 의미를 기술하는 데 필수적 요소이기도 하다. 동일한 하나의 개념이 두 영역에서 다른 용어 명칭으로 불릴 때도 있고 또는 어떤 A영역에서 a라는 개념을 가리키는 용어 t가 B영역에서는 b개념을 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데이터베이스 구축 초반에서부터 영역 분류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한 개념이 한 영역 또는 여러 영역에 속하는지 보일 수 있고 또 영역별로 다른 개념을 지칭하는 한 용어 명칭의 용례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4.5. 정의

  정의란 특정 전문 분야 내에서의 용어 의미에 대해 기술한 문장이다. 용어의 정의는 개념의 속성과 그 개념이 지시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 상위 개념과 하위 개념들, 그리고 다른 동위 개념들과의 차이를 드러내야 한다. 정의문은 간략하고 명시적이어야 하며, 일반적으로 내포적 정의 방법, 외연적 정의 방법, 반의적 정의 방법(‘~의 반대 또는 대립어’와 같이 정의하는 방식), 동의어 정의 방법(‘~의 동의 또는 유사어’, ‘~의 다른 표현’ 등과 같이 정의하는 방식), 메타언어적 정의 방법 (‘~일 때 쓰는 말’, ‘~를 일켣는 말’, ‘~라고 부른다’라는 표현들이 쓰임) 등이 많이 이용된다. 

     2.3.4.6. 주석

  전문 용어가 가리키는 개념을 파악하는 데 정의문 하나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백과사전적 추가 정보를 주게 된다. 정의문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유형의 정보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 

     2.3.4.7. 문맥

  전문 용어의 의미는 그 용어가 실제 문맥에서 실제 술어(명사인 경우)와 함께 쓰이는 것을 보았을 때 더욱 잘 파악될 것이다. 표제어가 포함되어 있는 그대로의 문장을 준다.

     2.3.4.8. 연어 구성 정보

  용어와 함께 고정적으로 많이 쓰이는 술어 정보를 준다.(용어가 동·형용사일 때는 논항 정보를 준다) 특히 그 술어가 일반 어휘와 결합할 때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면 꼭 기입한다. 

     2.3.4.9. 삽화

  많은 전문어 사전이 흡사 제품 설명서와 같이 삽화를 넣고 있다. 퀘벡 정부의 용어은행인 Banque de terminolgie du Québec은 풍부한 삽화로 유명하다. 특히 표제어와 전체-부분관계를 이루는 용어들을 한 눈에 알아보게 해 줄 것이다. 

     2.3.4.10. 관련어

  개념적 관계망 속에서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용어들을 표기한다. 해당 개념과 원인-결과, 재료-산물, 재료-행위, 방법-절차, 방법-산물, 절차-공간, 활동-척도, 대상-속성

     2.3.4.11. 참고 문헌

  참고 문헌은 직접적인 용어 관련 자료는 아니지만, 용어 은행의 경우에는 언제나, 용어 사전의 경우엔 가끔씩 수록되어 있다. 용어를 기술하는 데 소용된 문서의 출처를 밝힌다. 

