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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지난 호까지는 비유 비교법형의 제목을 살펴보았다. 이번호와 다음호에서는 역시 수사법의 한 갈래인 강조법의 몇 모습을 보기로 한다.

  

  ‘강조법형’이란 문장에다 힘을 주어 인상(印象)을 강하게 하는 문장 기교로 과장법형, 반복법형, 열거법형, 점층법형, 명령법형, 청유법형, 의문법형, 설의법형, 현재법형, 영탄법형, 돈호법형, 도치법형, 선언법형, 가정법형(假定法型), 부정법형(否定法型), 부긍정법형(否肯定法型)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강조법에 속하는 유형이 신문 제목으로 나타나는 것으로는 반복법형, 열거법형, 점층법형, 의문법형, 도치법형, 선언법형, 부정법형 등이 있는바 이번 호에서는 반복법형, 열거법형, 점층법형에 속하는 예를 보기로 한다.

  

  ‘반복법형’은 같거나 비슷한 어구를 되풀이하여 어떤 사실이나 사물을 강조하는 동시에 리듬감도 주는 유형을 말한다.

  

(영남일보 전영 2004년 4월 21일 19면 김택근)

  전영 기자의 “NBA…”의 제목은 화려하거나 참신하거나 기발하지 않다. 왜 뽑았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지면을 내 것으로 꾸며 보려는 편집기자의 의욕이 있고, 수동적인 제작을 거부하는 치열함이 있고, 사물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미가 있다. 전영 기자는 아마 이렇게 작업을 했을 것이다. 최고 기량의 NBA경기 사진과 장애인들이 투혼을 발휘하는 두 사진이 편집부로 넘어왔다.(사진을 검색해서 당겨왔을지도 모른다.) 순간 전영 기자는 두 사진을 비교하고, 다르지만 같은 그 무엇을 발견한다. 그리고 순간 머리를 확 스치고 지나간 그 무엇을 지면에 쏟아내려 기획을 하게 된다. 기자는 그래서 비교적 긴 제목으로 기사를 쓴다. 굵은 활자로 쓴 편집기자의 기사는 다소 거칠지만 그 속에는 여러 가지가 스며 있다. 그는 그렇게 장애인 선수들을 보듬었다. 그런 점들을 높이 샀다.

  

(머니투데이 김형진 2006년 5월 19일 3면 홍휘권)

  김 기자는 집값 거품 붕괴를 일제히 경고하고 나선 정부 당국을 ‘거품 문 정부’로 표현했다. 집값에 거품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다. 또한 정부가 소나기성 경고 발언을 하는 배경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기사는 청와대 홈페이지, 한 부총리 브리핑 등 정부 측 발표만 소개했다. 국민 모두가 신문을 펼치면서 더 알고 싶었던 내용이 이 기사에는 없다. 그래서 편집기자가 이 기사의 미진한 부분을 제목으로 대신했다. 기사의 핵심을 가려내는 능력, 편집기자의 역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열거법형’은 핵심어가 될 만한 어구를 여러 개 늘어놓음으로써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고 리듬도 살리고 때로 여운(餘韻)도 주는 유형이다.

  

(국제신문 조영훈 2003년 3월 3일 24면 이대영)

  “ ‘빅맨’ 빅리그 빅뱅 예감”은 외국어를 사용하여 거부감이 있었지만 ‘빅’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최희섭 등 한국 출신 야구 선수들의 미국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 활약상을 소개하고 올해 시즌의 전망을 다룬 평범한 기사를 ‘크게’ 부각한 재치가 돋보인 제목이라고 본다.

  

  ‘점층법형’은 문장의 뜻을 차차 강하고 크게 표현해 나감으로써 감정을 고조(高調)시키려는 유형이다.

  

(일간스포츠 강인형 2002년 8월 3일 17면 이대영)

  ‘천혜의 동강’은 댐 건설 백지화 이후 2년 만에 찾아본 동강(東江)이 허리를 가로지르는 일곱 여덟 곳의 다리(다리 둘은 이미 완공)를 건설하는 공사로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상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으로, ‘동강(東江)’과 여러 토막으로 잘린 모습을 나타내는 ‘동강’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