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정의 우리말 이야기 
말의 뿌리를 찾아서 
이런 일을 했어요 
문화 들여다보기 
설왕설래 
만화로 배우는 우리말 
우리말 다듬기 
새로 생긴 말 
좋은 글의 요건 
일터에서 말하다 
교실 풍경 
국어 관련 소식 
처음으로 | 국립국어원 | 구독신청 | 수신거부 | 다른 호 보기

선향실(한국)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제어문학부 일어일문학과 3학년

  나는 재일교포 2세이다. 일본에서는 조총련계 학교에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 후 언어, 특히 한국어에 관심이 많아 한국으로 유학 온 것이 한국으로의 첫 걸음이었다.
  내가 일본에서 그저 학교에서나 뉴스를 보면서 상상했었던 ‘한국’이라는 나라는 우선 예의 바르고, 웃어른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 열정적인 성격, 인정이 깊다와 같은 이미지들이었다.
  ‘일본보다는 훨씬 고풍적이고 좀 경직된 나라겠지?’
  하지만 한국으로 처음으로 유학을 온 첫날 그 이미지는 깨지게 되었다.
  나는 유학 첫째 날 유학 생활의 불안함을 털어 놓기 위해 한 달 전에 먼저 한국으로 유학으로 왔던 고등학교 동창과 만나 술 한 잔을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들어가는 한국의 가게. 설레는 마음으로 호프집에 들어갔지만 점원은 손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맥주를 마시면서 뉴스를 보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안주를 먹으면서……. 내가 예의 바르고, 절대적인 존경이라고 상상했었던 이미지는 당연히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상상했었는데 갑자기 정반대 정황을 보고 놀란 것이다.
  ‘내가 생각한 이미지보다 별로 고풍스럽지 않고 더 편한 나라인가 보다. 내 고향이지만 처음 와 보니까 모르는 게 많다. 하긴 예의 바르다는 것과 점원의 서비스 정신이 같은 건 아니니까.’ 이런 생각으로 나는 내 자신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 생활을 해 보니 역시 웃어른이나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을 보고,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확인하며 기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집에서 안주를 먹으면서 뉴스에만 집중하는 점원의 모습과, 선배한테 술 한 잔을 따르는 데도 예의를 차리려 신경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 고려대학교에 진학하여 어문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역시 한국은 절대존경어, 일본은 상대존경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언어와 문화는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상대적인 존경어를 쓰지만 그 상대가 손님이면 절대적으로 존경어를 쓰고 태도도 겸손하게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처음으로 본 사람은 존경어를 쓰되 상대가 손님이거나 자신보다 웃어른이 아닌 이상 태도를 바꾸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양국의 차이가 무척 재미있다.
  이러한 경험이 내가 한국으로 오고 가장 크게 배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존경어를 쓰느냐, 서비스 정신이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부터 배운 것은 언어나 매스컴에서 받아들인 정보만으로는 그 나라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나라를 알고 느끼고 거기에서 사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그 나라에서 그 나라 언어를 쓰면서 자신이 생활을 해 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한국으로 유학으로 와서 느낀 한국의 이미지를 말하자면 이렇다.
  “한국은 열정적이고 웃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경직된 나라는 아닙니다! 아주 친근한 느낌을 주는 제 고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