  실례로, 프랑스 전문용어 및 신조어 센터(CTN)는 인지과학 분야 용어에 대해 다음과 같은 파일을 만들어 작업하였는데, 용어학적, 언어학적 정보가 가장 풍부히 들어있는 전문 용어 파일 중에 하나라고 보인다. 
기 호 내 용
FRA   프랑스어 표제어 (대문자)
GRA   품사
SOU   저자, 출처, 장소, 날짜
LEN   LENOCH 코드 (유럽연합의 분류체계)
DOM   전문 영역
SDO   하위 영역 (개념이 속하는 커다란 주제분야)
DOA   응용 영역
DEF   정의 또는 정의문
DE2   정의문 계속 (필요할 경우)
CON   문맥 정보 (텍스트적 정보)
SOU   문맥의 출처
TYP   문서 자료의 유형 (서적, 학위논문, 잡지, 신문, 보고서 등) 
SYN   동의어 프랑스어 등가어 (축약어와 철자 변이형)
STA   표준 형태 (표준화 기구명칭 기입 ISO, AFNOR, OLF, BTQ 등) 
ENG   영어 등가어, 동의어, 축약어
NOT   주석 (백과사전적 정보)
COM   용어가 직접 성분으로서 전형적으로 구성하는 구 : 술어동사, 전치사, 한정어 등
SOR   유종 : 유종관계를 이루며, 바로 상위에 있는 총칭적 개념
PAR   부분 : 전체-부분관계를 이루며, 이 개념이 포함되는 전체 개념
PRE   술어 : 가장 전형적인 행위, 기능 술어 (예를 들어 이것이 어디에 소용되는지 기술하는 술어) 또는 개념의 속성
ARG   논항 : 기술대상이 되는 개념에 전문가들이 가장 자동적으로 연결시키는 관련 대상
BEM   파일 작성 기관 (CTN)
RED   파일 작성자 이름
MAJ   가장 최근의 업데이트 날짜, 아니면 파일 작성 날짜 
CFI   파일의 신뢰도 (0~1)
REF   파일 번호
FAM   같은 개념 집합 : 참조
 VED   표제어 (소문자 : 프랑스어의 경우 대문자로는 액센트 부호가 생략되고 소문자에서는 다 표기된다. 

  지금까지 전문 용어의 정비 과정에서 확보되어야 하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기본적인 사항들을 제시했는데, 그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전문 용어의 정비는 특정 분야의 전문학자만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어 전문가들끼리 처리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개별 분야의 전공 학자들과 국어학자, 전문용어학자들이 서로 협력해서 전문 용어 정비를 수행해야 한다. 전문 용어의 정비라는 작업의 이러한 특성들이 다음에서 살펴볼 실제 정비 과정에서 충실히 반영되어 작업이 진행되었는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인식과 평가가 필요하다.

