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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말'의 표기원칙 적용 힘들다
한규희(韓奎熙) / 기자(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신문 교열을 하다 보면 일반 취재기자의 기사 외에 외부 원고를 다룰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라도 무조건 고치면 필자의 항의를 받기 때문이다. 문어(文語)보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입말의 경우 그 부담이 더하다. 왜냐하면 한글 맞춤법과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입말들까지 어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약간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면 ‘¡¡의 잘못’으로 나와 있어 교열자의 입장에서 그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이럴 때 변칙적인 방법이 동원된다. 작은따옴표로 처리해 그냥 넘어갈 때가 많다. 아래의 예문을 보자.
“아이구(아이고), 간 떨어질 뻔했다.”, “아이쿠(아이코), 그동안 이렇게 많이 컸구나.”, “아이구머니(아이고머니), 우리는 이제 망했다.”, “어렵쇼(어럽쇼)! 저 친구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쭈(아주),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남한테 이래라저래라 하게.”, “그녀는 쑥스러울 때면 혀를 낼름(날름) 내미는 버릇이 있다.”, “곱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거무틱틱(거무튀튀)해졌다.”, “술잔에 술이 차랑차랑(차란차란)하게 꽉 찼다.”,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주루룩(주르륵) 흘러내렸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빗줄기가 후두둑(후드득)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수탉이 푸드득(푸드덕) 홰를 치고 있었다.”. (괄호 안의 표기가 올바른 말)
  앞 예문은 일반인들이 널리 잘못 쓰고 있는 대표적인 입말 몇 가지를 골라 보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올바른 말보다 틀린 말이 더 널리 쓰이고 있었다.
  ‘아이구, 아이쿠, 아이구머니/ 어렵쇼/ 아쭈’ 등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감탄사다. 그러나 이들은 맞춤법상으론 올바른 형태가 아니다. ‘아이고, 아이코, 아이고머니/ 어럽쇼/ 아주’로 바꿔 써야 옳다. ‘어이구(에구), 어이쿠, 어이구머니(에구머니)’처럼 ‘아-’ 대신 ‘어-’로 바꾸면 올바른 말이 된다. ‘에구머니’를 ‘에그머니’로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잘못이다.
  ‘낼름, 거무틱틱, 차랑차랑’ 등 의태어도 표준말이 아니다. ‘날름(널름, 늘름), 거무투튀, 차란차란’이라고 써야 옳다. ‘주루룩, 후두둑, 푸드득’ 등 의성어도 마찬가지다. ‘주르륵, 후드득, 푸드덕’으로 써야 규정상 옳다.
  어문 규정을 담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감탄사(말하는 이의 본능적인 놀람이나 느낌, 부름, 응답 따위를 나타내는 말)나 의태어(사람이나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 의성어(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 등은 자칫 그 어형에 소홀해지기 쉬우나 이들도 엄격히 규범에 따라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어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현실과 괴리가 있는 말은 사용하기를 꺼린다. 어떤 사람은 규정에 맞는 말을 쓰는 것이 오히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글맛을 떨어뜨린다고까지 말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이러한 입말들은 표준어는 정하되 ‘¡¡의 잘못’이라고까지 해서 맞춤법의 범법자를 만들지 말고 다양하게 쓰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말의 장점 중 하나가 감정이나 느낌이 담긴 말의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규정으로 막는다는 것을 우리말을 아름답게 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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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