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국어학의 주요 일지
국어 정책 연구 동향 논저 목록
국어 교육  연구 동향 논저 목록
한국어 교육 연구 동향 논저 목록
음성학·음운론 연구 동향 논저 목록
형태론 연구 동향 논저 목록
통사론 연구 동향 논저 목록
어휘론·의미론·사전 편찬학
연구 동향 논저 목록
국어사·국어학사 연구 동향 논저 목록
문자·표기 연구 동향 논저 목록
방언·사회언어학 연구 동향 논저 목록
정기 간행물 목록 논저 목록
국어 단체 활동
국립국어원 동향
여론과 쟁점
국가기관의 한국어 국외 보급 실태
한국어 교육 실시 현황
번역활동의 성과
국어능력 시험의 실시 현황과 결과 분석
어 순화
전문 용어의 정비
특수 언어와 소수자의 문제
남북 언어 교류
  Ⅱ. 국어 분야별 동향
  문자·표기
김 주 필   / 국민대

  1. 머리말

  본고에서는 2005년에 이루어진 국어학 관련 연구 성과 중 문자와표기 관련 연구 업적들을 개관하여 이 분야 연구의 특성과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을 문자화하여 표기하는 일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 연구 성과물을 개관하여 문자와 표기에 관련된 2005년 연구의 동향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 성과에 대한 개관은 ‘차자 표기’, ‘훈민정음과 국어사 문헌에 나타난 한글의 표기법’, ‘현대의 한글 표기법(외래어표기법과 로마자표기법 포함)’에 대한 연구의 순서로 살펴보기로 한다. 

  2. 차자 표기

  1973년에 <<구역인왕경>>(원명: 仁王護國般若波羅密經)이 발견되고 2000년에 각필 점토 구결(부호 구결) 자료가 발견된 이후 학계의 많은 관심을 끌어 온 차자표기에 대한 연구는 그 관심만큼이나 활발한 연구 성과를 축적해 오고 있다. 이러한 학계의 분위기 속에서 2005년에도 차자 표기에 대한 연구는 국제학술회, 전국 단위의 학술회의, 학위 논문, 학술지, 단행본 등을 통하여 적지 않은 논문이 발표되어 그 동안에 활성화된 연구의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의 구결 연구자들과 일본의 훈점 연구자들에 의해 2003년에 시작된 국제학술회의가 2005년에는 중국 학자들도 참가함으로써 명실 공히 국제학술회의로 자리를 잡아감을 보여주었다. 9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漢文讀法과 아시아의 文字”라는 대주제 하에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개최된 제3회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 일본, 중국의 한자 사용과 관련된 논문이 총 24편이 발표되었는데 그 가운데 우리말의 차자 표기를 대상으로 한 논문은 9편이 발표되었다. 한자·한문이 한국화하여 한국어의 표기체계로 발전해 가는 양상을 금석문 중심으로 살펴본 “古代韓國의 漢字·漢文의 受容과 借字表記法의 發達”(남풍현), 고려시대 구결 자료의 해독에 현대국어 방언을 끌어와 이용하는 문제를 다룬 "Connecting Dialects and kwukyel"(Ross King), 일본 경도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舊譯 <<華嚴經>> 卷第十七의 서지사항과 여기에 백점(白點)으로 기입된 훈점(訓點)을 소개한 “京都博物館臧 <<華嚴經>> 卷第十七의 訓點”(이승재), 중국 원대(元代) 구어체의 문장어로 생겨난 행정문서와 한반도의 이문 사이의 영향 관계를 다룬 “吏文과 漢吏文”(정광), 19세기 문헌으로 보이는 <<孟子>>에 기입된 각필구결에 대하여 고찰한 “韓國角筆文獻 <<孟子>>에 보이는 閣筆의 返讀法”(柚木靖史), 인도의 각필 문화가 한반도에 유입된 과정에 대하여 추정한 “角筆의 起源에 對하여”(김영욱), 고려 중엽의 자료인 성암고서박물관 소장된 진본 <<화엄경>> 권제20(<<晉本 華嚴經>> 卷第二十)에 기입된 點吐를 해독한 “晉本 華嚴經 卷第二十의 點吐 解讀”(박진호), <<유가사지론>> 계통과 <<화엄경>> 계통으로 나뉘는 고려시대 점토구결 자료의 현토구결에 나타나는 점토의 체계를 검토한 “點吐의 體系가 符號의 使用에 미치는 影響: <<유가사지론 系統의 點吐口訣을 中心으로”(장경준), 자토석독구결 자료와 점토석독구결자료를 대상으로 고전 중국어의 피동문 형식인 ‘爲A所B'가 고려시대의 석독구결 자료에 나타나는 양상과 특징을 검토한 “釋讀口訣의 被動 表現”(김성주), 학계에 소개되지 않은 여말선초의 구결 자료인 <<육조대사법보단경>>의 이본들을 소개하고 이들 이본에 나타나는 문자체계와 형태서지 및 구결의 특징을 고찰하고자 한 “高麗本 <<六祖大師法寶壇經>> 口訣 硏究”(남경란), <<일본서기>>의 한 이본에 나타난 한국계 고유명사 자료의 성점(聲點)을 고찰한 “岩崎本 <<日本書紀>>의 聲點에 대한 一考察: 韓國系 固有名詞 資料를 中心으로”(권인한) 등은 우리의 차자표기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잘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2005년에는 점토석독구결 자료인 <<유가사지론>> 권5와 권8을 대상으로 한 박사학위논문이 “<<유가사지론>> 점토석독구결의 해독 방법 연구(장경준)”과 “<<유가사지론>> 권5·8의 점토구결 연구”(서민욱) 등 두 편이 발표되었다. <<유가사지론>> 해독 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유가사지론>> 점토석독구결의 해독 방법 연구”에서는 <<유가사지론>>의 구결점 가운데 형태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ㆍ’ 모양의 단점이 서로 구분되는 위치와, 각각의 단점이 나타내는 언어학적인 정보를 검토하여 그 동안의 연구에서 제기된 가설들을 검증하고 그 내용을 수정·보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그 동안에 연구된 점토구결의 현토원칙과 구결점의 체계를 살펴보고, <<유가사지론>>권20에 현토된 개별 구결자들의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 책의 권5, 권8에 현토된 단점을 사용 환경에 따라 분석하여 기존의 연구 결과와 대비하였다. 그 결과,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제안된 해독 방안이 대체적으로 옳았음을 확인하고 해독의 기준으로 삼았던 단점의 해독 모형을 제시하였다. 
