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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국립국어원 홍보대사)

  누구나 어린 시절, 텔레비전을 보다가 왜 저런 말을 쓸까 하고 궁금해 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 제가 진행하고 있는 세간의 화제의 프로그램 ‘상상플러스’에서는 어른들의 말을 과연 우리 청소년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또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면 어떤 뜻으로 알고 있는지 조사하는데요, 몇 주 전에는 제가 어린 시절에 궁금해 했던 말을 다루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어린 시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말 중의 하나는 “프로그램 제작에 협조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의 ‘심심하다’였습니다.
  “심심하다니?” ‘심심한 것’은 같이 놀 친구가 없거나 할 일이 없을 때 하는 말인데 어떻게 감사하는 말과 같이 쓸까? 어린 시절의 의구심은 대략 이런 것이었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했던 건 저만이 아니었는지 요즘 어린이들도 이 말을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꼽은 것입니다.
  ‘심심하다’의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펼쳐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습니다.

심심하다 (주로 ‘심심한’ 꼴로 쓰여)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심심하다’는 ‘마음이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심심한 감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매우 깊은 감사’를 뜻하는 말이 됩니다. 즉, 어린 시절에 알고 있던 ‘심심하다’와 소리도 같고 한글로 적을 때도 같지만 뜻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심심하다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 입이 심심하다. / 심심하던 차에 말 상대를 만나 반가웠다.
할머니는 심심하면 입버릇처럼 옛날 얘기를 꺼내신다.
노랫가락이라도 뽑을 줄 안다면 이렇게 심심하고 따분할 때 파적 동무라도 되련만. 《유현종, 들불》

  이처럼 국어사전을 보면 이 두 말의 차이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에 대해 누가 물어올 때마다 “국어사전을 보세요.”라고 대답을 하곤 합니다. 국어사전은 우리말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보석 상자와 같습니다.
  보석 상자를 열고 보석 같은 우리말을 알아 가는 즐거움, 함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