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제목 다시 보기 
말의 뿌리를 찾아서 
이런 일을 했어요 
문화 들여다보기 
만화로 배우는 우리말 
우리말 다듬기 
우리 시 다시 보기 
내가 본 한국 사람, 한국말 
일터에서 말하다 
국어 관련 소식 
우리말 실력 알아보기 
처음으로 |국립국어원 |구독신청 |수신거부 | 다른 호 보기

김규중 (제주 세화중학교 교사)

  6년 동안 도시 지역 학교에 근무하다가 올 3월에 읍 지역 학교로 전근을 왔다. 남학생 학교에서 3년간, 여학생 학교에서 3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올해는 남녀 공학인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3년 정도의 주기로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학교를 옮겨 다닐수록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된다. 동료 교사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학생들을 ‘세련되지 못한 학생’으로 지칭했던 적도 있다. ‘세련되지 못한’ 학생들의 행동 양상을 세 가지로 살필 수 있겠다. 먼저, 교사의 말에 즉각 따르지 않더라도 두세 번 이야기하면 교사의 말과 다른 자신의 행동을 깨우쳐 집중해야 하는데 두세 번 이야기해도 교사의 말에는 아랑곳 없이 자신이 하려는 행동을 지속하는 학생들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교사에게 따끔한 말을 들으면 최소한 그 시간에는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런 행동이 반복되는 학생들이다. 그리고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지 못하여 수업이 시작되었음에도 계속 복도에서 서성거리거나, 청소 시간임에도 의자에 앉아 잡담을 늘어놓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을 책상에 차분히 앉혀 배우는 이야기를 즐겁게 하기란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이런 행동의 원인에는 성장 과정에서 주의력 깊은 생활 태도를 길러주지 못하는 가정교육의 한계도 있지만 수업의 내용, 수업의 방법이 흥미를 주어 수업의 필요성을 인식시키지 못하는 교사의 능력, 교육 제도의 한계에 있기도 하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이런 행동을 바로 잡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나 역시 자녀가 초등학생인데 TV를 그만 보고 숙제를 하라는 말을 두세 번 해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큰 소리하고 강제로 TV 전원을 꺼야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많다. 4년 전 남학교에 근무하다가 여학교에 가게 되었다. 여학교에 가면 학생들의 생활 태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생각했는데 나의 기대는 어긋났다. 남학생 못지않게 ‘세련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아 수업은 산만했다. 내가 여학생에 대해 ‘정숙함’이란 이미지만 편협하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새롭게 내 생각을 정리했다. 여학생들은 특히 군것질을 많이 했는데 과자 껍질들을 그대로 교실 바닥에 버려서 청소시간에 쓰레기가 가득 나오고, 교과서나 공책이 여기 저기 나뒹굴어 다니고 책상은 낙서로 더러웠고 화장실 사용도 지저분했다. 여학생들의 행동에 난처했을 뿐만 아니라 지도에서도 힘들었다. 여학생들은 요구 사항도 많고, 작은 것에도 예민하여 남학생에게 사용하던 단순한 방법(지시, 명령, 벌 등)의 지도로는 여학생들의 마음을 내 쪽으로 가져오는 게 쉽지 않았다. 여학교에 적응하는 데 한 학기 이상 걸렸다.
  올해 남녀 공학으로 전근했는데 역시 새로운 문제점에 부딪힌다. 남녀가 한 반에서 수업을 받으니까 남학생이 조금만 실수를 해도 여학생을 비롯하여 다른 아이들이 크게 반응하고, 반대로 여학생이 조그만 이상 행동을 보여도 남학생을 비롯하여 다른 아이들이 크게 반응하여 어느새 중심이 없는 교실 분위기가 되어 버린다. 또한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남학생은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차분한 행동을 하기 보다는 과장된 행동을 보여 어느새 교실은 들뜬 분위기가 되어 버리곤 한다. 이러한 교실의 분위기를 평정대로 돌려 학생을 수업의 초점에 다시 집중시키려면 나의 목소리는 높아가고 학생 한두 명은 표본으로 앞에 불려 나와 벌을 받아야 한다.
  학교가 바뀌면서, 학년이 바뀌면서 다가오는 새로운 문제와 상황에 나의 교실 시간은 때론 늦게 때론 빨리 가고 있다. 혹시, 학생들은 빨리 변화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교육 방법의 변화를 마련하지 못하는 내가 오히려 ‘세련되지 못한 교사’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