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어원
북한 문화어의 이해
한글 맞춤법의 이해
로마자 표기
사전의 이해
표준 발음법의 이해
관용 표현의 이해
현대시 감상
현장에서
표준 화법
국어 생활 새 소식
당신의 우리말 실력은?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알려드립니다
 관용 표현의 이해
  관용 표현과 직유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원
  관용 표현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관용 표현이 만들어지는 원인과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 매우 흔한 것이 바로 직유적으로 사용되던 말이 관용 표현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단순히 문자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던 말이 사건이나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같이', '처럼', '듯이'와 같은 말과 함께 다른 말을 꾸미거나 ‘~것 같다’, ‘~ 듯하다’ 등으로 쓰이다가 아예 굳어져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1) ㄱ. 어느새 피가 말라서 상처에 딱지가 앉았다.
ㄴ. 긴장이 되어서 피가 마르는 듯했다.
ㄷ. 긴장이 되어서 피가 말랐다.
(2) ㄱ. 이상 기온으로 한여름에 우박이 쳤습니다.
ㄴ.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총알이 우박 치듯이 떨어져 내렸다.
ㄷ.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총알이 우박이 쳤다.
ㄹ.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우박이 쳤다.
(3) ㄱ. 달아나던 다람쥐는 아이에게 꼬리를 잡혔다.
ㄴ. 범인은 현장에 머리카락을 떨어뜨리고 가는 바람에 꼬리를 잡혔다.
ㄷ. *범인은 현장에 머리카락을 떨어뜨리고 가는 바람에 꼬리를 잡히듯이 행적을 들켰다.
  ‘피가 마르다’는 (1ㄱ)에서 (1ㄴ)의 직유 표현을 거쳐 (1ㄷ)의 관용 표현으로 자리를 잡았다. 몹시 괴롭거나 긴장되는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피가 마르는 듯하다’와 같은 직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다가 정착이 되어 ‘피가 마르다’만으로도 괴롭고 긴장되는 상황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결과적으로 ‘피가 마르다’라는 표현은 (1ㄱ)처럼 실제로 피가 말라붙는 상황과 사람의 심리 상태가 매우 괴롭고 긴장되는 상황의 두 가지를 나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직유 표현이 항상 관용 표현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박이 치다’와 같은 경우는 탄알이나 포탄 따위가 몹시 심하게 떨어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2ㄴ)의 ‘우박이 치듯이’와 같은 직유적인 표현으로 쓰일 수 있지만 ‘~듯이’를 빼고 (2ㄷ~ㄹ)과 같이 쓰면 뜻이 통하지 않는다.
  한편 관용 표현이 생긴 동기가 비유적이기는 하지만 직유적인 표현을 쓰면 어색한 경우도 있다. (3ㄴ)의 관용 표현 ‘꼬리를 잡히다’는 감추려던 정체나 행적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꼬리를 잡히다’의 관용적인 의미는 이런 상황을 (3ㄱ)과 같이 달아나려던 동물이 잡히는 과정에 빗대어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 분명하지만 (3ㄷ)처럼 직유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면 어색하다.
(4) ㄱ. 개와 고양이를 같은 공간에서 키우면 서로 으르렁거린다.
ㄴ. 철수와 영희는 만나기만 하면 개와 고양이처럼 싸우기만 한다.
ㄷ. 개와 고양이를 한 팀에 배치했으니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힘들겠어요.
(5) ㄱ. 고삐 풀린 말 세 마리가 우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ㄴ. 우리 딸은 시험이 끝나고 나더니 고삐 풀린 말처럼 여기저기 쏘다닙니다.
ㄷ. 신입 사원을 맡길 테니 고삐 풀린 말을 잘 길들여 보게.
  명사구 형식인 (4~5)의 ‘개와 고양이’, ‘고삐 풀린 말’도 모두 (ㄱ)과 같은 문자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ㄴ)처럼 직유적인 표현으로도 쓰이면서 다른 표지 없이 (ㄷ)의 관용 표현으로도 쓰인다. 문자적 의미가 직유적인 표현을 거쳐 관용적인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이 잘 드러난다.
월간 · 비매품   발행_국립국어원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3동 827   ☎ (02) 2669-9721
제자(題字): 송은 심우식(松隱 沈禹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