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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흐졸(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한국이란 나라와 인연을 맺게 된 지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몽골에서 한국어학과에 입학하고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 때문이 아니라 내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내 운명’이 아니라 ‘한국은 내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이 우습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어를 선택했던 그 당시에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신비스러운 한국의 매력은 이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몽골에서는 한국을 다른 나라와 달리 ‘korea’라고 하지 않고, ‘설렁거스(Солонгос)’이라고 한다.이것은 몽골어로 바로 ‘무지개들’이란 뜻이다. 왜 한국을 ‘무지개 나라’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연구해 보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나는 한국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무지개 속의 아름다운 천국을 상상했다. 무지개가 뜬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치, 맑게 흐르는 강가에서 아름다운 한국 여성들이 예쁜 무늬의 옷을 입고 머리를 빗는 장면을 떠올렸다. 내가 가 보지 못한 나라를 어떻게 이렇게 상상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이것이 내 마음 속에 그려진 한국의 첫 이미지이다.
   나는 몽골인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대학교 1학년 한국어 수업 첫 시간에 ‘안녕하세요’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한국어는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혀가 부러지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어를 공부하는 나의 열정은 엄청났다. 아무 이유 없이 한국이 좋았고, 한국음악, 영화, 음식, 한국 사람, 그 문화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으며, 한마디로 한국에 푹 빠져 있었다. 몽골과 음식 문화가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놀랄 만큼 나는 한국 음식을 정말 잘 먹는다. 그래서 한국이 내 운명이라고 말한 것이다.
   대학 졸업반이 되자, 누구나 한번쯤 듣게 되는 ‘졸업하고 뭐 할 거야?’라는 질문에 머리만 아팠다. 사실은 졸업하면 뭐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바로 취업하기 싫었고 공부를 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한국에 유학 갈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2005년도에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보내 준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학장님이 추천해 주셔서 장학생으로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되었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가 그냥 하고 다니던 말이 이렇게 현실이 될 줄이야. 이렇게 2005년 9월, 내 운명의 한국 땅을 밟았다. 날씨가 덥고 습기 많은 것이 힘들었지만, 색다른 환경, 환하게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 주는 사람들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공항에서 우리와 달리 보였던 것은 경비원들이 대부분 젊고 잘 생긴 남자들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에 와서 무엇보다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한국 사람들의 친절이었다. 내가 대학원 생활을 잘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학교 선생님들과 특히 같이 공부한 한국 언니, 오빠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가족과 같은 학교 언니, 오빠들한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석사 논문을 쓸 때 친한 한국인 선배가 많이 도와주었다. 아마 그 선배가 없었다면 2년 안에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선배도 논문을 써야 했고, 정신없고 바빴을 텐데 마치 내 논문이 자기 논문인 것처럼 신경을 많이 써 줬다. 선배의 그런 열정적인 모습에 놀랐고 감사했다. 내가 조금만 공부에 소홀하면 무섭게 혼냈고, 또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만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내 실력으로는 역부족인 그 어려운 논문을 쓰면서 선배한테 많은 것을 배웠고 가끔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울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엄격히 꾸짖고 때로는 부드러운 나의 존경하는 그 선배, 바로 내가 아는 한국 사람이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인사를 잘하는 것이 좋고, 이런 점은 몽골인들이 배워야 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학교에서 선·후배 사이, 후배를 챙겨주는 선배, 선배를 존경하는 후배가 정말 보기 좋다. 가끔은 너무 친절한 것을 오해해 부담스러워 했던 적도 있었다.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 언어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을 되돌아볼 때 언어를 공부하되 그 문화도 함께 배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한국에 가서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것을 꿈꾸는 몽골인 학생들한테 몽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몽골에 돌아가면 한국의 그 선배처럼 나도 후배에게 따뜻한 선배이자 선생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