  3. 전문 용어의 정비

   3.1 전문 용어 관련 문헌

  2005년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용어 관련 문헌이 출판되었다. 원고를 작성하면서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2005년 한 해 동안 출판된 전문 용어 관련 서적을 ‘용어’와 ‘사전’이라는 검색어를 통해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분야는 교보문고의 분류임)
분 야 편 저 자 도 서 명
1   [사회/정치/법]   편집부 지음   영문법령표준용어집
  (법제정보센터 편)
2   [사회/정치/법]   신인섭 지음   광고매체 용어집
3   [사회/정치/법]   편집부 지음   한 일 법령용어비교해설집 
  (전2권 세트)
4   [건강/의학]   박희진 외 지음   구조구급용어사전
5   [자연과학/공학]   권오석 지음   토목시공기술사 용어 설명
6   [인문]   한국과학교육학회 지음   과학교육학 용어 해설
7   [경영/경제]   윤정문 지음    금융용어사전(한영.영한)
8   [사회/정치/법]   전호성 지음   한 일 사회복지관련용어사전
9   [자연과학/공학]   JOHN DAINTITH 지음   화학용어사전(최신)
10   [여행/취미]   양동환 지음   바둑용어사전
11   [외국어]   문미진 지음    중국어 관용어의 용례와 용법
12   [인문]   한국일본어학회 지음   일본어학 중요 용어 743
13   [자연과학/공학]   한국해양학회 지음   해양과학용어사전
14   [자연과학/공학]   정희석 지음   목재용어사전
15   [자연과학/공학]   조윤승 지음   환경용어사전
16   [경영/경제]   박용석 지음   부동산 경매 필수 서식 & 용어 해설(성공 투자를 위한)
17   [경영/경제]   지은실 지음   인적자원관리용어사전(신)
18   [인문]   편집부 지음   교육공학 용어사전
19   [종교]   이종근 지음   신학용어사전(신학분야별)
20   [인문]   SILVIA PAVEL 지음, 
  최기선 옮김
  전문용어학 입문(KORTERM 시리즈 11)
21   [건강/의학]   MARJORIE CANFIELD 
  WILLIS 지음
  의학용어(실무중심의) (개정2판)(CD 1장 포함)
22   [사회/정치/법]   편집부 지음   부동산등기법의 법령용어 및 문장의 정비와 순화방안  에 관한 연구
23   [자연과학/공학]   김소미 외 지음   조리전문용어(최신)
24   [자연과학/공학]   한국생물과학협회 편   생물학용어집(제2판)
25   [건강/의학]   장정임 지음   흉부 단순촬영 진단용어 도감
26   [경영/경제]   미래와경영연구소 엮음 
  지음
  부동산용어
27   [건강/의학]   이명숙 외 지음   핵심 간호 용어(CD-ROM포함)
28   [자연과학/공학]   김도환 지음   최신건축용어종합대사전 (증보판)
29   [컴퓨터/인터넷]   최기선 외 지음   전문용어연구 5
30   [외국어]   존 험블리 외 지음   번역 용어집 (한국어판)
31   [자연과학/공학]   이춘석 편 지음   토질 및 기초기술사 용어해설
32   [자연과학/공학]   현대건축관련용어
  편찬위원회 지음
  건축용어사전 (AR+)
33   [자연과학/공학]   토목관련용어편찬위원회 
  지음
  토목용어사전
34   [컴퓨터/인터넷]   전산용어사전편찬위원회 
  지음
  컴퓨터 인터넷 IT용어 대사전
35   [예술/대중문화]   손선숙 지음   궁중정재 용어사전
36   [가족/생활/요리]   이유주 지음   푸드코디네이트 용어사전
37   [사회/정치/법]   장명봉 지음   조선법전 법률용어풀이(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법전)(대중용)
38   [예술/대중문화]   민창홍 지음   실내디자인 용어(그림으로 이해하는)
39   [건강/의학]   대한치의학회 지음   영한 한영 치의학용어집
40   [자연과학/공학]   장동규 외 지음   PCB SMT PACKAGE 
  DIGITAL 용어 해설집
41   [사회/정치/법]   김순현 지음   군사용어한영사전(최신)
42   [자연과학/공학]   GB기획센터 편 지음   건설기계 중장비 용어사전
43   [자연과학/공학]   김회률 외 지음   건축기계설비 공조냉동기계 
  기술사 용어해설
44   [경영/경제]   주상철 지음   주식용어사전 (주식의 첫걸음)
45   [사전]   강석주 지음   국어 핵심 용어사전 
  (해외유학생용)
46   [사전]   김동균 지음   중국어 IT 컴퓨터 용어사전
47   [자연과학/공학]   한국세라믹학회 지음   세라믹 용어사전
48   [건강/의학]   DAVI ELLEN CHABNER 
  지음
  새 의학용어 (7판) 
  (CD 1장 포함)
49   [자연과학/공학]   한국자동차공학회 지음   자동차용어대사전 (KSAE)
50   [건강/의학]   대한해부학회 지음   해부학용어 (제5판)
51   [경영/경제]   이경섭 편 지음   정부예산 회계용어집
52   [건강/의학]   BARBARA A GYLYS 
  지음
  MEDICAL TERMINOLOGY
  (알기쉬운 의학용어)(2005)
53   [건강/의학]   이재신 외 지음   의학용어
54   [자연과학/공학]   양재면 편 지음   전기용어해설
55   [사전]   철도일본사 편 지음   자동차 용어 대사전(현대)
56   [자연과학/공학]   금속용어사전편찬위원회 
  편 지음 
  금속용어사전
57   [자연과학/공학]   오재건 지음   신기술용어해설 (자동차)
58   [사전]   김동희 외 지음   전기용어사전
59   [사전]   한국물리학회/대한의사협회/대한화학회/최기선/서상규/강현화/배선미 편   영한 기초과학표준용어집
60   [인문]  김광수 지음   남북한 전문용어 비교연구

  위의 서적들에는 개인이나 출판사에 의해 발간된 서적들로서 새로이 발간된 경우도 있지만 이전에 발간된 문헌을 개정한 경우가 상당수 있는데, 이러한 문헌들이 많이 발간되고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 용어의 정비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특기할 만한 사항 중의 하나는, [광고매체용어집], [바둑용어사전], [조리전문용어], [주식용어사전], [건설기계 중장비 용어사전] 등과 같이 학술 전문 용어가 아니라 일반 전문 용어에 대한 서적들이 다수 발간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문 용어의 정비가 전문적인 학문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일상 생활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전문 용어의 정비 대상도 일반 전문 용어로 확장되어야 함을 뜻한다고 하겠다. 흔히, 전문 용어의 정비 대상으로 학술 용어들을 떠올리기 쉬우나, 현대 사회의 다양화와 세분화로 인해 일상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데에 필요한 전문 용어들이 적지 않다.
  다음으로, 특정 전문 분야의 용어들이 정비된 결과물이 문헌으로 발간된 것으로 파악되는 경우들이 눈에 띄는데 아래와 같다. 

