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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버(몽골, 서울대학교)

이 글은 '제15회 전국 외국인 한글 백일장(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주최)'에서 '우수상(국립국어원장상)'을 받은 몽골인 절버 씨의 작품입니다. 원문의 의도와 표현을 최대한 살리면서 어문 규정에 맞게 교정을 보았습니다.

  어느 겨울날 몽골의 한 유목 마을에서입니다. 추운 나라에서는 겨울이란 매우 우울하고 기나긴 계절입니다. 밖에 눈이 푹푹 내리고, 유목민의 작은 집안에서 무언가 슬픈 분위기가 있는 듯합니다. 바로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들을 군대 보내게 된 늙은 부모의 슬픔이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자, 여보 슬퍼하지 마오…. 우리 자식이 인제 어린이가 아니오. 나라를 지키러 가는 어른이 되었소. 그러니 이러지 마오.”라고 눈물 흘리는 아내를 보고 한마디 하셨습니다. 그래도 힘들게 키워 누구보다 사랑했던 아들을 저 멀리 보내, 3년 못 본다는 것은 70세가 벌써 넘는 어머니에게는 무엇보다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드디어 아들이 군대 갈 날이 되어 두 분도 작별하면서 아들을 보내러 갔습니다. 머리를 빡빡 민 젊은이들의 눈에서 왠지 행복한 빛이 나올 듯 했습니다. 바로 그들의 ‘이제 우린 어른이 되어 나라를 지킨다’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날은 또한 눈이 픽픽 내린 날이었습니다. 하얀 눈과 섞여 흘린 눈물을 낡은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아들이 간 길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슬프지만 왠지 한 작품같이 보였습니다.
  유목민의 아침은 다 똑같습니다. 새벽에 해가 산 뒤에서 뜨자마자 일어나고, 청소하고, 소젖을 짜서 우유차를 끓입니다. 그리고 아침 준비를 한 뒤에 가축을 풀어놓아 저 멀리로 따라갑니다. 여자는 집에 남아서 집안일을 맡아 점심과 저녁을 준비합니다. 유목민들에게는 사람이 참으로 귀한 존재입니다. 아마도 적어도 2-3시간 말 타고 가야지 이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두 어르신은 몽골의 제일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인 고비사막에서 삽니다. 이 사막에서 세계 최초로 공룡 뼈와, 알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몇 천 년 전에는 아무 생명도 없는 것 같은 사막 대신 끝이 안 보이는 바다가 있었다고 상상해 보면, 바다가 없는 우리나라에도 그런 날이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절로 떨립니다. 그런 고비사막이란 왠지 자기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한번 가 본 사람은 꼭 다시 한번 가 본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보러 가는 것과 직접 거기 산다는 것은 땅과 하늘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70이 넘는 두 분에게는 더구나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금 같은 아들이 있어 모든 일을 도와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두 분에게는 왠지 슬펐습니다. 아들이 꿈꾸며 잠을 잤던 침대를 보며 어머님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머리 하얀 이 어르신에게는 들꽃 같이 살았던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재미있고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겠지만, 오늘날엔 아들밖에 바라볼 것이 없어졌다니. 이렇게 세월이 흘러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두 분이 제일 좋아했던 것이 바로 까치가 우는 것입니다. 몽골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까치가 울면 두 분에게 아들이 보낸 편지가 왔기 때문에 그런지 두 분이 까치를 매우 좋아했었습니다. 사실 고비사막에서는 까치를 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두 분이 까치가 울면 아들이 곧 오겠다고 마음속으로 기대를 하곤 했습니다.
  바로 그 어느 날, 밖에 까치가 우는 것을 듣고 어르신께서 훌떡 일어나셨습니다. 요새 거의 안 보였던 까치가 아침 일찍 갑자기 집 옆에서 울었기 때문이겠죠. 두 어르신이 까치가 울었는데 아들에게서 좋은 소식이 올지도 모르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오늘 아침이 참으로 상쾌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어머님께서 밖에 나가셔서 소젖을 짜러 가는 길에 저 먼 산 너머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을 보셨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속 그 걸어온 사람을 지켜보곤 했습니다.‘나이 먹어서 그런지 이 두 눈이 잘 못 보는구만.’해서 어머님께서 혼자 말씀하셨습니다. ‘여보, 나와 봐. 우리 아들이 온다. 우리 둘도 없는 아들이 온다. 저기 먼 산 너머 걸어온다. 빨리 나오셔.’라고 엄어님께서 소리치셨습니다. 그래. 정말 아들이 오고 있었습니다. 조금 말랐지만 근육 있는 몸과 , 전에는 어린이 같던 착한 얼굴 대신 든든하고 남자다운 모습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늙은 부모님을 본 아들의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끊임없이 흘렸습니다. 두 어르신도 눈물을 참지 못하여 어른이 된 아들을 보며 자랑스러움과 사랑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우리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는데, 그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들이 바로 우리 아버지였던 것을 저는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까치가 울면 우리 할머니는 사탕 보고 기뻐하는 아이처럼 얼굴이 밝아집니다. 이 세상에 사람과 자연의 이 수수께기 같은 순수한 관계를 과학으로는 설명할 순 없을 것입니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도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온다는 말이 있는 것을 저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두 나라에 이러한 비슷한 말이 있다는 것에 매우 기뻤습니다.
  여러분! 까치가 울면 정말로 좋은 소식이 옵니다. 저는 이렇게 믿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