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정의 우리말 이야기 
말의 뿌리를 찾아서 
이런 일을 했어요 
문화 들여다보기 
설왕설래 
만화로 배우는 우리말 
우리말 다듬기 
좋은 글의 요건 
내가 본 한국 사람, 한국말 
일터에서 말하다 
교실 풍경 
국어 관련 소식 
처음으로 | 국립국어원 | 구독신청 | 수신거부 | 다른 호 보기

김한샘(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신어는 만들어져서 일시적으로 사용되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생명을 얻어 정착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새로 생긴 말이 정착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7천만여 어절의 기사와 각종 자료의 점검을 통해 1995년에 조사된 신어 835개가 10년이 지난 2005년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1995년 신어의 1.1%에 해당하는 14개의 단어가 2005년 현재에는 쓰이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검프족(Gump族), 글사랑족(-族), 꼭지티(-T), 네오사파리룩(neo safari look), 대족인(大足人), 롤링호텔(rolling hotel), 모터런스(motorlance), 무세일(無sale), 문열개(門-), 서킷걸(circuit girl), 실리콘데저트(Silicon Desert), 실리콘포리스트(Silicon Forest), 안기부맨(安企部man), 틈가구(-家具)

  밤에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던 ‘검프족(Gump族)’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유행이 지나간 뒤에 사라졌고, 같은 시기에 유행하던 ‘야깅족’은 아직도 살아남아 쓰이고 있다. 자녀에게 메모지에 친필로 사랑을 전하던 ‘글사랑족(-族)’은 전화와 메일, 메신저 등으로 소통하는 요즘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옷차림의 유행은 금방 바뀌게 마련이라 ‘꼭지티(-T)’나 ‘네오사파리룩(neo safari look)’을 입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안기부’라는 기관의 명칭이 바뀌면서 ‘안기부맨’이라는 말도 쓰지 않게 되었다. 1995년에 유행하던 ‘서킷걸(circuit girl)’이라는 말은 함께 쓰이던 ‘레이싱걸(racing girl)’에 밀려 사라졌다. 영어 어휘가 급격하게 밀려 들어오면서 ‘무세일(無sale)’ 브랜드가 아니라 ‘노세일(no sale)’ 브랜드가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문열개(門-)’ 대신 ‘도어 핸들(door handle)’을 쓰게 되었다. ‘대족인(大足人)’, ‘롤링호텔(rolling hotel)’, ‘모터런스(motorlance)’, ‘틈가구(-家具)’, ‘실리콘데저트(Silicon Desert)’, ‘실리콘포리스트(Silicon Forest)’ 등 외국의 문물을 소개하면서 잠시 등장했던 단어들도 이제는 쓰이지 않는다.
  이렇게 지금은 쓰이지 않게 된 단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짚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신어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이유이다. 2005년에 가장 많이 쓰인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 '개똥녀(--女)’, ‘수투위(首鬪委)’ 등의 말들이 10년 후에도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