한국과학교육학회 지음 [과학교육학 용어 해설]
한국일본어학회 지음 [일본어학 중요 용어 743]
한국해양학회 지음 [해양과학용어사전]
한국생물과학협회 편 [생물학용어집(제2판)]
대한치의학회 지음 [영한 한영 치의학용어집]
한국세라믹학회 지음 [세라믹 용어사전]
한국자동차공학회 지음 [자동차용어대사전 (KSAE)]
대한해부학회 지음 [해부학용어 (제5판)]
한국물리학회/대한의사협회/대한화학회/최기선/서상규/강현화/배선미 편 [영한 기초과학표준용어집]

  2004년에 4종이 발간된 것에 비하면 그 수가 대폭 증가되었는데, 특히, ‘한국생물과학협회’와 ‘한국자동차공학회’의 업적은, 아래에서 기술하는, 학술단체연합회의 ‘학술 전문용어 정비 및 표준화 사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바가 있다. 그런데, 이들 결과물이 ‘표준화’ 용어로서의 지위까지 획득한 것으로, 즉 전문 용어의 정비가 일단락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데, [국어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 ‘국어심의위원회’에서 위의 용어들을 심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3.2 전문 용어 정비 활동

  전문 용어의 정비 활동은 크게 세 방향에서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는 개별 전문 분야의 학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업이고, 마지막으로 교육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한국학술단체연합회(최근에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로 이름이 바뀜) 주관하에 여러 학회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이 그것이다. 개별 학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문 용어의 정비 활동은 구체적으로 모두 파악되지는 못했는데, 각기 정부 중앙부처나 유관기관의 지원으로 전문 용어의 정비 사업이 진행되는 방식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사전 편찬 지원 사업’으로 지원되는 사업이 포함된다.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2004년 사전 편찬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과제들은 2005년도에 전문 용어 관련 작업을 활발히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래와 같다.

한국인사관리학회, 인사·조직·전략 분야 학술용어 사전 편찬 
한국국제상학회, 전자무역실무용어사전(무역실무용어를 포함하여) 
대한교육법학회, 교육법학 사전 편찬 연구 
손태우, 국제거래법 용어통일 대사전 
한국천문학회, 천문학 용어사전 
한국세라믹학회, 하이테크 세라믹스 용어사전 
한국버섯학회, 버섯 학술 용어 대사전 발간 
한국실험심리학회, 웹 기반 실험심리학 용어사전 편찬 
박연선, 색채용어사전

  2005에도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사전 편찬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었다. 

