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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가상 공간에서의 언어 사용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다. 초기에는 틀린 표현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게 되므로 언어 규범 경시로 국어 교육의 효과가 감소된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언어가 대화의 사실감, 현장감을 더해 주며 신어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청소년의 창의력을 발달시켜 우리말 어휘를 풍부하게 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찬성과 반대가 맞섰다. 최근에는 극단적인 의견보다는 인터넷 언어 사용으로 인한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을 살리자는 절충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터넷상에서 신어가 발생하는 요소로 시간, 공간, 집단 의식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시간의 제약으로 빨리 글을 쓰기 위해 이어 적고(머시따), 줄여 적고(셤), 글자를 해체해 적고(ㅊㅋ), 단어나 음절을 문자로 대신한다(쪽8리다). 대면 대화가 아니라는 공간의 제약으로 감정 표현이 자유롭지 않으므로 문자 언어를 통해 감정을 나타내기 위해 자음, 모음 등을 교체하고(그리구), 문장 부호를 중복해 쓰며(!!!), 그림말을 사용한다. 이렇게 언어의 변형을 통한 새로운 말의 생성이 진행되면서 이런 왜곡된 언어가 현실 언어와 분리되어 또래 집단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가상 공간에서 대화를 즐기는 청소년 집단의 은어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외계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자정 노력도 눈에 띈다. 이는 가상 공간의 구성원 변화와 관련이 있다. 가상 세계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여전하지만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집단 구성원이 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집단 의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청소년이라는 또래 집단과 가상 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을 즐기는 집단이 일치할 때에는 인터넷 언어가 그 외의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은어로서 가치가 있었지만 청소년들이 '누리꾼'이라는 더 큰 집단 안에서 기성 세대를 같은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인터넷 신어는 의사소통에 장애가 되는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다음은 구성원의 연령층이 다양한 인터넷 게시판의 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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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종 특수문자를 조합한 외계어는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 : ㄷБ신 l L 를 얼만큼좋 ㉻ )

  위의 예와 같이 인터넷 언어가 가상 공간을 구성하는 집단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인터넷상의 언어는 세대 간, 집단 간 언어의 이질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가상 공간, 혹은 또래 집단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실용적인 국어 교육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