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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파폰 분룽(태국, 이화여대 대학원)
옛날부터 ‘예절의 나라’로 불리어 오고 있는 한국에서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예절이 있다고 들었다. 내가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한국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많이 궁금했다. 한국에 사는 동안 사람들이 한국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 보면 대부분 외국인들이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예를 들면 한국 사람이 일을 할 때 열심히 하고 놀 때 정말로 신나게 논다. 또 사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초·중·고등 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과외와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비의 부담이 심해진다. 한국 사람은 가족을 중심으로 많이 생각한다. 또한 한국 사람은 애국자로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이 하는 말 중에 ‘우리, 우리나라, 우리 집’ 등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아플 때나 기쁠 때 모두 다 술로 해결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인정했는데 한국에서 직접 경험을 해 보니 내가 본 한국 사람이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면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로는 한국 사람은 알면 알수록 좋아하게 된다. 나는 지금 한국에 온 지 3년이 되었다. 한국에 왔을 때 가을이었다. 그때는 어디서나 나뭇잎이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변해서 아주 신기하고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한국에는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있어서 한국 사람 마음도 변덕스럽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한국에 4계절이 있어서 한국 사람도 열심히 살며 성공하기 위해 항상 시간과 싸우고 바쁜 생활을 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항상 느낀 것은 한국 사람은 매일 김치를 먹어서인지 ‘김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 속담 중에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라는 말처럼 한국 사람도 마음이 성급해서 무엇이든지 하면 빨리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치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사람의 능력도 여러 가지를 잘 할 수 있다. 또한 처음에 김치를 먹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하거나 맛이 이상해서 못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에 살다가 보면 김치 없이 밥을 먹으면 무엇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나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느낌이 있었다. 이런 것처럼 한국 사람도 처음에 만날 때는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생활을 같이 하면서 어느 날 못 만나거나 오래 동안 연락이 없으면 허전하고 무엇인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생겼다.
두 번째로는 한국 사람은 정이 아주 많다. 나는 한국에 사는 동안 한옥에 여러 번 가봤는데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옥은 개성적이다. 내가 본 한국 사람도 한옥과 마찬가지로 특성이 있다. 처음에 만나거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절대로 말을 걸지 않고 무뚝뚝한 얼굴로 이야기한다. 한옥은 돌로 쌓은 담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 집 안을 보기가 쉽지 않은 듯이 처음에는 한국 사람의 마음까지 알기가 힘든 일이다. 말도 잘 하지 않고 표정을 전혀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친해지게 되면 힘껏 도와주고 항상 신경을 써주고 잘 챙겨 주는 것들은 바로 한국 사람의 특징이다. 한국 사람과 친하게 되기 전에 ‘한국 사람은 정이 아주 많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한국 친구와 만나고 서로 이야기해 보고 사귀다가 보니 ‘정’이란 말을 차츰 이해하게 되었다. 그 ‘정’은 항상 서로 도와주고,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며칠 동안 연락이 없으면 초조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랫동안 사귀거나 함께 지내어 생기게 되는 친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이 ‘정’이란 말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김치가 없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것처럼 정이 많은 친구들을 오랫동안 못 보면 허전하게 되고 마음이 초조하게 될 것이다. 힘든 유학생활을 하면서 정이 많은 한국 친구 덕분에 두렵거나 힘든 일들을 그만큼 잘 해 왔다.
세 번째로는 한국 사람은 겸손하다. 말로만 겸손한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겸손하다. 특히 술을 마실 때 다른 나라와 달리 ‘음주문화’가 따로 있다. 예를 들면 상대방에게 술을 따라 줘야 하고 윗사람에게 술을 받으면 두 손으로 받아야 한다.
네 번째로 한국어는 태국어와 달리 높임말이 있다. 윗사람께 높임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사용하는 높임말은 상대적 지위와 친밀도에도 달려 있다. 내가 경험을 한 것은 한국 사람에게 태국어를 과외를 하는데 학생들이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항상 나에게 높임말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정말 익숙하지 않고 너무 어색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한국 사람들이 정말 겸손하다고 느낀다.
다섯 번째로는 칭찬하면 항상 거절로 대답하는 한국 사람이 처음에 이해가 안 갔다. 예를 들면 ‘정말 대단하시네요’라고 칭찬하면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거 왜 사 왔어? 안 사와도 되는데’라고 말할 때는 ‘별 것도 아닌데, 뭘’라는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한국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것들도 바로 한국말 속에 한국 사람의 예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이 서로 신경을 써주거나 걱정이 되는 경우에는 표현하는 간단한 인사말이 있다. ‘식사하셨어요?’, ‘어디 가세요?’, ‘집에 조심히 들어가’와 같은 말들이 모두 다 한국 사람의 따뜻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한국어를 통해 한국 사람을 배운 것이다. 나는 태국에서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왔다. 그래서 한국어만 열심히 공부하고 태국에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생활을 해 보니 여러 가지 힘든 것도 많고 새롭고 배워야 하는 것도 많았다. 특히 한국 사람의 사고방식과 한국의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한국어에 담겨 있는 사회 문화적인 배경도 함께 이해해야 했다. 이제는 ‘한국어를 잘 가르치려면 한국어만 잘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한국말을 통해 한국 사람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 주었다. 어느 나라든지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릇에 따라 담긴 물처럼 그 나라의 문화에 잘 적응해야 하고 그 나라의 특성을 항상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변하게 마련이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바로 한국 생활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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