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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KBS 아나운서, 국립국어원 홍보대사)

  제게 6월은 거리를 뒤덮은 붉은 물결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월드컵 응원 열기로 가득찬 거리에서 방송을 하면서 하나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얼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사람들이 오로지 같은 마음과 바람으로 거리에 모였습니다. 둥근 축구공 하나가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같게 만든 것이죠. 뜨겁고 찬란했던 시간들, 아쉽지만 뜨거웠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았을 것입니다. 그중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경쾌한 춤을 추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던 모습을 기억하실 겁니다. 텔레비전에서 한번쯤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바로 ‘꼭짓점 댄스’입니다. 그런데 이 응원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거는 잘 모르셨죠? 출연자 중에 한 분이 이 춤을 소개했고 누리꾼들이 월드컵 응원에 쓰면 좋겠다고 호응을 해서 거리 응원에 쓰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춤의 이름을 ‘꼭짓점 댄스’라고 하기도 하고 ‘꼭지점 댄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시옷 받침을 넣어서 쓰기도 하고 넣지 않기도 한 것입니다. 시옷 받침이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소리가 어떻게 나느냐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이에 들어가는 시옷을 ‘사이시옷’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나뭇가지’란 말을 생각해 보죠. 이 말은 ‘나무’와 ‘가지’로 이루어진 말인데요. 그렇다면 아래처럼 ‘나무가지’가 되어야 하겠죠.

  (1) 나무 + 가지 → 나무가지

  그런데 우리는 ‘나뭇가지’로 씁니다. 그것은 소리가 [나무가지]가 아니라 [나묻까지]로 나기 때문입니다. 뒤에 오는 ‘가지’의 첫소리가 된소리가 되는 것이죠. 이처럼 두 말이 만나서 하나의 말이 될 때 뒤에 오는 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경우, 시옷을 받침으로 받쳐 적어서 나타냅니다.

  (2) 나무 + 가지 → 나뭇가지

  따라서 ‘꼭짓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꼭지’와 ‘점’이 하나의 말을 이룰 때 [꼭짇쩜]으로 소리 나기 때문에 ‘꼭짓점’으로 적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모여 [꼭짇쩜]을 중심으로 응원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줄 장맛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장맛비’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장마+비’로 만들어진 말이지만 [장맏삐]로 소리 나기 때문에 ‘장맛비’로 적는 것입니다.
  ‘꼭짓점’과 ‘장맛비’, 이 말과 함께 이제 7월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