  “<<유가사지론>> 권5·8의 점토구결 연구”(서민욱)에서는 <<유가사지론>> 권5와 권8에 나타나는 점토의 종류와 횟수를 조사하여 총 200종(권5에 105종, 권8에 95종), 7115개(권5에 3277개, 권8에 3838개)의 점토구결자가 나타남을 밝히고, 점토 구결이 사용된 특성을 점토의 종류에 따라 단점, 선, 쌍점, 눈썹 등의 순서로 검토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특히 선과 점(쌍점)을 해독하는 원칙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하였는데, 선이나 쌍점에 대응하는 구결토는 해당 선이나 쌍점이 현토된 위치의 선이나 단점이 표상하는 구결자를 마지막 글자로 하는 구결토에 대응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유가사지론>> 권5·8에 나타나는 점토의 현토 양상이 <<유가사지론>> 권20에 나타나는 자토의 현토 양상과 비슷하고, <<(합부)금광명경>> 권3, <<구역인왕경>> 권상에 나타나는 자토의 현토 양상과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자료를 11세기의 것으로 간주해 온 기존의 추정에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고, 이들의 유사성은 이 자료가 <<화엄경>> 계통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유가사지론>> 권5·8에 기입된 점토의 연대를 ‘미상’으로 처리하였다. 
  이 외에도 석독구결 자료에 대한 연구가 몇 편 발표되었으나 이전의 연구 성과에 비하면 양적으로는 그리 많지 않았다. “고려시대 석독구결의 ‘爲’字에 현토된 난해 구결”(김성주)에서는 고려시대 구결자료인 자토석독구결과 점토석독구결 자료에서 행한 ‘爲’字에 현토된 구결을 해석한 종래의 논의 중에서 잘못 해석한 것으로 간주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하였다. <<화엄경>> 권제14의 ‘爲ꑓ’은 오기로 보고 ‘爲ꑓ’로 바로잡고, <<유가사지론>>의 ‘-ꑓ{爲}-’의 ‘爲’는 ‘여기다’가 아니라 ‘삼다’로 보아야 하며, ‘-爲’는 고전 중국어의 피동문을 현토하는 데에 전용된 현토 방식이 아니라 ‘-ꑛ{爲}ꑞ-’와 마찬가지로 피동문과 함께 일반 동사 ‘되다’의 현토에 쓰인 것으로 보았다. 또한 <<유가사지론>>의 ‘爲’은 ‘爲三’과 연관지어 해석할 수 없으며, <<구역인왕경>>에 보이는 ‘衆生 爲그’는 ‘衆生을 위하고자 하다’로, <<유가사지론>>의 ‘{爲}ꑞꑯ’의 ‘爲’는 ‘위하다’가 아닌 ‘하다’로 해석해야 하며, 같은 책의 ‘爲ꑞ’는 해석을 유보하였다. “한일 한문독법에 나타나는 ‘乃至’에 대해서(윤행순)에서는 한국 구결자료의 ‘내지(乃至)’의 독법을 일본 자료의 경우와 대비하면서 통시적인 변화의 과정을 검토하였다. 동일 자료에서도 석독과 음독이 함께 나타나는 일본 자료와 달리 한국의 자료에서는 각필점토 구결 자료와 묵서자토 석독구결 자료에서 ‘내지’의 독법은 모두 석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이러한 석독은 ‘즉…에 이르기까지’의 의미를 나타내는 ‘乃…至…’와 ‘乃ꑞ…至’ 같은 분리형과, 각필점토 석독구결에 나타나는 ‘乃至’와 묵서자토 석독구결에 나타나는 ‘乃ꑞ’와 ‘乃…至’와 같은 통합형의 두 종류로 나뉘지만, 후세의 석독구결에 있어서 ‘乃至’는 음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의 구결 자료에서 ‘乃至’의 독법은 분리형의 석독에서 통합형의 석독을 거쳐 ‘乃至’의 음독으로 정착한 것으로 설명하였다. 
