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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샘(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국립국어원의 신어 조사는 ‘표준국어대사전(1999)’의 올림말 후보를 조사할 목적으로 1994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1994년, 1995년의 신어 조사는 그 해에 새로 생긴 말을 조사했다기보다는 사전 미등재어 조사의 성격이 강했으며 신어의 기술도 뜻풀이나 단어의 구조에 대한 분석 없이 용례와 출전을 수록하는 정도에 그쳤다. 신어 조사는 잠시 중단했다가 ‘표준국어대사전’이 발간되고 난 후인 2000년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2000년부터는 신어에 대한 기술이 풍부해져 품사 정보, 뜻풀이, 원어 등의 정보를 보고서에 수록하였다. 2005년 신어 조사는 다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여 2005년에 새로 생긴 말들을 엄격하게 골라내어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05년에 언론에 가장 많이 나타난 신어는 8개 매체에서 200번 이상 나타난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였다. 최근 ‘배움터 지킴이’로 명칭을 바꾼 ‘스쿨 폴리스’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학교 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마련한 제도로, 퇴직교원과 경찰관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교내·외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교외 지도를 하는 제도이다. 다음으로 많이 쓰인 신어는 ‘개똥녀’이다. 역시 빈도가 높았던 ‘떨녀’, ‘덮녀’와 함께 인터넷 문화의 영향력을 대변하는 단어이다. ‘떨녀’와 같이 좋은 의미로든 ‘개똥녀’와 같이 나쁜 의미로든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평범한 일반인이 빠른 시간 내에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생리통으로 인한 결근을 출근으로 인정해 주는 ‘생리 공결제(生理公缺制)’나 임신을 위해 일정 기간 직무를 쉴 수 있게 하는 ‘불임 휴직(不妊休職)’, 어린 자녀가 있는 직장인이 정시에 퇴근하는 날인 ‘육아데이(育兒day)’ 등의 단어로써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생충김치(寄生蟲--)’, ‘납김치’ 등의 빈도가 높은 신어로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중국산 식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엿볼 수 있으며, ‘공시족(公試族)’, ‘공시촌(公試村)’, ‘금융 고시(金融考試)’ 등의 신어를 통해 젊은이들이 어떤 직장을 선호하는지를 알 수 있다.
  주제 면에서는 ‘금융 고시(金融考試)’, ‘관고민저(官高民低)’ 등 사회 영역의 신어가 38.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경제 분야 신어가 7.4%로 많이 나타났다. 세다이어트(稅diet), 안방 펀드(-房fund), 김치 지수(--指數) 등 30개의 경제 관련 신어가 조사되었다. 에고서핑(egosurfing), 모맹(←mobile+盲) 등의 통신 분야 신어가 5.9%, 국가 자폐증(國家自閉症), 사과 피로 증후군(謝過疲勞症候群) 등의 정치 분야 신어가 4.2%로 조사되었으며, 운동/오락(3.7%), 의학(2.5%), 법률(2.2%), 지리(2.0%), 교육(1.5%), 연영(1.5%), 교통(1.2%) 등의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신어는 만들어져서 일시적으로 사용되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생명을 얻어 정착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어떤 유형의 말들이 정착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10년 전인 1995년에 조사된 신어가 2005년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1995년에 조사된 1,339개의 단어를 분석한 결과 1995년 신어 전체의 1.1%에 해당하는 14개의 단어가 2005년 현재에는 쓰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검프족(Gump族), 글사랑족(-族), 꼭지티(-T), 네오사파리룩(neo safari look), 대족인(大足人), 롤링호텔(rolling hotel), 모터런스(motorlance), 무세일(無sale), 문열개(門-), 서킷걸(circuit girl), 실리콘데저트(Silicon Desert), 실리콘포리스트(Silicon Forest), 안기부맨(安企部man), 틈가구(-家具)

  밤에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던 ‘검프족(Gump族)’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유행이 지나간 뒤에 사라졌고, 같은 시기에 유행하던 ‘야깅족’은 아직도 살아남아 쓰이고 있다. 자녀에게 메모지에 친필로 사랑을 전하던 ‘글사랑족(-族)’은 전화와 메일, 메신저 등으로 소통하는 요즘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옷차림의 유행은 금방 바뀌게 마련이라 ‘꼭지티(-T)’나 ‘네오사파리룩(neo safari look)’을 입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안기부’라는 기관의 명칭이 사라지면서 ‘안기부맨’이라는 말도 쓰지 않게 되었다. 1995년에 유행하던 ‘서킷걸(circuit girl)’이라는 말은 함께 쓰이던 ‘레이싱걸(racing girl)’에 밀려 사라졌다. 영어 어휘가 급격하게 밀려 들어오면서 ‘무세일(無sale)’ 브랜드가 아니라 ‘노세일(no sale)’ 브랜드가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문열개(門-)’ 대신 ‘도어 핸들(door handle)’을 쓰게 되었다. ‘대족인(大足人)’, ‘롤링호텔(rolling hotel)’, ‘모터런스(motorlance)’, ‘틈가구(-家具)’, ‘실리콘데저트(Silicon Desert)’, ‘실리콘포리스트(Silicon Forest)’ 등 외국의 문물을 소개하면서 잠시 등장했던 단어들도 이제는 쓰이지 않는다. 이렇게 지금은 쓰이지 않게 된 단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짚어낼 수 있다. 신어의 조사와 분석이 사회언어학적으로 가치가 있음을 뒷받침한다는 말이다.