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 있는 글 우리말 다듬기
이런 일을 했어요 우리 시 다시 보기
신문 제목 다시 보기 내가 본 한국 사람, 한국말
말의 뿌리를 찾아서 교실 풍경
문화 들여다보기 국어 관련 소식
만화로 배우는 우리말
이상규(국립국어원장)
  2007년 정해년 새해가 밝았다. 포부와 희망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이다. 그동안 달려왔던 길 한복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가야할 길을 바라본다. 구불구불 끝없이 펼쳐진 길……. 또다시 긴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눈부신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뤄냈던 우리나라는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통신 기술과 고급의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아시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동적인 힘을 만방에 과시하고 있다. 언어학자들이 자본이 열악한 개별 국가의 언어는 소멸할 것이라는 경고하는 가운데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외국인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대상 국가와 문화에 대한 호감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국력 상승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움직임을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하시모토 만타로라는 언어학자는 유물사관의 관점에서 세계의 언어 유형을 사용 지역이 매우 제한된 농경민형과 사용 지역이 광활한 유목민형으로 구분하였다. 중세 봉건시대에는 라틴어가 유목민형 언어였다면 20세기 이후 자본주의 시대로 들어와서는 영어나 스페인어, 일본어가 세계 어디를 가나 소통이 가능한 유목민형 언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의 언어를 살펴보면 지난 시절 농경민형 언어였다가 유목민형 언어로 전환되는 과정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께서 기자 간담회에서 국립국어원 주관으로 재외문화원과 각국의 현지 대학에 ‘세종학당’을 설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셨다. 해외 한글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은’ 한글과 한국어, 한국 문화를 현지의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것을 주목적으로 설립된다. 올해 3월 몽골의 울란바타르대학과 중국 북경의 중앙민족대학에 개설되는 것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세계 각국에 100여 개의 ‘세종학당’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보급은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서로 간의 내면적 소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의 문화를 우리의 언어로 그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다면, 민족과 국경을 뛰어넘어 21세기를 함께 걸어갈 진정한 동반자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하지 않은가?
  이제 다시 출발이다. 숨 한번 길게 가다듬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