  2005년에는 석독구결에 대한 이러한 연구 못지 않게 음독구결에 대한 연구도 적지 않게 이루어졌다. 먼저 <<麗末鮮初 音讀 입겿(口訣)의 綜合的 考察>>(남경란)은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릉엄경>>의 음독 입겿 연구”를 수정하고 그 대상 자료를 확대하여 간행해 낸 단행본이다. 이 책에서는 고려 말엽에서 조선 초기의 자료로 추정되는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의 이본 11종에 <<梵網經菩薩戒>>, <<佛說四十二章經>>, <<法華經>> 등의 몇몇 이본을 추가로 검토하여 여말선초 불경 자료에 나타난 구결의 문자 체계를 검토하고, 그 결합형의 목록을 제시하였다. 네 종류의 구결 문헌에서 나타난 구결자 가운데 ‘汝, , , , , 曳, , , 快 他, 太 등 새롭게 밝혀진 12자에 대해서는 용례를 제시한 다음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 기존에 논의된 구결이라 할지라도 기존의 주장과 다르다고 판단한 ’, ‘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기존에 논의된 자형’인 ‘佳, , , 戒, , , , , , ꑓ’ 등 97자에 대해서는 대상 자료에 사용된 용례들의 기원과 특징들을 덧붙여 설명하였다. 근래 고려 시대의 석독 구결에 학계의 관심이 쏠려 있는 가운데 여말 선초의 음독 구결 자료에서 구결자의 목록을 정리하여 음독 구결의 문자 체계와 그 통시적 변화에 대하여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이 방면의 구결 연구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音讀 입겿(口訣) 字形과 機能의 통시적 연구-‘’, ‘’를 대상으로”(남경란)과 “音讀 입겿(口訣) 字形과 機能의 통시적 연구-‘’, ‘佳’, ‘’, ‘’를 대상으로”(남경란)는 이미 발표한 학위논문과 단행본의 내용에 용례나 설명을 추가하여 학술지에 발표한 것이다.
  “<<몽산 화상 육도 보설>> 이본의 입겿 비교 연구”(정은영)는 1497년부터 1539년 사이에 간행된 <<몽산 화상 육도 보설>>의 이본 7종(규장각 소장의 이본 3종, 경북대 소장본, 영남대 소장본, 계명대 소장본 등)을 대상으로 구결의 정체와 약체의 사용 양상을 살펴보고, 구결자의 결합형을 조사류, 어미류, 생략 표기 등에 나타나는 이본들 간의 차이를 검토한 논문이다. “<<近思錄>>의 구결 연구”(고정의)는 17세기 말 내지 18세기의 유가 구결을 보여주는 <<근사록>>의 이본 5종에 나타난 문자 체계와 구결의 표기 양상을 살피고 구결의 목록을 정리한 논문이다. <<근사록>>에 나타난 문자체계와 구결 표기 양상은 조선 중기의 양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각 이본에 사용된 구결자 57종 80자 가운데 ‘’과 ‘ϒ’이 독특한 양상을 보이며, 기입된 구결토는 이본별로 200여개로 모두 995개에 이르나 중복형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447개 정도로서, 조사류와 어미류에 따라 이본별로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고대 한국어 차자 표기 ‘尸’ 음가의 고찰”(한경완)은 차자 표기 ‘尸’가 담당하는 ‘ㄹ’음의 기원을 천착한 논문으로서, 기존의 학설 가운데 ‘尸’의 성모에서 원인을 찾는 ‘상고 중국어 기원설’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상고 중국어 시대 尸의 음가가 반영된 해성(諧聲) 현상과 중국어 역사음운론의 논의 결과를 참고하여 ‘尸’의 상고 중국어 성모인 ‘*hl-’을 재구하였다. 그리하여 고대 한국의 차자표기 ‘尸’가 거의 일관되게 음절말의 ‘*-ㅀ’에 대응된다는 사실을 고대 중국어 ‘尸’에 대하여 재구한 ‘*hl-'과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설명하였다. 
  이 밖에 차자 표기가 있는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거나 차자표기의 성격을 밝히고자 한 논문도 발표되었다. “<고려대장경>의 각성인의 표기 유형과 연구 방법”(최중호)는 13세기에 조성된 <고려대장경>에 새겨진 각성인(각성 사업에 참여한 사람)의 인명 표기를 검토하여 각성인 인명에 사용된 한자음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논의하였다. “한이문(韓吏文)에 대하여”(정광)는 제3회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조선 이문의 기원에 대하여”를 정리하여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다. 한반도에서는 원래 한문의 고문, 또는 후대의 변문을 학습하여 중국의 문헌을 독해하였으나, 원대에 새로 등장한 문장어인 한아, 즉 한아언어가 사법, 행정, 외교의 정문으로 발달하자 이를 학습하게 됨으로써 그 영향을 받아 한반도에 이문이 생겨나게 된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리고 명대에도 한이문이 공용의 문어로 사용됨에 따라 조선에서 이문을 행정문서의 공용문으로 행용하게 된 것으로서, 그동안 일본 학자들에 의하여 주장된 원대 몽문직역체 문장은 당시 북경 지역의 구어인 한아언어를 직사한 것이고 한문이문체는 이의 문장어로써 한이문을 말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3. ‘훈민정음’과 옛 문헌의 한글 표기법

  먼저 소개할 “우리나라 문자사의 흐름”(이기문)은 2004년 2월 10일에 개최된 구결학회주최의 전국학술대회에서 행한 특강의 내용을 정리한 발표 논문으로서, 차자표기에서부터 현대의 한글 표기에 이르는 국어 문자사의 흐름과 특징을 개략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문어성의 특징을 지닌 한자가 우리나라에 유입되자 이를 우리의 문어로 인식되어, 우리말은 구어로, 한문은 문어로 인식하는 이중 체제가 성립된 다음 구어와 문어의 간섭 현상이 일어나 한문이 구어에 영향을 미치고 구어가 한문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으로 보았다. 그 결과 고유명사의 표기에 한자의 새김이 활용하는 방법이 싹트고, 이러한 새김을 활용하는 방법이 일본의 문자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으로 파악하고, 우리 민족의 이러한 창의적인 문자 생활의 바탕 위에서 훈민정음이 창제된 것으로 간주하였다. 훈민정음은 음소문자이면서 음절단위로 묶어 쓰도록 한 것이 특징인 바, 이러한 특징은 한자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한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훈민정음의 창제 이후 우리의 문자 생활은 한자, 한자와 한글의 혼용, 순한글의 세 층으로 이루어져 오다가 개화기에 이르러 고도로 발달된 학문, 문화의 전 영역을 감당하기 위해 한자와 한글의 혼용체가 전면으로 부상하게 되었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한글 전용이 널리 시행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005년에는 신문자 훈민정음의 창제와 관련된 논문이 다른 해에 비해 많이 나왔다. “훈민정음 제자 원리의 기호론”(안명철), “중국 문자학과 훈민정음 문자이론”(김주필), “訓民正音의 象形而字倣古篆에 대하여”(홍윤표)” 등은 훈민정음의 초성과 중성의 제자 원리나 방법에 대하여 새로이 조명해 보고자 한 논문들로서, 훈민정음의 제자 방법과 원칙, 또는 그와 관련된 특징을 <<훈민정음>>(해례본), 이조실록, 최만리 반대상소문 등에 언급되어 있는 ‘象形’, ‘字倣古篆’ 등의 의미와 관련지어 이해하고 해석하고자 한 논문들이다. 
