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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 선임연구원)

  월드컵이 한창이다. 온 나라가 붉은 물결로 뒤덮여 있다.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중계방송을 보느라 정작 직장이나 학교에 나와서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런데 이런 축구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으레 느끼는 거지만, 방송에서 사용하고 있는 축구 용어에 외국어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프리킥(free kick), 코너킥(conner kick), 롱 킥(long kick), 스루 패스(through pass), 태클(tackle), 크로스바(cross bar), 골키퍼(goal-keeper), 미드필더(mid-fielder), 원 톱(one top), 포백 시스템(four-back system), 헤딩(heading), 골인(goal in), 레드카드(red card), 슛(shoot), 오프사이드(off side)’ 등등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많은 용어들이 외국어로 되어 있다. 모두 낯익은 말들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말이지만 정작 우리말로 바꿔 쓰려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이런 말들이 방송을 통해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한편에서는 ‘우리말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고 하기도 하고, ‘4800만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대화하는 그날까지’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알리는 데 힘을 쏟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외국어를 마구 써대고 있는 것이 우리 방송의 현실이다. 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방송 전반에 걸쳐 외국어의 남용은 심각한 실정이다. ‘뉴스 데스크(News desk),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 머니 투데이(Money today), 뮤직뱅크(Music bank)’의 진행자는 ‘프로듀서(producer), 엠시(MC←master of ceremonies), 오프닝 멘트(←opening comment), 스페셜 게스트(special guest), 뮤직 스타트(Music start)!’와 같은 말들을 거리낌 없이 쓰는 것을 보면 몹시 안타깝다. 이런 말들은 모두 손쉽게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요즘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가수를 소개할 때면 너나없이 ‘뮤직 스타트!’라고들 하는데, 이보다는 예전에 크게 유행했던 ‘부~탁해요’가 훨씬 운치 있고, 개성이 넘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얼마 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된 북한의 월드컵 경기 중계방송은 우리의 이런 방송 현실과 대비되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토고의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자는 박지성을 ‘전방과 후방을 넘나드는 팔방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아마도 우리가 흔히 쓰는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를 이처럼 재치 있게 표현한 듯하다. 이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것은 단순하게 번역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 밖에도 북한의 해설자는 ‘롱 패스(long pass)’를 ‘장거리연락’으로, ‘프리킥’을 ‘벌차기’로, ‘드리블 없이 바로 하는 슛(흔히 다이렉트 슛)’을 ‘단번차넣기’로, ‘헤딩’을 ‘머리받기’로, ‘태클 반칙’을 ‘다리걸기반칙’으로 고쳐서 방송하였는데, 다듬은 말들이 생각 밖으로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고, 그리 낯선 느낌도 들지 않는다. 비록 방송 용어 하나하나에도 검열을 하는 북한의 방송과 단순하게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우리 방송인들도 참고할 만한 대목임은 분명하다. 덧붙여, 남북이 함께하면 우리말 다듬기도 훨씬 잘 될 것이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면, 통일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간절해진다.
  오랫동안 큰 불편 없이 써 오던 말을 한순간에 바꿔 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마냥 고치지 않는다면 우리말은 점차 늙어서 사라져 갈 것이고, 그 빈자리는 외국어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말에도 생명이 있어 나고 죽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뫼, 즈믄, ’과 같은 순우리말이 한자어에 밀려서 사라져 버린 경험을 한 바가 있다. 이제 다시는 우리말에 그런 상처를 주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은 비단 방송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말로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방송인들뿐이겠는가?
  ※ 덧붙인 자료는 예전에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축구 용어들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용어들이 많이 빠져 있어 아쉽다.

다듬을 말 다듬은 말
게임 (플레이) 메이커 [game (play) maker] 주도 선수
골 디퍼런스 [goal difference] 득실차
골 커버 [goal cover] 문(전) 수비
그라운드 패스 [ground pass] 땅볼 주기, 땅볼 연결
다이빙 헤딩 [diving heading] 몸날려 머리받기
더블 스토퍼 [double stopper] 2명 중앙 수비수
드롭 볼 [drop ball] 공 떨어뜨리기
드롭 킥 [drop kick] 튄공차기
리베로 [libero] 자유 위치 선수
링커 [linker] 중간 연결 선수
멤버 체인지 [member change] 선수 교체, 선수 바꿈
바이시클 킥 [bicycle kick] 공중 양발 차기
발리 킥 [volley kick] 공중차기
백업 [back-up] 후방 대비
볼 리프팅 [ball lifting] (공) 튀기기
볼트 시스템 [bolt system] 빗장 수비
사이드 킥 [side kick] 옆차기
세이빙 [saving] 선방(善防)
센터 하프 [center half] 중앙 공방수
슈팅 레인지 [shooting range] 득점 (가능)지역
스크린 플레이 [screen play] 가리기 반칙/작전
스타팅 멤버 [starting member] 주전 선수
스트라이킹 [striking] 때리기(반칙)
시스템 [system] 선수 배치
아웃 오브 플레이 [out of play] 경기 중단
어드밴티지 룰 [advantage rule] 공격수 편익 규정
어시스턴트(레퍼리) [assistant(referee)] 부심
에어리어 [area] 지역
엔드 [end] 진영
임페디먼트 프로그레스 [impediment progress] 진로 방해
온사이드 [onside] 공격(가능) 지역
인 플레이 [in play] 경기 진행
점프 헤딩 [jump heading] 뛰어올라 머리받기
점핑 애트 [jumping at] 뛰어 덤벼들기
지그재그 패스 [zigzag pass] 갈짓자 주고받기
체인지 멤버 [change member] 선수 교체
차징 [charging] 몸 반칙
찬스 메이커 [chance maker] 득점 조력자
칩 킥 [chip kick] 찍어차기
커버링 [covering] 후방 지원
커트 [cut] 가로채기
컨트롤 [control] 공 다루기
콤비네이션(플레이) [combination(play)] 여럿이 주고받기
클리어링 [clearing] 걷어내기
키핑 [keeping] 공 지키기
터치 라인 아웃 [touch line out] 옆줄 (밖)나감
토스 [toss] 동전 던지기
파울 [foul] 반칙
패싱 앵글 [passing angle] 공 주기 각도
펀칭 [punching] 쳐내기
페널티 스폿 [penalty spot] 반칙 지점
페인트 [feint] 속임 동작
펜듈럼 볼 [pendulum ball] 흔들이공
포메이션 [formation] 대형(隊形), 대형 (갖추기)
포지션 플레이 [position play] 위치 활용작전
폴로 업 [follow up] 뒤 받치기
플레이 온 [play on] 경기 속행
피드 [feed] 공 배급
피버팅 킥 [pivoting kick] 돌려차기
핀치 [pinch] 위기 (상황)
하프 매치 [half match] 반쪽 경기
하프 웨이 라인 [half way line] 중앙선
해트 트릭 [hat trick] 혼자 삼 득점
헤딩 슛 [heading shoot] 머리받아 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