최기호, 21세기 대중문화콘텐츠용어 사전
정창화, 독일어 사회과학 학술용어사전
임병하, 전자물류(e-Logistics)용어해설사전
이강언, 군사용어사전 편찬(사전편찬 지원)
윤권상, 균류학분야 용어제정 편찬
한국지구과학회, 지구과학사전
한국윤활학회, 설비.윤활 학술용어집
한국풍공학회, 風工學 용어사전 편찬
서상욱, 건설관리 용어사전
금경수, 한영한의학사전 The Korean-English Dictionary of Korean Medicine
공길영, 선박ㆍ항해 용어사전(Dictionary of Ship Navigation Terms)
한국복식학회, 한국복식사전
박상규, 스포츠과학 전문학술용어 정리 및 표준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사전 편찬 지원 사업’은 “사전 및 용어집의 편찬은 국어연구원, 국어학회 등 국어학 관련 기관의 감수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라고 의무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국어 전문가의 감수를 받도록 한 점은 바람직한 조치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불확실 점은 국어학 관련 기관에서 용어를 감수한다는 것이 갖는 의미인데, 수집된 용어 자료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절차로서 감수가 이루어지는 것인지, 단순히 국어 문법, 특히 맞춤법 관련 사항들만을 감수를 받는 과정인지가 불확실하다. 
  앞에서 전문 용어 정비와 관련된 사항들을 굳이 길게 살펴본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인데, 국어학 관련 기관의 감수는 이미 정리 혹은 완결된 용어들의 목록을 맞춤법 차원에서 오류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용어학적 지식과 국어학적 지식이 총동원되어 해당 전문 용어가 과연 그 개념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 앞에서 언급한 기준들과 함께 공동 작업으로서 수행되는 작업이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용어집의 목록만을 검토하는 것으로서는, 그 용어가 국어로서 자생력을 갖고 표준의 지위를 획득하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 
  이전에 일부 주요 학회들이 자체적으로 정비한 전문 용어들이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던 데에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연구자마다 서로 다른 용어를 만들어 사용해 왔던 데에는, 단순히 어문 규범의 차원에서 감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보다는,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용어학적 지식, 국어학적 지식이 총동원되어 분석되고 심의되어 결정되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21세기 세종계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문용어의 정비’ 사업은 시기별로 4단계로 나누어 시행하도록 계획된 사업인데, 사업 첫 해부터 전문용어언어공학연구센터(KORTERM)에서 맡고 있으며 연세대 언어정보개발연구원이 국어학적 검토를 위해 협력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1단계부터 제3단계는 전문용어 연구를 전개하기 위한 기초 연구 수행 단계이고 제4단계는 최종 목표 마무리 단계인데, 현재 제3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 단계의 연구계획과 DB 구축 현황과 표준화 현황을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3.2.1. 연구계획

구 분 연구목표

연 구 내 용

3단계
(2004~ 2007)
전문용어 개발 관리의 자동화 기반 조성   - 전문용어 집성(기술공학 분야)
  - 과학기술용어 확장 및 관리
  -과학기술분야 전문용어 대규모 통합 정보베이스 완성 
  - 전문용어 교육 체계화 완성
  - 전문용어 개발 관리에 필요한 응용 제품 개발
 

    3.2.2. 전문용어 정리 현황

구분 연구목표 연구내용 및 연구범위

제3단계

2004년 생략 생략
2005년 전문용어 DB 구축
(기술공학)
  -기계공학 용어 한-영 대응 목록 (1만 건: 누적 1만 5천 건)
  - 산업공학 용어 한-영 대응 목록 (5천 건)
  - 화학공학 용어 한-영 대응 목록 (1만 건)
  - 재료공학 용어 한-영 대응 목록 (5천 건)
  - 환경공학 용어 한-영 대응 목록 (5천 건)
  - 건축공학 용어 한-영 대응 목록 (5천 건)
  - 토목공학 용어 한-영 대응 목록 (5천 건)
전문용어 표준화
(전산학, 전자전기공학)
  -전산학 및 전자전기공학 전문용어 한-영-일 3개국 대역어 목록의 한국어 표제어에 대한 국어학적 분석 (3만5천 건)
  -전산학 및 전자전기공학 전문용어 정보의 국제표준형식 DB (3만5천 건)

