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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형(경남 김해시 봉황초등학교 교사)

  아이들을 몹시 그립게 했던 방학이 끝나고 이제 개학이다. 교사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방학은 그리움을 만드는 시간이다. 다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과 다투거나, 웃거나, 사랑하며 지낼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얼마 전 개학을 준비하며 예전에 쓴 교단일기를 꺼내 읽어 보았다. 아이들 생각에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후회가 되었다.
  ‘왜 그때 그 아이들을 더 관심을 가져서 사랑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사랑하는 방법이 서툴렀을까?’
  이번 방학에 나 나름대로 아이들을 위해 연수도 하고 여러 가지 책도 읽으며 준비했지만 많이 부족한 나를 발견했다. 특히 예전에 했던 <한 아이 사랑하기>를 통해 쓴 글을 보며 내가 놓치고 가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학급운영모임을 하면서 <한 아이 사랑하기>라는 활동을 했었다. 매일 한 명의 아이를 정해서 그 아이에게 알게 모르게 사랑을 주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36명의 아이들을 한번 씩 다 사랑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말았다. 학교의 잡무와 일상의 어려움이라는 변명을 달았지만, 그건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쓴 교단일기를 보며 2학기에는 다시 한번 <한 아이 사랑하기>에 도전해 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그렇게 한 명씩 사랑해 가다 보면 하루에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날은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의 이름이 교단일기에 쓰여 있겠지. 이번에는 <수빈이 사랑하기>란 글을 적어본다.

  수빈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어리광이 심한 아이이다. 가끔 씩씩거리며 나와서는 징징거리면서 무엇을 해 달라고 한다. 안 된다고 하면 팔을 붙잡고 늘어져서 "해 주세요. 해 주세요." 칭얼거린다. 오늘은 그런 수빈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기로 했다. 1교시 의식적으로 수빈이를 바라보니 짝이랑 이야기하면서 수업에 집중을 하고 있지 않았다.
  '3분단 제일 뒷자리라서 그런가?'
  그러고 보니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서 자주 꾸중을 했다. 다음에 자리 바꿀 때에는 조금 앞으로 배려해 주어야겠다. 크게 떠들고 있지 않아서 전체주목을 시키고 수업을 진행했다. 3교시 국어 시간. 쓰기 시간이라서 아이들이 책에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엉덩이를 이용해서 앞문을 닫았다. 나의 나쁜 버릇 중의 하나가 시간 개념 없이 장난을 잘 친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을 꾸짖으면서도 장난을 친다거나 표정 관리를 잘 하지 못한다든지 하여 작년 아이들이 쓴 편지에는 '선생님 다른 반 맡으면 화낼 때 웃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들이 편하게 느낄 때도 있지만 어쩌면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버릇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작년에는 의식적으로 애들에게 권위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는데 아직 내 나름의 원칙을 세우지 못해 늘 이리저리 흔들린다. 하지만 교실이라는 공간이 교사의 권위가 아이들을 짓누르는 것 같아서 늘 권위를 없애고 아이들에게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엉덩이로 문을 닫는 모습을 아이들이 못 보고 열심히 글을 쓰는데 수빈이만 보고 킥킥 웃고 있었다. 다행히 큰소리로 웃지 않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앞에 나와서 징징거리지도 않고 웃는 모습까지 보이니 내 기분이 좋아졌다.
  한 아이 사랑하기라고 막상 시작했지만 평소 습관이라는 것이 어느새 몸에 배서인지 잘 안 되는 것 같다. 일상적인 습관처럼 수업을 하다가 문득문득 생각이 나면 그 애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이 사랑하기의 방법이다. 물론 표시 나게 무언가를 해 주고 싶지만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바쁘다 생각해서 바쁜 것인지 마음의 여유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매일매일 사랑하지 못한 나의 일주일을 반성하며 앞으로 더 많은 아이에게 사랑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