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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국립국어원 국어생활부장)
  지구상에는 모두 193개 국가가 있다. 한국은 면적으로는 107번째에 지나지 않지만 인구로는 24번째이다. 경제력은 어떤가. 무역규모면으로 12위권이니 경제력은 더욱 수준이 높다. 그런데 한국의 국력이 예전부터 이랬던 것은 물론 아니다. 50년 전의 한국은 가난에 찌든, 미국의 원조에 의존해서 힘겹게 살아가는 나라였다. 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가난에서 벗어나 보자고 새마을운동을 열심히 하고 중화학공업 육성을 외치던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선진 공업국가들이 중심이 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달러대에 거의 도달했다. 한국이 이렇게 놀랍도록 변화하는 데는 불과 50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전까지 한국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은둔의 나라였다. 일본, 중국 등 가까운 이웃 나라와 주로 교류했을 뿐 더 먼 곳의 나라들과 왕래하고 교역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지구 곳곳에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그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지금 세계에서 한국의 전자제품이 팔리지 않는 나라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세계 시장 구석구석까지 진출하고자 애쓴 기업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비약적 경제 성장은 세계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나라의 대학에서 한국어 학과나 강좌를 설치했다. 가까운 중국이나 동남아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그 지역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 덕분에 한국어과를 나온 학생들은 취직 걱정이 없다고 한다. 또 그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취업이나 유학을 위해 한국에 오고 싶어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한국은 이제 높은 수준의 기술과 지식, 제도, 문물 등을 갖춤으로써 무언가 배울 게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그저 각자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그렇지 않고 적극적인 정책을 베풀 것인가. 당연히 그들이 한국의 과학기술, 한국의 문화, 한국의 언어에 대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호감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질수록 한국에 이익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불편과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큰돈 들이지 않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에게는 우선 문화의 바탕인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어 강좌가 풍부하게 개설되어야 한다. 훌륭한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교재와 사전을 비롯한 참고 자료를 통해 한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 모든 일에는 돈이 든다. 커진 국력에 상응해서 이런 사업에 국가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아까운 일이 아니다. 들인 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제 막 출발하는 ‘세종학당’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