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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문법과 국어 생활
   칭찬이 들리다(?)
이병규(李炳圭) / 국립국어원
(1) ㄱ. 관객들의 칭찬이 무대 위에 있는 철수한테까지 들렸다.(○)
ㄴ. 칭찬이 철수한테 들렸다.(?)
  (1ㄱ)과 (1ㄴ)의 두 문장에서 주어는 ‘칭찬’, 부사어는 ‘철수한테’, 서술어는 ‘들렸다’로 문장 구성에서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2) ㄱ. 무대 위에 있는 철수가 관객들의 칭찬을 들었다.
ㄴ. 철수가 칭찬을 들었다.
  ‘들리다’는 ‘듣다’에 피동 접미사 ‘-리-’가 붙어 만들어진 피동사이다. (1ㄱ)은 (2ㄱ)의 피동문이고, (1ㄴ)이 옳은 문장이라면 (2ㄴ)의 피동문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1ㄴ)은 매우 어색하다. 이처럼 (1ㄱ)은 매우 자연스러운 데 비해 (1ㄴ)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이유가 무엇일까?
  ‘듣다’의 중심의미는 [사람이나 동물이 소리를 감각 기관을 통해 알아차리다.]이다. ‘듣다’가 중심의미로 쓰일 때는 피동문을 만들 수 있다.
(3) ㄱ. 나는 외마디 비명소리를 들었다.(능동문)
ㄴ.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피동문)
(4) ㄱ. 나는 낯선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능동문)
ㄴ. 낯선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피동문)
  (3ㄱ), (4ㄱ)에서 ‘듣다’는 모두 중심의미로 쓰인 경우로, (3ㄴ), (4ㄴ)과 같이 피동 문장으로 바꾸어도 올바른 문장이 된다.
  한편, (5ㄱ)의 ‘듣다’는 중심의미로 쓰인 경우가 아니다. [‘말’, ‘말씀’ 따위를 목적어로 하여,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여 그렇게 하다.]라는 뜻인데, (5ㄱ)을 피동 문장으로 바꾸게 되면 틀린 문장이 된다.
(5) ㄱ. 아이가 말을 참 잘 듣는다.(능동문)
ㄴ. 말이 아이에게 참 잘 들린다.(×, 피동문)
  이처럼 어떤 말이 문장 안에서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때, 그것이 중심의미로 쓰이느냐 전이된 의미로 쓰이느냐에 따라서 문법적인 특징이 조금씩 달라지는 현상이 있다. 다의어가 전이된 의미로 쓰일 때는 통상적인 문법 규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예외적인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2ㄴ)의 ‘듣다’는 중심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고 전이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2ㄴ)은 ‘철수는 누가 자기를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철수가 누구한테 칭찬을 받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전자는 ‘듣다’가 중심의미로 쓰인 경우이고 후자는 전이의미로 쓰인 경우이다. 그런데 (1ㄱ), (1ㄴ)의 ‘들리다’는 모두 중심의미에 대한 피동 의미로만 해석된다. (1ㄱ)은 문맥이 중심의미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주고 있어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1ㄴ)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2ㄱ)에 대한 피동문 (1ㄱ)은 성립하나 (2ㄴ)에 대한 피동문 (1ㄴ)은 성립하지 않는다.
  ‘꾸중을 듣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6) ㄱ. 김 대리는 꾸중을 들었다.
ㄴ. 꾸중이 김 대리에게 들렸다.(×)
  이 글에서 보인 ‘듣다’가 피동사 ‘들리다’를 만들 수 있는 경우와 만들지 못하는 경우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은 각각의 ‘듣다’가 만드는 문장의 구조가 다르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심의미로 쓰인 경우의 문장 구조는 ‘누가 어떤 소리를 듣다’가 되는데, ‘꾸중을 듣다’, ‘칭찬을 듣다’에서처럼 전이의미로 쓰이게 되면 ‘누가 누구에게서 꾸중/칭찬을 듣다’가 된다. 즉 ‘누구에게서’라는 성분이 더 필요하다. 이처럼 어떤 말이 중심의미에서 점점 의미가 번져나가게 되면 그 문법적인 현상도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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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