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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 건 (터키)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학생

  우리 이슬람 사람들 즉, 무슬림들은 한국에서 살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또 그 속에서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교인 이슬람을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섭섭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것 때문에 때로는 웃게 된다. 무슬림으로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몇 가지의 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슬람교에서는 하루에 다섯 번씩 일정한 시간에 하느님께 예배를 드려야 한다. 그런데 예배 시간이 지나면 안 된다는 이유 때문에 나에게는 간혹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 때가 생긴다.
  어느 날이었다. 나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날도 예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승강장의 철로 반대편 벽 쪽을 향해 서서, 친구에게 부탁해 내 옆에 세우고 내가 기도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슬람교에서는 예배를 하려면 허리를 앞으로 구부려야 한다. 그런데 그때 어떤 한국 아가씨가 내 옆으로 지나가는 바람에, 나는 그 아가씨에게 인사를 하는 상황처럼 되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 아가씨는 나한테 밝은 미소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나는 나름대로 그 아가씨 쪽을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런 일이 벌어졌고, 나는 예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배에 집중하지 못한 채 웃기 시작했다. ‘아, 정말 한국 사람들은 이슬람교를 잘 모르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슬람에서는 하루 다섯 번의 예배를 드리기 전에 손, 얼굴, 먼저 오른쪽 발을 씻고 왼쪽 발을 꼭 씻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예배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씻어야 했다. 순서대로 손과 얼굴 그리고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오른쪽 발을 열심히 깨끗하게 씻고 기도를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내 모습에 흡족해 하고 있던 찰나였다. 마지막 왼쪽 발을 씻기 위해 화장실 세면대 위에 왼쪽 발을 올려 놓는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화장실로 한 여학생이 들어왔던 것이다. 세면대에서 발을 씻는 모습을 보이기가 민망해 세면대에서 급히 발을 꺼내고, 그 여학생이 나가길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울을 보고 있었다. 예배시간이 촉박해 오자 그녀가 빨리 나가길 바랐지만 그녀는 화장을 고치느라 쉽게 나가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난 마음으로 그 여학생이 빨리 나가주기를 바랐고, 만약 그 여학생이 나가지 않으면 처음으로 화장실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겨 등에서 땀이 났다. 다행히 그 여학생은 내 눈치를 보며 화장실을 나갔다. 그 후 바로 왼쪽 발을 마저 씻고 양말은 신지도 못한 채 예배를 드리러 갔던 기억이 난다. 그 일 이후 학교에서 예배를 위해 씻을 일이 있을 때는 장애인이 아니지만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을 종종 이용하고 있다.
  또 한 번은 부산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있었던 일이었다. 우리는 휴게소에서 예배 시간을 맞게 되었다. 친구와 나는 고속버스가 휴게소에서 쉬는 10분을 틈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으로 가서, 나침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는 메카 방향인 서쪽을 향해서 예배를 드렸다. 처음에는 허리를 굽히고, 그 다음에는 무릎을 굽혀서 절을 했다. 그런데 그 때가 바로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 지나가시던 아저씨가 우리 옆으로 오시더니 해한테 절을 왜 하는 거냐고, 무슨 종교냐며 신기하고 놀란 표정으로 물어보셨던 일이 있었다.
  물론 이런 일들은 나에게는 재미있는 추억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에게 이슬람을 더 많이 알릴 수 있기를, 그리고 나 자신은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아는 이슬람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