  먼저 “훈민정음 제자 원리의 기호론”에서는 훈민정음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제자 원리에 적용된 성리학적 원리의 추상성으로 인해 훈민정음에 대한 평가가 음운론적인 측면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상형의 근원에 대한 것을 포함한 훈민정음의 진면목을 밝히는 데에 어려움이 되어 왔다고 지적하고, 훈민정음 문자 자체의 도상성(圖象性)을 중심으로 접근하였다. 그리하여 훈민정음에서 말한 상형의 원리가 성리학적인 세계관의 상형, 즉 세계에 대한 인지 모형의 도상적 기호화에 있음을 밝히고 훈민정음이 소리의 영역만 충실하게 표시하는 문자가 아닌 의미 상징의 시각적 기호화라는 또 다른 근본적인 의의가 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중국 문자학과 훈민정음 문자이론”에서는 소리가 문자에 대응되는 표음문자는 의미가 문자에 대응되는 표의문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훈민정음은 중국 문자학의 제자 방법은 재조명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훈민정음의 문자이론을 논의하였다. 중국 문자학에서 독체자를 의미하는 ‘문(文)’의 개념은 훈민정음 28자 체계의 바탕이 되고, 합체자를 의미하는 ‘자(字)’의 개념은 병서, 연서, 합용, 음절 합자의 바탕이 되기는 하였으나, ‘문’과 ‘자’의 개념은 소리와 문자의 대응 관계를 중심으로 전환하여 사용하였으므로 중국문자학의 개념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었음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형’도 문자의 모양을 만드는 데에만 활용하여 상형의 원래 방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상형의 근거를 제시한 초성 ‘ㄱ, ㄴ, ㅁ, ㅅ, ㅇ’, 중성 ‘ㆍ, ㅡ, ㅣ’뿐만 아니라 초성의 가획자나 이체자, 중성의 초출자나 재출자도 중국문자학의 합체상형자(또는 합체지사자)의 개념을 표음문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적용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형이자방고전’의 ‘상형’은 의미나 소리와는 무관하게 28자의 도형(형태)를 만드는 방법으로만 활용된 것이고, ‘자방고전’은 초성 5자와 중성 3자에서 확장해 나가 음절을 형성하는 데에 활용한 전서(그 중에서도 소전)의 문자 운용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훈민정음의 상형이자방고전에 대하여”(홍윤표)에서도 중국문자학의 용어와 개념에 의거하여 훈민정음의 제자 방법을 이해하고자 하였으나 앞에서 소개한 “중국문자학과 훈민정음 문자이론”(김주필)과는 부분적으로 유사한 점이 있지만, 세부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는 논문이다. 훈민정음의 제자원리로 표방된 ‘상형이자방고전’(象形而字倣古篆)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의 기록을 바탕으로 기본 문자 초성, ‘ㄱ, ㄴ, ㅁ, ㅅ, ㅇ’과 중성 ‘ㆍ, ㅡ, ㅣ’는 상형의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들 기본자에서 문자를 확장해 나가는 방법은 ‘전서’의 문자 운용 방법을 끌어와 활용하였다는 것이다. 중국 송대의 ‘정초’가 쓴 ‘육서략(六書略)’(<<通志 卷34>>의 ‘인문성상도(因文成象圖)’에 제시된, 전서 구성의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가(加)’와 ‘미가감(微加減)’의 방식이 주로 자음 글자를 만드는 원칙에 도입되었고, ‘도(倒)’와 ‘반(反)’의 방법이 주로 모음 글자를 만드는 원칙에 적용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상형’이 기본 글자를 만드는 원리로 이용되었다면, ‘자방고전’은 기본 글자 이외의 글자를 만드는 원칙으로 이용된 것으로 보았다. 
  훈민정음의 제자 방법을 도상학적, 또는 문자론적 관점에서 당시 중국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결부지어 훈민정음 제자의 특징을 찾고자 한 이러한 접근과 달리 “전통적 말글 의식에 대한 연구-한글창제를 중심으로-”(김영환)은 훈민정음의 창제가 중국 문화에 대한 독자성을 중시하던 세종대왕에 의해 독창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기존의 일부 주장을 새로이 들고 나온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는 중국 문화가 보편적인 것으로 통용되던 시대에 중국과는 다른 새 문자를 창제한 세종은 겉으로는 내세운 사대주의와 달리, 실제로는 자주 정신을 가지고 있었으며, 중국 문화에 대한 태도가 주체적이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중국 철학에 기댄 기존의 한글의 기원설이 ‘확호한 근거’가 없으며 “한글의 진정한 밑뿌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는 최현배(1982)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페니키아와 그리이스 문자의 예를 통하여 낱소리 글자를 만드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우연적 요인으로 가득차 있으며, 처음부터 어떤 체계적인 원리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훈민정음>>에 보이는 여러 가지 설명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였다.
