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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용 표현의 이해
  관용 표현의 높임
김한샘 / 국립국어원
  높임은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말에 등장하는 사람의 관계를 말 속에 드러내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을 높일 수도 있고, 말에 등장하는 사람을 높일 수도 있으며 자신을 낮춤으로써 듣는 상대방을 높이기도 한다. 모든 언어에 높임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말에는 높임법이 잘 발달해 있다. 우리말에서 높임을 나타내려면 동사나 형용사의 어미에 변화를 주거나 높임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하면 된다. 관용 표현도 말의 일부이므로 높임법과 관련이 있지만 일반적인 표현과는 높임을 나타내는 방식이 다르다.
(1) ㄱ. 아내는 아침 일찍 밥을 먹었다.
ㄴ. 어머니는 아침 일찍 진지를 드셨다.
(2) ㄱ. 철수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합니다.
*ㄴ. 할아버지는 거짓말을 진지 드시듯 하십니다.
ㄷ. 할아버지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십니다.
(3) ㄱ. 요새는 도시의 젊은이들도 밥을 벌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ㄴ. 흉년이라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진지를 버시기가 힘들다고 하십니다.
ㄷ. 흉년이라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밥 벌기가 힘들다고 하십니다.
  (1ㄱ)의 ‘밥을 먹다’에서 ‘밥’과 ‘먹다’를 ‘진지’와 ‘드시다’로 각각 바꾸면 높임을 나타낼 수 있다. 이렇게 ‘밥’과 ‘먹다’의 의미가 각각 살아 있는 경우에는 단어를 각각 바꾸면 되지만 관용 표현의 경우에는 단어를 바꾸면 어색해진다. (2ㄱ)의 ‘밥 먹듯 하다’를 높이려면 원래 ‘진지를 드시듯 하다’라고 해야 되겠지만 이때 ‘밥 먹듯 하다’는 실제로 밥을 먹는다는 뜻이 아니고 ‘예사로 자주 하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밥 먹듯 하다’ 전체가 하나의 관용 표현을 이루어서 (2ㄷ)처럼 문장 끝의 ‘하다’에 ‘-시-’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높임을 나타낼 수 있다. 오히려 (2ㄴ)과 같이 말하면 어색하다. (3ㄱ)의 밑줄 친 ‘밥을 벌기’도 ‘일정한 노력을 들여서 먹을 것이나 대가를 얻다’라는 의미의 관용 표현이기 때문에 (3ㄴ)처럼 ‘진지를 버시기’라고 하면 어색하고 (3ㄷ)와 같이 ’밥을 벌기‘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4) ㄱ. 유진이는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다닌다.
ㄴ. 할머니는 다리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다니신다.
ㄷ. 할머니는 다리가 아프셔서 병원에 다니신다.
(5) ㄱ. 가족 같이 함께 지내던 강아지가 죽어서 가슴이 아프다.
*ㄴ. 할아버지는 친구분이 돌아가셔서 가슴이 편찮으시답니다.
ㄷ. 할아버지는 친구분이 돌아가셔서 가슴이 아프시답니다.
  (4ㄱ)의 ‘아프다’를 (4ㄴ)처럼 ‘편찮다’로 바꾸면 높임을 나타낼 수 있다. (4ㄷ)과 같이 ‘아프다’에 ‘-시-’를 붙여도 높임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5)의 ‘가슴이 아프다’처럼 전체가 ‘매우 슬프다’라는 뜻의 관용 표현으로 쓰이면 (5ㄴ)처럼 ‘아프다’를 ‘편찮다’로 바꾸면 어색하다.
  위의 (1~5)에서 볼 수 있듯이 관용 표현을 높일 때는 대부분 관용 표현을 구성하는 단어 각각을 높임에 맞게 바꾸지 않고 관용 표현 전체를 하나로 보아 끝에 ‘-시-’를 붙여 높임을 나타낸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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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