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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한 시대의 유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젊은 세대이다. 새로운 유행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지칭할 때 주로 ‘~족(族)’으로 표현하는데 2005년에 국립국어원에서 조사한 ‘-족(族’)이 들어가는 말 45개 중에 20개가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바람직한 젊은이들의 유형으로 요즘 같은 경쟁 시대에 자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스펙족(spec族)’을 들 수 있다. ‘스펙족’은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서 자격증 취득과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대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공부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밥을 먹으면서 그날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고 정보를 나누는 ‘밥터디(←-+study)' 모임도 있다. 한편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편입학을 택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좀 더 나은 학교로 편입학을 거듭하는 이들을 ‘에스컬레이터족(escalator族)’이라고 부른다.
  ‘스펙족(spec族)’, ‘에스컬레이터족(escalator族)’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최근 들어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졸업을 한다고 바로 취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휴학을 자주하면서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기 전에는 사회로 나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학칙이 정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는 ‘대학 둥지족(大學--族)’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구직이 힘든 가운데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 몇 가지를 신어를 통해 알 수 있다. ‘금융 고시(金融考試)’는 대학가에서 경쟁이 치열한 국책 금융 기관의 입사 시험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입사 시험 경쟁률이 높다고 한다. ‘교직낭인(敎職浪人)’은 임용 고시를 준비하느라 학교와 학원가를 전전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재시험을 준비 중인 사범대 졸업생들까지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는 ‘교직낭인’이 넘쳐나고 있다. 안정된 직장의 대표격인 공무원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공시족(公試族)’,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가리키는 ‘공시촌(公試村)’,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리는 현상을 일컫는 ‘공시족병(公試族病)’ 등의 신어들이 생겨났다.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다. 그래서 ‘디지털세대(digital 世代)’라고도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디지털세대’에 이은 ‘포스트디지털세대(post digital 世代)’가 나타났다. 기존의 ‘디지털세대’가 디지털 문화의 영향으로 개인주의에 익숙했다면 ‘포스트디지털세대’는 개인적인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타인과의 유기적인 조화나 교류에 가치를 둔다.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포스트디지털세대’는 파편화되어 있으면서도 통합적인 문화를 형성한다고 하여 ‘모자이크족(mosaic族)’이라고도 한다.
  이미 사회에 진출한 2030세대의 특성을 나타내는 신어들도 있다. 다른 회사로 옮기기 위해서, 혹은 휴식 기간을 갖기 위해서 자진해서 퇴직하는 젊은이들을 ‘영퇴족(young退族)’이라고 한다. 명예퇴직 명단에 오를까 봐 조바심을 내는 4050세대와 대조적이다. 명품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영품족(young品族)’은 20~30대의 젊은 명품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출산 기피족(出産忌避族)’도 20~30대의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이다. ‘영퇴족’, ‘영품족’, ‘출산 기피족’ 등은 모두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드러내는 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