  한편 “15세기 국어의 자소체계 연구-<<훈민정음>>을 중심으로”(김상태)는 음성언어를 대역한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체계를 가진 언어 층위를 전제로 한, ‘자소론’적인 측면에서 15세기 국어의 자소체계를 [훈민정음]을 중심으로 살펴본 논문이다. 자소(grapheme)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의미를 분화시키는 변별적인 최소 단위”로 정의하고 자소의 종류를 철자자소, 공자소, 구두점자소, 운자소, 상징자소, 숫자자소로 나누고, 형태소 자소, 음절적 자소, 음소적 자소로 구성된 1차 자소와 구두점 자소, 운자소, 상징자소, 숫자자소로 구성된 부호자소와 공자소로 구성된 2차 자소로 나누었다. 이러한 분류체계를 바탕으로 훈민정음 창제 당시 15세기 국어에 사용된 자소체계는 1차자소로는 ‘음소적 자소 즉 자모자소’와 2차자소로는 성조를 표시하기 위한 ‘운자소’와 ‘권점(圈點)으로 표시된 ’구두점 자소‘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였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뒷면 글 내용과 그에 관련된 몇 문제”(김주원)에서는 지금까지 <<훈민정음>>해례본, 즉 원본 <<훈민정음>>에 대해서 밝혀져 있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먼저 해례본의 뒷면에 적힌 글의 내용은 17·8세기 연간의 경상도 방언이 반영된 <<십구사략언해>>이며, 영인본 사진을 통해서 볼 때 해례본의 장정은 오침안정법으로 되어 있었으며, 책의 크기도 지금 것보다 조금 더 컸던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해례본의 첫 두장이 떨어져 나간 시기는 18세기 이후의 일이며 연산군의 언문 금압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논의하고. <<훈민정음>> 해례본은 1940년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지기 전, 원소장자에 의해서 여성의 한글교육용 교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컴퓨터를 이용하여 해례본의 완전한 복원본을 제작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한편 “신숙주와 훈민정음 창제”(정광)는 신숙주의 생애와 학문에 대하여 살펴보고, 성삼문 등과 함께 공동으로 참여한 훈민정음의 해례, 동국정운, 홍무정운 역훈 등의 편찬 과정에 대하여 살펴본 논문이다. 
  “국어 표기법의 변화와 그 해석―15세기 한글문헌을 중심으로” (정우영)은 15세기 한글 문헌에 나타난 국어 표기법 변화의 특징과 원인을 밝히고, 국어 표기법의 성격을 밝히고자 한 논문이다. 정음 또는 훈민정음은 동일 언어공동체 안에서 지역성을 초월하여 교정적, 인위적, 이상적인 성격을 띤 한국어의 표준 발음 또는 그것을 적는 표기체계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ㅸ’은 정음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국어표기를 위해 고안한 글자를 고유어 표기에 전용한 글자로서, 당시 고유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적 음소로 추정하였다. 훈민정음의 표기는 ‘ㅸ’을 폐지하고 ‘오/우/ㅇ’형으로 교체한 1461년의 <<능엄경 언해>>에서 제1차 개정이, 고유어표기에서 ‘ㆆ’과 각자병서를 폐지한 1465년의 <<원각경언해>>에서 제2차 개정이, 그리고 동국정운 한자음으로 표기되던 한자음을 한국전통 한자음으로 교체한 1496년의 <<육조법보단경언해>> 등에 이르러 제3차 개정이 이루어져 점차 당시 국어의 음운체계를 반영하는 간략표기의 방향으로 개정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음절말 ‘ㅅ’과 ‘ㄷ’의 표기 변화에 대한 연구―16·17세기 국어를 중심으로”(신성철)에서는 16·7세기 국어의 문헌 자료를 중심으로, 음절말 ‘ㅅ’이 ‘ㄷ’으로 실현되는 중화 현상을 통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중화 현상과 표기의 대응 관계를 검토한 박사학위논문이다. 이를 위하여 이 논문에서는 먼저 음절말 위치에서 기저 음소 ‘ㅅ’이 ‘ㄷ’으로 표기되는 유형과 기저음소 ‘ㄷ’이 ‘ㅅ’으로 표기되는 유형으로 나누어 16·7세기 문헌에서의 출현 양상을 검토한 결과, 중화현상을 표기에 그대로 반영한 전자의 유형은 16세기부터 17세기 초기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 이르러 최대의 출현 빈도를 보인 후 급격한 하향세를 보이는 반면 후자의 유형은 전자의 유형이 나타날 때에 새로이 나타나 용례에 따라 갑작스런 증가를 보이는 경향을 보이다가 <<동국신속삼강행실도>> 이후에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17세기 중기부터 음절말 위치에서 ‘ㅅ’으로 단일화되는 것으로 확인하였다. 이어서 기저 음소 ‘ㄷ’과 ‘ㅅ’이 모음 사이에서 중철표기된 경우와 분철표기된 예들을 검토하고, ‘ㅊ, ㅌ’이 종성 위치에 ‘ㅅ’이나 ‘ㄷ’이 첨가된 이중표기를 살펴보고, 중화현상과 계기적으로 적용되는 ‘비음화 현상이나 경음화 현상과 관련된 표기 특성을 검토하여 음절말 위치에서 표기 ’ㅅ‘과 ’ㄷ‘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조선시대 여성의 문자생활 연구”(백두현)에서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한 언간과 고문서을 통하여 이조시대 여성들의 문자생활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순천김씨언간, 현풍곽씨언간, 송규렴가언간, 사대부가언간, 왕실언간’ 등을 분석하여 언간의 건수로 보아서는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낸 것이 가장 많으며, 수신자로 보아서는 아내, 어머니, 며느리 등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수수관계로 보아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보낸 언간이 그 반대의 방향보다 많아 언간이 여성을 위한 의사전달 수단이었음을 밝혔다. 왕실 언간의 경우에는 왕과 왕비가 발신자인 경우가 많았으며, 왕과 공주, 왕비와 공주 사이에 수수된 것이 가장 많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리고 <<언간독>>의 규식과 실재의 언간 규식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으며, 교육, 문안 인사, 건강과 별세, 가정의 대소사 등에 대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음도 밝혔다. 이어서 소지(所志)와 상언(上言), 명문(明文), 유언(遺言), 분재기(分財記), 의례류(儀禮類,), 수표(手標) 등)의 고문서를 대상으로 이조 시대 여성들의 문자생활의 양상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2005년에는 국어사 문헌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박사학위논문이 상당히 나왔는데, 그러한 논문에서들에서는 국어학적인 검토를 하는 기초 작업으로서 관심의 대상이 된 특정 유형의 표기 특성을 검토하거나 논의한 경우가 있었다. 