  2005년도의 활동보다도, 이 사업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은, 1단계와 2단계에서 전문 용어 말뭉치(코퍼스)를 구축했으며, 해당 용어를 국어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는 점인데, 경제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의학, 수학 분야 총 550만 어절 규모의 전문 말뭉치가 구축되었다. 그런데 이 사업에서도 말뭉치의 구축이 전문 용어를 추출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즉 전문 용어의 목록과 해당 용어의 가(중)치를 파악하기 위한 말뭉치 구축이었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작업의 목록은 앞에서 살펴본 전문 용어 정비와 관련된 사항들인데, 각각의 작업이 서로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2005년도에는 전문 용어의 정비가 이루어지기보다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자료 구축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마지막으로 살펴 볼 사업은 한국학술단체연합회(이하 학단연)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술 전문 용어 정비 및 표준화 사업’인데, 2003년 12월부터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각 학회별로 용어를 정비하고 심의를 거치며 학단연 원리위원회가 심의를 거친 용어를 다시금 검토하여 용어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또한 원리위원회 내부에서 전문용어에 적절한 맞춤법 및 용어 조어의 원칙을 연구하고 이를 교육 및 배포하고자 한다. 2005년도에는 전문 용어의 정비 사업이 1차 사업의 18개 분야가 11월로 일단락되었고, 2차로 11개 분야가 새로 선정되어 작업이 착수되었다. 1차로 정비가 완료된 분야는 다음과 같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 언어, 문학, 철학, 역사, 심리 (5 분야)
물성과학 분야 : 수학, 물리, 화학, 금속재료, 전기, 전자, 자동차, 가정학 (8 분야)
생명과학 분야 : 생물, 수의학, 간호학, 한의학 (4 분야)
예체능 분야 : 미술 (1 분야)

2차 용어 사업은 다음과 같은 분야가 참여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 기호학, 서양사학 (2 분야)
물성과학 분야 : 기계공학, 산업공학, 콘크리트학 (3 분야)
생명과학 분야 : 약학, 치의학, 조경학 (3 분야)
예체능 분야 : 체육학, 음악학, 만화애니메이션학 (3 분야)

  학단연에서 추진하는 사업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여러 분야가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인데, 분야별로 용어 정비를 추진하면서 다른 분야와 함께 사용하는 공통 용어들을 대상으로 각 분야의 책임자들이 모여서 용어를 통일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모든 분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추출하여 이를 통일하지는 못했지만, 생명과학 분야와 물성과학 분야로 나누어 두 대분야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대상으로 이를 조정하고 표준화 후보를 마련하는 것으로 1차로 18개 분야에 대한 사업을 완료했다. 
  필자가 이 공통 용어 조정 작업에 참여하면서 갖게 된 관점은, 전문 용어 정비를 하기 위해서는 2장에서 살펴본 사항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전문 용어는 전문적 개념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명칭과 개념 사이의 항상성과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문 규범을 준수하면서 전문 용어의 정비가 해당 전문 분야의 개념 체계(관계망)를 일관되게 반영하도록 하여야 한다. 곧 전문 용어의 정비는 전문 말뭉치를 구축하여 후보 용어들을 추출하고, 기타 2차 자료에서 그 목록을 보완한 후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과 용어학적 지식, 국어학적 지식이 총동원되어 용어 자료를 분석하고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전문 용어의 (한영 대조) 목록만으로는 한국어 용어가 해당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나타내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우며, 그와 관련된 다른 용어-개념들과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해당 용어가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 용어를 정비하는 것은, 용어에 따라서는, 하나의 용어를 대상으로 수 시간에 걸친 난상토론으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4. 맺음말

  전문 용어의 정비는 미흡하나마 법률적 뒷받침이 마련되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적인 뒷받침이다. 앞에서 계속 강조했듯이, 그리고 이미 전문 용어의 정비와 관련된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전문 용어의 정비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만으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리고 단기간 안에 성과를 내기에도 어려운 사업이다. 전문 용어의 정비를 용어집 한 권 발간하는 정도의 사업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언어가 인간의 지식(개념)을 반영하는 도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관점에서만 보아도, 전문 용어의 정비는 전문 분야의 지식(개념)에 대한 정비를 뜻한다. 전문 용어의 표준화와 체계화는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의 표준화와 체계화일 수밖에 없다.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충실하면 된다. 부처별로 (가짜가 아니라) 진짜 ‘국어책임관’을 두고, 전문용어표준화협의회를 가동하면 된다. 그러면, 전문 용어의 정비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고, 용어학 전문가가 왜 필요한지, 왜 처음부터 서로 협력해서 작업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지식정보화는 단순히 지식을 컴퓨터에 밀어넣는 것이 아니다. 표준화되고 체계화된 전문 용어-지식이 유통될 때,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교육이 이루어지며 국가 지식이 활성화될 것이다. 2005년에 이루어진 전문 용어의 정비는 우리 사회가 지식정보화 사회의 어느 단계에 있으며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해 주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