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희언법형’ 중 율조법 활용법형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도 지난 호에 이어 율조 활용법형의 용례를 찾아보기로 한다.

(국제신문 안인석 3. 7. 2. 10. 조시행)
오랜만에 보는 뉴스면 제목의 수작(秀作)이다. 철도 노조 파업 막바지에 정부의 강경 방침에 따라 노조 측이 현업에 복귀 선언한 것을 잘 표현했다. 노동계가 계속 파업에 나서자 청와대 측이 이제까지와 달리 강한 대응을 했고 이에 철도 노조 측이 현업 복귀를 선언한 것을 12자로 잘 함축했다.
‘화난’과 ‘놀란’, ‘盧’와 ‘勞’ 그리고 ‘법대로’와 ‘일터로’ 운율까지 제대로 맞춰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됐다. 함축미ㆍ운율이 어우러진 제목이 돋보인다.

(문화일보 전근영 2005. 2. 17. 32. 김택근)
전근영 기자는 새봄은 여성의 신발로부터 오고 있다, 원색의 구두와 운동화가 봄을 부르고 있다는 신발 패션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편집 기자가 찾아낸 ‘足足’이 기발하다. 그러나 그 여운은 그리 길지 않다. 특히 ‘신는 족족’에서 ‘신는’이란 운율도 그렇거니와 뜻도 사족(蛇足)에 가깝다. 왜 그럴까? ‘족족’이란 기발한 조어가 전체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작 봄 신발이 화려해진다는 핵심이 빠져 버렸다. 부제를 보아야만 편집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그것이 이 제목의 약점이다. 그럼에도 신발만을 나열한 다소 밋밋한 지면을 제목이 튀게 만들었다. 지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부산일보 송대성 2003. 7. 28. 23. 구자건)
혼혈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냉대를 정확하게 꼬집으면서 어휘의 리듬에 무리가 없는 제목이다.

(국민일보 박봉규 2003. 8. 16. 1. 구자건)
광복절 기념행사를 따로 마련한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갈등을 사진과 함께 대비했다. 다만 ‘광복절 날’의 ‘날’은 군더더기가 아닌가 싶다. ‘광복절’ 속에 이미 ‘날’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날’이 들어감으로써 전체의 리듬을 매끄럽지 못하게 한다. 차라리 ‘하나된 광복절, 갈라진 우리’가 리듬을 살리면서 긴박감을 더해 줄 수 있을 듯하다.
제목에서의 작은 차이는 절대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실무에서 자주 느낀다. 그만큼 제목은 더 치밀하고 더 정교하고 더 논리적이어야 한다. 제목은 곧 편집 기자의 인격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굿데이 장영환 2003. 9. 2. 12. 이대영)
“ ‘눈물’ 한방울…”은 대구 U대회에서 화려한 응원을 선보여 인기를 모았던 북한 응원단이 석별의 눈물을 보이며 출국하는 모습을 정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통일’이라는 민족의 비원을 그들의 눈물 속에서 발견한 감각을 높이 샀다.

장정현 기자의 것은 공적 자금의 부실하고 방만한 관리와 국민 부담을 잘 대비한 나무랄 데 없는 제목이다. 또한 3·3·5의 우리 말 리듬은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다. 이호진 기자는 정부가 중국과의 마늘 협상에서 수입 개방을 합의하고도 2년 동안 은폐한 사실을 꼬집었다.

(중부일보 박정은 5. 3. 18. 홍휘권)
경기도 내의 관광업계와 경기관광공사는 ‘경기 방문의 해’를 맞아 4~5월에 일본 관광객 유치를 기획하여, ‘초등학생 한일 스포츠 교류’, ‘한일 합창제’ 등을 준비해 왔는데 최근 독도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 이 파문이 도내 관광 상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는 내용을 두 줄 중심 제목으로 적합하게 표현했다.
박 기자는 자칫하면 1면 정치 스트레이트 기사나 정치 해설 면처럼 딱딱하게 다룰 뻔한 내용을 ‘어머나’, ‘어쩌나’의 맛깔스런 언어로 대비시키면서 경제면(Economy) 페이지의 특성과 ‘관광 관련 기사’라는 점을 명확히 짚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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