  “구급방류 언해서의 국어학적 연구”(김남경)는 <<구급방>>, <<구급간이방>>, <<언해구급방>>을 대상으로 국어학적인 특징을 검토하는 기초 작업으로서 이들 문헌에 사용된 문자 체계와 표기를 검토한 논문이다.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의 양상을 살피고, <<구급간이방>>에 각자병서 ‘ㅉ’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세 문헌에 나타난 합용병서의 종류별 사용 양상과 연철, 중철, 분철 표기의 출현 양상을 검토하여 빈도순으로 제시하였다. “17세기 왕실언간의 국어학적 연구”(이종덕)는 16세기말에 쓴 선조의 언간 4편을 포함하여 17세기 말 숙종 대까지의 왕실 언간 144편을 대상으로 표기, 음운, 문법, 어휘 현상을 검토한 박사학위논문으로서, 표기에 대해서는 초성, 중성, 종성, 연철과 분철 표기, 한자음 표기 등을 고찰한 논문이다. 그리고 “16세기 국문편지의 표기 연구”(김진규)는 16세기의 ‘순천김씨 묘 간찰’과 ‘송강 자당 안씨 언간 3편, 정철 언간 3쳔, 정철 부인 유씨 언간 2편 등에 나타난 연철, 분철, 중철 표기를 유형적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고찰한 논문이다. 한편 “18세기 고전 소설에 나타난 표기법 고찰”(이상빈)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쥬봉전, 열여춘향슈절가, 홍길동젼’에 나타난 표기의 특징과 근대국어의 특징적인 음운현상에 대하여 고찰한 논문이다. 그리고 “<<음식디미방(閨壼是議方)>>의 국어사적 고찰”(유현숙)은 <<음식디미방>>에 나타난 국어학적인 특징을 고찰하기 기초 작업으로서 표기상의 특징을 고찰한 논문이다. 검토한 표기 대상은 연철 표기, 중철 표기, 분철 표기와, 종성의 ‘ㄷ’과 ‘ㅅ’ 표기, ‘ㅅ’계와 ‘ㅂ’계 어두합용 병서와 각자병서, 유기음 표기, ‘ㄹㄹ’과 ‘ㄹㄴ’의 표기 등을 고찰하였다. 
  <<조선시대 언문의 제도적 사용 연구>>(김슬옹)에서는 조선 왕조실록에 나오는 언문(훈민정음)과 관련된 947건의 사건 기사 기록을 검토하여 조선시대의 문자 생활로서 언문의 사용 실상을 밝히고, 언문이 조선 왕조의 제도적 공식 문자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언문’과 ‘언문’ 관련 용어의 맥락적 쓰임새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차원에서의 문자 생활을 조명한 뒤, 조선 왕조의 시기별 언문 사용의 양상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검토 결과 조선시대는 ‘언문’ 창제 이후에는 다중 공용문자 사회로서, ‘언문’은 국가가 제정한 다중 공용문자 중의 하나였음을 논의하고, ‘언문’은 ‘한문’에 비해 공용문자로서의 비중은 낮았지만, 교화 정책과 실용 정책 측면에서는 한문과는 비교가 안 되는 비중을 지닌 공식문자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논지를 바탕으로 조선시대의 언문은 단지 한문의 보조적인 문자라기보다, 한문과는 역할이 다른 문자였다고 주장하였다.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에서 2005년 4월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주최한 “국어사 연구 어디까지 와 있는가”라는 ‘국어사 학술 발표대회’에서 국어사 관련 논문이 총 26편이 발표되었다. 그 가운데 문자나 표기와 관련된 논문은, 훈민정음의 문자체계와 15세기 중세국어의 음운체계를 비교한 “<<훈민정음>>과 중세국어 음운체계”(강신항), 국어 음운사 연구에 있어서 우리말을 ‘가나’로 표기한 자료의 문제를 다룬 “근대국어 음운사와 ‘가나’ 표기 자료”(송민), 훈민정음 이후의 표기사적 흐름에서 국어 표기법의 두 원리인 표음주의 원리와 표의주의 원리가 어떻게 움직여 왔는가를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현행 한글 맞춤법이 채택한 원리가 타당한 방향인가를 살펴본 “국어표기법의 두 원리”(이익섭), 국어 표기의 실상과 문제점, 그리고 그 변천 과정을 15세기 말까지 국한하여 개관하고 그것이 16세기 이후에 어떻게 변화해 변해 갔으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를 살피고자 한 “국어표기법의 전개와 변천”(지춘수) 등 네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4. 현대의 표기법

  현대의 표기법과 관련해서는 한글 맞춤법의 원칙, 한자어의 한글 표기,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 등 걸쳐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대의 표기법과 관련해서는 목표 언어의 표기 문제에서 불거지는 이론적인 측면의 연구와 함께 실제의 언어 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이나 실제 생활이나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다룬 연구도 적지 않게 이루어졌다. 먼저 한글 맞춤법과 관련되는 연구 업적을 살펴보기로 한다.
