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을 했어요 우리 시 다시 보기
신문 제목 다시 보기 내가 본 한국 사람, 한국말
말의 뿌리를 찾아서 교실 풍경
문화 들여다보기 일터에서 말하다
만화로 배우는 우리말 국어 관련 소식
우리말 다듬기
마르친(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폴란드)
파란 하늘위로 훨훨 날아가겠죠.
어려서 꿈꾸었던 비행기 타고…….
노래『비행기』(거북이) 중에서


   

   나는 2006년 8월에 독일에 있는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10시간 비행 끝에 드디어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한국에 왔을 때 날씨가 덥고 햇빛이 강하고 습도가 높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어 시험을 보러 빨리 서강대학교에 가야 했는데 찜통더위 때문에 두통이 있었고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었다. 얼마나 힘든지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예약한 하숙집에 도착했을 때 하숙집 아주머니가 나한테 냉방병에 걸리지 않도록 에어컨을 밤새 켜고 자지 말라고 했다. 밤에 너무 더우니까 밤새워 뒤척이며 잠 못 들었다. 그때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에스키모인이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한국 여름 날씨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주 투덜거렸는데 어느 날 남대문시장에서 집에 돌아오다가 소나기를 만났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덥고 우산이 없을 때 소나기를 만나는 것이다.)
   갑자기 온 비 때문에 내 태도가 바뀌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산성비라고 말하는 비를 더 즐기려고 남대문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그때부터 한국 사람들이 맞고 싶어 하지 않는 한국 소나기뿐만 아니라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내가 한국에 온 지 6개월쯤 됐는데 지금까지 길에서 내 얼굴을 쳐다보는 한국 사람들하고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물론 지금도 모르는 것이 많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도착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적응하기 전에는 편리하고 마음에 드는 하숙집을 찾기가 힘들다. 하숙집을 찾을 때 중요한 것은 하숙집 아줌마이다.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들에게서 특히 아줌마가 호랑이처럼 무섭고 관현악단처럼 시끄럽고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인 것 같다고 들었다. 그러나 겪어보니 한국 아줌마는 생각보다 힘이 세고 남을 잘 돕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아줌마가 국민의 재산과 같아서 아줌마가 없으면 한국이 다른 나라일 것 같다. 그래서 친절한 하숙집 아줌마가 하숙집 시설보다 중요하다. 나는 2월부터 수업이 끝난 후에 우리 하숙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 자주 다니기 시작했는데 음식이 비싸지 않고 맛있기 때문에 내가 곧 그 식당의 단골이 됐다. 한국에 왔을 때부터 맵고 영양가가 많이 있고 건강에 좋고 입에 맞는 한국 음식을 자주 먹곤 하니까 몸이 가벼워졌다. 지금까지 그 식당에서 너무 매워서 혀가 얼얼해지는 육개장을 비롯해서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은 다 먹어봤는데 다 즐겨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니까 친절한 식당 아줌마에게 자세히 음식 만드는 방법을 질문한다. 폴란드에 돌아갈 때 우리 부모님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유일하게 먹지 못하는 한국 음식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낙지와 개고기다. 나는 한국에 오기 전에 유명한 한국의 개고기로 만드는 음식에 대해서 많이 들었다. 9월에 한국 친구가 보신탕을 먹으러 보신탕집에 갔을 때 나는 개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을 보러 친구하고 같이 갔다. 마음 졸이면서 친구가 주문한 보신탕을 보려고 기다렸는데 보신탕이 나왔을 때 처음에는 마음이 괜찮은 척했지만 친구가 보신탕을 먹는 모습을 보자마자 얼른 나가 버렸다. 친구가 나한테 “보신탕을 먹는 것이 싫었으면 보신탕집에 들어가지 않았어야지.”라고 말했다. 사실은 그랬어야 했는데 보신탕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보고 싶었다. 나는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럽에서 온 나한테 개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는 2004년에 폴란드를 방문한 한국 대통령에게서 받은 시계가 있다. 그 시계에는 대통령의 서명이 있고 금색 무궁화하고 불사조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어느 날 나는 이 시계를 차고 두꺼운 코트를 사려고 동대문시장에 갔다. 마음에 드는 코트를 찾아서 친절해 보이는 아줌마하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코드가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아줌마한테 “좀 깎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쇼핑할 때 보통 한국 직원은 외국에서 온 고객들이 다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동대문에서 만난 아줌마는 돈 벌 생각만 하는 점원이었다. 아마 내가 한국 사람이라면 아줌마가 할인을 해 줬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는 나 같은 외국인도 있는데……. 체념한 나는 비싸지 않은 코트를 찾으려고 남대문시장에 갔다. 저렴한 코트를 찾고 계산을 할 때 우연히 아줌마가 내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자 깜짝 놀라면서 할인을 해 주었다. 처음에는 중요한 모임이 있을 때만 이 시계를 끼곤 했지만 그날 이후부터는 매일 낀다. 나는 8월에 한국에 왔는데 이 시계는 내 덕분에 다시 고향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국 대통령에게서 시계를 받은 외국 사람은 좀 특별한 사람인 것 같다.
   한국 유학 생활은 단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다. 다행히 좋은 점이 단점보다 많다. 보통은 문화 차이하고 고향이 그리운 마음 때문에 외국에 사는 것이 좀 힘들지만 나는 맛있는 불고기, 이승철하고 성시경의 서정적인 노래하고 친절한 한국 사람들 덕분에 고향과의 이별이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앞으로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책을 번역하면서 한국을 모르는 폴란드 사람들한테 한국 문화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공부하면 한국 문화의 대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8월에 폴란드에 돌아가지만 꼭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한국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널 사랑하는 날 너를 사랑하던 날
아름다운 시간들 너무 보고 싶은데
사랑했던 날들보다 더 널 사랑하고 있어
널 볼 수 없는 날 사랑할 수 없는 날
아름다웠던 날들 다시 보고 싶은데
이제 난 너와 같은 날 같은 하루를 보고 싶어…….
노래 『하얀 새』(이승철) 중에서


한국어 학습 중급 단계인 필자의 원문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하여 별도의 수정 절차 없이 수록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