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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작년 11월 국립국어원에서는 외국인이 쉽게 한국어를 익힐 수 있도록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1 -체계 편-』(신국판/570쪽),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2 -용법 편-』(변형신국판/906쪽)을 발간하였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1 -체계 편-』은 종래의 전통적 국어문법을 기술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기술한 문법책이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사용할 때 필요한 상황, 맥락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체계화하여 문법 지식을 실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이 책에서는 이유를 나타내는 ‘때문에’는 주로 긍정적인 맥락과 부정적인 맥락에 모두 쓰일 수 있지만, ‘사람’과 관련될 때에는 부정적인 맥락에서 쓰일 수 없고 그 대신 ‘덕분에’가 쓰인다고 기술한다.(1권 430쪽) 이러한 사용 맥락에 대한 정보는 한국인들은 저절로 익혀 사용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문법 항목 하나하나마다 그 사용 맥락을 외워 익혀야 하는 것으로 외국인을 위한 교수-학습용 한국어 문법책에서 이러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학교문법)에서는 다루지 않는 ‘추측, 바람, 판단, 행동 지시, 의도, 의지, 능력’ 등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을 체계화하여 수록하였다. ‘-는/-(으)ㄴ/-(으)ㄹ 모양이다’, ‘-기가 쉽다’ 등과 같은 추측을 나타내는 표현, ‘-면 좋겠다’, ‘-고 싶다’ 등과 같은 바람을 나타내는 표현, ‘-(으)ㄹ지도 모른다’, ‘(으)ㄹ 리가 없다’ 등과 같은 가능성을 나타내는 표현 등은 한국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 없이 상황에 맞게 쓸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각각을 구별하여 상황에 맞게 쓰려면 하나하나 그 용법을 자세히 익혀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런 표현들에 대해 외국인들이 쉽게 배우고 이들에게 쉽게 가르칠 수 있도록 정리해 놓은 책이 없었다. 그래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1 -체계 편-』에서는 특히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하였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 2 -용법 편-』에서는 한국어 학습에 꼭 필요한 조사, 어미, 보조용언 등의 문법 항목 1,400개를(주표제어 900여 개, 가표제어 500여 개) 한국어 학습용 어휘를 이용하여 만든 30,000여 개의 용례로 설명하여, 어떤 조사·어미·보조용언도 찾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전의 한국어 학습용 문법 사전들에 비해 표제어의 수가 훨씬 많고 각 표제어에서 베풀고 있는 의미 정보·문법 정보·사용 맥락 정보 등은 양적·질적으로 단연 두드러진다.
  이 밖에도 이 두 권의 책은 다른 언어의 문법과 대조하여 기술한 점, 외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사용 오류를 분석하여 반영한 점, 문법 사항을 쉬운 말로 설명한 점, 의사소통에 꼭 필요한 요소를 중심으로 한국어 문법을 기술한 점, 풍부한 용례를 수록한 점, 표제어에 대한 실용적 의미, 결합 정보, 사용 맥락, 오류 양상 등을 일일이 용례를 들어 설명한 점 등에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거나 가르칠 때, 또 각종 한국어 학습용 교재를 편찬할 때 통일된 문법 항목의 선정이 매우 시급하다는 학계나 관련 업계 요구가 이 책의 발간으로 어느 정도 충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 책은 국제적 소통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영어, 한국어 학습자 수에 비해 좋은 교재가 부족한 태국, 베트남 등지에도 연차적으로 현지어로 번역하여 보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