  “한글 맞춤법 원칙의 특성과 의미”(김주필)는, 실사와 허사가 결합된 어절을 단위로 하는 15세기 국어의 표기에서 다양한 형태음소적 교체가 일어나는 실사의 말음이 음운론적으로 조건지어진 자동적인 교체를 보이는 경우 기저 음소, 기저에서 표면음으로 도출되는 중간 단계의 음소, 표면 음소 등의 다양한 표기가 나타나는 15세기 국어 표기를 바탕으로 현대국어 맞춤법 원칙의 특성과 의미를 밝히고자 한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는 한글 맞춤법의 ‘소리대로 적는’ 원칙은 표면 음소를 표기하거나,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음운규칙을 통하여 표면음소를 도출할 수 있는 음소를 표기의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로, ‘어법에 맞도록 하는’ 원칙은 ‘소리대로 적는’ 원칙에 부합되는 조건에서 기저의 형태를 밝혀 적는다는 의미로 파악한 것이다. 그리하여 ‘어법에 맞도록 하는’ 원칙의 ‘어법’은 “실사의 말음이 음운론적으로 조건지어진 자동적인 교체를 보이면, 그 교체형들을 도출할 수 있는 음운 규칙”으로 파악하고, 그 기저음이 포함된 실사의 형태를 기본형을 정하여 적도록 하는 것이 ‘어법에 맞도록 하는’ 원칙의 의미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 비자동적인 교체나 형태론적인 교체를 보이는 경우에는 표면 음소를 표기하여 ‘소리대로 적는’ 원칙만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띄어쓰기의 실태와 문제점”(김문웅)은 현행 맞춤법의 띄어쓰기 규정이 실제 사용에 나타나는 양상을 살펴본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는 띄어쓰기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일일이 규정으로써 해결하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이론과 실제의 문제를 국어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국어사전과 국어 교과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어 교과서에 나타난 띄어쓰기의 실태를 고찰하여 국가 기관에서 발간한 국어 사전과 국어교과서 사이에 띄어쓰기가 적잖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러한 불일치가 극복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한자어의 표기나 한자와 관련된 논문도 몇 편 발표되었다. 먼저 “漢字語의 한글 표기에 대하여”(강창석)에서는 한글 맞춤법이 제정되면서 고유어의 표기 방식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지만, 한자어의 표기는 15세기의 개별 한자음 주음방식의 표기 관행에 따른다는 점을 주목하여 현대국어의 한자음 표기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한자에 대한 지식을 전제로 하는 주음 방식의 한자어 표기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 한글 전용과 한자 실력 저하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글 맞춤법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임을 지적하고 그런 조짐과 예들이 인터넷의 글에 이미 적잖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한국한자의 일고찰”(박성종)에서는 한국한자의 개념을 분명히 정립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훈과 석의 개념과 실제 사용 양상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한자의 유형을 설정하고 그 중 일부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논문에서는 한국한자에 대하여 국의자(國義字), 국조자(國造字), 국변자(國變字)의 세 유형으로 나누어 각 유형의 특징을 살펴보고 그 개념을 분명히 구분하고자 하였다. 국의자는 기존의 한자와 동일하되 뜻을 달리하여 사용하는 자로서, 한자 본래의 음대로 읽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 동음국의자와 이음국의자로 구분하였다. 국조자는 한자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나 한자와 전혀 다른 자로서, 석과 음 중의 어느 것을 표기하기 위한 것인가에 따라 표음국조자와 표의국조자로 구분하였다. 국변자는 한자의 형은 다소 다르나 상호 연관성을 가진 자, 즉 한국에서 만든 한자의 이자라 할 만한 것이었다. 국변자에는 생획자, 약자, 부호자, 이체자, 속자, 와자 등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았다. 
  한편 <<漢字敎育과 漢字政策에 대한 硏究>>는 2004년 9월 한국어문교육연구회에서 주최한 “漢字敎育과 漢字政策에 대한 國際學術會議”에서 발표한 13편의 논문을 수정·보완하여 책으로 간행해 낸 것이다. 이 책에는 “漢字와 한글”(이기문), “한글專用政策과 漢字語”(강신항), “國漢混用論의 歷史·文化的 背景”(심재기), “직관과 논리― 한글전용론과 국한혼용론의 허실”(남기심), “漢字의 독서능률”(이익섭), “우리나라 漢文敎育에 대하여”(안병희), “漢字와 國語語彙의 近代化”(송민) 등 학국 학자들의 한자 문제나 정책에 관련되는 논문이 7편이 실렸으며, 중국 학자들의 논문이 3편, 일본 학자들의 논문이 2편, 그리고 독일의 Werner Sasse 교수의 “韓國人 以外의 外國人에게 韓國語를 가르칠 때 가장 效果的인 漢字 및 漢字語 敎育”과 “<漢字敎育과 漢字政策에 대한 國際學術會議>의 解說‘(남풍현)이 함께 실렸다. 이 논문 모음집은 한자와 관련된 연구와 언어 정책 수립에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밖에 외래어 표기와 우리말의 로마자 표기에 대한 논문도 몇 편 발표되었다. “<<모던조선어외래어사전>>의 외래어 표기 연구”(김수현)는 외래어 표기의 문제점을 외래어 표기가 만들어진 초창기로 거술러 올라가 찾고자 한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는 최초의 외래어 사전인 <<모던조선어외래어사전>>의 외래어 표기 가운데 자음 [s]와 모음 [ə]가 어두, 어중, 어말의 각 위치에서 표기된 실태를 검토하여 당시의 외래어 표기 경향과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 결과 주로 평음에 대응되는 표기로 나타난 [s]의 경우에는 1930년대 당시의 실제 발음이 표기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하였고, 대체로 ‘ㅏ’와 ‘ㅓ’에 대응하여 표기된 [ə]의 경우에는 ‘ㅓ’에 대응된 표기는 자연스러운 당시의 발음이 표기에 반영되었으나 ‘ㅏ’에 대응된 표기는 철자식 발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이러한 철자식 표기와 함께 일본 외래어의 영향, 동일한 어휘에 대한 다양한 외래어 표기 등 현대의 외래어 표기에까지 이어지는 문제점을 논의하였다. 
