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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맞춤법의 이해
  우표 붙여서 부쳐라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원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 나는 대로 쓰되 어법에 맞게 쓰는 것이 큰 원칙이다. 이 어법에 맞게 쓰라는 말은 원래의 형태(원형)을 밝혀서 적으라는 말인데, 어떤 말의 원형을 밝혀서 쓸 수 있으면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들의 원형을 구별하여 적고, 그 원형을 밝힐 수 없다면 소리 나는 대로 적으라는 것이다.
(1) ㄱ. 여러분 [반드시] [반드시] 앉으세요.
ㄴ. 여러분 반드시 반듯이 앉으세요.
  위 (1ㄱ)에서 반복된 [반드시]라는 말 가운데 앞의 것은 ‘꼭, 틀림없이’의 뜻을 가지는 말이고, 뒤의 것은 ‘물체나 생각 따위가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않고 바르다’의 의미를 가지는 말이다. 이 가운데 뒤의 것은 ‘반듯하다, 반듯반듯’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반듯’이란 말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꼭, 틀림없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앞의 [반드시]는 연관된 어형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 원형을 ‘반듯 + -이’로 확인할 수 있는 뒤의 [반드시]는 ‘반듯이’로 적고, 그 원형을 확인할 수 없는(즉, 밝힐 수 없는) 앞의 [반드시]는 소리 나는 대로 ‘반드시’로 적는 것이다.
(2) ㄱ. 나이가 [지그시] 든 노인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ㄴ. 나이가 지긋이 든 노인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3) ㄱ. 봉투에 우표를 [부친] 후 편지를 [부친다].
ㄴ. 봉투에 우표를 붙인 후 편지를 부친다.
  위 (2ㄱ)에서 앞의 [지그시]는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의 뜻을 지니는 말로 ‘나이가 지긋하다, 나이 지긋한 노인’과 같이 ‘지긋’이란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뒤의 [지그시]는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같은 의미로 쓰인 관련된 어형을 확인할 수 없다.(‘*지긋하게 누르다, *지긋한 입술, *아픔을 지긋하게 참다’) 그러므로 (2ㄱ)에서 앞의 [지그시]는 원래의 형태를 밝혀 ‘지긋이’로 적어야 하고, 뒤의 [지그시]는 소리 나는 대로 ‘지그시’로 적어야 한다.
  (3ㄱ)의 [부친(다)]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앞의 [부친]은 그 의미상 동사 ‘붙다’에 사동의 접미사 ‘-이-’가 결합된 후 다시 관형사형 어미 ‘-ㄴ’이 연결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말은 각각의 원형을 살려 ‘붙- + -이- + -ㄴ → 붙인’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런데 뒤의 [부친다]는 ‘편지나 물건 따위를 일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써서 상대에게 보내다’라는 의미를 지니는 말로 그 의미상 ‘붙다’와 관련 맺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이 말은 소리 나는 대로 ‘부치- + -ㄴ다 → 부친다’로 적어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원형을 밝혀서 적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 각 문장의 밑줄 친 예들은 어원적으로 동일한 형태에서 분화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어느 한 쪽은 원래의 형태와 의미를 보존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원래의 의미에서 멀어져서 더 이상 원형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보아, 즉 그 원형을 밝히기 힘든 것으로 판단하여 소리 나는 대로 적는 예들이다.
(4) ㄱ. 아들에게 부칠 상자에 이름표를 붙일 것이다. (붙이다 ~ 부치다)
ㄴ. 업었던 아기를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 나서 쌀을 씻어 솥에 안쳤다. (앉히다 ~ 안치다)
ㄷ. 어머니는 부엌에서 젓국을 졸이랴 고등어를 조리랴 바삐 움직이셨다. (졸이다 ~ 조리다)
ㄹ. 할머니는 보약을 달이고 있고, 누나는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다. (달이다 ~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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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