  로마자 표기와 관련해서도 “미국 한인사회의 로마자 인명표기”(정경일), “인명로마자표기 실태 및 분석: 국가대표 선수를 중심으로”(양병선) 등 두어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국 한인사회의 로마자 인명표기”에서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들의 인명자료를 대상으로 표기 양상을 검토한 결과 한국 교포사회의 인명표기는 대부분 한국식이 아닌 미국식 표기 순서를 따르고 있으며, 표기하는 이름도 미국식과 한국식이 혼합된 상태로 나타남을 확인하여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 나타나는 인명표기 방식의 괴리가 시급한 언어정책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인명로마자표기 실태 및 분석: 국가대표 선수를 중심으로”에서는 2002년에서 2005년 사이에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 및 임원 2,122명의 로마자 표기 실태를 분석하여 검토한 결과,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맞추어 적은 것은 5.3%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로마자표기법의 정착을 위해서는 별도의 ‘인명로마자표기’를 제정할 것, ‘음절단위 영자표기’로 할 것, 여권의 인명 로마자 표기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제안하였다. 
  2005년에는 교육적·실용적 관점에서 현대의 표기법 규정의 사용 실태를 조사한 연구와 교육 방법을 모색한 연구가 많이 나왔다. “받아쓰기를 통한 한글 맞춤법 사용 실태 조사 및 지도 방안”(정세경), “사전을 활용한 띄어쓰기 지도 방안 연구”(신희진), “활용어미를 통한 국어 정서법 지도 방안 연구”(박정숙), “게임 활동을 통한 띄어쓰기 지도 방안 연구”(이주희), “초등학교의 로마자 표기 교육”(김혜숙), “외래어 표기의 실제와 그 대안에 대하여”(김홍석), “외래어 표기 실태 연구”(김문향), “사이시옷 연구”(송명숙), “제7차 국어과 교과서에 나타난 표준어 맞춤법 교육 연구”(임은경), “중학교 생활 국어 교과서 맞춤법 관련 단원의 지도 내용 연구”(이은희), “철자법 교육의 원리와 과정”(윤국한), “청주 지역 대학생들의 띄어쓰기 실태 연구”(박종호), “청해학습(聽解學習)에 영향을 미치는 현행 외래어 표기에 관한 연구”(김정민), “한국어 학습자의 외래어 표기 오류 분석 및 교수 방안 연구”(이상숙) 등은 교육대학원 학위논문으로 교육적·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쓴 학위논문들이다. 그리고 “있음/없음”(정호성), “사이시옷을 적는 방법”(정호성), ‘서울’의 중국어 표기(정희원), “외래어의 장모음 표기”(정희원), “만, 지, 데의 띄어쓰기”(한규희), “다국적 기업(외국 회사)의 외래어 표기 실태”(한규희) 등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규범을 적용하는 방법이나 원칙에 대하여 설명한 글들이다. 

  5. 마무리

  이상에서 2005년에 발표된 문자와 표기 관련 논문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러한 검토를 통하여 문자와 표기에 관련된 논문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2005년에도 여느 해 못지 않게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자표기에 대한 연구의 경우, 그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되어 왔던 석독구결에 대한 연구는 양적으로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석독구결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 내용은 내용이 상당히 깊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동안의 성과를 점검하여 보다 확고한 연구의 기반을 다지려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한편 한중일 동양 3국의 한자 사용 방법을 함께 살펴 그 보편성과 특수성을 밝히고자 한 몇 편의 논문이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반해 2005년에는 여말 선초, 또는 조선시대 음독구결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13세기를 경계로 하여 석독구결 자료가 나타나지 않고 여말 선초에 이르면서 음독구결 자료가 많이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석독구결과 음독구결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동안 음운론적인 관점이 반영된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가 문자론적인 관점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여준 훈민정음에 대한 2005년의 연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훈민정음의 독창성을 드러내고자 한 그동안의 연구를 답습하고 있는 논의도 없지는 않았으나, 훈민정음 창제의 방법이나 원리를 문자론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살피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훈민정음에 대한 연구가 보다 심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글로 된 국어사 문헌의 표기에 대한 연구도 소리의 변화와 표기의 대응 관계를 천착하려는 논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개는 개별 문헌에 나타난 표기를 선별적으로 검토하는 선에 그쳐 해당 문헌의 표기가 통시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논의가 보다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현대국어 맞춤법의 의미, 현행 외래어 표기의 기원적 문제점 등과 같이, 현대 국어의 표기 특징이나 문제점을 역사적인 데에서 찾으려는 노력이나, 그동안 접근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던 한자어의 표기 문제 등에 대한 논의는 현행 국어 표기의 특징을 밝히려는 진지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교육적 관점에서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하여 이를 바탕으로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논문이 많아지고 있으며, 또한 실용적 관점에서 규범을 현실의 언어에 적용하는 방법이나 원칙에 관해 설명하는 지면도 늘어나 교육적·실용적 의미를 갖는 활동이 활기를 띄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